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언도 신세희에게 감정을 강요하지는 않았다.그들은 늘 남매처럼 지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진짜 남매가 되어버렸다.신세희의 딸은 서시언을 삼촌이라고 불렀다.그리고 그렇게 4년의 세월이 흘렀다.그녀의 생활은 무척이나 평온하고 충실했다. 신세희는 매일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 서시언을 보살폈다. 그녀는 서시언을 집 안으로 데려다준 후, 그의 침대를 정리해 주었다. 이 일들을 다 끝내면 유치원에 유리를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 된다.평소에 그녀는 딸을 집으로 데리고 온 후 다시 공사장으로 출근해 6시 반쯤에 퇴근을 했다. 그 사이의 시간은 삼촌이 아이를 맡게 된다.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신세희가 서시언을 집안으로 데려다주자마자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 선생님?”유치원 선생님이 건 전화였다.“신유리 어머님, 빨리 오셔야겠어요. 유리가 또 사람을 때렸어요!” 안 선생님의 말투는 무척이나 나빴다.“네, 네!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후, 신세희는 집을 나섰다. 하지만 서시언이 그런 그녀를 불러세웠다. “세희야…”“오빠?”서시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유리 착한 애야.”신세희는 머리가 아픈지 고민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또 사람을 때렸데. 오빠, 쟤는 누굴 닮았길래 저러는 걸까? 난 어릴 때부터 싸움이란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오빠도 누구랑 싸우는 사람은 아닌데… 대체 왜 저러는 거야…”서시언은 웃으며 대답했다. “세희야, 네가 잠깐 잊었나 본데 유리한테는 잘 싸우고 성격도 모진 아빠가 있어.”“…”그녀는 잊지 않았다.하지만 신세희는 부소경이 영원히 이 아이를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녀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오빠, 나 유치원에 다녀올게.” 신세희가 대답했다.“다녀와. 유리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말고” 서시언은 신세희에게 당부했다.신세희는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그녀는 가
남자는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천박한 년, 사과해! 무조건 무릎 꿇고 사과해!”신세희는 침착하게 물었다. “선생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하! 지금 내 말이 틀렸다는 거야? 당신 싱글맘 아니야? 게다가 미혼모라며! 너 같은 년은 태어날 때부터 천박했어! 천박한 년이 낳은 천박한 애가 감히 우리 아들을 때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남자의 옆에는 사납게 날뛰고 있는 여자가 서 있었다.여자의 몸에는 흑백 무늬의 밍크코트가 걸쳐져 있었고 옷이 무척이나 사치스러워 보였다. 여자의 얼굴에는 파운데이션이 두껍게 올려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소리를 지를 때마다 화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이 부부, 예의가 하나도 없는 게 싸가지없는 졸부임이 분명했다.신세희는 그런 그들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제 딸이 당신네 아들보다 한 살 어린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제 딸이 어떻게 당신 아들을 때리겠어요? 그리고, 아이들끼리 서로 치고받은 걸 수도 있고, 잘못해서 부딪힌 걸 수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신세희는 자신의 딸 유리와 송씨 부부의 아들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기 시작했다.남자아이는 유리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듯했다.남자아이는 사나운 표정으로 유리를 쳐다보고 있었다.하지만 유리도 어디서 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유리는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으며 이따금 남자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유리야!” 신세희가 그런 유리에게 호통을 쳤다.신세희의 호통에 유리는 바로 고분고분해졌다.“뭐가 그렇게 당당해! 출신도 모르는 쌍년! 지금 당장 우리 아들한테 사과하라고 해! 무조건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해! 아니면 내가 오늘 둘 다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신세희의 모습에 여자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화가 난 그녀는 소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성진이 어머님, 화 좀 푸세요. 우리말로 해결해요. 대화로 풀어요. 먼저 화부터 누그러트리세요.” 안 선생님은 긴장된 얼굴로 송성진 엄마를 달래기 시작했다
”성진이 외할아버지가 저희 유치원에 4,000만 원이나 기부해주셨어요. 그래서…”신세희는 조금 화가 난 말투로 안 선생님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저희가 사과를 안 하면 우리 유리가 더 이상 이 유치원을 다니지 못한다는 말인가요?”“아마 그렇게…” 안 선생님이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유리가 더 이상 이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해도 아마… 사과는 해야 할 거예요”“왜요!” 신세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유리 어머님, 유리가 먼저 성진이를 때린 게 맞으니까요.”“전 꼭 CCTV를 확인해야겠어요!” 신세희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곡현에 온 5년 동안, 그녀는 세상과 담을 쌓으며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성실하고 침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건드리면 안 되는 게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딸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절대로!“CCTV 확인하고도 저희 딸 잘못인 게 밝혀지면 그때 사과할게요!” 신세희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확인해! 확인해! 제대로 보여줘!” 송씨도 무척이나 강압적이었다.안 선생님은 CCTV를 확인해주는 수밖에 없었다.역시 아니나 다를까, 송성진이 먼저 아빠 없는 아이라면서 유리를 놀려댔다. 그뿐만 아니라 송성진은 유리네 엄마가 전과 있는 사람이라면서, 남자처럼 공사장에서 잡일이나 한다면서 유리를 놀려댔다. 송성진은 유리한테 이 유치원에 다닐 자격이 없다고 했다.이 유치원은 송성진의 할아버지가 후원하는 곳이었다. 이 유치원은 부자들만 다니는 귀족 유치원이었다.귀족 유치원은 신분이 미천한 사람을 환영하지 않는다.이것이 바로 송성진이 유리한테 한 말이었다.유리는 송성진이 무방비한 상태를 틈타 그의 얼굴을 강타했고, 송성진의 코에서는 코피가 흐르기 시작했다.빠르게 안 선생님은 송성진의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CCTV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몰랐던 사실이 밝혀졌다. 송씨는 자신의 아들이 피까지 흘렀다는 사실을 알자 의자
”거기 안 서? 이 쌍년!” 송씨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꼬리뼈에서 밀려오는 아픔에 그는 바닥에 앉아 욕설을 퍼부을 수밖에 없었다. “너 이 년, 이 유치원에서 한 발짝만 더 나가봐. 내가 너네 모녀 평생 바닥을 기게 해줄 테니까!”그의 말은 무척이나 악독했다. 놀랐는지 유리의 손이 그만 얼어버렸다.신세희는 유리를 안타깝게 쳐다보았다. “유리야, 걱정하지 마. 엄마한테 해결할 방법이 있어.”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신세희는 고개를 돌려 악랄한 눈빛으로 송씨 집안 세 식구를 쳐다보면서 평온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 서 있는다고 한들 당신들이 뭘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법치 국가에요. 제 털끝 하나 건드려 보세요. 건드리는 순간 바로 신고해버릴 테니까. 그뿐만 아니라 이 유치원까지 신고해버릴 거예요. 이 유치원 당신 장인어른이 후원하는데 라면서요? 투자인가? 이 유치원의 비리를 터뜨리면 아마 더 이상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겠죠?”“…”신세희는 바로 발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두고 봐! 너 골로 보낼 방법은 많으니까!” 송씨가 뒤에서 급박하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신세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차갑게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어디 한번 해보시든가요!”방법이 없다. 이곳은 후진 동네고, 경제가 무척이나 낙후한 곳이었다. 그런 곳이면서 사람들의 텃세는 또 엄청났다.신세희는 곡현 토박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곡현에 오자마자 아이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하반신이 마비된 오빠까지 데리고 있었다. 누구라도 신세희를 괴롭히고 싶었을 것이다.신세희는 유리를 자전거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공사장 개발사 대표님이 건 전화였다.“안녕하세요, 강대표님. 무슨 일로 연락하셨어요? 오늘 야근이라도 할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딸부터 집에다 데려다주고 바로 회사로 돌아갈게요.” 신세희는 분주하게 말했다.강정운은 신세희가 일하는 공사장의 제일 높은 상사였다. 하
특히 그 3개월.신세희는 운성의 상류층에 휘말려 각종 부잣집 도련님들과 엮이게 되었다. 그녀는 그 사람들의 장난질에 쩔쩔매는 바람에 목숨마저 잃어버릴 뻔했다.그래서 신세희는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더 이상 부잣집 자식들과 엮이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녀는 자신의 딸 유리와 생명의 은인 서시언이랑 평온하게 이 도시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었다.이것 말고는 더 이상 바라는 게 없었다.신세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강정운에게 대답했다. “강대표님, 제가 지금 일이 좀 있어서요. 먼저 끊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유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자전거를 울타리 근처에 세우자마자 유리는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삼촌, 삼촌…”서시언은 이미 휠체어를 끌며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유리 공주님이네? 이제 집에 온 거야? 삼촌한테만 말해봐. 오늘은 또 누굴 때린 거야? 눈탱이 밤탱이 만들었어? 우리 유리가 이겼어?”신세희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서시언을 쳐다보았다. “오빠, 자꾸 유리 오냐오냐해주지 마. 유리 여자아이야. 하루가 멀다 하고 남자애들이랑 싸우는데… 어디 숙녀가 남자애도 아니고…”서시언은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난 우리 조카가 남자처럼 강하게 컸으면 좋겠는데? 절대로 엄마처럼 마음씨 여리고 착하게 크면 안 돼. 감정에 너무 열중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괴롭힘당하지도 말고. 우리 유리는 강하고 기세 넘치는 사람이 돼야 해!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너 괴롭히게 하지 마! 알았지?”유리는 삼촌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삼촌, 유리는 절대로 괴롭힘당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유리도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을 거야. 삼촌, 걱정하지 마! 유리가 커서 꼭 엄마랑 삼촌 지켜줄게! 다른 사람들이 엄마랑 삼촌을 미혼모, 장애인이라고 놀리지 못하게 할 거야!”유리의 말이 신세희와 서시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두 사람이 넋을 놓고 있던 그때, 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
신세희는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회사 개발사 대표 강정운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방금 자신에게 같이 밥을 먹자며 전화를 하던 사람 말이다.“강대표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신세희는 예의 바르게 그에게 말했다.강정운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준수했다. 그는 곡현에서 잘나가는 재벌이었다. 곡현의 사람들이 얼마나 잘나가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강정운과 인맥을 쌓고 싶어 하는데?만약 지금이 3년 전이었다면 신세희는 강정운의 이런 다정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그녀는 자신의 딸과 오빠를 데리고 평온하게 여생을 살고 싶었다.“밥 한 끼 사고 싶어서 연락했는데, 이미 집에 도착했다고 해서... 그래서 찾아왔어요.” 강정운의 손에는 꽃다발과 과일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이건 당신 딸이랑 오빠를 위해 산 거예요. 이건 당신한테 주는 선물이고요.”“…”“어이, 강씨!” 침대에 누워있던 송씨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신이 신세희 편 들어준다고 내가 뭐 무서워할 줄 알고! 나도 알아, 네가 돈 푼 꽤나 쥐고 있는 거. 곡현에서 제일 잘나가는 부동산 개발사 대표면 뭐? 나 송씨도 호락호락한 사람 아니거든! 난 너 하나도 안 무서워!”강정운은 침대에 누워있는 송씨를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지금 누구한테 죄 뒤집어 씌우러 온 거예요? 사기 칠 생각이면 차라리 법원에서 보죠!”“두고 보자고!” 송씨는 강정운에게 손가락질을 하더니 주위에 서 있던 덩치 있는 남자들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가자! 오늘은 먼저 돌아가자고!”신세희의 집 앞을 막던 사람들이 그렇게 사라졌다. 신세희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강정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감사해요, 강대표님. 대표님이 없었으면 아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을 거예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더라고요. 성진이 아버님이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인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냥 아이들 사이에 잠깐 마찰이 생긴 건데.”강정운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저녁 식사 후 신세희는 설계도와 씨름하고 있었고 서시언은 신유리를 달래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세희는 그런 두 사람을 자주 뒤돌아보았다. 삼촌과 조카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했다.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며 신세희가 서시언에게 말했다.“오늘 유치원에 가서 전학 수속을 밟으려고. 앞으로 절대 송씨 같은 사람과 얽히는 일 없게 유리에게 다른 유치원을 찾아줄 거야. 재력도, 세력도 굉장한 그 양반들을 감히 건드릴 순 없어도 피할 순 있지 않겠어?”서시언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식사를 마치고 막 집을 나서던 신세희는 울타리 밖에서 두 사람이 문을 두드리려 하는 걸 발견했다.그들은 양복 차림에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다. “누구시죠?”신세희가 문을 열며 물었다."신세희 씨 맞으시죠?"한 사람이 그녀에게 물었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세인 로펌에서 나왔습니다. 신세희 씨와 송승용 씨 사이의 폭행 문제에 대해 의논하려 합니다. 송승용 씨의 입원비용, 손해배상 비용, 영양 비용 등 모든 비용을 합쳐 송 선생에게 10억을 배상해야 합니다."신세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라고요?”무표정한 변호사가 재차 강조했다.“10억이요.”“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요!”변호사는 매우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다.“신세희 씨 사정은 저희와는 무관합니다. 만약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신다면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고, 아니라면 송 선생과 직접 만나 상의할 수도 있겠군요.”“알겠어요. 제가 그 사람을 만나 볼게요. 10억이라니, 이건 너무 사기잖아요!”신세희가 분노로 치를 떨었다.변호사들이 떠나자 신세희는 강정운에게 전화를 걸었다:“강, 강 대표님. 정말 죄송한데요…"신세희가 처음 강정운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순간이었다.신세희의 상황을 전해 들은 강정운도 화를 잔뜩 내며 책상을 내려쳤다.“제가 함께 병원으로 가서 송씨와 상의하겠습니다. 10억이라니. 그자는 이곳에서 발붙이고 싶지 않나 봅니다.”전화를 끊은 강정운은 바로 신세희를 데리고
신세희는 스스로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사실은 그저 신음하듯 내뱉은 말일 뿐이었다.눈앞의 남자를 보면서 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바싹 몸을 굳혔다. 6년이나 흘렀다. 그러나 이 남자는 6년 전보다 훨씬 날카로웠고 더 진중했다.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건만 그의 날카로운 기세가 온몸을 찔러왔다.기고만장하던 송씨 부부는 부소경이 들어오자마자 굽실거리며 아첨했다."부... 부 대표님. 이렇게 직접 오시다니요. 사실... 제 허리에는 큰 문제가 없답니다."더듬거리며 말을 늘어놓던 송씨가 웃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송씨의 아내는 그의 기세에 말도 못 하고 바보처럼 고개만 끄덕였다.다만 그들의 아들인 송성진은 부소경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가 반갑게 부소경을 불렀다."부소경 삼촌.""그래."부소경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송성진은 신세희를 보며 거만하게 말했다.“거지야, 봤지? 이분은 우리 아빠가 새로 사귄 친구야. 남성에서 온 엄청 대단한 분이라고. 만약 신유리가 나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면 우리 삼촌이 유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성진이 자기 부모에게 배운 거라곤 오만하고 방자하게 구는 것뿐이었다."당신은..."강정운은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운성의 권력자가 이렇게 눈앞에 있다니. 그는 그렇게나 대단했던 부씨 가문의 사업을 5년 만에 다섯 배 이상 확충시킨 장본인이었다."맞아, 운성의 그 부소경."부소경이 싸늘한 눈빛으로 강정운을 쳐다보았다.강정운은 저도 모르게 기가 죽었다.송씨의 뒷배가 부소경이 맞는다면 신세희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터였다.강정운은 비록 이곳에서는 내로라하는 사업가였지만 부소경 앞에 서면 한낱 미물에 불과했다."부... 부 대표님."강정운은 신세희를 대신해 몇 마디 변명해주려 했으나 부소경이 말을 잘랐다."강 대표. 오늘부로 우리 F그룹에서 당신들의 부동산 회사를 모두 인수할 겁니다.""어떻게 그런...!""이 작은 도시의 별 볼 일 없는 부동산 회사들을 한번 합쳐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