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의논할 때 안호철은 손가락으로 거센 폭풍처럼 밀려오는 하얀 검의 기운을 가리켰다.다음 순간, 하얀 검의 기운은 얼어붙은 것처럼 허공에 굳어버렸고 이내 유리 조각이 부서지듯 하얀빛을 발하며 공중에서 흩어져 버렸다. 손가락 하나로 첫 번째 검 개천을 무너뜨렸다. 현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대나무 숲에는 바스락거리는 대나무 소리만 들려왔다.봉준호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고개를 들어 눈처럼 내리는 검의 기운을 쳐다보며 한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순간, 안호철은 손을 거두고 뒷짐을 진 채 담담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봉준호, 당신이 졌어.”그제야 정신이 든 봉준호는 안호철을 쳐다보았고 몸에서 뿜어나온 검의 기세가 이미 사라진 상태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졌다고? 졌어...’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졌다는 걸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손짓 하나만으로도 봉준호는 더 이상 대결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이게 오너의 실력이란 말인가?”봉준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순식간에 늙어 보였고 손에 든 검도 빛을 잃어버렸다. “이 봉준호가 강운시에서 20년 동안 대가의 지위에 있으며 결국은 이 단계를 넘어서지는 못하는군...”“안호철, 오너의 경지는 도대체 어떤 것인지 말해줄 수 있나?”안호철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손을 살짝 흔들자 대나무 숲의 대나뭇잎이 모두 공중에 떴고 이내 작은 검처럼 변해 한곳에 모여 천천히 긴 검으로 변하였다.“대가는 하나의 대나뭇잎이지만, 오너는 이 수천만의 대나뭇잎으로 이루어진 긴 검일세.”말을 마친 안호철은 다시 한번 손을 흔들었고 대나뭇잎의 긴 검은 흩으러 지면서 나뭇잎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봉준호는 공중에서 휘날리는 푸른 대나뭇잎을 쳐다보고는 손을 뻗어 눈앞의 대나뭇잎을 집어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대나뭇잎의 맥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 순간, 봉준호는 뭔가 깨달은 듯 눈빛을 반짝이고는 눈썹을 치켜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바닥에 있던 다섯 개의 대나뭇잎이 순식간에 다섯 개의 푸른 검의 기운으로 변하였고 파도를 일으키며 눈 깜빡할 새에 네 사람의 가슴을 관통했다.순식간에 시체 네 구가 피바다에 쓰러졌다.마지막 푸른 검의 기운은 사람들 속에 있던 선우환의 눈앞에 다가가 멈춰 섰고 깜짝 선우환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눈알을 굴리자 네 구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네 명의 형제가 참살되었다. 선우환은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대가 앞에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직 용서를 비는 것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일이다. “선배님. 저...”선우환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그러나 그의 미간 사이에 멈춰있던 푸른 검의 기운이 바로 그의 머리를 꿰뚫고 밝은 빛을 발하였다. 선우환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피바다에 쓰러지고 말았다.대나무 숲 안에서 또다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무릎을 꿇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그 순간, 깜짝 놀란 사람들은 사방으로 도망쳤다.서준영은 눈앞에 쓰러져 있는 시체를 보고는 대나무숲을 바라보며 이내 허리를 숙였다.“선배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젊은이. 내가 손을 쓴 건 자네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난 단지 이런 더러운 짓거리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것일세. 그리고 자네한테 충고 한마디만 하지. 제왕의 경지에 오른 자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을 갖고 있는 건, 자네같은 실력자한테는 좋은 일이 아닐세.”그가 말을 마치자 대나무 숲은 또다시 고요해졌다.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칠보탑에서 자신이 기린 걸음을 사용한 걸 봉준호가 진작 알아봤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그래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께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대나무 숲에서 봉준호가 뒷짐을 진 채 뚜벅뚜벅 걸어 나왔고 그 옆에
떠나가는 봉준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안호철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준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서 선생이 검도에 대해 이리 깊은 견해가 있는 줄은 몰랐네. 나보다 터득한 것이 더 많은 것 같구먼.”서준영은 이내 공손하게 대답했다.“어르신, 과찬이십니다. 전 단지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감명받은 것입니다.”그의 말에 안호철은 그저 웃음만 보일 뿐이었다. 서준영이 자기 말을 듣고 감명받았다는 말을 그가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그러나 서준영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이상 그도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다.“나랑 술 한잔하겠나?”“좋습니다.”서준영은 거절하지 않고 안호철을 따라나섰다. 한편, 물을 사러 갔던 안윤아가 돌아왔다. 그녀는 대결이 다 끝난 것을 보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붉혔다.“준영 씨, 나랑 약속했어. 나한테 의술을 가르쳐 준다고.”“알았어. 꼭 가르쳐 줄게.”서준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세 사람은 밖으로 걸어갔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진강오는 저 멀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다섯 구의 시체를 보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젠장. 서준영, 내가 당신 꼭 죽이고 말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대나무 숲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씨 가문이 젊은이. 여기 강운시에 봉준호가 있는 이상 저자를 털끝 하나 건드릴 생각 하지 말거라. 안 그러면 자네가 진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하더라도 난 자네를 베어버릴 것이야.”슉. 대나뭇잎 하나가 검의 기운으로 변하여 진강오의 귀 옆으로 스쳐 지나가면서 그의 뺨에 핏자국을 남겼다.진강오는 흠칫 놀라며 헐레벌떡 자리를 떴다. ...잠시 후, 안씨 가문으로 온 서준영은 안호철과 바둑을 두고 술을 마시며 무도와 수행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어르신, 강운시에 오너의 실력을 갖춘 분은 정말 어르신 한 분입니까?”안호철은 술 한 모금을 마시고 웃었다.“아직은 나 하나야. 그러나 봉준호가 자네의 말을 들었으니 난 석 달이 되지 않아 그도 오너의
마침 전석민이 전화를 해왔고 공손하게 물었다.“준영 씨, 들어가셨나요? 사람 시켜서 하수오를 댁으로 보내 드릴까요?”“네. 전 사장님, 감사합니다.”서준영이 웃으며 말했다.약 10분 뒤, 전석민이 보낸 하수오가 도착했다.50년 된 하수오를 손에 든 서준영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이 하수오를 잘만 제련하면 서준영은 무조건 6단계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완벽한 내공 대성이다.서준영은 바로 제련에 들어갔다. 그는 바로 자리에 앉아 영력을 움직여 앞에 놓인 하수오를 제련하기 시작했다.이번에 하수오를 제련하는 것과 저번에 영석을 제련하는 건 결은 달라도 효과는 같았다.서준영은 영력을 계속 움직여 눈앞의 하수오를 제련했다. 그 순간 차고 넘치는 영력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영력이 오장육부로 향하더니 경맥을 따라 단전에 모였다.순간 저번에 별장에서 서준영을 역포욕 해줌으로써 시들어진 단전 내의 작은 황금빛 용이 갑자기 활개 치며 무궁무진하게 솟구쳐 올라오는 영력을 만끽하며 샤워하듯 헤엄쳤다.그와 동시에 서준영의 체내에서 계속 탕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골격과 살점을 포함한 경맥과 오장육부가 강도 높은 수련을 경험하고 있었다.이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 바람에 서준영은 땀을 뻘뻘 흘렸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갰고 온몸의 핏줄이 전부 튀어나왔다.경지를 돌파하고 있다는 징조였다.수련은 계속되었고 서준영은 이 수련을 버텨냈다. 숨결도 점점 골라졌다.연속 두 시간을 쏟아부어서야 하수오의 제련이 끝났다.서준영의 피부는 연한 금빛이 감돌았다.탈칵 작게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서준영은 눈을 번쩍 떴다. 눈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주변의 영력이 끊임없이 서준영의 몸을 파고 들어가 단전에 모였다.꼬박 10분이 지나서야 서준영은 주변의 영력을 흡수하는 걸 멈췄다.그러더니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펀치를 날렸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몇 미터 떨어진 방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동시에 서준영은 자신의 근육과 뼈, 그
하지만 순간 주란화는 다시 기 센 여자로 돌아가 익숙하다는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오오~ 동생 몸 좋은데? 누님이 오는 줄 알고 일부러 벗고 있었어?”“자자, 이리 와봐. 이 누님이 복근 좀 만져보게. 단단한지 확인 좀 해보자.”이 말을 뒤로 주란화는 활짝 웃으며 서준영 쪽으로 걸어갔다. 매우 흥미로워하는 눈빛이었다.서준영도 잠깐 넋을 잃었다. 주란화가 안쪽으로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는 얼굴을 붉히며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티를 주워 입었고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누님, 여긴 어쩐 일로 왔어요?”걸어오던 주란화는 서준영이 옷을 입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동생, 뭘 그렇게 급하게 입느라 그래? 누나한테 잡아먹힐까 두려워?”서준영이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했다.“그게 아니라, 누님...”주란화는 서준영의 볼을 꼬집으며 웃었다.“누님은 네가 이렇게 수줍어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좋아.”서준영이 얼른 주란화의 손을 밀쳐내며 중얼거렸다.“누님, 남녀가 유별한데 이러지 마요. 자꾸 그러면 사람 부를 거예요.”“사람? 불러.”주란화는 구미가 당겼는지 앞으로 한발 다가서며 봉긋한 가슴으로 서준영을 미는 바람에 서준영은 하는 수 없이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서준영이 물러설수록 주란화는 앞으로 다가갔다.그러다 서준영은 소파까지 밀려났고 풍덩 소파에 주저앉았다.주란화가 한 손으로 소파 등받이를 짚고 다른 손으로 가슴 앞에 헝클어진 머리를 들어 올리자 매력적인 몸매와 뽀얀 가슴골이 드러났다. 주란화는 이내 하얀 손가락을 내밀어 서준영의 턱을 들어 올리더니 매혹적인 빨간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동생, 사람 부른다면서, 불러 봐. 누가 감히 들어오는지 보게.”“나 주란화가 찜한 남자는 안 넘어온 적이 없어.”주란화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 키스하려고 했다.서준영은 황급히 주란화의 팔 아래로 빠져나가며 말했다.“누님, 우리 다른 얘기 할까요?”주란화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스치더니 애써 웃으며 대범하게 소파에
더키 몰로 오는 길 내내 서준영은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주차를 마친 주란화가 수상함을 느끼고 물었다.“동생,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긴장해? 땀도 엄청 많이 흘렸는데?”주란화는 이렇게 말하며 티슈를 뽑아 서준영 쪽으로 몸을 돌려 땀을 닦아주었다.그러자 서준영의 눈앞에 뽀얗고 탐스러운 무언가가 보였다.‘진짜 크다...’서준영은 얼른 주란화의 손에서 티슈를 받고는 얼굴이 빨개서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누님, 제가 할게요.”주란화가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수줍어하는 모습 진짜 너무 매력적이야. 진짜 내 남자가 되는 거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을래?”“내 남자만 되면 강운시에서 뭘 하든 간에 그 누구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이 말을 들은 서준영은 뭐라고 할지 몰라 기침을 막 해댔다.“그게... 누님, 도착했어요? 그럼 내려요.”서준영은 이렇게 말하며 황급히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갔다.차 안이 너무 후끈했다.주란화도 따라서 내렸고 길옆에 서서 자기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서준영을 보며 웃었다. 그러고는 대범하게 걸어가 서준영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가자, 누님이랑 쇼핑하러.”서준영은 깜짝 놀랐지만 주란화의 팔을 바로 뿌리칠 수는 없어 눈 딱 감고 쇼핑몰로 들어갔다.쇼핑하는 내내 서준영은 똥줄이 탔고 시계만 계속 확인했다. 하연우와 약속한 시각이 몇분 남지 않았다.그는 얼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그러다 고급 남성 시계를 구경하는 주란화에게 말했다.“누님,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응.”주란화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매장 직원에게 말했다.“이 시계 좀 보여주세요.”서준영은 얼른 바세론 콘스탄틴 매점에서 나와 하연우와 약속한 장소로 뛰어갔다.2분 남짓한 거리를 서준영은 다 몇십 초 만에 뛰어갔다.핑크색 미니스커트에 하얀 양말을 신은 하연우가 입구에 서 있었다. 그녀를 본 서준영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하연우 씨.”서준영이 활짝 웃으며 하연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인파 속에서 빼어난
서준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한참을 버벅거렸다.하연우는 주란화를 경계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입을 쭉 내밀고 있었다.주란화도 마찬가지로 하연우를 훑어보았고 하연우의 아우라와 젊음, 그리고 미모에 놀랐다.‘동생은 이런 여자를 좋아하는 건가? 역시 남다르네. 내가 젊었을 때보다 더 예뻐.’주란화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서준영이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란화가 대범하게 먼저 손을 내밀며 하연우에게 말했다.“준영이 여자 친구인가 보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준영이 누나예요.”“누나?”하연우가 멈칫하더니 주란화와 가볍게 악수하고는 의심스럽게 서준영을 쳐다보며 물었다.“내 기억으로는 친척이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그게...”서준영은 난처함에 모든 리액션이 고장 나 버렸다.주란화가 말을 이었다.“오해했어요. 혈연관계는 아니고 그냥 누나. 주란화라고 해요. 전에 나 진료 봐준 적 있는데 너무 괜찮은 사람이라 누나 동생 하기로 했어요.”주란화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서준영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주란화를 쳐다봤다. 주란화가 지금 이 순간 자기를 도와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하연우가 이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안녕하세요. 란화 언니, 저는 하연우에요.”“하연우?”주란화가 멈칫하더니 바로 하연우의 신분을 알아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용진 하씨 가문 아가씨인가?”“란화 언니 저 아세요?”하연우가 의심스레 물었다.서준영이 얼른 앞으로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연우 씨, 저 사람 오빠 되는 분이 주병곤이야. 누님은 강운시의 어둠을 지배하는 여두목 봉문의 수장이고.”하연우는 이를 듣더니 바로 눈앞에 보이는 여자의 신분과 지위를 눈치채고는 웃으며 말했다.“왠지 귀에 익다 했더니 란화 언니가 주 사장님 동생이었군요.”하연우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용진 하씨 가문 아가씨라 큰 인물을 많이 보고 지냈기에 이렇게 차분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특히는 아우라가 전혀 주란화보다 뒤처지지 않았다.분위기가 갑자기
“흥!”세 여자 다 콧방귀를 끼고는 남성복 매장에서 나갔다.서준영이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때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아이고, 이거 서준영 아니야. 우연도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여기서 너 같은 찌질이를 만나고.”서준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곱상하게 생긴 남자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화려하게 꾸민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유연석?”서준영이 미간을 찌푸렸다.유연석은 서준영의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였다. 반에서 제일 활발한 아이였다.집안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데 돈을 조금 번다고 들었다.학창 시절부터 겉멋이 잔뜩 들어서는 돈을 주고 사람을 자주 부려 먹었다. 서준영도 괴롭힘을 많이 받았었다.그때의 서준영은 고아였기에 복지원 덕분에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무슨 일인데?”서준영이 차갑게 물었다.유연석이 옆에 선 여자의 허리를 감싸며 조롱했다.“용건 없으면 너 부르면 안 되는 거야? 우리 동창이잖아. 왜 인상을 쓰고 그래? 학교 다닐 때는 안 그랬잖아.”유연석은 이렇게 말하며 서준영의 얼굴을 치려고 했다.“그때 넌 이 형님한테 맨날 헤헤 웃어줬는데. 자, 웃어봐.”찰싹!서준영이 유연석의 손을 쳐내며 차갑게 말했다.“돌았네.”이 말을 뒤로 서준영은 몸을 돌렸다.이런 행동은 유연석의 심기를 건드렸다.유연석은 서준영을 길가에 싸지른 개똥과도 같다고 생각했는데 감히 성질을 내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젠장, 거기 서.”유연석이 서준영을 불러세우고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서준영, 몇 년 사이에 성깔만 늘었네? 그러다 사람 불러서 병신 만들어버릴 수가 있다.”서준영이 미간을 찌푸렸다.유연석은 서준영이 겁먹은 줄 알고 비웃으며 옆에 선 여자에게 자랑했다.“봐봐. 내가 무릎 꿇고 빌라고 하면 바로 무릎 꿇을 거야. 오빠 믿지?”“네, 연석 오빠가 뭐라 하면 뭐지, 당연히 믿죠.”그 여자가 교태를 부리며 유연석의 가슴에 자기의 가슴을 비비적거렸다.유연석이 웃더니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