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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부소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세희의 피팅을 도왔던 두 디자이너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해명했다.

“그게... 대표님, 죄송합니다. 사실은 대표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던 고급 명품 드레스를 보여드렸지만, 사모님은 이 드레스를 더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가게에서 가격대도 낮은 편이고 별다른 장식도 들어가진 않았지만 사모님 안목은 정말 대단하세요. 심플하고 낮은 가격대의 옷을 고르셨는데도 너무 잘 어울리셨거든요.”

디자이너는 송구스럽다는 듯이 부소경에게 사과했지만, 신세희를 찬양하는 것 또한 그의 진심이었다. 그녀는 무슨 옷을 걸치든 모두 아름다웠으니까.

그녀를 위해 가장 화려한 디자인의 드레스와 브로치를 준비했건만, 신세희는 그런 사치스러움에 도통 적응할 수 없었다. 심플한 디자인에 익숙한 그녀에게는 지나치게 화려했던 탓이었다.

막 옷을 갈아입기 전, 그녀는 불쑥 문을 열고 보석이나 브로치가 전혀 달리지 않은 가장 심플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걸로 입어 볼게요.”

“네?”

디자이너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 입어보면 안 되는 건가 봐요.”

신세희가 말했다.

“그... 그럴 리가요!”

디자이너가 얼른 말을 바꿨다. 사모님이 입어 보겠다고 하시는데 말릴 사람이 어디 있다고. 설령 그게 다른 사람이 의뢰한 드레스일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신세희는 가게에서 가장 저렴하고 심플한 드레스를 입고 조심스럽게 부소경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옷차림만으로도 부소경을 황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하늘거리는 연한 남색 계열의 드레스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녀는 몸에 별다른 악세사리를 착용하지 않았음에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보석을 추가하는 건 그런 정갈함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전혀 보석에 관심이 없는 그녀로서는 그저 성가신 짐들에 불과했다.

“이걸로 합시다.”

부소경이 말했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디자이너는 그저 입을 떡하니 벌리고만 있었다. 사실 이건 다른 고객이 주문 제작한 드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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