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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전태윤은 비록 마음속으로 하예정이 현 상태를 유지하며 바쁘지 않게, 즐겁게 지내기를 바랐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하예정이 그로 인해 열심히 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마음 아프기만 했다.

하지만 그더러 손을 놓으라고 하면, 그는 또 불가능했다.

그는 평소에 가끔 연회에 참석하는데 보통은 모습을 드러내고 곧 떠나가곤 한다. 전씨 집안의 여성들도 연회에 얼굴을 내밀기만 하면 모두가 아첨하고 떠받들기만 하였지 절대 천대를 받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무시할 수 없는 점이 있는데, 바로 그의 어머니와 숙모들은 모두 명문가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전씨 가문과 맞먹는 가문에서 자라왔다.

하예정의 처지를 생각하자 전태윤은 점차 그녀의 고집을 이해하게 되었다.

전태윤이 슬며시 하예정의 손을 잡자, 그녀는 이모 앞에서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무 말 없이 하예정의 손을 꼭 잡고 있기만 했다.

한참 후 일이 바쁜 그는 먼저 회사로 떠날 수밖에 없었고, 하예정은 주우빈을 데리고 그를 밖에까지 배웅해 줬다.

와이프와 몇 마디라도 더 하고 싶었던 전태윤은 느릿느릿 걸었다.

“내가 당신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한 것 같아. 당신을 더 잘 이해하도록 노력할게.”

전태윤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난 이런 당신이 너무 가슴 아파. 만약 힘들고 적응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언제더라도 포기하고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 어떤 연회에도 참석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난 절대 당신이 없으면 안 돼. 당신은 나의 와이프로서 누구의 눈치를 보며 살 필요가 없어.”

“아무도 나한테 눈치를 주려 하지 않아요, 다만 당신의 발목을 잡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전태윤은 걸음을 멈추더니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관성에서 내 명성도 그리 좋은 건 아니야, 하지만 내가 언제 그런 것들을 신경 썼어? 내 와이프는 어떤 출신이든 간에 나만 좋다 하면 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우리 집안일에 참견할 자격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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