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아에게도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니면서 잘난 척하는 꼴이 우스우면서도 증오스럽더랬지. 월급으로 연명하는 평범한 회사원들은 감히 그녀에게 대항하지는 못했지만 모두 그녀를 혐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구서준처럼 돈이 많은 부잣집 도련님은 민정아 같은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집안의 메이드보다도 못한 여자였기에 구서준이나 서준명은 그녀를 매우 싫어하고 업신여기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자신을 낮추다 못해 아예 땅을 파고 들어갈 기세였다. 고요하지만 고집스러운 저항을 눈여겨보던 구서준은 문득 모두에게 배척받던 시절의 신세희를 떠올리게 되었다. 신세희는 늘 당당하고 무덤덤했지만 지금의 민정아는 달랐다. 그녀는 마치 놀란 햄스터처럼 불안해했다. ‘이건 너무 괴롭히고 싶잖아?’ 민정아는 구서준의 흥미를 돋게 했다.회사 여직원들과는 얽히고 싶지 않았던 그였지만 불현듯 그녀의 살짝 거친 입술을 맛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서울에서 제 잘난 멋에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미녀들은 수도 없이 봐왔다. 그래서 이렇게 자존감도 낮고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벗어나려고 애를 쓰는 햄스터 같은 모습에 마음이 동한 것이다. 민정아를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사실 그런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건 그저 일시적인 호기심뿐이었다. 그러나 고개를 반대편으로 홱 돌린 민정아는 잔뜩 긴장하며 얼굴을 붉혔다.“안 돼요, 구 대표님. 더 이상 대표님께 그런 마음을 품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 제게 이러지 마세요. 전 지금 부모님께 쫓겨나서 마땅히 머물 곳조차도 없어요. 대표님이 저를 책임지지 않으실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그런데 만약에 제가 덜컥 임신이라도 해버린다면 제 처지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죄송합니다. 저는...” 민정아는 자기가 진정으로 궁금했던 질문을 꾹꾹 눌러 삼켰다.‘만약 그렇다면, 저와 결혼할 생각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저는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하지만 그녀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사
그건 마치 언니가 동생을 귀여워하는 모습 같았다. 민정아는 그게 너무 부러웠다. 그녀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민정연은 그녀를 살살 구슬려 마치 자기가 부잣집 아가씨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건 모두 그녀를 자만에 빠지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민정아는 그저 필요할 때 이용하고 버려버리는 패에 불과했던 것이다.역시나 그녀는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회사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녔다. 거만한 그녀의 태도에 질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기피하고 혐오했다.반면, 엄선희는 착하고 대인관계도 좋았다. 동료들도 그녀를 좋아했고 상사도 그녀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니 서준명이 내미는 기회도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았는가? 엄선희도 나중에는 신세희처럼 부잣집 사모님이 될 수 있을 터였다. 민정아의 자존감이 또 한 번 하락하는 순간이었다.제 잘난 멋에 살던 여자가 기가 죽어 몸을 잔뜩 웅크리는 데는 3주라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다행히 민정아는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민정아가 어색해하는 걸 눈치챈 신세희가 말을 걸어왔다.“뭐 어때? 데이트하러 간 사람은 빼고, 우리끼리 구내식당에서 밥이나 먹지 뭐.”민정아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으응, 사... 사모님.”“신세희라고 불러줘.” “응, 세희 씨.”민정아가 웃으며 말했다. 신세희는 민정아도 자기처럼 사랑받으면 한없이 밝아지는 사람이라는 걸 발견했다. 두 사람은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며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진작부터 신세희에게 아부하며 잘 보이려고 애를 썼던 리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바로 그들을 따라갔다.엘리베이터에 오른 리나는 굳이 신세희를 찾아와 커피를 건넸던 계미림을 마주치게 되었다. 잠깐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이내 서로를 못마땅해했다. 그러나 신세희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이었기에 대화는 또 쉽게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사모님이 민정아 씨를 용서하는 걸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우리도 몇 번 아부하고, 눈앞에 자주 나타난다면 성공할
그녀의 행동에 민망해진 두 사람은 어쩔 줄 몰랐다. 조용히 밥을 먹던 동료들이 두 사람에게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왔다. 그러나 당사자인 신세희는 퍽 담담했다.계미림의 향수 냄새가 이렇게 지독했다는 걸 미처 몰랐었다. 코가 민감한 신세희는 자극적인 냄새를 잘 맡지 못했다. “사모님, 저희에게는 반성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계미림이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는 저희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잘못을 뉘우치고 있어요. 제가 커피까지 챙겨서 사모님을 찾아갔었는데,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그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신세희는 더욱 몸을 물렸다. 이에 계미림은 기가 잔뜩 죽었다.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신발 밑창으로 사모님의 뺨을 때리려고 했던 민정아 씨도 용서하고 친하게 지내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왜 저는 안 되는데요? 옛말에 웃는 얼굴에는 침을 뱉지 않는다고...”“잠시 실례할게요.” 신세희가 그녀의 간절한 호소를 싹둑 잘라내며 민정아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제야 지독한 향수 냄새를 맡지 않을 수 있다. 그녀의 행동에 계미림은 눈시울까지 붉혔지만 차마 신세희에게 화를 낼 순 없었다. 그 대단하신 임서아조차도 신세희 앞에선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던가. 그러니 계미림도 몸을 한껏 낮추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고도 신세희는 매우 담담했다. “계미림씨, 나한테 이러지 마세요. 민정아 씨는 내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이내 잘못을 깨닫고 내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그것도 내 정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요. 하지만 당신은 다르잖아요. 만약 내가 부소경 씨 아내가 아니라면 당신이 굳이 커피까지 들고 날 찾아와서 내게 잘 보이려고 애썼을까요?” 계미림과 리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신세희가 고요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그 사람 부인이든 아니든, 난 권력을 휘두르며 사람을 괴롭히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난 그저 평범한 디자이너일 뿐이고 조용히 이곳에서 일만 하고 싶어요.
“나도 열심히 일하고, 좋은 사람이 될 거야. 아무에게도 부끄럽지 않도록.”민정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사실 그녀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 특히 민정연에게 모진 소리를 들을 때면 더욱 그러했다. 민정아는 이런 모습을 당당함과 거만함으로 보기 좋게 포장했었다. 그러나 자기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친 그녀에게 남은 건 볼품 없는 열등감뿐이었다. 신세희는 그런 민정아를 위로했다. “괜찮아. 앞으로 다 잘될 거야.”민정아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고마워.”그날 오후부터 한동안 평화로운 회사 생활이 이어졌다. 임서아는 더는 회사로 찾아오지 않았고 그녀도 굳이 임서아의 소식을 알아보지 않았다. 회사에서 개망신을 당한 임서아가 절대 가만히 있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딱히 두렵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대항할 방법은 많고도 많았다. 신세희는 임서아가 굳이 그녀를 찾지 않더라도 절대 임씨 집안을 가만히 놔둘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현재 가장 급한 건 고향에 다녀오는 일이었다. 며칠 사이 대놓고 신세희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었고 리나나 계미림처럼 아부를 하는 사람도 없었으니 회사 분위기는 아주 좋아졌다. 부소경은 일주일 연속 퇴근하는 신세희의 회사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과거 차 안에서 기다렸을 때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놓고 밖에서 기다리니 자연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일찍 퇴근하는 길에, 차에 기댄 채 나른한 분위기를 풍기는 부소경을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다가가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부 대표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사모님을 데리러 오신 건가요?” “대표님...” 하여 신세희의 두 친구는 그녀를 놀려 대기 바빴다. “모범 남편 등장. 저 듬직한 모습 좀 봐, 약속 시간은 아주 칼같이 지키죠?” “남성의 거물, 알고 보니 세상 참한 남편으로 밝혀져... 이러면 남의 집 남편들은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나요?” 두 사람은 퍽 죽이 잘 맞았다. 부소경과 거리가
“무서워?” 부소경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 그걸 말이라고! 날씨처럼 변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겁먹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사람 마음을 녹여버릴 듯이 따뜻했다가도 이내 차갑게 돌아서는 사람이 아니던가.문득 억울해진 그녀가 애써 공포심을 억누르며 부소경에게 도리를 따졌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당신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내가 F그룹 대표의 아내라는 걸 공식 계정에 먼저 밝힌 건 당신이잖아요. 그런데도 난 당신 아내로서 아무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요?” “요 며칠 근무 환경이 좋아지니까 말재주도 늘었군.” 부소경은 신세희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심드렁하게 말했다.“......” 입술을 질끈 깨문 신세희는 다음 말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몰랐다. 차는 여전히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기에 신세희는 조바심이 났다. 그가 자신을 이상한 데로 끌고가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유리는 어찌한단 말인가? 설마 아이의 얼굴도 못 보고 이렇게 끌려가는 건가? 이런 식으로 제멋대로 군다고? 신세희는 부소경의 팔을 잡으며 사정했다.“그럼 마지막으로 유리 얼굴 한 번만 보고 가면 안 돼요?” “......” 그는 여전히 침묵했지만 이마에 핏줄이 선명하게 돋아 있었다. 딱 봐도 분노가 어마어마하게 쌓인 상태였다. 우연히 앞쪽을 바라보던 부소경은 엄선우가 죽을힘을 다해 웃음을 참는 걸 발견했다.“엄선우.” 부소경이 여상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자 엄선우는 그제야 고분고분해졌다. “대표님, 저를 죽이는 건 상관없지만 일단은 두 분을 목적지까지 모셔도 될까요?”“......” 신세희는 자신이 벽에 대고 말하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그렇게 그녀는 목적지를 향하는 내내 평온한 부소경을 마주하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못 배워 먹은 사람처럼 부소경에게 상스러운 욕설을 한가득 퍼붓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는 욕이 별로 없었다. 여태까지 누군가에게 심한 욕을 한 적이 없었던 신세희는 이왕
부부의 모습을 지켜보던 직원이 황홀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두 분은 하늘이 점지해 주신 인연이 분명해.”신세희의 얼굴은 금세 사과처럼 붉어졌다.부소경은 그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여전히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은 채 고즈넉한 정원을 지나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간판을 본 신세희는 그제야 이곳이 고급 드레스샵, ‘샤란’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샤란은 남성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명품 드레스샵이었다. 금방 대학에 입학했을 때, 신세희는 여전히 임씨네 집에 얹혀살았더랬다. 그때 그들의 귀한 딸인 임서아의 성인식을 준비하면서 그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우리 딸 성인식에 샤란 드레스를 입혔을 텐데. 우리 집안 자산과 직위로는 어림도 없더라고. 한 벌이라도 그쪽에 제작을 맡길 수 있었더라면 명문가에 시집가는 건 일도 아니었을 거야.”그제야 신세희는 샤란 브랜드를 걸치는 게 남성 귀부인의 상징이라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그의 손을 잡은 채 정원을 지나쳐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하나같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드레스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모든 드레스에는 각자의 스토리가 담겨 있었고, 드레스는 모두 전문 디자이너가 손수 바느질한 것들이었다. 신세희는 그 화려한 모습에 그만 아연해졌다. 부소경이 그녀를 이끌었지만 신세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왜 그래.” 덤덤하게 그녀를 쳐다보는 부소경 앞에서 신세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날 이곳에 데려오려고 유리 유치원에 가지 않은 거였어요?” “그럼, 뭐겠어?”부소경이 퉁명스럽게 받아치자 신세희가 다시 부루퉁하게 중얼거렸다. “아이를 데려올 수도 있었잖아요.”“당신은 성인이니 한 끼를 안 먹는다고 죽진 않겠지만, 유리는 달라. 제때 밥을 먹여야 할 거 아냐.”“......”잠시 뒤 그녀가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먼저 밥부터 먹고 오면 되죠.” “그럼 사이즈가 안 맞잖아.”부소경의 말에 신세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샤란은 1센티의 오차도 용납
부소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세희의 피팅을 도왔던 두 디자이너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해명했다.“그게... 대표님, 죄송합니다. 사실은 대표님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던 고급 명품 드레스를 보여드렸지만, 사모님은 이 드레스를 더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가게에서 가격대도 낮은 편이고 별다른 장식도 들어가진 않았지만 사모님 안목은 정말 대단하세요. 심플하고 낮은 가격대의 옷을 고르셨는데도 너무 잘 어울리셨거든요.”디자이너는 송구스럽다는 듯이 부소경에게 사과했지만, 신세희를 찬양하는 것 또한 그의 진심이었다. 그녀는 무슨 옷을 걸치든 모두 아름다웠으니까. 그녀를 위해 가장 화려한 디자인의 드레스와 브로치를 준비했건만, 신세희는 그런 사치스러움에 도통 적응할 수 없었다. 심플한 디자인에 익숙한 그녀에게는 지나치게 화려했던 탓이었다. 막 옷을 갈아입기 전, 그녀는 불쑥 문을 열고 보석이나 브로치가 전혀 달리지 않은 가장 심플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손으로 가리켰다.“저걸로 입어 볼게요.”“네?” 디자이너는 말을 잇지 못했다.“어... 입어보면 안 되는 건가 봐요.” 신세희가 말했다. “그... 그럴 리가요!” 디자이너가 얼른 말을 바꿨다. 사모님이 입어 보겠다고 하시는데 말릴 사람이 어디 있다고. 설령 그게 다른 사람이 의뢰한 드레스일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신세희는 가게에서 가장 저렴하고 심플한 드레스를 입고 조심스럽게 부소경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옷차림만으로도 부소경을 황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하늘거리는 연한 남색 계열의 드레스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녀는 몸에 별다른 악세사리를 착용하지 않았음에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보석을 추가하는 건 그런 정갈함에 대한 모독으로 느껴질 정도였다.게다가 전혀 보석에 관심이 없는 그녀로서는 그저 성가신 짐들에 불과했다.“이걸로 합시다.”부소경이 말했다.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디자이너는 그저 입을 떡하니 벌리고만 있었다. 사실 이건 다른 고객이 주문 제작한 드레스였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무서울 땐 얼마나 무서운지 그건 너희들이 몰라서 그런 거야. “감사합니다.” 신세희는 옅게 웃어 보였다. 치마를 입어보자 디자이너는 이 연하늘색 치마에 어울리는 신발을 찾아 주었다. 그러나 이 치마와 어울리는 그 신발도 신세희의 발에 맞지 않았다. 비록 신세희는 마르고 키가 컸어도 발은 굉장히 작았다. 정말로 여리여리했다. 이 치마와 어울리는 신발은 한 사이즈 큰 편이라 헐렁하기까지 했다. 디자이너는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사모님, 이 신발과 드레스는 다 맞춰진 것이어서요. 그런데 신발이 사모님 발에 맞지 않으시니. 게다가 이 신발은 일반 매장에서는 고급 신발이지만 저희 쪽에서는 품질이 가장 좋은 신발은 아니거든요. 아이고...... 이젠 어떡하죠?” “다시 제작하세요.” 부소경이 말했다. 신세희는 깜짝 놀랐다. “아니...... 안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그냥 아무 신발이나 하나 사면 되는 거잖아요? 맞다, 이 드레스를 입고 저더러 무슨 연회에 참가하라는 거죠?” 또 연회였다. 연회라는 단어를 꺼내기만 해도 신세희는 트라우마가 생길 것만 같았다. 부소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얼굴로 디자이너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다시 제작하세요.” 디자이너는 조금 난처해 보였다. “부 대표님, 발 모양도 따야 하고 또......” “얼마나 걸리는데요?” 부소경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일곱 날이요.” “나흘.” 부소경은 강경하게 말했다. 디자이너는 침묵했다. “......” 신세희는 “이러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부소경의 팔을 잡아끌었다. 부소경은 신세희를 보지도 않고 디자이너만 바라보았다. 디자이너는 머리를 끄덕였다. “부 대표님, 저희가 최선을 다해 나흘 내로 완성시켜 보겠습니다.” 나흘, 진짜 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소경이 내린 명령을 그 누가 거스를 수 있겠는가? 디자이너는 신세희를 데려가 발 모양을 뜬 후 신세희는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