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신의 신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민정아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히며 어쩔 바를 몰라 했다. 그는 그녀의 턱을 치켜들었다.남자는 상처 입은 팔로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날 봐요!”민정아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남자는 그녀를 놀렸다. “인정하지 않으면 안 돼요, 정아 씨 목숨을 구해줬으니 몸으로 갚아야 해요, 거절할 권리가 없어요, 무조건 저하고 결혼해야 돼요!”“......” 민정아는 아무 말도 못 했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자기의 품속으로 끌어안았다.“아......구 대표님,......”민정아는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다음에 발생한 일은 그녀는 모른다.그녀는 어떻게 구서준에 의해 옷이 벗겨졌고 어떻게 침대에 옮겨졌는지 생각이 안 났다. 깨여났을 때는 이미 구서준의 품속에 안겨있었다.“구......구 대표님” 민정아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옷을 입어도 되는지 묻고 싶었다.구서준은 그녀의 허리를 꽉 껴안고 자기 몸에 바짝 달라붙게 했다. 코끝을 만지며 말했다. “난 이제 정아 씨 남자예요, 팔의 상처도 정아 씨 때문에 났고요, 이제 저를 차버리면 안 돼요!”“저......저랑 결혼한다면 절대 차버리지 않죠, 결혼하지 않아도 오늘 일은 제가 원해서 한 것이니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근심하지 마세요, 구 대표님”남자는 빨개진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뭐라고요?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인정하기 싫은 거예요?”말을 마치고 그는 바로 실천에 옮겼다.촌스럽고 바보스러운 민정아가 어떻게 훌륭한 구서준 도련님의 상대가 되겠는가! 그녀는 어림도 없었다.좀 움직였더니 구서준의 팔이 지끈 지끈하게 아파났다.남자들은 다 똑같다!흥이 나면 아픔도 잊는다.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제야 뼈에 사무치는 통증을 느꼈다.구서준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민정아는 슬퍼하며 울었다. 그녀는 즉시 침대에서 내려와 약과 붕대로 싸매주었다. 침대 머리
어머니가 아프다는 말에 민정아는 마음이 아팠다. “엄마......어디 아파요?”“너 때문에 화났어!” 아버지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 제가 뭘 잘못했어요? 정연 언니를 도와주지 않은 것 때문에 그러세요? 정연 언니는 어릴 적부터 부모 없이 자라서 엄마, 아빠가 많이 아껴준다는 것을 잘 알아요, 저보다 더 아껴줘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정연 언니는 저한테 황산을 뿌리기까지 했어요, 그래도 저한테 화난다고요?아빠, 저 같은 딸이 싫으시면 말씀하세요, 앞으로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엄마와 아빠의 노후비용은 한 푼도 아낌없이 드릴 거예요”민정아는 처음으로 이렇게 당당했다.정말 슬펐다!민정아의 말에 아버지의 기세는 좀 누그러졌다. “넌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 곁에서 자랐잖아, 부모 없이 자란 애들은 얼마나 불쌍해! 만약 네가 큰아버지, 큰어머니 손에서 자란다고 생각해 봐, 친딸로 키워주길 바라겠지, 심지어 친딸보다 더 아껴줬으면 좋겠지? 정연이는 부모도 없는데 좀 양보해 주면 안 돼?”민정아는 울먹이며 아버지에게 물었다. “내가 뭘 더 양보해야 돼요? 정연 언니는 서 씨 집안에서 남부러울 게 없는 귀족 생활을 했죠, 우리는요? 힘들게 일해서 돈 벌고 하인처럼 정연 언니를 시중들어줬어요, 그것도 모자라 더 어떻게 해줘야 되나요? 사람을 죽이기까지 해야 하나요?제가 정연 언니를 도와 신세희를 죽이지 않아서 저를 미워하는 거예요?”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 워낙 부잣집 아가씨였는데 갑자기 모든 걸 잃었어, 심지어 은행 카드까지 동결됐으니 마음이 얼마나 힘들겠어? 엄마, 아빠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 그래, 비록 최근 들어 너한테 좀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넌 친딸이잖아!정연이 한테는 심하게 대할 수 없잖아!아니면 큰어머니, 큰아버지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정아야, 너도 인젠 어른이 됐고 철도 들었으니 우리 입장을 이해해 줘, 넌 친부모가 있지만 정연이는 아무도 없어
겪어본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것이다.아버지는 바로 물었다. “너! 벌써 그 남자랑 잔 거야?” 민정아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 “아빠......저랑 결혼할 거예요”“......” 아버지의 얼굴에서 독기가 내비쳤다. 민정아가 수줍어하며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민정아는 붉어진 얼굴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빠, 구 대표님한테 전화할게요”“응”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민정아는 구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서준은 막 깨여 나 테이블 위에 놓인 빨간 메모지에 적힌 글을 읽고 있었다. ‘남편, 아침밥 사러 갔다 올게요, 메모를 보고 뭐 먹고 싶은거 있으면 전화 줘요’구서준은 피식 웃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요 녀석, 따뜻한 구석이 있네”이때 전화벨이 울렸다.“여보세요”“서준 씨” 아버지의 앞에서 남편이라고 부르기가 쑥스러웠다.“남편이라고 불러요!” 민정아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서준 씨, 할 얘기가 있어요......”“남편이라고 불러요! 부르지 않으면 돌아와서 혼내줄 거예요!”구서준이 재촉하자 먼정아는 수줍어하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남편......”“그래요, 봐줄게요......” “남편, 할 말이 있어요, 아침밥을 가져다줄 수 없게 됐어요, 엄마가 아프셔서 집에 가봐야 해요”“어!” 구서준은 관심을 보였다. “장모님이 아프시다는데 빨리 가봐야죠, 집에 가면 장모님한테 남자가 생겼다고 말씀드려요, 든든한 사위가 있으니 장인 장모님한테 걱정 말고 민정연 그 여자를 집에서 내쫓으라고 해요, 그곳은 정아 씨 집이잖아요. 앞으로 두 분의 노후는 내가 책임질게요그러니까 정아 씨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말해요!이렇게 훌륭한 남편을 보고도 큰소리칠까요?!”“알았어요, 남편......” 민정아는 기분이 좋았다.민정아는 아버지를 보고 말했다. “아빠, 저 이제 곧 구 대표님하고 결혼할 거예요, 앞으로 잘 호강시켜 드릴게요, 아무리 정연 언니가 좋다 해도 아빠를 모실 사람은 저예요, 정연 언
“뭐 하는 거예요!” 민정아의 어머니는 실내에서 걸어 나오며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 “너 이 년! 양심도 없어! 언니 어깨를 밟고 상류층에 기어올라가? 천한 것! 언니의 인맥을 빼앗아? 이따위로 언니를 대하는 거야? 너 참 비겁하구나! 비겁해!”욕하고 나서 또 발로 험하게 걷어찼다. 민정아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머리는 마대에 씌워져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엄마, 저 먼저 풀어주면 안 돼요? 먼저 풀어주고 나서 욕하든지 때리든지 하세요”“풀어줄 수는 있어!” 이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너의 핸드폰, 돈 가방을 몰수하고 손발을 묶은 후에야 풀어줄 수 있어”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그녀의 핸드폰, 돈 가방, 쇼핑카드를 모조리 뒤집었다. 심지어 가방마저 민정연이 가져갔다. 민정연도 민정아한테 험하게 발길질을 했다. “이렇게 비싼 가방을 들고 다녀? 몇백만 원짜리 가방이 너한테 어울리기나 해? 응? 무슨 브랜드인지는 알아? 브랜드가 뭔지도 모르는 촌스러운 네가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야?”민정아는 또 한 번 아버지 속임수에 넘어가 부모님과 사촌 언니한테 호되게 얻어맞고 물건을 몽땅 빼앗기게 되였다. 마대 속에 갇힌 민정아는 슬프기 그지없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가게에서 비상 핸드폰을 옷 속에 감춰둔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녀는 냉동창고에 들어간 것처럼 마음이 차갑고 아팠다. 자신의 친부모가 맞는지 의심이 갔다. 자신은 주어온 아이이고 민정연이야말로 친딸 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었다. 민정아는 죽고 싶을 정도로 절망스러웠다. 그녀의 부모님은 손발과 머리에 씌운 마대를 풀어주었다. 부모님과 그 사이에 앉아 있는 사촌 언니 민정연이 눈에 띄었다.민정연은 아무 말도 없이 민정아의 뺨을 두 대 후려쳤다. “이 년! 구 도련님하고 잠을 자? 뻔뻔스러운 것! 걸레만도 못한 년! 감히 구 도련님하고 잠을 자?구 도련님이 내 남자인 줄 몰랐어? 나 민정연의 남자라고!할아버지가 정해주신 내
상류층에 끼고 싶어서 미치겠어? 그런데 어떡해, 넌 민 씨 집안사람이잖아!넌 서 씨 집안사람이 아니야!서 씨 집안 어르신께서 너를 봐주니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아? 어리석은 것!내 남편한테 시집오고 싶다고? 내 남편한테 너는 그냥 벌레 같은 존재야! 부잣집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부잣집에 시집가기 위해 자기 사촌 동생까지 죽이려고 했는데 부잣집 며느리가 될 자격이 있기나 해? 넌 불쌍한 벌레일 뿐이야!”민정아의 말이 한 글자도 빠짐없이 귀에 들어왔다. 민정연은 민정아의 머리를 끄집고 독설을 퍼부었다.“너! 죽어!”, “빨리 칼을 가져와요! 저 년의 얼굴을 찢어버릴 거예요, 그래도 구 도련님이 좋아할까나 모르겠네!”얼굴을 찢어버린다고?민정아는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이미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신세희의 처지가 이해가 갔다.반항할 힘이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 구걸도 하지 않았다.절대 용서를 빌지도 않았다.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민정연과 부모님을 바라보는 순간, 민정아는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부모님은 결코 민정연에게 칼을 건네주지 않았다.어머니는 민정연에게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정연아, 얼굴을 찢어버리는 일을 급한 게 아니야, 그 대신 저 년을 돈과 바꾸는 거야, 그 돈으로 잘 꾸며서 구 도련님을 만나!” 어머니의 말에 민정연은 싱글벙글 웃었다. “역시 숙모는 치밀하시네요, 그럼 오늘 바로 돈과 바꿀까요?”“당신……당신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민정아는 등골이 오싹했다.아버지는 냉정하게 웃고는 테이프로 민정아의 입을 막고 다시 마대를 머리에 씌워 큰 캐리어에 담았다. 세 사람은 아래층으로 끌고 내려가 차에 실었다.민정아는 트렁크 안에서 하마터면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다행히 얼마 안 지나 차가 멈춰 섰고 민정아는 트렁크에서 끌어내려졌다. 캐리어 틈새로 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남성에서 자랐던 터라 익숙했다. 여기는 남성에서 제일 더럽고 혼란스러운 곳, 바로 빈민촌이었다. 이곳은 신세희가
“세희 씨, 말해봐......” 민정아는 울어서 눈이 부어올랐다. “저 사람들 진짜 친부모가 맞아? 난 저 사람들을 사랑해, 이번에 월급 나오면 조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드리려고 했어, 내 가족이니까, 그런데......”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민정아는 어떻게 더 미워해야 할까?그녀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신세희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신세희도 민정아의 친부모가 아니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위로한들 설득력이 있을까?자신의 친아버지도 끔찍할 정도로 무정하지 않았던가!신세희는 민정아에게 휴지를 건네며 위로했다. “울지 마, 이렇게 살아남았으니 다 괜찮아질거야, 이젠 어른이 됐으니 아무리 험난해도 끝까지 견지해야지, 앞으로 구 대표님하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나으면 또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거잖아, 아이가 모든 상처를 치유해 줘, 아이에 비하면 다른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야”아이 얘기가 나오자 민정아는 얼굴을 붉혔다. “나......구 대표님의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세희 씨, 난 멍청해서 아이를 낳지 못할 것 같아” 신세희는 웃었다. “바보야! 어느 여자가 아이를 못 낳아! 잘할 수 있어! 아이를 낳으면 넌 슈퍼맘이 될 거야” 민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세희 씨처럼 독립적이고 강한 엄마가 될 거야”잠시 후, 민정아는 또다시 두려움에 떨었다.“무슨 일이야?” 신세희가 물었다.“세희 씨, 나 이렇게 된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절대 말하지 않아, 선희 씨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야, 물론 구 대표님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민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희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정아 씨도 좋은 사람이야, 내가 제일 힘들 때 도와줬잖아, 내 마음속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야” 신세희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이다.신세희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때문에 자신의 친구를 딸처럼 진심으로 대했다.“가자, 옷 사줄게, 새 옷을 입고 구 대표님 만나러 가, 어느 병원이야?”사실 민정연이 뿌린 황산으로 인해
민정아는 내심 서운했다.부모한테 상처받고 모든 희망을 구서준한테 걸었는데 퇴원하면서 그녀한테 알려주지도 않다니? “구서준! 너무 한거 아니야?” 신세희도 화가 났다.민정아는 고개를 저었다. “세희 씨, 구 대표님 탓하지 마, 내가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소리를 듣지 못했어, 아까 확인하니까 여러 번이나 걸려 왔었어, 그다음은......전화가 없었어”“지금 전화해서 상황을 물어볼게” 신세희가 나섰다.“이미 했어, 전화가 꺼져있어” 민정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서글프게 웃었다. “......”신세희는 부소경한테 전화를 걸려고 핸드폰을 꺼냈다. 구경민한테 전화를 걸어 조카의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려는 참이었다. 이때 신세희의 핸드폰이 울렸다.“구서준이야, 받아?” 신세희는 냉소를 지었다. 민정아는 자신이 없었다. “받아, 나랑 같이 있다는 말 꺼내지 마, 만약 구 대표님이 우리 사이에 발생한 일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도 더 이상 기대하지 않을 거야!” 민정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자신의 친부모도 모질게 대하는 판에, 어떻게 다른 남자한테서 진심 어린 사랑을 바라겠는가!민정아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신세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평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세희 씨, 언제 고향에서 돌아왔어요?” 구서준이 먼저 물었다.“돌아온 지 이삼일 됐어요” 신세희가 말했다.“우리 와이프 만난 적 있어요?” 구서준이 물었다.“누구요?” 신세희는 모르는 척 되물었다.“우리 와......정......정아 씨” 구서준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정아가 생각나기나 해요?” 신세희는 뽀로통해 물었다.구서준은 ‘흥’ 하며 말했다. “세희 씨, 정아 씨가 저의 와이프가 되기로 한 지 며칠밖에 안 됐어요, 어떻게 생각 안 나겠어요? 저의 영원한 와이프예요, 정아 씨야말로 장인어른, 장모님 만나러 간다고 해놓고 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 연락이 없어요, 전화도 안 받구요” 신세희는 구서준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에 있어요?
저편에서 구서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때리면 안 돼요”“......”구서준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은근 귀여웠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어떻게 때리겠는가!“빨리 말해봐요”“정아 씨 사촌 언니가 만나자고 해요” 구서준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뭐라고요?” 민정아는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구서준이 말한 급한 일이 이것이었다.민정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되물었다. “그럼 서준 씨 생각은요?” 구서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신세희는 민정아의 손에 든 핸드폰을 낚아채 정색해서 물었다. “구 대표님, 민정연이랑 만날 생각이 있나요?”구서준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정아 씨가 누구를 닮았나 했더니 사촌 언니한테서 전염 받은 거였네요! 일찍부터 그 사촌 언니를 집에서 내쫓으라고 했는데 말이죠!”신세희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부모님들이 도와줘야 될 일이 아닌가요”“무슨 뜻이죠?”신세희는 담담하게 웃었다. “이 얘기는 그만해요, 민정연이랑 만난다면서요? 빨리 가봐요”“......”“......”구서준과 민정아는 아무 말이 없었다.“괜찮아” 신세희는 민정아를 쳐다봤다. “내 말 믿어”민정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만나자고 한 장소가 어딘지 알아요?” 구서준이 말했다.“설마 서 씨 집안은 아니겠죠?” “맞아요”“가면 되잖아요” 신세희가 말했다.“......진심이에요?”“그럼요, 하지만 한 사람을 데리고 가야 해요”구서준은 눈치가 빨랐다. “세희 씨 말대로 할게요”신세희는 민정아를 바라보았다. “정아 씨, 부모님들과의 사이가 이렇게 된 이상, 그 집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앞으로 힘들고 외롭겠지만 스스로 이겨내야 해, 내가 도와주는 건 한계가 있잖아, 그러니까 꼭 강해야 돼, 할 수 있지?”민정아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희 씨, 고마워, 나......”그녀는 울먹거리며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세희 씨는 내 인생의 귀인이야, 세희 씨가 처음 회사에 왔을 때 내가 괴롭혔던 일들은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