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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부부의 모습을 지켜보던 직원이 황홀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두 분은 하늘이 점지해 주신 인연이 분명해.”

신세희의 얼굴은 금세 사과처럼 붉어졌다.

부소경은 그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여전히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은 채 고즈넉한 정원을 지나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간판을 본 신세희는 그제야 이곳이 고급 드레스샵, ‘샤란’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샤란은 남성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명품 드레스샵이었다. 금방 대학에 입학했을 때, 신세희는 여전히 임씨네 집에 얹혀살았더랬다. 그때 그들의 귀한 딸인 임서아의 성인식을 준비하면서 그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우리 딸 성인식에 샤란 드레스를 입혔을 텐데. 우리 집안 자산과 직위로는 어림도 없더라고. 한 벌이라도 그쪽에 제작을 맡길 수 있었더라면 명문가에 시집가는 건 일도 아니었을 거야.”

그제야 신세희는 샤란 브랜드를 걸치는 게 남성 귀부인의 상징이라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그의 손을 잡은 채 정원을 지나쳐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하나같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드레스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모든 드레스에는 각자의 스토리가 담겨 있었고, 드레스는 모두 전문 디자이너가 손수 바느질한 것들이었다. 신세희는 그 화려한 모습에 그만 아연해졌다. 부소경이 그녀를 이끌었지만 신세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왜 그래.”

덤덤하게 그녀를 쳐다보는 부소경 앞에서 신세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날 이곳에 데려오려고 유리 유치원에 가지 않은 거였어요?”

“그럼, 뭐겠어?”

부소경이 퉁명스럽게 받아치자 신세희가 다시 부루퉁하게 중얼거렸다.

“아이를 데려올 수도 있었잖아요.”

“당신은 성인이니 한 끼를 안 먹는다고 죽진 않겠지만, 유리는 달라. 제때 밥을 먹여야 할 거 아냐.”

“......”

잠시 뒤 그녀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먼저 밥부터 먹고 오면 되죠.”

“그럼 사이즈가 안 맞잖아.”

부소경의 말에 신세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샤란은 1센티의 오차도 용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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