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신세희를 단번에 안아올려 침실로 들어가 직접 그녀를 욕실에 데려갔다. 이 밤에 두 사람이 함께 씻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방면에서 부소경은 언제나 손이 빨랐다. 그녀가 움직이지 않아도 부소경은 본인과 그녀를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신세희는 처음에는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나중엔 그저 자포자기하고 부소경을 따랐다. 몸부림 칠게 뭐 있겠는가? 이미 몇 개월이나 함께 있었는데 더는 무슨 비밀이 있겠는가? 안으로부터 밖으로, 속으로부터 밖으로 다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된 이상 그저 그를 순순히 따르는 게 나았다. 마침 그녀도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고 그렇게 눈을 감고 그가 씻겨주게 내버려 두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잠에 들어버렸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그가 자신을 가차 없이 침범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너무나도 반항하고 싶었다. 아까 야근을 하며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 체력을 낭비한다고 하더니 이건 또 아니라고? 정말 막무가내로군! 그러나 이 방면에서 연약한 여자와 건장한 남자의 차이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녀의 모든 반항은 다 부질없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그녀도 더는 반항하지 않았다. 반항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동적으로 두 손을 그의 목에 둘렀다. 그 후,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 마음속으로 본인을 비웃었다. 신세희는 낙지와도 같이 부소경의 몸에 붙어있었다. 정말 창피해 죽겠어! 차라리 부소경을 등지고 잠에 들었다. 너무나도 힘들었던 탓인지 날이 밝을 때까지 자버렸다. 부소경의 벨소리가 신세희를 잠에서 깨웠다. 부소경은 침대 헤드에 기대어 전화를 받고 있었다. 신세희는 눈을 뜨진 않았지만 부소경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다 듣고 있었다. “네. 무조건 나흘이어야 합니다. 단 하루도 더 걸려선 안 돼요.” 부소경이 말했다. 몇 초 있다가 부소경은 또 말했다. “연회장으로 오는 시간을 늦춰드릴 테니 신발을 연회장으로 가져오도록 해요.” 고작 신발 하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이 차를 신세희 본가로 가져가도록 해. 본가가 작은 도시니까 거긴 넓고 사람도 적어서 좋을 거야. 돌아가서 이 차로 연습할 수 있게 해.” 부소경은 말했다. 엄선우는 좋은 마음에 부소경에게 알려줬다. “...... 대표님, 그 작은 도시도 차는 빌릴 수 있지 말입니다.” “빌린 차가 안전한지 내가 안심하지 못해서 그래!” 엄선우는 침묵했다. “......” 사모님이 15억이나 되는 차를 가지고 그 작은 도시에서 연습이나 한다고? 대표님, 정말이신 건가요? 그리고 정말로 대표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 아무리 작은 도시여도 차가 적지 않다고. 지금 집집마다 다 차는 있거든요, 대표님? 하지만 엄선우는 그저 마음속으로만 말했다. 감히 대표님을 하나하나 반박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운송하도록 하겠습니다.” 엄선우는 공손히 말했다. 신세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당신......” 지금 진심인가요? “왜?” 부소경은 물었다. 신세희는 부소경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머리를 저었다. “아니에요. 본가에 내려가서 시간이 있게 되면 꼭 열심히 운전 연습을 할게요. 열심히. 네.” 더는 말하지 않고 각자 차에 앉았다. 한 시간 뒤, 신세희는 회사에 도착했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회사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엄선희와 민정아를 보게 되었다. “무슨 일 있어? 왜 안 들어가?” 신세희는 물었다. 엄선희와 민정아는 모두 난감하다는 듯이 신세희를 보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신세희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아래위로 살펴보았다. 설마 내 목이나 다른 곳에 흔적이라도 남긴 건 아니겠지? 어젯밤, 부소경의 그 미친 듯한 공격성을 생각하니 신세희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앞으로 목 위의 다른 드러나는 곳에는 꼭 조심해달라고 부소경과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매일 회사에 출
인사 팀에서는 조금은 난감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신세희 씨가 직접 올라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신세희는 바로 대답했다. “그래요.” 그녀는 예감이 들었다. 무조건 누가 시비를 거려고 온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심호흡을 한 뒤,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했다. 뒤에서 몇 명의 동료가 그녀를 불러 댔다. “신세희 씨......” “신세희 씨, 조심해요.” “세희 씨, 같이 가드릴가요? 혹시 누가 감히 세희 씨를 괴롭히고 시비라도 걸면 우리 모든 디자인 팀에서 달려들 거예요!” 일주일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 디자인 팀 직원들은 모두 신세희와 잘 지냈다. 세라의 시비만 없고, 그 몇몇 수다쟁이 들의 쓸데없는 말만 없으면 전체 디자인 팀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은 것을 발견했다. 중요한건 신세희가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었다. 그녀와 친하지 않은 사람은 다 그녀가 차갑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녀는 하나도 차갑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누가 그녀에게 부탁 하나라도 하면 아무 말 없이 모든 일을 도와 하는 성격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기분이 좋은 것을 보기만 해도 자신도 따라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 뒤로 동료들은 그녀와 친해지면서 그녀에게 왜 이렇게 헌신적이냐고 물어보았다. 신세희는 대답했다. “저도 너무 헌신적이지만은 않아요. 지금 누가 헌신적인가요? 전...... 그냥 어릴 때부터 친구를 사귀고 싶었어요. 어릴 적엔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고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전 그저 외로웠어요. 항상 친구를 사귀고 싶었고요. 그러다 대학교 2학년이 되고 나서 잡혀서 감옥에 다녀 왔고요. 그땐 친구는커녕, 룸메이트마저 저와 연락하려 하지 않았어요. 전 정말로 친구가 없었어요. 항상 친구가 생기길 바랐고요. 전 항상 제 곁에 악의를 품지 않고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소중해요. 정말 너무나도 소중해요.” 신세희의 이 말은 너무나도 진심이었고 이 말을 들은 동료들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그들이 전화로 누군가
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누군데요?” 엄선희가 말하려 할 때 VIP 룸에서 늙은 쇳소리가 들려왔다. “신세희가 온 건가? 바로 들여보내!” 신세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의 귀에는 조금 익숙한 목소리였다. 바로 예전에 그녀에게 크나큰 치욕을 가져다준 목소리. “저 사람이 어떻게 왔지?” 신세희는 엄세희와 민정아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는 그 둘에게 물어보려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혼자 한마디 중얼거린 것뿐이었다. 민정아는 걱정되는 말투로 말했다. “사실은 프런트에서 몰래 우리 둘에게 전화를 걸었어. 원래는 우리 둘이 내려가 세희 씨와 방법을 생각해보려 했는데 엘리베이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저 늙다리가 올라 오는 것을 봐버렸지 뭐야.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인사팀 직원이 에스코트하고 있었고. 바로 프런트에서 인사팀이 벌써 세희 씨한테 전화를 걸어서. 우린 그냥 여기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세희 씨, 들어가지 마. 그냥 오늘은 휴가 내고 돌아가.”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신세희에게 당연한 말을 해댔다. “저 할아버지, 무서운 사람이야.” 엄세희도 신세희의 팔을 붙잡았다. 신세희와 민정아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세희 씨. 들어가지 마. 세희 씨가 뭐 저 사람에게 신세 진 것도 없고 그냥 이 회사가 저 사람 손자가 차린 것뿐인데. 그냥 가. 이 늙은이는 그만 신경 쓰고. 저 사람이 뭐라고! 거의 늙어 파묻힐 사람이 왜 아직도 저렇게 제멋대로야! 그러고 무슨 명문 집안 같은 소리를! 퉤!” 신세희는 둘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나 기다려. 만약 내가 저 어르신과 싸우기라도 하면 들어와서 나 도와줘!” “알겠어!” “당연한 소릴!” 신세희는 패기 있는 두 여자아이들의 응원 속에 들어갔다. VIP 룸 안에 어르신은 중간에 앉아있었다. 눈빛에는 오만함이 가득했다. 그 옆에는 인사팀 총괄 임원과 부 대표님이 앉아 있었다. “신세희!” 서 씨 집안 어르신은 크게 고
서 씨 집안 어르신의 말을 들었을 때 신세희는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그래서요?” 그녀는 담담하게 서 씨 집안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오늘 어르신이 오신 이유가 저한테 시위라도 하러 오신 건가요, 아니면 당신의 외손녀를 대신해 복수하러 오신 건가요? 왜냐면 한 주일 전에 당신 외손녀가 이 회사에서 큰 망신을 당했거든요. 이미 쪽팔릴 대로 쪽팔렸을걸요? 만약 얼굴이 두껍고 뻔뻔한 걸로 따지면 저보다 당신 외손녀가 한수 위죠!” 의자에 앉아있던 서 씨 집안 어르신은 화가 단단히 났다. 신세희가 보기에는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어른은 어른인지 한때 군사와 정치를 모두 주름잡는 요원이었던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신세희덕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겉으로는 자신의 화를 억제하느라 노력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6 년 전, 신세희를 몇번 만나봤을 때도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신세희가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세희는 끈질겼다. 굽힐 줄도 몰랐고 침착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어르신은 눈앞의 이 여자아이가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면에서 어르신은 신세희가 자신이 그토록 아꼈던 사촌 손녀 민정연과 현재 보배와도 같은 자신의 친 외손녀 임서아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신세희보다 여렸다. 그러나 신세희와 같은 진중함은 부족했다. 특히 임서아는 더더욱. 그러나 이건 내 친 외손녀인데! 친 외손녀! 임서아가 매번 창피를 당하고 매번마다 화를 참지 못하여 큰 꼴을 당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자신의 친 외손녀를 도우려 했다. 자신의 친 외손녀가 이틀 전에 여기에서 받은 치욕을 생각하니 서 씨 집안 어르신은 갑자기 평온해졌다. “젊은이! 넌 젊어도 너무 젊어. 난 네가 우수한 것을 알고 있어. 서아보다도 훌륭하고 서아보다 눈치도 빨라. 그런데 이걸 생각해 봤니? 그때
쟤는 내 외손녀의 원쑤인데! 신세희는 눈앞의 어르신을 보자 마음속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많은 일들은 신세희가 거의 맞출 수 있었지만 맞추고 싶지 않았다. 만약 모든 것이 그녀가 맞춘 그대로라면 신세희는 너무 절망스러울 것이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어둡고 인간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것만 같았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신유리와 서시언을 제외하고 가족이 없기를 바랐다. 없었다! 신세희는 차갑게 웃었다. “ 어르신, 이렇게 끝내 자신의 친 외손녀를 찾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아쉬운건 친 딸이 없네요? 그러니까 친 외손녀라도 잘 감싸줘야죠. 이렇게 당신이 외손녀를 끔찍이도 아끼는 것을 친딸이 하늘에서 보게 되면 정말 너무 뿌듯하겠죠? 어르신, 실례되지만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렇게 몇 년이나 지났는데 꿈에서 따님을 만나신 적이 있나요? 그럼 당신이 꿈에서 만났을 때 그녀에게 “나 네 딸 잘 보살피고 있지?’라고 물으신 적은요? 따님은 웃고 계셨나요, 아니면 울고 계셨나요?” 신세희의 이 말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그렇게 신통하던 서 씨 집안 어르신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 너 이딴 말은 왜 하는 건데!” 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별 뜻은 없어요. 그저 어르신께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그렇게 부소경 씨한테 요구한 대가가 저와 이혼하는 것이고 그 대신 부소경 씨를 도와 섬을 얻어내는 것이 자신이 있다면 왜 여기까지 와서 저를 협박하는 거죠? 그냥 희망이 없으니까 할 수 없이 저라도 협박하시는 거 아닌가요?”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침묵했다. “......” 그는 무언가를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신세희는 담담하게 어르신과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여긴 제가 일하는 곳이에요. 전 아직 이런 고급스러운 VIP 룸에서 손님을 대접할 자격도 없고요. 전 이만 내려가서 일해야 돼요. 배웅해 드리진 않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신
임서아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흥분한 그녀는 귀를 전화기에 딱 대고 상대방이 말을 반복하길 기다렸다. ‘샤란’의 담당자는 다시 한번 부소경의 그 말 한마디를 반복하여 임서아에게 전했다. 임서아는 너무나도 기뻐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미친 듯이 환호했다. 허영을 본 그녀는 허영에게 뽀뽀를 해대며 말했다. “엄마! 엄마! 좋은 소식, 좋은 소식. 우리가 저번에 ‘샤란’에서 제작한 그 무난한 드레스 안 입어도 돼. 나 원래 그 옷 너무 마음에 안 들었는데 할아버지가 계속 나보고 조신하게 입으라 하셔서 그 옷 고른 건데. 하하하, 이젠 안 입어도 되겠어!” 허영은 임서아를 말렸다. “서아야, 엄마 말 듣고 할아버지 말씀도 들어. 부소경과 결혼하고 부소경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그래도 조신하게 입어. 그래도 내가 잘 알아, 알겠니?” 임서아는 머리를 저었다. “엄마, 엄만 아무것도 몰라! 금방 웨딩숍에서 전화 왔는데 소경 오빠가 나를 위해 고급 큐빅 드레스를 제작해 줬대. 소경 오빠가 직접 저를 위해 선물한 거라고요, 엄마! 엄마, 잘 들어. 숍에서 제일 비싸고 고급스러운 드레스래!” 허영은 멍해졌다. “딸, 너......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엄마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 부소경이 너를 위해 웨딩숍에서 제일 비싸고 고급스럽고 큐빅까지 달린 드레스를 제작해 줬다고? 임서아는 머리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엄마! 그렇다고!” 허영은 말했다. “세상에......” “하하하! 왜인 줄 알아, 엄마? 할아버지가 소경 오빠한테 말했대. 할아버지가 소경 오빠를 도와 동남아 섬을 되찾아 올수 있다고. 그런데 할아버지가 내건 조건이 소경 오빠의 이혼이래. 그럼 이건 알겠다는 뜻이겠지? 오빠가 나와 결혼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에게 이 고급 드레스를 선물하는 거 아닌가, 맞지?’ 임서아는 부소경과 당장이라도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임서아는 부소경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사람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여버
신세희는 임서아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퇴근 시간까지 동료들과 열심히 작업했다.퇴근 후, 엄선희와 민정아가 그녀에게 물었다.“신세희, 서씨 집안 어르신이 두렵지 않아?”신세희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무서울 거 뭐 있어. 오히려 안쓰러운걸.”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세희가 물었다.“이 얘기는 하지 말고 두 사람 얘기해 봐. 정아 씨, 생각해봤어? 부씨 집안 파티 참석할거야?”민정아는 머뭇거렸다.“그게 말이야. 내 형편에 드레스를 맞추기도 그렇고....”민정아는 드레스를 맞출 형편이 되지 않았다.“제가 사 드리죠.”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몸을 돌리니 구서준이 보였다.“구 대표님이요?”민정아는 바로 구서준을 보았다.구서준은 민정아를 향해 윙크를 날리고는 신세희를 보며 말했다.“세희 씨, 아니, 작은어머니. 그날 구경민 삼촌이랑 서울에서 내려오려 했는데요. 구경민 삼촌이랑 부소경 삼촌 엄청 친한 거 아시잖아요. 그런데 하필 용무가 있어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그러네요. 그래서 우리 삼촌이 나한테 무조건 그날 파티 참석하라 했어요. 작은엄마도 아시다시피 나는요, 아무 여자나 만나고 그러지 않아요. 그런데 갑자기 파티에 가려니까 파트너가 없네요. 그래서 민정아 씨한테 부탁했는데 거절당했어요. 작은엄마는 민정아 씨와 친하니까 저 대신 얘기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신세희는 비록 엄선희와 민정아와 사이가 좋지만 워낙에 누군가에게 부탁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신세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정아 씨가 가지 않으려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이 가기에는 사실 적합한 장소가 아니기도 해요.”엄선희도 머리를 끄덕였다.“구 대표님 정아 씨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정아 씨 지금 집에 가기도 힘들단 말이에요. 매일 밥 한 끼 먹는 것도 힘든 사람이 파티에 가고 싶겠어요? 세희 씨가 드레스는 빌려준다 쳐도 정아 씨는 사촌인 민정연이 두려워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