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마치 언니가 동생을 귀여워하는 모습 같았다. 민정아는 그게 너무 부러웠다. 그녀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민정연은 그녀를 살살 구슬려 마치 자기가 부잣집 아가씨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건 모두 그녀를 자만에 빠지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민정아는 그저 필요할 때 이용하고 버려버리는 패에 불과했던 것이다.역시나 그녀는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회사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녔다. 거만한 그녀의 태도에 질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기피하고 혐오했다.반면, 엄선희는 착하고 대인관계도 좋았다. 동료들도 그녀를 좋아했고 상사도 그녀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니 서준명이 내미는 기회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았는가? 엄선희도 나중에는 신세희처럼 부잣집 사모님이 될 수 있을 터였다. 민정아의 자존감이 또 한 번 하락하는 순간이었다.제 잘난 멋에 살던 여자가 기가 죽어 몸을 잔뜩 웅크리는 데는 3주라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다행히 민정아는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민정아가 어색해하는 걸 눈치챈 신세희가 말을 걸어왔다.“뭐 어때? 데이트하러 간 사람은 빼고, 우리끼리 구내식당에서 밥이나 먹지 뭐.”민정아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으응, 사... 사모님.”“신세희라고 불러줘.” “응, 세희 씨.”민정아가 웃으며 말했다. 신세희는 민정아도 자기처럼 사랑받으면 한없이 밝아지는 사람이라는 걸 발견했다. 두 사람은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며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진작부터 신세희에게 아부하며 잘 보이려고 애를 썼던 리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바로 그들을 따라갔다.엘리베이터에 오른 리나는 굳이 신세희를 찾아와 커피를 건넸던 계미림을 마주치게 되었다. 잠깐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이내 서로를 못마땅해했다. 그러나 신세희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이었기에 대화는 또 쉽게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사모님이 민정아 씨를 용서하는 걸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우리도 몇 번 아부하고, 눈앞에 자주 나타난다면 성공할
그녀의 행동에 민망해진 두 사람은 어쩔 줄 몰랐다. 조용히 밥을 먹던 동료들이 두 사람에게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왔다. 그러나 당사자인 신세희는 퍽 담담했다.계미림의 향수 냄새가 이렇게 지독했다는 걸 미처 몰랐었다. 코가 민감한 신세희는 자극적인 냄새를 잘 맡지 못했다. “사모님, 저희에게는 반성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계미림이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는 저희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잘못을 뉘우치고 있어요. 제가 커피까지 챙겨서 사모님을 찾아갔었는데,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그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신세희는 더욱 몸을 물렸다. 이에 계미림은 기가 잔뜩 죽었다.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신발 밑창으로 사모님의 뺨을 때리려고 했던 민정아 씨도 용서하고 친하게 지내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왜 저는 안 되는데요? 옛말에 웃는 얼굴에는 침을 뱉지 않는다고...”“잠시 실례할게요.” 신세희가 그녀의 간절한 호소를 싹둑 잘라내며 민정아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제야 지독한 향수 냄새를 맡지 않을 수 있다. 그녀의 행동에 계미림은 눈시울까지 붉혔지만 차마 신세희에게 화를 낼 순 없었다. 그 대단하신 임서아조차도 신세희 앞에선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가. 그러니 계미림도 몸을 한껏 낮추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고도 신세희는 매우 담담했다. “계미림씨, 나한테 이러지 마세요. 민정아 씨는 내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이내 잘못을 깨닫고 내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그것도 내 정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요. 하지만 당신은 다르잖아요. 만약 내가 부소경 씨 아내가 아니라면 당신이 굳이 커피까지 들고 날 찾아와서 내게 잘 보이려고 애썼을까요?” 계미림과 리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신세희가 고요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그 사람 부인이든 아니든, 난 권력을 휘두르며 사람을 괴롭히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난 그저 평범한 디자이너일 뿐이고 조용히 이곳에서 일만 하고 싶어요.
“나도 열심히 일하고, 좋은 사람이 될 거야. 아무에게도 부끄럽지 않도록.”민정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사실 그녀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 특히 민정연에게 모진 소리를 들을 때면 더욱 그러했다. 민정아는 이런 모습을 당당함과 거만함으로 보기 좋게 포장했었다. 그러나 자기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친 그녀에게 남은 건 볼품 없는 열등감뿐이었다. 신세희는 그런 민정아를 위로했다. “괜찮아. 앞으로 다 잘될 거야.”민정아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고마워.”그날 오후부터 한동안 평화로운 회사 생활이 이어졌다. 임서아는 더는 회사로 찾아오지 않았고 그녀도 굳이 임서아의 소식을 알아보지 않았다. 회사에서 개망신을 당한 임서아가 절대 가만히 있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딱히 두렵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대항할 방법은 많고도 많았다. 신세희는 임서아가 굳이 그녀를 찾지 않더라도 절대 임씨 집안을 가만히 놔둘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현재 가장 급한 건 고향에 다녀오는 일이었다. 며칠 사이 대놓고 신세희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었고 리나나 계미림처럼 아부를 하는 사람도 없었으니 회사 분위기는 아주 좋아졌다. 부소경은 일주일 연속 퇴근하는 신세희의 회사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과거 차 안에서 기다렸을 때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놓고 밖에서 기다리니 자연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일찍 퇴근하는 길에, 차에 기댄 채 나른한 분위기를 풍기는 부소경을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다가가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부 대표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사모님을 데리러 오신 건가요?” “대표님...” 하여 신세희의 두 친구는 그녀를 놀려 대기 바빴다. “모범 남편 등장. 저 듬직한 모습 좀 봐, 약속 시간은 아주 칼같이 지키죠?” “남성의 거물, 알고 보니 세상 참한 남편으로 밝혀져... 이러면 남의 집 남편들은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나요?” 두 사람은 퍽 죽이 잘 맞았다. 부소경과 거리가
“무서워?” 부소경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 그걸 말이라고! 날씨처럼 변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겁먹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사람 마음을 녹여버릴 듯이 따뜻했다가도 이내 차갑게 돌아서는 사람이 아니던가.문득 억울해진 그녀가 애써 공포심을 억누르며 부소경에게 도리를 따졌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당신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내가 F그룹 대표의 아내라는 걸 공식 계정에 먼저 밝힌 건 당신이잖아요. 그런데도 난 당신 아내로서 아무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요?” “요 며칠 근무 환경이 좋아지니까 말재주도 늘었군.” 부소경은 신세희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심드렁하게 말했다.“......” 입술을 질끈 깨문 신세희는 다음 말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몰랐다. 차는 여전히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기에 신세희는 조바심이 났다. 그가 자신을 이상한 데로 끌고가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유리는 어찌한단 말인가? 설마 아이의 얼굴도 못 보고 이렇게 끌려가는 건가? 이런 식으로 제멋대로 군다고? 신세희는 부소경의 팔을 잡으며 사정했다.“그럼 마지막으로 유리 얼굴 한 번만 보고 가면 안 돼요?” “......” 그는 여전히 침묵했지만 이마에 핏줄이 선명하게 돋아 있었다. 딱 봐도 분노가 어마어마하게 쌓인 상태였다. 우연히 앞쪽을 바라보던 부소경은 엄선우가 죽을힘을 다해 웃음을 참는 걸 발견했다.“엄선우.” 부소경이 여상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자 엄선우는 그제야 고분고분해졌다. “대표님, 저를 죽이는 건 상관없지만 일단은 두 분을 목적지까지 모셔도 될까요?”“......” 신세희는 자신이 벽에 대고 말하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그렇게 그녀는 목적지를 향하는 내내 평온한 부소경을 마주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못 배워 먹은 사람처럼 부소경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한가득 퍼붓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는 욕이 별로 없었다. 여태까지 누군가에게 심한 욕을 한 적이 없었던 신세희는 이왕
부부의 모습을 지켜보던 직원이 황홀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두 분은 하늘이 점지해 주신 인연이 분명해.”신세희의 얼굴은 금세 사과처럼 붉어졌다.부소경은 그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여전히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은 채 고즈넉한 정원을 지나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간판을 본 신세희는 그제야 이곳이 고급 드레스샵, ‘샤란’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샤란은 남성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명품 드레스샵이었다. 금방 대학에 입학했을 때, 신세희는 여전히 임씨네 집에 얹혀살았더랬다. 그때 그들의 귀한 딸인 임서아의 성인식을 준비하면서 그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우리 딸 성인식에 샤란 드레스를 입혔을 텐데. 우리 집안 자산과 직위로는 어림도 없더라고. 한 벌이라도 그쪽에 제작을 맡길 수 있었더라면 명문가에 시집가는 건 일도 아니었을 거야.”그제야 신세희는 샤란 브랜드를 걸치는 게 남성 귀부인의 상징이라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그의 손을 잡은 채 정원을 지나쳐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하나같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드레스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모든 드레스에는 각자의 스토리가 담겨 있었고, 드레스는 모두 전문 디자이너가 손수 바느질한 것들이었다. 신세희는 그 화려한 모습에 그만 아연해졌다. 부소경이 그녀를 이끌었지만 신세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왜 그래.” 덤덤하게 그녀를 쳐다보는 부소경 앞에서 신세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날 이곳에 데려오려고 유리 유치원에 가지 않은 거였어요?” “그럼, 뭐겠어?”부소경이 퉁명스럽게 받아치자 신세희가 다시 부루퉁하게 중얼거렸다. “아이를 데려올 수도 있었잖아요.”“당신은 성인이니 한 끼를 안 먹는다고 죽진 않겠지만, 유리는 달라. 제때 밥을 먹여야 할 거 아냐.”“......”잠시 뒤 그녀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먼저 밥부터 먹고 오면 되죠.” “그럼 사이즈가 안 맞잖아.”부소경의 말에 신세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샤란은 1센티의 오차도 용납
부소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세희의 피팅을 도왔던 두 디자이너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해명했다.“그게... 대표님, 죄송합니다. 사실은 대표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던 고급 명품 드레스를 보여드렸지만, 사모님은 이 드레스를 더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가게에서 가격대도 낮은 편이고 별다른 장식도 들어가진 않았지만 사모님 안목은 정말 대단하세요. 심플하고 낮은 가격대의 옷을 고르셨는데도 너무 잘 어울리셨거든요.”디자이너는 송구스럽다는 듯이 부소경에게 사과했지만, 신세희를 찬양하는 것 또한 그의 진심이었다. 그녀는 무슨 옷을 걸치든 모두 아름다웠으니까. 그녀를 위해 가장 화려한 디자인의 드레스와 브로치를 준비했건만, 신세희는 그런 사치스러움에 도통 적응할 수 없었다. 심플한 디자인에 익숙한 그녀에게는 지나치게 화려했던 탓이었다. 막 옷을 갈아입기 전, 그녀는 불쑥 문을 열고 보석이나 브로치가 전혀 달리지 않은 가장 심플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손으로 가리켰다.“저걸로 입어 볼게요.”“네?” 디자이너는 말을 잇지 못했다.“어... 입어보면 안 되는 건가 봐요.” 신세희가 말했다. “그... 그럴 리가요!” 디자이너가 얼른 말을 바꿨다. 사모님이 입어 보겠다고 하시는데 말릴 사람이 어디 있다고. 설령 그게 다른 사람이 의뢰한 드레스일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신세희는 가게에서 가장 저렴하고 심플한 드레스를 입고 조심스럽게 부소경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옷차림만으로도 부소경을 황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하늘거리는 연한 남색 계열의 드레스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녀는 몸에 별다른 악세사리를 착용하지 않았음에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보석을 추가하는 건 그런 정갈함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질 정도였다.게다가 전혀 보석에 관심이 없는 그녀로서는 그저 성가신 짐들에 불과했다.“이걸로 합시다.”부소경이 말했다.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디자이너는 그저 입을 떡하니 벌리고만 있었다. 사실 이건 다른 고객이 주문 제작한 드레스였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무서울 땐 얼마나 무서운지 그건 너희들이 몰라서 그런 거야. “감사합니다.” 신세희는 옅게 웃어 보였다. 치마를 입어보자 디자이너는 이 연하늘색 치마에 어울리는 신발을 찾아 주었다. 그러나 이 치마와 어울리는 그 신발도 신세희의 발에 맞지 않았다. 비록 신세희는 마르고 키가 컸어도 발은 굉장히 작았다. 정말로 여리여리했다. 이 치마와 어울리는 신발은 한 사이즈 큰 편이라 헐렁하기까지 했다. 디자이너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사모님, 이 신발과 드레스는 다 맞춰진 것이어서요. 그런데 신발이 사모님 발에 맞지 않으시니. 게다가 이 신발은 일반 매장에서는 고급 신발이지만 저희 쪽에서는 품질이 가장 좋은 신발은 아니거든요. 아이고...... 이젠 어떡하죠?” “다시 제작하세요.” 부소경이 말했다. 신세희는 깜짝 놀랐다. “아니...... 안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그냥 아무 신발이나 하나 사면 되는 거잖아요? 맞다, 이 드레스를 입고 저더러 무슨 연회에 참가하라는 거죠?” 또 연회였다. 연회라는 단어를 꺼내기만 해도 신세희는 트라우마가 생길 것만 같았다. 부소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얼굴로 디자이너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다시 제작하세요.” 디자이너는 조금 난처해 보였다. “부 대표님, 발 모양도 따야 하고 또......” “얼마나 걸리는데요?” 부소경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일곱 날이요.” “나흘.” 부소경은 강경하게 말했다. 디자이너는 침묵했다. “......” 신세희는 “이러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부소경의 팔을 잡아끌었다. 부소경은 신세희를 보지도 않고 디자이너만 바라보았다. 디자이너는 머리를 끄덕였다. “부 대표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 나흘 내로 완성시켜 보겠습니다.” 나흘, 진짜 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소경이 내린 명령을 그 누가 거스를 수 있겠는가? 디자이너는 신세희를 데려가 발 모양을 뜬 후 신세희는
부소경은 물었다. “응?” 엄선우는 또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저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 밖으로 나온 말이었다. 내뱉고 나서야 사모님이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 일은 사모님 앞에서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엄선우가 신세희의 어머니와 임씨 집안의 관계를 알아보고 있던 중, 많은 일들에 대해서는 엄선우도 신세희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잘 몰랐다. “아닙니다, 대표님.” 엄선우는 바로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엄선우는 바로 운전에 몰입했고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부소경도 더는 엄선우와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따져 묻지 않았다. 신세희는 사실 다 보아냈다. 엄선우가 부소경한테 할 말이 있지만 신세희가 있어 말을 못 한 것이라고. 신세희는 다 파악해냈고 더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를 들어 계속하여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가족 연회가 끝나고 본가에 다녀와도 될까요?” 얼마 전에 허락을 했으니 다시 거절하진 않겠지. 부소경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감사합니다.” 신세희는 머리를 조금 수그리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조금은 멋쩍으면서도 제 자신이 너무 웃기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부소경이 자신을 처리해버릴 것이라고 의심할 수가 있지? 그러나 생각을 해보면 자신을 탓할 것은 아니었다! 누가 그더러 수없는 사람을 죽이라고 했는가! “내가 비록 사람은 많이 죽였어도 그 사람들은 다 죽임을 당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야.” 부소경은 갑자기 한마디 했다. “네?” 신세희는 깜짝 놀라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풉......” 앞의 기사는 피식 웃었다. 대표님과 사모님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 한 명.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 두 명. 서로가 모두 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사모님이 비록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하는가를 대표님은 바로 알아맞힐 수 있었다. “집 도착했어.” 부소경은 차갑게 신세희에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