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진은 부모님이 소정남에 대한 편애를 떠올리며 만약 양가 가장이 만나면 바로 혼사를 상의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완곡하게 거절했다.“저희 부모님이 최근에 여행을 가셔서 몇 달이 지나야 돌아올 것 같아요.”소 씨 사모님은 아쉬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여행을 가셨다니 이제 돌아오면 같이 식사하는 거로 해요. 효진 씨, 부모님이 우리 정남이를 만나본 적이 있으신가요?”“네, 만나보신 적이 있어요.”“그럼, 우리 정남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심효진은 소정남을 보며 답했다.“저는 부모님께 이 문제를 물어본 적이 없어서... 정남 씨는 평소 우리 집에 가면 90퍼센트는 저의 남동생을 찾아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 하는걸요.”“..”소정남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그는 심효진이 아직 양가 부모님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쨌든 그도 급하지 않으니 올해 안에 여친으로 만들면 된다.“효진 씨, 우리 정남이는 분명히 효진 씨를 좋아하고 있어요. 만약 남자에게 관심이 있는 거라면, 첫 번째 타깃이 아마도 전 대표였을 거예요. 하지만 전 대표는 이미 결혼했잖아요. 참, 전 대표 부인이랑 절친 사이라고 들었는데, 참으로 인연이 있네요. 우리 정남이도 전 대표랑 절친 사이인데 말이에요.”친한 친구 둘이 또 다른 친한 친구 둘에게 시집가는 건 듣기만 해도 절묘한 인연이었다.소 씨 사모님은 심효진이 자기 아들의 성향을 오해할까 봐 대신해서 설명했다.“아주머니,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갑자기 소 씨 사모님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전화를 받더니 두 사람에게 말했다.“효진 씨, 아주머니가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으니 효진 씨는 정남이랑 천천히 식사하고, 영화도 보러 가요. 모처럼 이 녀석이 한가할 때가 있으니.”“아주머니는 같이 식사 안 하세요?”“나도 식사 자리가 있어서요. 고객이 와서 얼른 가봐야 해요,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잖아요.”소 씨 사모님은 말하면서 일어나 아들에게 몇 마디 당부
하예정은 언니를 도와 가게 문을 닫고 언니와 함께 차에 탔다.“이모한테 도움을 청했는데 기꺼이 도와주시겠대. 참, 언니,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 게, 큰 사촌 형수가 임신했어.”유청하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요즘 컨디션이 안 좋은 게 임신 때문이란 걸 발견했다.그녀는 성기현과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부부 사이가 좋아서 두 사람만의 오붓한 생활을 몇 년 더 지내려고 했기 때문이다.그러다 하예정 자매와 서로 알게 된 후, 주우빈의 귀여운 모습에 빠져 성기현과 상의하여 아이를 가지기로 했는데, 이렇게 빨리 가질 줄은 몰랐다.임신 검사 결과가 나온 후, 유청하는 직접 남편의 회사로 찾아가 이 좋은 소식을 알렸다.젊은 부부는 서로 기뻐하느라 저녁때가 되어서야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성씨 일가는 삽시에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유청하와 관계가 좋은 하예정도 이 소식에 기쁜 건 마찬가지였다.“이모가 좋아하시겠다.”“엄청나게 기뻐하시지. 사촌 형수는 요즘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다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어. 언니, 태윤 씨가 오늘 갑자기 나에게 얼마나 자주 건강검진을 받냐고 물었는데, 이건 내가 임신했는지 알아보려는 게 아닐까?”“너 이번 달에 생리 왔어? 만약 오지 않았다면, 가서 한번 검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언니가 묻지 않았다면 깜빡할뻔했어. 생리가 이틀 늦어진 것 같아.”“생리가 늦어지는 사람들도 많으니 이틀 늦어졌다고 임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너 예전에도 늦어진 적이 있잖아, 만약 일주일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면 그때 다시 병원에 가서 진찰받거나, 약국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확인해 봐.”하예정은 차에 시동을 걸며 말했다.“이따가 약국을 지나가면,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한번 확인해 봐야겠어. 언니, 임신한 지 얼마나 지나야 확인이 가능한 거지?”언니가 임신했을 때는 임신테스트기로 먼저 확인한 후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보통 임신한 지 보름
전태윤이 경호원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관성 호텔에서 거래처와 비즈니스 상담을 하고 있었다.경호원이 사모님이 약국에 들어가 임신테스트기를 몇 개 샀다고 하자 전태윤은 휴대폰을 잡은 손을 꼭 쥐었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알았어.”전화를 끊은 후, 전태윤은 즉시 전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형.”“이진아, 너 지금 어디야?”“아직 회사에서 야근중...”요즘 전태윤이 목숨 걸고 일하니 아랫사람들은 힘들어 죽을 것만 같았다.전이진도 저녁 식사 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회사에서 야근해야 했다.“너 지금 호텔에 와서 방 대표랑 협력에 대해 계속하여 이야기 나눠, 우리가 몇 번이나 회의를 함께 했으니,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알았어.”전이진은 감이 형에게 급히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도 못하고 형의 지시대로 호텔로 갔다.전씨 그룹은 관성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아 곧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가 도착하니 형은 이미 호텔에 없었고, 호텔 운영을 맡은 셋째와 그의 비서만이 방 대표 등을 모시고 있었다. 셋째는 주로 음식업을 경영했고, 전씨 그룹 계열의 모든 호텔은 셋째가 맡고 있다.셋째는 사내의 다른 프로젝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애써 화제를 찾아 방 사장 등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전이진이 도착한 것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방 대표님, 부대표님께서 오셨으니, 그와 얘기를 나누세요.”셋째는 바로 전이진에게 맡기고 자신은 철수하려고 했다.다시는 형님한테 잡혀 이런 일데 대응하고 싶지 않았다.방 대표를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는 전이진은 웃으며 먼저 악수를 나눈 뒤 셋째 옆에 앉았다.“형은?”전이진은 작은 소리로 셋째에게 물었다.“갔어. 그래서 내가 임시로 잡힌 거고. 난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들에 대해 잘 모르니 형이 인수해, 난 철수할게.”전이진이 응하자, 셋째는 핑계를 대고 비서를 데리고 여유롭게 룸을 빠져나갔다.한편, 하예정은 언니와 조카를 데리고 월세방으로 돌아갔다. 다들 이미 식사했으니 더 이상 부엌에
“너도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 때로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만약 2~3년 동안 임신이 안 되면, 그땐 무슨 이유인지 잘 검사해 보는 거야.”어떤 부부들은 몇 년 동안 임신 안 되어서 검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리고 이혼해서 제각기 다시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다.“아마도, 매번 안전기였을 거야.”하예정은 이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예진은 안전기도 반드시 안전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그녀는 아직 아이와의 인연이 닿지 않아 임신이 안 됐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의 건강은 분명 문제가 없을 것이고, 여동생도 건강해 보인다. 여동생은 그녀가 키웠기 때문에 여동생의 생리기 정황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정상이 아니면, 그녀는 제일 먼저 여동생을 병원에 데려가곤 했다.게다가 그들 부부가 진정한 부부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으니, 아직 임신이 안된 것도 정상이다.“따르릉...”초인종이 울렸다.“누구세요? ”하예진이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지금은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도 함부로 문을 열지 못하는데, 오는 사람이 서현주나 전 남편일까 봐 두려웠다.특히 주형인과 서현주가 둘 다 실직했다는 것을 알고 하예진은 전 남편이 자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와서 소란을 피울까 봐 두려웠다.“처형, 접니다.”전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제부가 왔어.”하예진이 동생을 쳐다보니 동생의 얼굴에는 조금도 의아해하는 기색이 없었다.일어나 문을 여니 전태윤이 한쪽 손에 주머니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는데, 그 안에는 임산부용 분유 두 캔과 칼슘, 엽산 등 임산부 약이 들어있었다.“처형, 예정이 보러 왔어요.”전태윤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어려있었다.하예진은 그가 사 온 물건을 힐끗 보고는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전태윤을 붙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제부, 이런 것을 사기엔 아직 일러요.”전태윤은 멍해져서 처형을 바라보았다.경호원들이 하예정이 약국에 들어가 임신테스트기를 샀다고
“어서 들어와요.”하예진은 몸을 비켜 전태윤을 방으로 들여보냈다.물건을 들고 방에 들어간 전태윤은 사랑하는 와이프가 TV를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다가와 테이블 위에 주머니를 올려놓고 그녀의 곁에 앉았다.“제부,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저절로 꺼내 드세요.”하예진은 한마디 하고는 그들 부부를 남겨두고 방으로 들어갔다.“뭘 샀어요?”하예정이 리모컨을 내려놓고 물으며 주머니를 열어보았다.“...”그가 사람을 시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한 건 괜찮다고 해도,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그녀에게 줄 임산부 분유를 사러 갔다니... 보건품 한트럭을 싣고 오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었다.너무 급하게 왔는지 아직 그녀에게 보건품을 사 올 생각을 못 한 것 같다.“당분간 먹을수 없으니, 가져가서 환불하세요. 환불할 수 있어요.”“유통기한을 봤는데, 유통기한 내에 먹으면 되니까 환불할 필요 없어.” 언젠가 아이를 가질 때가 있겠지.“나도 뭘 사야 할지 몰라서 약국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엽산을 추천해 줘서 엽산과 칼슘 을 사고 분유도 두 캔 샀어.”전태윤은 왜 분유 두 캔을 사 왔는지 솔직하게 설명했다.헤어스타일을 바꾼 하예정을 보고 전태윤은 그녀가 더욱 예뻐졌다고 느꼈다.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부드럽고 다정했지만, 입으로는 칭찬 한마디 하지 않았다.“당신, 배가 안 아파?”전태윤은 그녀가 생리통이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지금은 괜찮은데 내일이면 아플 것 같아요.”그녀는 생리가 올 때면 첫 이틀 복통이 있거나 허리가 아파서 기분이 나쁘지만, 이틀 지나면 괜찮아진다.전태윤이 잠시 앉아 있다가 말했다.“내가 따뜻한 생강차를 끓여 올게.”“고마워요.”일어나려던 전태윤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예정아, 우린 부부인데 이렇게 거리를 두지 마!.”너무 엄숙하게 지내는 부부, 그건 사랑이 아니다.하예정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태윤은 그녀를 주의 깊게 보고 나서 부엌으로 들어가 생강차를 끓였다.메시지 소리를 들은
그리고 포장해 온 패스트푸드를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큰 도련님께서는 요즘 죽어라 일하시는데, 세끼를 제대로 드시지 않고 계십니다. 음식을 가져다드려도 잊고 드시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그녀는 패스트푸드를 건네받고 말했다.‘알겠어요, 제가 일깨워 줄게요.”강일구는 감사의 표정을 지었다.방문을 닫은 후 하예정은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안타까움과 분노를 억누르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전태윤이 한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위를 누르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다.“위가 아픈 거예요?”화를 담은 목소리가 울렸고,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자신의 와이프임을 알 수 있었다.그는 순간적으로 몸을 곧게 폈지만, 위가 아파 안색이 일그러졌다.보며 마음이 아파 난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그를 부축하여 부엌 밖의 소파로 데려갔다. “위가 아픈 게 맞죠?”“예정아, 나... 나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아무래도 배고파서 아픈 걸 거야, 밥 먹는 걸 깜빡했거든.”전태윤은 노기등등한 마누라 앞에서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자신을 굶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필사적으로 일하느라 배고픈 것도 잊어버렸을 뿐이다. 최근 며칠뿐만 아니라 밸런타인데이 때부터 매일 세끼를 제대로 먹은 적이 없었고 먹는다 하여도 아주 대충대충 먹었다. 요즘 가장 맛있게 먹은 한때는 성씨 집에서 먹은 점심이었다.하예정은 강일구가 포장해 온 패스트푸드를 꺼내 보았는데 수프가 한 그릇 있는 것을 보고 전태윤에게 먼저 수프부터 먹으라고 했다.“밥을 먹은 후 함께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약이라도 처방받아요.”전씨 가문에도 홈닥터가 있는데, 이 남자는 아마도 홈닥터를 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의사까지 볼 필요 없어. 밥을 먹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요즘 그는 배가 고프다 못해 위가 아파 나야 자신이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얼른 식사나 해요!”하예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명령했다.그가 고분고분 식사하는 것을 보며 그녀는 부엌으로 들
“언니, 나 태윤 씨 배웅하고 올게.”하예정은 언니의 방을 향해 한마디 했고, 전태윤이 위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다준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알았어, 조심해 가.”하예진은 방에서 나오지 않고 응답만 했다.마음속으론 두 젊은 부부가 이제야 좀 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다.경호팀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큰 도련님이 사모님의 부축을 받으며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다들 기쁜 표정을 짓다가 곧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큰 도련님은 어딘가 불편한듯했다.“큰 도련님.”강일구 등 경호원들은 앞으로 다가오며 관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어디가 편찮으십니까?”하예정은 차 문을 열며 전태윤을 향해 말했다.“태윤 씨, 먼저 타요. 그리고 당신들은 태윤 씨를 좀 부축해 줘요, 위가 아프대요.”강일구는 얼른 전태윤을 부축하여 차에 태우고는 참지 못하고 하예정에게 고자질했다.“큰 도련님은 최근에 세 끼를 제때 드시지 않아 배가 위가 아픈 걸 겁니다.”“일구 너!”전태윤이 노려보자, 강일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당신 일구 씨를 노려보면 뭐 해요? 자신이 철로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면 자신이 신선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왜 밥을 제때 먹지 않는 거죠? 앉아요, 내가 운전할게요. 이따가 의사한테 한약 몇 첩을 처방해 달라고 할게요.”와이프의 잔소리에 그는 얼굴이 뜨거워 났지만, 마음은 오히려 달콤했다.그녀는 여전히 그를 관심하고 있다. 하지만 그도 정말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하예정:눈 가리고 아웅 하네요.’경호팀은 아무도 함께 따라가지 않았다. 사모님이 옆에 계시니 그들이 따라가면 방해만 줄 것이다.하늘 아래 도련님을 단속할 수 있는 사람은 사모님뿐이다.하늘이 무너져도 사모님께서 해결해 줄 것이니 오늘은 일찍 돌아가 발 벗고 편하게 자면 된다.한 시간 후, 발렌시아 아파트에서.하예정은 문을 열며 말했다. “잠깐 누워 있어요, 가서 약을 타오면 마시고 푹 쉬어요.”아까 병
한약 특유의 쓴맛이 나는 약 한 그릇이 전태윤의 앞에 놓였다.“일어나서 약 드세요.”하예정은 정색하며 명령조로 말했다.전태윤은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나 앉더니 그 큰 그릇의 약을 보고는 침을 꼴깍 삼키며 떠보듯 물었다.“예정아, 나 약과 좀 준비해 줄래?”“약 드실래요 말래요?”마누라가 노려보자, 그는 감히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약그릇을 들었다.그릇에서 나는 쓴 냄새를 맡자, 속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아직 뜨거우니 조금 있다가 마실게.”“마음대로 하세요.”하예정은 1인용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대며 휴대폰을 꺼내 언니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언니, 문 잘 잠가놔, 오늘 밤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말을 엿들은 전태윤은 두 눈을 번쩍 뜨며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치켜올렸다.비록 위가 아프고 쓴 한약도 많이 마셔야 하지만 하예정을 하룻밤 묵게 할 수 있다니... 전태윤 입가의 유쾌한 표정을 포착한 하예정은 좌우를 둘러보더니 결국 쿠션을 집어 들고 그에게 던졌다. “태윤 씨, 앞으로 또 자신을 굶기기만 해봐요! 내가 마음이 아파하나 안 하나! 정말 하나도 마음 아프지 않아요, 하나도요! 오히려 고소한걸요, 확 아파 죽었으면 좋겠어요! 서른이 넘은 사람이 아직도 자신을 돌볼 줄 모르는 거예요? 입은 달려서 뭐 해요? 밥도 안 먹으면서!”그녀는 가장 많이 화가 나고 슬플 때도 끼니는 꼭 챙겨 먹었다.전태윤은 그녀가 던져 온 쿠션을 받아안으며 말했다.“나 앞으로 꼭 주의할게. 다시는 당신 걱정시키지 않을게.”“누가 당신 걱정한대요? 뭐가 이쁘다고, 전혀 걱정하지 않으니 안심해요!”“알았어 알았어. 나 이쁘지 않아, 우리 마누라님이 세상에서 가장 이뻐!”“...”“예정아...”전태윤은 일어나 와이프 곁으로 다가가 그녀가 앉아있는 1인용 소파에 억지로 비집고 앉았다. 화가 난 하예정은 그를 밖으로 밀었지만 실패했고, 자리의 절반을 그에게 빼앗기고 말았다.비좁은 느낌에 일어나 가려 했지만, 그에게 허리를 잡혀 그의 두 다리 위에 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