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팀에서는 조금은 난감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신세희 씨가 직접 올라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신세희는 바로 대답했다. “그래요.” 그녀는 예감이 들었다. 무조건 누가 시비를 거려고 온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심호흡을 한 뒤,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했다. 뒤에서 몇 명의 동료가 그녀를 불러 댔다. “신세희 씨......” “신세희 씨, 조심해요.” “세희 씨, 같이 가드릴가요? 혹시 누가 감히 세희 씨를 괴롭히고 시비라도 걸면 우리 모든 디자인 팀에서 달려들 거예요!” 일주일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 디자인 팀 직원들은 모두 신세희와 잘 지냈다. 세라의 시비만 없고, 그 몇몇 수다쟁이 들의 쓸데없는 말만 없으면 전체 디자인 팀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은 것을 발견했다. 중요한건 신세희가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었다. 그녀와 친하지 않은 사람은 다 그녀가 차갑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녀는 하나도 차갑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누가 그녀에게 부탁 하나라도 하면 아무 말 없이 모든 일을 도와 하는 성격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기분이 좋은 것을 보기만 해도 자신도 따라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 뒤로 동료들은 그녀와 친해지면서 그녀에게 왜 이렇게 헌신적이냐고 물어보았다. 신세희는 대답했다. “저도 너무 헌신적이지만은 않아요. 지금 누가 헌신적인가요? 전...... 그냥 어릴 때부터 친구를 사귀고 싶었어요. 어릴 적엔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고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전 그저 외로웠어요. 항상 친구를 사귀고 싶었고요. 그러다 대학교 2학년이 되고 나서 잡혀서 감옥에 다녀 왔고요. 그땐 친구는커녕, 룸메이트마저 저와 연락하려 하지 않았어요. 전 정말로 친구가 없었어요. 항상 친구가 생기길 바랐고요. 전 항상 제 곁에 악의를 품지 않고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소중해요. 정말 너무나도 소중해요.” 신세희의 이 말은 너무나도 진심이었고 이 말을 들은 동료들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그들이 전화로 누군가
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누군데요?” 엄선희가 말하려 할 때 VIP 룸에서 늙은 쇳소리가 들려왔다. “신세희가 온 건가? 바로 들여보내!” 신세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의 귀에는 조금 익숙한 목소리였다. 바로 예전에 그녀에게 크나큰 치욕을 가져다준 목소리. “저 사람이 어떻게 왔지?” 신세희는 엄세희와 민정아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는 그 둘에게 물어보려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혼자 한마디 중얼거린 것뿐이었다. 민정아는 걱정되는 말투로 말했다. “사실은 프런트에서 몰래 우리 둘에게 전화를 걸었어. 원래는 우리 둘이 내려가 세희 씨와 방법을 생각해보려 했는데 엘리베이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저 늙다리가 올라 오는 것을 봐버렸지 뭐야.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인사팀 직원이 에스코트하고 있었고. 바로 프런트에서 인사팀이 벌써 세희 씨한테 전화를 걸어서. 우린 그냥 여기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세희 씨, 들어가지 마. 그냥 오늘은 휴가 내고 돌아가.”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신세희에게 당연한 말을 해댔다. “저 할아버지, 무서운 사람이야.” 엄세희도 신세희의 팔을 붙잡았다. 신세희와 민정아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세희 씨. 들어가지 마. 세희 씨가 뭐 저 사람에게 신세 진 것도 없고 그냥 이 회사가 저 사람 손자가 차린 것뿐인데. 그냥 가. 이 늙은이는 그만 신경 쓰고. 저 사람이 뭐라고! 거의 늙어 파묻힐 사람이 왜 아직도 저렇게 제멋대로야! 그러고 무슨 명문 집안 같은 소리를! 퉤!” 신세희는 둘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나 기다려. 만약 내가 저 어르신과 싸우기라도 하면 들어와서 나 도와줘!” “알겠어!” “당연한 소릴!” 신세희는 패기 있는 두 여자아이들의 응원 속에 들어갔다. VIP 룸 안에 어르신은 중간에 앉아있었다. 눈빛에는 오만함이 가득했다. 그 옆에는 인사팀 총괄 임원과 부 대표님이 앉아 있었다. “신세희!” 서 씨 집안 어르신은 크게 고
서 씨 집안 어르신의 말을 들었을 때 신세희는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그래서요?” 그녀는 담담하게 서 씨 집안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오늘 어르신이 오신 이유가 저한테 시위라도 하러 오신 건가요, 아니면 당신의 외손녀를 대신해 복수하러 오신 건가요? 왜냐면 한 주일 전에 당신 외손녀가 이 회사에서 큰 망신을 당했거든요. 이미 쪽팔릴 대로 쪽팔렸을걸요? 만약 얼굴이 두껍고 뻔뻔한 걸로 따지면 저보다 당신 외손녀가 한수 위죠!” 의자에 앉아있던 서 씨 집안 어르신은 화가 단단히 났다. 신세희가 보기에는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어른은 어른인지 한때 군사와 정치를 모두 주름잡는 요원이었던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신세희덕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겉으로는 자신의 화를 억제하느라 노력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6 년 전, 신세희를 몇번 만나봤을 때도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신세희가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세희는 끈질겼다. 굽힐 줄도 몰랐고 침착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어르신은 눈앞의 이 여자아이가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면에서 어르신은 신세희가 자신이 그토록 아꼈던 사촌 손녀 민정연과 현재 보배와도 같은 자신의 친 외손녀 임서아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신세희보다 여렸다. 그러나 신세희와 같은 진중함은 부족했다. 특히 임서아는 더더욱. 그러나 이건 내 친 외손녀인데! 친 외손녀! 임서아가 매번 창피를 당하고 매번마다 화를 참지 못하여 큰 꼴을 당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자신의 친 외손녀를 도우려 했다. 자신의 친 외손녀가 이틀 전에 여기에서 받은 치욕을 생각하니 서 씨 집안 어르신은 갑자기 평온해졌다. “젊은이! 넌 젊어도 너무 젊어. 난 네가 우수한 것을 알고 있어. 서아보다도 훌륭하고 서아보다 눈치도 빨라. 그런데 이걸 생각해 봤니? 그때
쟤는 내 외손녀의 원쑤인데! 신세희는 눈앞의 어르신을 보자 마음속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많은 일들은 신세희가 거의 맞출 수 있었지만 맞추고 싶지 않았다. 만약 모든 것이 그녀가 맞춘 그대로라면 신세희는 너무 절망스러울 것이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어둡고 인간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것만 같았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신유리와 서시언을 제외하고 가족이 없기를 바랐다. 없었다! 신세희는 차갑게 웃었다. “ 어르신, 이렇게 끝내 자신의 친 외손녀를 찾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아쉬운건 친 딸이 없네요? 그러니까 친 외손녀라도 잘 감싸줘야죠. 이렇게 당신이 외손녀를 끔찍이도 아끼는 것을 친딸이 하늘에서 보게 되면 정말 너무 뿌듯하겠죠? 어르신, 실례되지만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렇게 몇 년이나 지났는데 꿈에서 따님을 만나신 적이 있나요? 그럼 당신이 꿈에서 만났을 때 그녀에게 “나 네 딸 잘 보살피고 있지?’라고 물으신 적은요? 따님은 웃고 계셨나요, 아니면 울고 계셨나요?” 신세희의 이 말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그렇게 신통하던 서 씨 집안 어르신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 너 이딴 말은 왜 하는 건데!” 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별 뜻은 없어요. 그저 어르신께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그렇게 부소경 씨한테 요구한 대가가 저와 이혼하는 것이고 그 대신 부소경 씨를 도와 섬을 얻어내는 것이 자신이 있다면 왜 여기까지 와서 저를 협박하는 거죠? 그냥 희망이 없으니까 할 수 없이 저라도 협박하시는 거 아닌가요?”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침묵했다. “......” 그는 무언가를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신세희는 담담하게 어르신과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여긴 제가 일하는 곳이에요. 전 아직 이런 고급스러운 VIP 룸에서 손님을 대접할 자격도 없고요. 전 이만 내려가서 일해야 돼요. 배웅해 드리진 않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신
임서아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흥분한 그녀는 귀를 전화기에 딱 대고 상대방이 말을 반복하길 기다렸다. ‘샤란’의 담당자는 다시 한번 부소경의 그 말 한마디를 반복하여 임서아에게 전했다. 임서아는 너무나도 기뻐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미친 듯이 환호했다. 허영을 본 그녀는 허영에게 뽀뽀를 해대며 말했다. “엄마! 엄마! 좋은 소식, 좋은 소식. 우리가 저번에 ‘샤란’에서 제작한 그 무난한 드레스 안 입어도 돼. 나 원래 그 옷 너무 마음에 안 들었는데 할아버지가 계속 나보고 조신하게 입으라 하셔서 그 옷 고른 건데. 하하하, 이젠 안 입어도 되겠어!” 허영은 임서아를 말렸다. “서아야, 엄마 말 듣고 할아버지 말씀도 들어. 부소경과 결혼하고 부소경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그래도 조신하게 입어. 그래도 내가 잘 알아, 알겠니?” 임서아는 머리를 저었다. “엄마, 엄만 아무것도 몰라! 금방 웨딩숍에서 전화 왔는데 소경 오빠가 나를 위해 고급 큐빅 드레스를 제작해 줬대. 소경 오빠가 직접 저를 위해 선물한 거라고요, 엄마! 엄마, 잘 들어. 숍에서 제일 비싸고 고급스러운 드레스래!” 허영은 멍해졌다. “딸, 너......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엄마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 부소경이 너를 위해 웨딩숍에서 제일 비싸고 고급스럽고 큐빅까지 달린 드레스를 제작해 줬다고? 임서아는 머리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엄마! 그렇다고!” 허영은 말했다. “세상에......” “하하하! 왜인 줄 알아, 엄마? 할아버지가 소경 오빠한테 말했대. 할아버지가 소경 오빠를 도와 동남아 섬을 되찾아 올수 있다고. 그런데 할아버지가 내건 조건이 소경 오빠의 이혼이래. 그럼 이건 알겠다는 뜻이겠지? 오빠가 나와 결혼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에게 이 고급 드레스를 선물하는 거 아닌가, 맞지?’ 임서아는 부소경과 당장이라도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임서아는 부소경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사람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여버
신세희는 임서아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퇴근 시간까지 동료들과 열심히 작업했다.퇴근 후, 엄선희와 민정아가 그녀에게 물었다.“신세희, 서씨 집안 어르신이 두렵지 않아?”신세희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무서울 거 뭐 있어. 오히려 안쓰러운걸.”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세희가 물었다.“이 얘기는 하지 말고 두 사람 얘기해 봐. 정아 씨, 생각해봤어? 부씨 집안 파티 참석할거야?”민정아는 머뭇거렸다.“그게 말이야. 내 형편에 드레스를 맞추기도 그렇고....”민정아는 드레스를 맞출 형편이 되지 않았다.“제가 사 드리죠.”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몸을 돌리니 구서준이 보였다.“구 대표님이요?”민정아는 바로 구서준을 보았다.구서준은 민정아를 향해 윙크를 날리고는 신세희를 보며 말했다.“세희 씨, 아니, 작은어머니. 그날 구경민 삼촌이랑 서울에서 내려오려 했는데요. 구경민 삼촌이랑 부소경 삼촌 엄청 친한 거 아시잖아요. 그런데 하필 용무가 있어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그러네요. 그래서 우리 삼촌이 나한테 무조건 그날 파티 참석하라 했어요. 작은엄마도 아시다시피 나는요, 아무 여자나 만나고 그러지 않아요. 그런데 갑자기 파티에 가려니까 파트너가 없네요. 그래서 민정아 씨한테 부탁했는데 거절당했어요. 작은엄마는 민정아 씨와 친하니까 저 대신 얘기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신세희는 비록 엄선희와 민정아와 사이가 좋지만 워낙에 누군가에게 부탁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신세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정아 씨가 가지 않으려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이 가기에는 사실 적합한 장소가 아니기도 해요.”엄선희도 머리를 끄덕였다.“구 대표님 정아 씨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정아 씨 지금 집에 가기도 힘들단 말이에요. 매일 밥 한 끼 먹는 것도 힘든 사람이 파티에 가고 싶겠어요? 세희 씨가 드레스는 빌려준다 쳐도 정아 씨는 사촌인 민정연이 두려워
민정아가 상대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 손은 빠른 속도로 민정아의 뺨을 향해 날아왔다.이때 신세희가 빠르게 그 손을 낚아챘다.“민정연! 당신은 정아 씨한테 손댈 자격 없어요!”신세희는 눈을 부릅뜨고 민정연의 손을 내쳤다.그때야 민정아는 상대가 민정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삼 개월을 보지 못했을 뿐인데 민정연은 비쩍 말라 뼈밖에 남지 않았다.하지만 앙상한 몸에 여전히 화려한 옷을 걸치고 비싼 액세서리를 걸었다.비록 카드는 정지 상태이고 더는 서씨 집안의 아가씨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예전에 사두었던 사치품들은 집안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 많았다.그러니 민정연은 아직도 재벌인 양 콧대 높게 행동했다.하지만 그녀의 몰골은 해골처럼 해쓱했다.민정연은 다크서클이 드리운 눈에 독기를 가득 품고 신세희를 보며 말했다.“사모님! 사모님이 지금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겠는데요, 이거 하나만 기억해 두세요! 민정아는 제 동생이고 우리 민씨 집안 사람이에요! 제 동생이 밖에서 못된 것만 배워와서 언니인 제가 혼 좀 내겠다는데 뭔 상관이에요?”민정아는 여전히 입만 살아서 무서운 것 없다는 눈빛으로 신세희를 노려보았다.‘서씨 집안도 나를 내쳤고 조의찬에게도 버림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이 가난한 민씨 집안에서 지내야겠지? 나는 더는 잃을 것도 없고 아마 평생 결혼도 할 수 없을 거야. 설사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사람과 할 게 뻔하니 더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한때는 남성에서 명망이 자자한 재벌 집사람이었건만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런데 신세희 이 이 여자는 재벌들이 두 팔 벌려서 환영하는데 본인이 싫다고 하네?’여기까지 생각한 민정연은 당장이라도 죽고 싶었다.‘내가 이런 굴욕을 겪다니. 죽는 것도 두렵지 않은데 신세희를 두려워할 거 뭐 있겠어? 더군다나 내가 내 동생 혼 좀 낸다는데 나서긴 왜 나서?’민정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세희도 톡 쏘아 말했다.“동생 혼 좀 낼 수도 있죠. 한바탕 때려도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요. 뭐가 잘못되지 않았어요?
“기러기가 까치집을 차지한다고 해요. 그것도 모자라서 회사까지 와서 행패를 부려요? 폭행죄로 감방 가고 싶어요?”“아니요!”폭행죄라는 말에 민정연은 흠칫 놀라며 말했다.“기러기가 까치집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나 원래....”민정연은 말을 꺼내다가 급히 자기의 입을 막고는 뒤 돌아 도망갔다.하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민정아에게 관심이 쏠렸다.신세희는 민정아에게 말했다.“괜찮아, 정아 씨?”민정아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괜찮아. 세희 씨, 고마워.”신세희는 괜히 민정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예전에 그 배짱들은 다 어디 갔어? 나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더니, 그래도 언니라고 못 되게 못 하겠어? 왜 가만히 있어? 정아 씨가 가만히 있으니 내가 나섰잖아.”신세희는 농담을 던졌다.신세희는 민정연에게 호감이 없기에 민정연이 민정아가 아닌 다른 사람을 괴롭힌다 해도 나섰을 것이다.하지만 민정아는 신세희의 말에 머리를 끄덕였다.‘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미워해.’“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사촌이고 엄마 아빠도 언니 많이 이뻐하는데 그냥 나는 다들 나 용서하고 집에 갈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민정아의 표정이 슬펐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엄선희도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세상에 어떤 부모가 이래? 조카 사랑은 그럴 수 있어.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정아 씨 부모님은 대체 왜 그러는 거야?”민정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머쓱하게 웃었다.“그러게. 우리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언니를 더 아꼈어. 언니는 귀족 혈통이라 앞으로 남성에서 제일 잘 나가는 집에 시집 보낼 거라면서 말이야. 항상 나보고 언니한테서 배우라고만 했지. 그런데 지금은 언니 카드도 정지당하고 백수가 되었는데도 부모님은 변하는 거 없고 오히려 날 더 미워해.”“하! 정아 씨, 힘내! 구서준과 결혼해서 사모님 소리 들으며 살라고! 그러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해!”엄선희는 민정아를 힘내라고 별 뜻 없이 말했는데 마침 뒤에서 경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