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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귀대성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자 방송국 직원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빌려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모든 이들이 도망칠 때까지 귀대성은 한사코 윤도훈만 노려보았다.

희롱하는 듯한 웃음과 더불어 여유로운 모습으로.

귀대성의 목적은 단 하나다. 윤도훈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끔 만드는 것.

이진희와 율이를 납치한 것도 그러했고 강제로 생방송을 진행한 것도 그러했다.

윤도훈 외에 다른 사람이 죽든말든 전혀 개의치 않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이진희도 율이도 죽어야만 한다.

윤도훈을 죽일 때 그의 처자식도 함께 죽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제자인 귀익혼이 저승에서 외롭지 않게 말이다.

도운시 전체에 널려 있는 스크린은 모두 꺼져 버렸다.

윤도훈이 생방송을 끊었고 방송국 위를 맴돌던 헬기까지 철수한 상황이라 그 누구도 옥상의 상황을 모른다.

다들 영문도 모른 채 멍하니 서 있지만, 하나만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귀대성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

“너무 처참하게 죽을까 봐 다 꺼버린 거 아니야? 우리 못 보게.”

방송국 아래서 이은정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두 눈으로 직접 죽는 꼴 보고 싶었는데, 참 아쉽구나.”

허시연 역시 아쉬워하며 달갑지 않아 했다.

“어이고 이놈아! 내가 진작에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감히 우리 집안을 상대로 사기를 쳐!”

차갑게 웃으며 조현인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미친놈! 넌 열 번 죽어도 열 번 다 쌤통이야!”

현숙애는 속이 시원해지는 것만 같았다.

옥상에서 이진희와 율이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윤도훈을 바라보며 기뻐해 마지 못했다.

물론 이진희는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내 나타나지 않고 있던 윤도훈에게 실망을 했었으나 지금은 그 감정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오로지 감동과 흐뭇한 감정만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래. 올 줄 알았어.’

윤도훈을 바라보며 이진희는 속으로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

불안해하던 율이도 순간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가 단번에 윤도훈의 허벅지를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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