이진희는 바로 주저 없이 율이를 안고 멀리 떨어졌다. 윤도훈과 귀대성으로부터.옆에 있는다고 한들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여 폐를 끼치지 않고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것이 도와주는 거로 생각했다.“자식, 몸은 좀 나았나 봐?”귀대성은 음흉하게 웃으며 물었다.실은 생방송 기기를 단번에 망가뜨린 윤도훈의 기운에 놀라기는 했다.경맥이 끊어질 정도로 공격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겨우 숨만 간당간당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죽지는 않았어도 폐인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생각한 바와 달리 윤도훈은 너무 평온하다. 심지어 내력까지 드러내며.“모기한테 물린다고 해서 죽기야 하겠어? 잠깐 간지러웠으면 됐지 그게 며칠이나 되겠어?”윤도훈은 피식 웃으며 건방지기 그지없는 모습을 드러냈다.이에 귀대성은 더더욱 냉랭해지면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했다.“끝까지 입만 살아서. 넌 죽어도 제대로 죽지 못할 거야. 난 네 영혼까지 털어내서 감금시켜 버릴 거야. 그래서 죽을 때까지 평생 괴롭히고 말 거야.”죽기 일보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자기를 도발하는 윤도훈의 모습에 귀대성은 화가 잔뜩 났다.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잔영으로 변해 윤도훈에게 달려들었다.이에 윤도훈은 눈매가 날카로워지면서 바로 그 공격을 피해 버렸다.건방진 말들을 내뱉은 것도 귀대성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그를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 아니라.윤도훈은 지금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실력이 전보다 강해지기는 했으나 초급 경지 후기에 머물러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단결 강자인 귀대성 보다 한 경지 아래 있으니 말이다.하여 귀대성을 마주함에 있어서 윤도훈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진지하고 신중했다.자신에 대해 그만큼 자신감이 없었을지도 모른다.어쩌면 능력이 솟아나기를 간절히 바란 게 아닌가 싶다.하여 그는 귀대성을 도발하고 화나게 함으로써 흠을 드러냈으면 했다.그리고 그 기회를 붙잡아 이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추려고 했던 것이다.이러한 이유로 윤도훈은 귀
“도훈 씨, 조심해요.”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율이와 이진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한 기색이 역력한 채 입이 바짝 마를 정도로.두 사람의 시각으로 보면 윤도훈은 지금 귀대성의 공격에 연신 물러서는 것으로 보인다.피동적인 위치에 처해 있어 수시로 무너질 것만 같은 그런 시점.두 사람의 소리를 들은 귀대성은 문득 몹쓸 생각이 떠올랐다.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에 음흉한 웃음까지 띠면서.“쥐새끼 같은 놈.”“어떻게 피하나 한번 보자.”말하면서 귀대성은 더 이상 윤도훈을 향해 공격을 하지 않았다.순간 방향을 꺾더니 이진희와 율이를 향해 달려갔다.이에 윤도훈은 안색이 확 달라지면서 속도를 높였다. 귀대성의 공격을 막으려고, 귀대성의 앞으로 달려가려고.“죽어!”귀대성은 음산하게 웃더니 윤도훈을 향해 온신의 힘을 가했다.이에 윤도훈은 이를 악물었다.이윽고 그는 오른손으로 둔탁한 진기를 모아서 그대로 맞섰다.마침내 두 사람은 정면으로 맞서게 되었다.이진희와 율이가 뒤에 있으니 윤도훈은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쿵-순간 두 주먹이 맞대면서 우렁차고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주먹이 맞댄 그 주위에는 공기마저도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뒤틀어졌다.진동에 의해 무늬가 떠오를 만큼.“흠!”귀대성은 뒤로 날아가 버렸다.자그마치 10여 미터나 물러서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하지만 그와 반대로 윤도훈은 몸만 살짝 흔들렸을 뿐 여전히 제자리였다.선명한 대비에 두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럴 수가! 어떻게 강해진 거야?”“말도 안 돼! 저렇게 약했었나?”귀대성과 윤도훈은 동시에 의문을 자아냈다.정신을 차린 귀대성은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얼굴은 음산할 정도로 어두워졌고 흐리멍덩한 두 눈에는 의문과 노여움이 가득했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실력에 대해 비하하는 듯한 윤도훈의 말에 화가 난 것이다.분명 그전까지 한 방이면 넘어갔을 상대였는데, 그런 상대한테서 이런 소리를 듣게 되니 수치스러웠다.윤도훈은 그 뒤로 표정은
윤도훈은 미친 듯이 웃고 난 뒤 주동적으로 달려들었다.이를 악문 채 하늘을 찌를 듯한 기운을 내뿜으며.그 순간 윤도훈은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상대에게 받았던 수모를 그대로 아니, 배로 돌려줄 생각뿐이다.“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달려드는 그를 보고 귀대성은 얼굴은 험상궂어졌다.온몸에 기혈을 용솟음치면서 피로 물든 진기를 뿜어냈다.그 또한 온신의 힘을 다해 윤도훈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펑펑펑-경지를 뛰어넘은 그들만의 전투가 벌어졌다.두 강자가 맞설 때마다 뒤따른 소리는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방송국 아래서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도훈이가 싸우고 있는 거야?”걱정이 가득한 채 이천수가 물었다.“저에게 있어서 매형이 어떤 사람인지 매형도 잘 알고 계시죠? 절대 실망시키지 말아주세요.”이원 또한 표정이 엄숙하기 그지없다.“도훈아, 꼭 살아 남아야 한다. 우리 진희도 율이도 다 같이 무사하게 돌아와야 한다.”장모인 서지현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간곡하게 기도했다.현숙애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이다.“저놈이 저렇게까지 할지는 몰랐네.”그러자 조현인이 입을 삐쭉거렸다.“지난번에 귀대성이 그러지 않았어요? 윤도훈 같은 놈은 한 방에 죽인다고. 근데 왜 막상막하로 들리죠?”“걱정하지 마세요. 윤도훈은 반드시 죽게 되어 있거든요. 아주 비참하고 처량하게.”독을 품은 허시연은 악랄하게 말했다.“맞아요. 우린 그냥 가만히 구경만 하면 돼요.”이은정도 맞장구를 치며 잔뜩 기대한 얼굴이다.한편, 고씨 가문의 집사는 둔탁한 소리를 들으며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가주, 옥상에서 큰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고민기는 그 고식을 듣자 의문을 드러냈다.“그래?”이윽고 그는 고태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요.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난 것 같네요. 귀대성 그 사람 말이에요.”고씨 가문의 옛 가주였던 고태형은 그 말에 눈빛이 번쩍였다.“설마 윤도훈이 정말로 누굴 데리고 온
만약 두 사람 모두 자기 단전을 꺼내 비교해 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완벽한 초급 경지 강자의 단전과 일반 단전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단결 경지 강자로서 귀대성은 이미 고체 형태의 단전을 만들어 냈다.그 단전의 구조는 마치 달걀과 비슷하다.단전 겉면만 고체일 뿐 안쪽은 여전히 액체 상태라는 것.하지만 윤도훈의 단전은 다르다.단전 중심으로 가까워질수록 더더욱 단단하게 느껴지니 말이다.‘외유내강'과 ‘내유외강'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만약 윤도훈도 같은 경지가 된다면 그의 단전은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해질 것이다.이것이야말로 바로 완벽한 초급이 아닌가 싶다.초급 후기의 능력으로 단결 강자인 자기를 억누르는 것을 보고 귀대성은 문뜩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뭐라는 거야! 완벽이고 뭐고 너만 죽이면 그만이야.”그러면서 윤도훈은 또다시 귀대성을 향해 공격을 더해갔다.“네가 날 죽이겠다고?”“꿈 깨!”귀대성은 피가 섞여 있는 침을 ‘퉤’하고 뱉었다.지금 귀대성의 얼굴은 더없이 험악하다.쏴쏴쏴-18개의 귀패가 공중으로 떠올라 귀대성의 머리 위에 맴돌고 있다.그와 더불어 사악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처량한 비명 소리, 고막을 찌르는 듯한 웃음소리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까지 옥상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이에 윤도훈은 바로 얼굴이 어두워졌다.두 눈으로 용의 기운을 돌려보니 무수한 영혼의 그림자가 보였다.귀대성이 떠올린 귀패에서.형체와 크기로 보아서는 어린아이의 악령이 분명했다.즉, 죽은 이들이 아이란 말이다.억울한 죽음을 당하고서 저승에서 편히 쉬지도 못한 채 이용을 당하고 있다.귀패에 갇혀 사람을 헤치는 악령으로.이에 윤도훈은 순간 화가 훨훨 타올랐다.귀대성에 대한 노여움도 극으로 달려가고 있었다.인간이기를 포기한 난폭하고 잔인한 괴물이니 말이다.그와 더불어 이런 사람을 절대 살려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깊어져 갔다.“얘들아, 어서 공격하거라.”“저자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서 나눠 먹거라.”귀대성
펑-모든 원한이 깃들어 있는 주먹이었다.윤도훈은 온몸의 힘을 동원하여 귀대성을 때린 것이다.이 모든 건 귀대성의 자업자득이 아닌가 싶다.만약 악령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조금은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영혼이 반식을 당하면서 귀대성은 순간 저항력을 잃고 말았다.그런 상황에서 윤도훈에게 맞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바짝 마르고 힘없는 몸뚱어리는 그렇게 거꾸로 날아가 버렸다.가슴이 움푹 꺼져들어가면서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그러나 윤도훈은 은은하게 무엇인가 보였다.잔영 한 가닥이 그 늙은 몸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것을.당장 바람을 타고 사라지려는 모습이다.윤도훈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넌 인간으로 살 자격도 귀신으로 살 자격도 없다.”“죽어!”이윽고 윤도훈은 바로 용안관천술 중의 살귀 기술을 사용하여 귀대성의 영혼을 없애버렸다.한편, 빌딩 아래서.사람들은 마침내 조용해진 옥상을 올려다보고 있다.‘끝난 거야?’다들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바로 이때 누군가가 옥상에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펑-바닥으로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냈다.땅은 그대로 푹 꺼져 들어가 버렸다.갑작스럽고 섬뜩한 광경에 다들 심장이 바짝 쪼여 들었다.“하하하. 윤도훈이 죽었나 보네. 시체를 옥상에서 던질 거 보면.”이천강이 크게 웃으며 흥분한 모습을 드러냈다.허시연과 허홍현도 뒤따라 싱글벙글거렸다.“개 같은 자식!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쓰레기처럼 버려지다니. 참 꼴 좋다.”현숙애와 조현인 모자도 떨어진 자가 윤도훈인 줄 알고 있다.그 광경에 심장을 부여잡은 또 다른 이들은 바로 ‘가족들’이다.이천수, 서지현, 이원은 놀라움과 더불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민정군, 하서준 그리고 인광준과 같은 윤도훈과 사이가 좋은 사람들도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무현진은 바로 앞으로 다가가 웅덩이 속에서 시체를 뒤집었다.정체를 확인하자마자 그는 한시름을 놓게 된다.숨을 내쉬고서 그는 귀대성의 시체를
이때 이원도 다가와 이진희와 율이의 상황을 살펴보았다.두 사람이 괜찮은 걸 확인하고 그는 곧바로 윤도훈을 바라보며 흥분해 마지 못했다.물론 윤도훈에 대한 경배까지 드러내면서.“역시 우리 매형!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완벽할 수 있어요? 납치범 실려도 만만치 않아 보이던데 매형이 죽인 거 맞죠? 하하.”그러자 윤도훈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내가 죽였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냥 실수로 떨어진 것뿐이에요.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고요.”이에 이원은 멍하니 이상한 표정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다른 이들도 살짝 어처구니가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저격수도 죽이지 못한 고수가 실수로 떨어져 죽은 거라고요?’다들 속으로 뻔히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그저 히죽히죽 웃으며 윤도훈의 말대로 맞장구를 쳐 주었다.그러던 그때 이찬혁이 한쪽에서 다가오며 미안한 모습을 보였다.“죄송합니다. 제가 사모님과 아가씨를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그러자 윤도훈은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했다.“아닙니다. 이번 일은 찬혁 씨 탓이 아닙니다.”이찬혁은 회복하고 나서 제황원 별장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윤도훈의 지시대로 단약을 팔면서 키울 만한 수하들을 찾으러 나섰었다.이진희와 율이를 보호하라고 그에게 특별히 당부한 적도 없다.왜냐하면 그 날 고향으로 내려갔다가 바로 올라올 줄만 알았으니.물론 귀대성과 같은 단결 고수에 맞서게 되면 이찬혁은 힘을 쓸 수도 없다.전혀 같은 레벨이 아니니 말이다.설령 이진희와 율이의 곁에 있었더라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이다.고씨 가문의 집사도 다가와 윤도훈에게 공수하며 입을 열었다.“윤 선생님, 전 고씨 가문에서 왔습니다. 다들 무사하셔서 참 다행입니다. 저희 가주께서 댁으로 모시고 싶어 하시는 데, 괜찮으시면 제가 모셔도 되겠습니까?”이에 윤도훈은 눈썹을 추켜세웠다.그러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 지난번 댁의 옛 가주께서 저를 구해주셨
허승재는 윤도훈이 실종된 줄 알고 율이를 죽이려고 했다.윤도훈이 없는 틈을 타서.이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용서해서는 안 되는 악랄한 짓이다.“허승재, 내가 널 너무 봐줬지? 죽여야 마땅한 놈이었는데.”“이 모든 건 당신 손자가 자초한 일이니 너무 날 탓하지 말아 주시죠.”윤도훈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전에 진철의 간곡한 부탁으로 윤도훈은 한 번 눈감아줬었다.그때 그는 만약 또다시 허승재를 만나게 된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했었다.하지만 이번에 직접 허승재를 찾아가서 처리할 생각이다.진철이 아무리 부탁해도 허안강이 아무리 고개를 조아려도 ‘선물’을 쏟아부어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윤도훈을 막으려는 자는 그의 손에 죽게 될지도 모른다.허승재뿐만 아니라 현숙애와 조현인 역시 처리해야 한다.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간쓰레기를 더 이상 남겨둘 이유도 없다.만약 그들이 아니었다면 윤도훈은 귀패문과 엮기게 되지 않았을 것이고 목숨까지 위협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심지어 이진희와 율이까지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 말이다.지금의 윤도훈은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이진희와 율이를 마주할 때 그는 더없이 부드럽고 적을 마주할 때 그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차갑다.주선미, 허승재, 현숙애 그리고 조현인.하나씩 깨끗하게 처리해 버리고 말 것이다....제황원으로 돌아온 윤도훈은 일단 유이연부터 살려내고 상처까지 치료해 주었다.좀 지나자 유이연이 깨어나기 시작했다.놀라움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과 더불어 살짝 난처해하는 얼굴로 윤도훈에게 사직서를 냈다.지난번 초인명과 초인웅이 제황원으로 쳐들어왔을 때도, 귀대성이 윤도훈을 찾아왔을 때도 유이연은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사직하겠다는 유이연의 말에 윤도훈은 이해한다며 승낙해 주었다.그리고 보상금으로 유이연에게 2000만원도 주었다.이윽고 그는 이진희이 지낼 수 있게끔 다른 객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와보니 이진희와 율이가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율이는 껌딱
날카로운 이진희의 눈빛에는 기대와 복잡한 감성도 서려 있다.답이라도 기다리고 있는 듯 윤도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윤도훈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멍하기만 했다.“뭐?”그러자 이진희는 조롱하며 웃었다.“그동안 뭐 하고 다녔는지 몰라요? 나한테 해명하고 싶은 것 없어요?”결혼식 아침 이진희는 그 사진들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었다.윤도훈에 대한 실망도 분노도 극을 향해 달려가고 말이다.그동안 나쁜 놈한테 놀아난 느낌이 들어 슬프고 분했다.바람둥이 같은 놈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과 사이가 깊어 보이니 말이다.그러나 오늘 밤에 있었던 일로 주선미가 엉겹결의 했던 말에 이진희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그때 이상한 낌새를 느낀 주선미는 말을 하다 말았는데, 눈치가 빠르고 총명한 이진희는 이미 그 사소한 이상함을 캐치하고 있었다.자기가 그 사진을 봤다는 것에 대해 주선미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사진들은 결코 그렇게 단순한 일만은 아닌 것 같았다.의심이 피어오르면서 마음이 흔들리고 심지어 일말의 희망과 기대까지 품게 되었다.두 눈으로 본 것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윤도훈이 마땅한 해명을 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그때 전우헌이 자기를 배신 했을 때도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았었다.사실을 알고 난 뒤 이진희는 그저 역겹고 짜증이 나기만 했었다.하지만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윤도훈에 대해서는 기대를 품고 있다.이진희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마주하며 윤도훈은 가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머뭇거리다가 결국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뭘 해명하라고 하는 건지.”“그래요? 그럼, 됐어요.”마지막으로 남은 희망마저 꺼지는 순간이었다.이진희는 비아냥거리며 말하고서 시선을 옮겼다.이진희도 더 이상 윤도훈을 붙잡고 꼬치꼬치 캐묻고 싶지 않았다.할 말이 없다는 사람을 붙잡고 뭐라도 알아내려고 달라붙는 그 모습은 너무 비굴해 보인다.마음이 복잡한 윤도훈은 이진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이제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