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언도 신세희에게 감정을 강요하지는 않았다.그들은 늘 남매처럼 지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진짜 남매가 되어버렸다.신세희의 딸은 서시언을 삼촌이라고 불렀다.그리고 그렇게 4년의 세월이 흘렀다.그녀의 생활은 무척이나 평온하고 충실했다. 신세희는 매일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 서시언을 보살폈다. 그녀는 서시언을 집 안으로 데려다준 후, 그의 침대를 정리해 주었다. 이 일들을 다 끝내면 유치원에 유리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 된다.평소에 그녀는 딸을 집으로 데리고 온 후 다시 공사장으로 출근해 6시 반쯤에 퇴근을 했다. 그 사이의 시간은 삼촌이 아이를 맡게 된다.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신세희가 서시언을 집안으로 데려다주자마자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 선생님?”유치원 선생님이 건 전화였다.“신유리 어머님, 빨리 오셔야겠어요. 유리가 또 사람을 때렸어요!” 안 선생님의 말투는 무척이나 나빴다.“네, 네!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후, 신세희는 집을 나섰다. 하지만 서시언이 그런 그녀를 불러세웠다. “세희야…”“오빠?”서시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유리 착한 애야.”신세희는 머리가 아픈지 고민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또 사람을 때렸데. 오빠, 쟤는 누굴 닮았길래 저러는 걸까? 난 어릴 때부터 싸움이란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오빠도 누구랑 싸우는 사람은 아닌데… 대체 왜 저러는 거야…”서시언은 웃으며 대답했다. “세희야, 네가 잠깐 잊었나 본데 유리한테는 잘 싸우고 성격도 모진 아빠가 있어.”“…”그녀는 잊지 않았다.하지만 신세희는 부소경이 영원히 이 아이를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녀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오빠, 나 유치원에 다녀올게.” 신세희가 대답했다.“다녀와. 유리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말고” 서시언은 신세희에게 당부했다.신세희는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그녀는 가
남자는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천박한 년, 사과해! 무조건 무릎 꿇고 사과해!”신세희는 침착하게 물었다. “선생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하! 지금 내 말이 틀렸다는 거야? 당신 싱글맘 아니야? 게다가 미혼모라며! 너 같은 년은 태어날 때부터 천박했어! 천박한 년이 낳은 천박한 애가 감히 우리 아들을 때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남자의 옆에는 사납게 날뛰고 있는 여자가 서 있었다.여자의 몸에는 흑백 무늬의 밍크코트가 걸쳐져 있었고 옷이 무척이나 사치스러워 보였다. 여자의 얼굴에는 파운데이션이 두껍게 올려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소리를 지를 때마다 화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이 부부, 예의가 하나도 없는 게 싸가지없는 졸부임이 분명했다.신세희는 그런 그들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제 딸이 당신네 아들보다 한 살 어린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제 딸이 어떻게 당신 아들을 때리겠어요? 그리고, 아이들끼리 서로 치고받은 걸 수도 있고, 잘못해서 부딪힌 걸 수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신세희는 자신의 딸 유리와 송씨 부부의 아들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기 시작했다.남자아이는 유리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듯했다.남자아이는 사나운 표정으로 유리를 쳐다보고 있었다.하지만 유리도 어디서 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유리는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으며 이따금 남자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유리야!” 신세희가 그런 유리에게 호통을 쳤다.신세희의 호통에 유리는 바로 고분고분해졌다.“뭐가 그렇게 당당해! 출신도 모르는 쌍년! 지금 당장 우리 아들한테 사과하라고 해! 무조건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해! 아니면 내가 오늘 둘 다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신세희의 모습에 여자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화가 난 그녀는 소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성진이 어머님, 화 좀 푸세요. 우리말로 해결해요. 대화로 풀어요. 먼저 화부터 누그러트리세요.” 안 선생님은 긴장된 얼굴로 송성진 엄마를 달래기 시작했다
”성진이 외할아버지가 저희 유치원에 4,000만 원이나 기부해주셨어요. 그래서…”신세희는 조금 화가 난 말투로 안 선생님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저희가 사과를 안 하면 우리 유리가 더 이상 이 유치원을 다니지 못한다는 말인가요?”“아마 그렇게…” 안 선생님이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유리가 더 이상 이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해도 아마… 사과는 해야 할 거예요”“왜요!” 신세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유리 어머님, 유리가 먼저 성진이를 때린 게 맞으니까요.”“전 꼭 CCTV를 확인해야겠어요!” 신세희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곡현에 온 5년 동안, 그녀는 세상과 담을 쌓으며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성실하고 침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건드리면 안 되는 게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딸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절대로!“CCTV 확인하고도 저희 딸 잘못인 게 밝혀지면 그때 사과할게요!” 신세희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확인해! 확인해! 제대로 보여줘!” 송씨도 무척이나 강압적이었다.안 선생님은 CCTV를 확인해주는 수밖에 없었다.역시 아니나 다를까, 송성진이 먼저 아빠 없는 아이라면서 유리를 놀려댔다. 그뿐만 아니라 송성진은 유리네 엄마가 전과 있는 사람이라면서, 남자처럼 공사장에서 잡일이나 한다면서 유리를 놀려댔다. 송성진은 유리한테 이 유치원에 다닐 자격이 없다고 했다.이 유치원은 송성진의 할아버지가 후원하는 곳이었다. 이 유치원은 부자들만 다니는 귀족 유치원이었다.귀족 유치원은 신분이 미천한 사람을 환영하지 않는다.이것이 바로 송성진이 유리한테 한 말이었다.유리는 송성진이 무방비한 상태를 틈타 그의 얼굴을 강타했고, 송성진의 코에서는 코피가 흐르기 시작했다.빠르게 안 선생님은 송성진의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CCTV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몰랐던 사실이 밝혀졌다. 송씨는 자신의 아들이 피까지 흘렀다는 사실을 알자 의자
”거기 안 서? 이 쌍년!” 송씨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꼬리뼈에서 밀려오는 아픔에 그는 바닥에 앉아 욕설을 퍼부을 수밖에 없었다. “너 이 년, 이 유치원에서 한 발짝만 더 나가봐. 내가 너네 모녀 평생 바닥을 기게 해줄 테니까!”그의 말은 무척이나 악독했다. 놀랐는지 유리의 손이 그만 얼어버렸다.신세희는 유리를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유리야, 걱정하지 마. 엄마한테 해결할 방법이 있어.”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악랄한 눈빛으로 송씨 집안 세 식구를 쳐다보면서 평온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 서 있는다고 한들 당신들이 뭘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법치 국가에요. 제 털끝 하나 건드려 보세요. 건드리는 순간 바로 신고해버릴 테니까. 그뿐만 아니라 이 유치원까지 신고해버릴 거예요. 이 유치원 당신 장인어른이 후원하는데 라면서요? 투자인가? 이 유치원의 비리를 터뜨리면 아마 더 이상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겠죠?”“…”신세희는 바로 발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두고 봐! 너 골로 보낼 방법은 많으니까!” 송씨가 뒤에서 급박하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신세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차갑게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어디 한번 해보시든가요!”방법이 없다. 이곳은 후진 동네고, 경제가 무척이나 낙후한 곳이었다. 그런 곳이면서 사람들의 텃세는 또 엄청났다.신세희는 곡현 토박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곡현에 오자마자 아이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하반신이 마비된 오빠까지 데리고 있었다. 누구라도 신세희를 괴롭히고 싶었을 것이다.신세희는 유리를 자전거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공사장 개발사 대표님이 건 전화였다.“안녕하세요, 강대표님. 무슨 일로 연락하셨어요? 오늘 야근이라도 할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딸부터 집에다 데려다주고 바로 회사로 돌아갈게요.” 신세희는 분주하게 말했다.강정운은 신세희가 일하는 공사장의 제일 높은 상사였다. 하
특히 그 3개월.신세희는 운성의 상류층에 휘말려 각종 부잣집 도련님들과 엮이게 되었다. 그녀는 그 사람들의 장난질에 쩔쩔매는 바람에 목숨마저 잃어버릴 뻔했다.그래서 신세희는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더 이상 부잣집 자식들과 엮이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녀는 자신의 딸 유리와 생명의 은인 서시언이랑 평온하게 이 도시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었다.이것 말고는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다.신세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강정운에게 대답했다. “강대표님, 제가 지금 일이 좀 있어서요. 먼저 끊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유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자전거를 울타리 근처에 세우자마자 유리는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삼촌, 삼촌…”서시언은 이미 휠체어를 끌며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유리 공주님이네? 이제 집에 온 거야? 삼촌한테만 말해봐. 오늘은 또 누굴 때린 거야? 눈탱이 밤탱이 만들었어? 우리 유리가 이겼어?”신세희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서시언을 쳐다보았다. “오빠, 자꾸 유리 오냐오냐해주지 마. 유리 여자아이야. 하루가 멀다 하고 남자애들이랑 싸우는데… 어디 숙녀가 남자애도 아니고…”서시언은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난 우리 조카가 남자처럼 강하게 컸으면 좋겠는데? 절대로 엄마처럼 마음씨 여리고 착하게 크면 안 돼. 감정에 너무 열중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괴롭힘당하지도 말고. 우리 유리는 강하고 기세 넘치는 사람이 돼야 해!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너 괴롭히게 하지 마! 알았지?”유리는 삼촌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삼촌, 유리는 절대로 괴롭힘당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유리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을 거야. 삼촌, 걱정하지 마! 유리가 커서 꼭 엄마랑 삼촌 지켜줄게! 다른 사람들이 엄마랑 삼촌을 미혼모, 장애인이라고 놀리지 못하게 할 거야!”유리의 말이 신세희와 서시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두 사람이 넋을 놓고 있던 그때, 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
신세희는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회사 개발사 대표 강정운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방금 자신에게 같이 밥을 먹자며 전화를 하던 사람 말이다.“강대표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신세희는 예의 바르게 그에게 말했다.강정운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준수했다. 그는 곡현에서 잘나가는 재벌이었다. 곡현의 사람들이 얼마나 잘나가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강정운과 인맥을 쌓고 싶어 하는데?만약 지금이 3년 전이었다면 신세희는 강정운의 이런 다정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그녀는 자신의 딸과 오빠를 데리고 평온하게 여생을 살고 싶었다.“밥 한 끼 사고 싶어서 연락했는데, 이미 집에 도착했다고 해서... 그래서 찾아왔어요.” 강정운의 손에는 꽃다발과 과일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이건 당신 딸이랑 오빠를 위해 산 거예요. 이건 당신한테 주는 선물이고요.”“…”“어이, 강씨!” 침대에 누워있던 송씨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신이 신세희 편 들어준다고 내가 뭐 무서워할 줄 알고! 나도 알아, 네가 돈 푼 꽤나 쥐고 있는 거. 곡현에서 제일 잘나가는 부동산 개발사 대표면 뭐? 나 송씨도 호락호락한 사람 아니거든! 난 너 하나도 안 무서워!”강정운은 침대에 누워있는 송씨를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지금 누구한테 죄 뒤집어 씌우러 온 거예요? 사기 칠 생각이면 차라리 법원에서 보죠!”“두고 보자고!” 송씨는 강정운에게 손가락질을 하더니 주위에 서 있던 덩치 있는 남자들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가자! 오늘은 먼저 돌아가자고!”신세희의 집 앞을 막던 사람들이 그렇게 사라졌다. 신세희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강정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감사해요, 강대표님. 대표님이 없었으면 아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을 거예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더라고요. 성진이 아버님이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인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냥 아이들 사이에 잠깐 마찰이 생긴 건데.”강정운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저녁 식사 후 신세희는 설계도와 씨름하고 있었고 서시언은 신유리를 달래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세희는 그런 두 사람을 자주 뒤돌아보았다. 삼촌과 조카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했다.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며 신세희가 서시언에게 말했다.“오늘 유치원에 가서 전학 수속을 밟으려고. 앞으로 절대 송씨 같은 사람과 얽히는 일 없게 유리에게 다른 유치원을 찾아줄 거야. 재력도, 세력도 굉장한 그 양반들을 감히 건드릴 순 없어도 피할 순 있지 않겠어?”서시언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식사를 마치고 막 집을 나서던 신세희는 울타리 밖에서 두 사람이 문을 두드리려 하는 걸 발견했다.그들은 양복 차림에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누구시죠?”신세희가 문을 열며 물었다."신세희 씨 맞으시죠?"한 사람이 그녀에게 물었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세인 로펌에서 나왔습니다. 신세희 씨와 송승용 씨 사이의 폭행 문제에 대해 의논하려 합니다. 송승용 씨의 입원비용, 손해배상 비용, 영양 비용 등 모든 비용을 합쳐 송 선생에게 10억을 배상해야 합니다."신세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라고요?”무표정한 변호사가 재차 강조했다.“10억이요.”“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요!”변호사는 매우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신세희 씨 사정은 저희와는 무관합니다. 만약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신다면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고, 아니라면 송 선생과 직접 만나 상의할 수도 있겠군요.”“알겠어요. 제가 그 사람을 만나 볼게요. 10억이라니, 이건 너무 사기잖아요!”신세희가 분노로 치를 떨었다.변호사들이 떠나자 신세희는 강정운에게 전화를 걸었다:“강, 강 대표님. 정말 죄송한데요…"신세희가 처음 강정운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순간이었다.신세희의 상황을 전해 들은 강정운도 화를 잔뜩 내며 책상을 내려쳤다.“제가 함께 병원으로 가서 송씨와 상의하겠습니다. 10억이라니. 그자는 이곳에서 발붙이고 싶지 않나 봅니다.”전화를 끊은 강정운은 바로 신세희를 데리고
신세희는 스스로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사실은 그저 신음하듯 내뱉은 말일 뿐이었다.눈앞의 남자를 보면서 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바싹 몸을 굳혔다. 6년이나 흘렀다. 그러나 이 남자는 6년 전보다 훨씬 날카로웠고 더 진중했다.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건만 그의 날카로운 기세가 온몸을 찔러왔다.기고만장하던 송씨 부부는 부소경이 들어오자마자 굽실거리며 아첨했다."부... 부 대표님. 이렇게 직접 오시다니요. 사실... 제 허리에는 큰 문제가 없답니다."더듬거리며 말을 늘어놓던 송씨가 웃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송씨의 아내는 그의 기세에 말도 못 하고 바보처럼 고개만 끄덕였다.다만 그들의 아들인 송성진은 부소경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가 반갑게 부소경을 불렀다."부소경 삼촌.""그래."부소경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송성진은 신세희를 보며 거만하게 말했다.“거지야, 봤지? 이분은 우리 아빠가 새로 사귄 친구야. 남성에서 온 엄청 대단한 분이라고. 만약 신유리가 나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면 우리 삼촌이 유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성진이 자기 부모에게 배운 거라곤 오만하고 방자하게 구는 것뿐이었다."당신은..."강정운은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운성의 권력자가 이렇게 눈앞에 있다니. 그는 그렇게나 대단했던 부씨 가문의 사업을 5년 만에 다섯 배 이상 확충시킨 장본인이었다."맞아, 운성의 그 부소경."부소경이 싸늘한 눈빛으로 강정운을 쳐다보았다.강정운은 저도 모르게 기가 죽었다.송씨의 뒷배가 부소경이 맞는다면 신세희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터였다.강정운은 비록 이곳에서는 내로라하는 사업가였지만 부소경 앞에 서면 한낱 미물에 불과했다."부... 부 대표님."강정운은 신세희를 대신해 몇 마디 변명해주려 했으나 부소경이 말을 잘랐다."강 대표. 오늘부로 우리 F그룹에서 당신들의 부동산 회사를 모두 인수할 겁니다.""어떻게 그런...!""이 작은 도시의 별 볼 일 없는 부동산 회사들을 한번 합쳐볼까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