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포장해 온 패스트푸드를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큰 도련님께서는 요즘 죽어라 일하시는데, 세끼를 제대로 드시지 않고 계십니다. 음식을 가져다드려도 잊고 드시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그녀는 패스트푸드를 건네받고 말했다.‘알겠어요, 제가 일깨워 줄게요.”강일구는 감사의 표정을 지었다.방문을 닫은 후 하예정은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안타까움과 분노를 억누르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전태윤이 한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위를 누르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다.“위가 아픈 거예요?”화를 담은 목소리가 울렸고,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자신의 와이프임을 알 수 있었다.그는 순간적으로 몸을 곧게 폈지만, 위가 아파 안색이 일그러졌다.보며 마음이 아파 난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그를 부축하여 부엌 밖의 소파로 데려갔다. “위가 아픈 게 맞죠?”“예정아, 나... 나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아무래도 배고파서 아픈 걸 거야, 밥 먹는 걸 깜빡했거든.”전태윤은 노기등등한 마누라 앞에서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자신을 굶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필사적으로 일하느라 배고픈 것도 잊어버렸을 뿐이다. 최근 며칠뿐만 아니라 밸런타인데이 때부터 매일 세끼를 제대로 먹은 적이 없었고 먹는다 하여도 아주 대충대충 먹었다. 요즘 가장 맛있게 먹은 한때는 성씨 집에서 먹은 점심이었다.하예정은 강일구가 포장해 온 패스트푸드를 꺼내 보았는데 수프가 한 그릇 있는 것을 보고 전태윤에게 먼저 수프부터 먹으라고 했다.“밥을 먹은 후 함께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약이라도 처방받아요.”전씨 가문에도 홈닥터가 있는데, 이 남자는 아마도 홈닥터를 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의사까지 볼 필요 없어. 밥을 먹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요즘 그는 배가 고프다 못해 위가 아파 나야 자신이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얼른 식사나 해요!”하예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에게 명령했다.그가 고분고분 식사하는 것을 보며 그녀는 부엌으로 들
“언니, 나 태윤 씨 배웅하고 올게.”하예정은 언니의 방을 향해 한마디 했고, 전태윤이 위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다준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알았어, 조심해 가.”하예진은 방에서 나오지 않고 응답만 했다.마음속으론 두 젊은 부부가 이제야 좀 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다.경호팀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큰 도련님이 사모님의 부축을 받으며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다들 기쁜 표정을 짓다가 곧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큰 도련님은 어딘가 불편한듯했다.“큰 도련님.”강일구 등 경호원들은 앞으로 다가오며 관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어디가 편찮으십니까?”하예정은 차 문을 열며 전태윤을 향해 말했다.“태윤 씨, 먼저 타요. 그리고 당신들은 태윤 씨를 좀 부축해 줘요, 위가 아프대요.”강일구는 얼른 전태윤을 부축하여 차에 태우고는 참지 못하고 하예정에게 고자질했다.“큰 도련님은 최근에 세 끼를 제때 드시지 않아 배가 위가 아픈 걸 겁니다.”“일구 너!”전태윤이 노려보자, 강일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당신 일구 씨를 노려보면 뭐 해요? 자신이 철로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면 자신이 신선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왜 밥을 제때 먹지 않는 거죠? 앉아요, 내가 운전할게요. 이따가 의사한테 한약 몇 첩을 처방해 달라고 할게요.”와이프의 잔소리에 그는 얼굴이 뜨거워 났지만, 마음은 오히려 달콤했다.그녀는 여전히 그를 관심하고 있다. 하지만 그도 정말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하예정:눈 가리고 아웅 하네요.’경호팀은 아무도 함께 따라가지 않았다. 사모님이 옆에 계시니 그들이 따라가면 방해만 줄 것이다.하늘 아래 도련님을 단속할 수 있는 사람은 사모님뿐이다.하늘이 무너져도 사모님께서 해결해 줄 것이니 오늘은 일찍 돌아가 발 벗고 편하게 자면 된다.한 시간 후, 발렌시아 아파트에서.하예정은 문을 열며 말했다. “잠깐 누워 있어요, 가서 약을 타오면 마시고 푹 쉬어요.”아까 병
한약 특유의 쓴맛이 나는 약 한 그릇이 전태윤의 앞에 놓였다.“일어나서 약 드세요.”하예정은 정색하며 명령조로 말했다.전태윤은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나 앉더니 그 큰 그릇의 약을 보고는 침을 꼴깍 삼키며 떠보듯 물었다.“예정아, 나 약과 좀 준비해 줄래?”“약 드실래요 말래요?”마누라가 노려보자, 그는 감히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약그릇을 들었다.그릇에서 나는 쓴 냄새를 맡자, 속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아직 뜨거우니 조금 있다가 마실게.”“마음대로 하세요.”하예정은 1인용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대며 휴대폰을 꺼내 언니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언니, 문 잘 잠가놔, 오늘 밤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말을 엿들은 전태윤은 두 눈을 번쩍 뜨며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치켜올렸다.비록 위가 아프고 쓴 한약도 많이 마셔야 하지만 하예정을 하룻밤 묵게 할 수 있다니... 전태윤 입가의 유쾌한 표정을 포착한 하예정은 좌우를 둘러보더니 결국 쿠션을 집어 들고 그에게 던졌다. “태윤 씨, 앞으로 또 자신을 굶기기만 해봐요! 내가 마음이 아파하나 안 하나! 정말 하나도 마음 아프지 않아요, 하나도요! 오히려 고소한걸요, 확 아파 죽었으면 좋겠어요! 서른이 넘은 사람이 아직도 자신을 돌볼 줄 모르는 거예요? 입은 달려서 뭐 해요? 밥도 안 먹으면서!”그녀는 가장 많이 화가 나고 슬플 때도 끼니는 꼭 챙겨 먹었다.전태윤은 그녀가 던져 온 쿠션을 받아안으며 말했다.“나 앞으로 꼭 주의할게. 다시는 당신 걱정시키지 않을게.”“누가 당신 걱정한대요? 뭐가 이쁘다고, 전혀 걱정하지 않으니 안심해요!”“알았어 알았어. 나 이쁘지 않아, 우리 마누라님이 세상에서 가장 이뻐!”“...”“예정아...”전태윤은 일어나 와이프 곁으로 다가가 그녀가 앉아있는 1인용 소파에 억지로 비집고 앉았다. 화가 난 하예정은 그를 밖으로 밀었지만 실패했고, 자리의 절반을 그에게 빼앗기고 말았다.비좁은 느낌에 일어나 가려 했지만, 그에게 허리를 잡혀 그의 두 다리 위에 주저
그녀는 세 입 문 후, 그가 통증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힘껏 그의 팔에서 벗어나 일어섰다. 그리고 한약 그릇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약 마셔요!”그녀한테 입술과 얼굴을 물리고, 쓴 한약도 마셔야 하는 그는 불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릇을 건네받았다.“불쌍한 시늉 하지 말아요. 절대 마음 약해지지 않을 거니. ”그 말에 전태윤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 그녀는 말은 세게 해도 속은 여리고 따뜻했다.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약을 마셨는데 약이 전혀 쓰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달콤한 맛이 나기까지 했다.곧 약 한 그릇을 다 마셨다.그가 약을 다 마시자, 그녀는 그의 손에서 그릇을 받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 씻었다.와이프가 자리를 뜨자 전태윤은 바로 거실을 이리저리 뒤졌다.‘써 죽겠어!’그는 입안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단것을 찾았다.“뭘 찾아요?”하예정은 전태윤이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것을 보고 물었다.그랬더니 전태윤은 재빨리 결혼반지를 빼서 테이블 밑에 놓으며 답했다.“결혼반지가 떨어져 지금 찾아보는 중이야. 어, 여기 있네. 테이블 밑에 있었어.”그는 결혼반지를 집어 들고 몸을 곧게 세우더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왼손 약지에 끼웠다.하예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의 말을 믿었는지 믿지 않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일찍 쉬어요.”그녀는 그에게 한마디 하고 자기 방으로 갔다.전태윤은 응하고 답하고는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는 걸 지켜보더니 도둑질하듯 살금살금 부엌으로 들어가 뒤적였다. 물엿을 찾은 그는 작은 숟가락을 가져와 그 위에 엿을 가득 담고 입에 넣었다.물엿의 단맛이 마침내 그의 입안의 쓴맛을 씻어냈다.‘이 한약 왜 이렇게 써?!’그는 한약을 마시는 것을 정말 두려워한다.아까 그 의사는 그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그에게 한약을 처방해 주었다.물엿 한 스푼 먹고 나니 좀 나아졌다고 느껴졌다.숟가락을 깨끗이 씻어 제자리에 놓고 밖으로 나가려 돌아서니, 부엌문에 기대어 두 손을 바지 주머
그녀는 그에게 보여주려는 듯 일부로 자신의 아침 식사를 다양하게 준비했다.“오늘 저녁엔 이모와 함께 연회에 가야 하니 당신과 함께 식사하지 못할 거예요. 만약 당신 호텔에 가서 식사하기 싫으면, 내가 가게에서 저녁을 만들어 놓을 테니 강일구 씨한테 가서 가져오라고 해요.”하예정 자신의 풍부하고도 영양가 있는 아침을 먹으며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편한테 말했다.“나도 당신이랑 같이 갈까? 어느 집 연회에 가는 거야?”“당신이 함께 올 필요 없어요, 이모가 나랑 소현 언니를 데리고 갈 거예요. 어느 집인지는 기억 안 나요, 초대장이 너무 많아 그렇게 많이 기억할 수가 없어요.”“함께 간다니 나도 걱정 덜었어. 그럼, 난 야근 좀 할 테니 당신 일구한테 밥 가져다주라 하면 돼.”와이프가 밥을 해 주겠다고 하니, 그는 당연히 호텔에 가서 식사할 생각이 없었다.“야근은 괜찮은데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말아요. 난 한 11시 전에 여기로 돌아올 건데 그때 만약 당신이 집에 없으면 문을 잠가버리고 절대 열어주지 않을 거니 잘 알아둬요! 그럼, 당신은 문 앞에서 밤을 보내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요.”그녀의 매정한 말을 들으며 그는 오히려 웃음을 참지 못했다.“알았어, 우리 예정이가 돌아오기 전에 내가 먼저 집에서 기다린다고 약속할게!”“누가 당신이랑 우리라는 거예요? 염치없어.”“우리가 맞잖아. 난 이미 큰 도련님으로서의 자존심과 체면을 저 멀리 버린 지 오래야.”그녀는 그를 흘겨보며 분부했다.“죽이나 빨리 먹어요! 냄비에 아직 한 그릇 더 있으니, 이제 다 먹으면 직접 가서 담고요. 내 아침 식사가 맛있어 보여 당신 먹고 싶어 죽겠죠?”전태윤은 나지막이 웃었다.그는 그녀의 아침이 조금도 먹고 싶지 않았다.배부르게 먹은 후 하예정은 외출할 준비를 했다.“예정아!”전태윤이 급히 그녀를 불렀다.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당신 길에서 운전 천천히 해.”“난 내가 비행기가 아닌 차를 몰고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
“음... 비록 이 할미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는 모르지만, 태윤이 어미와 둘째 숙모 차를 한 번 막은 적이 있거든.”하예정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운 것을 보며 할머니는 오히려 위로했다.“우리 모두 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말로는 예물을 요구하지만, 실로는 우리가 너에게 혐오감을 가지기를 기다리는 거다. 네가 우리 집에서 편히 지내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 아니냐. 훤히 들여다보이니 너도 너무 걱정 말거라. 태윤이 엄마도 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차를 막는 순간 바로 전화해서 누군가 길을 막고 강도질한다고 신고했다.”“...”“네 그 할아버지 말이야, 어찌나 낯짝이 두꺼운지 바로 거리 바닥에 누워 차에 부딪혔다고 하지 뭐야. 그 길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다행이지... 경찰이 와서 동영상을 살펴보고는 네 할아버지를 한바탕 비판하고 그의 아들과 손자보고 그를 데려가라 했다.”“...”“가장 괘씸한 것은 그들이 데려온 기자들이 몰래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다는 거야. 우리한테 들켜 모든 걸 삭제하게 했다. 혹시라도 나쁜 소문이 조금 퍼지더라도 걱정할 것 없다. 관성의 모든 사람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너희 두 자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있으니. 할머니가 너한테 이 말을 하는 것은, 그들이 아무래도 체념하지 않을 거 같아서다. 너희 두 자매에게 무슨 음모를 꾸밀지 모르는 일이니... 특히 넌 더 조심하거라.”하예정이 이제 그들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으니, 그녀의 고향의 인간쓰레기들은 하예정과 전태윤을 갈라놓지 못해 안달일 것이다. 그들은 지금 하예정이 시댁에서 잘살지 못하고, 결국 전씨 가문에서 내쫓기도록 애쓰고 있다.전태윤 때문에 일자리와 장사를 잃은 그들은 지금 밑천을 뜯어먹고 있다. 전태윤을 상대할 용기가 없으니 하예정을 괴롭히려 하는 것이다.하이퉁이 아무리 전쟁터라 해도 그들의 친척 관계를 지울 수 없습니다.전태윤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들 일가를 멸문시킬 수 있을까? 모조리 멸문당하지
하예정과 전태윤이 별거한 이후로 숙희 아주머니는 더는 발렌시아 아파트에서 살지 않고 원래 살던 산꼭대기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매일 발렌시아 아파트로 가서 청소하고 베란다의 꽃에 물을 주었다.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집사 박 씨 아저씨는 숙희 아주머니의 외출이 편리하도록 차를 한 대 마련해 주었다.“사모님.”바닥을 닦고 있던 숙희 아주머니는 하예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공손히 인사를 했다.“숙희 아주머니, 예전처럼 저를 그냥 예정 씨라고 불러요. 듣기 거북해요.”그녀는 숙희 아주머니 앞에서 여전히 친절한 모습이었다.“큰 도련님께서 아시면 보너스를 깎을 겁니다. 사모님께서도 평도 많이 들으시면 방금 익숙해질 거예요.”“...”‘태윤 씨는 참 협박을 잘해.’하예정이 들어오는 것을 본 심효진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왜, 날 잊기라도 한 거야?”심효진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안색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좋아 보여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응, 나 아까 길에서 태윤 씨보다 더 잘생긴 남자를 만났거든.”심효진은 히죽히죽 웃었다.“그냥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하지. 온 관성을 놓고 봐도 너희 집 전 도련님에게 버금가는 남자가 또 있을 것 같아? 정남 씨도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아.”소정남은 가십쟁이라는 점이 그의 매력에 감점을 준다.물론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심효진은 그의 그런 점을 좋아하지만 말이다.두 가십쟁이가 한데 모이면 누구라도 그들의 입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있다.“전 대표랑 화해한 거지? 시간도 오래 흘렀겠다, 이젠 화 풀고 화해할 때도 됐잖아. 정남 씨는 지금 머리가 아파 죽을라 해. 그는 그러는데 전 대표가 회사에서 직원들을 붙잡고 계속 일만 시키며 괴롭힌대.”하예정은 담담하게 말했다.“태윤 씨는 다른 사람을 괴롭힐 때 자기 자신도 괴롭히고 있어.”그러다 위염까지 걸려 어젯밤이 돼서야 그녀와 함께 병원에 갔다.하예정은 이 일을 친구에게 말하지 않았다.“참, 예진 언니의 가게는 언제 오프닝 하는 거야? 나 어
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나와 숙희 아주머니만 가서 도우면 돼.”아침 식사하러 오는 손님에 도와주는 사람까지 너무 많으면 워낙 크지 않은 언니네 가게가 너무 비좁을 것이다.둘이 얘기하는 사이에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그중 한 명은 하예정의 막내 사촌 동생 하지철이었다. 작년 한밤중에 하예정의 차를 가로막고 하예정을 혼내려다가 도리어 하예정에 의해 파출소에 보내진 적이 있다.구속된 지 15일 만에 풀려난 후, 하지철은 회개하기는커녕 하예정을 이를 갈며 미워했다.그가 학교 가기 싫어하자 그를 총애하는 그의 부모는 성적도 별로인 아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을 거로 생각하며 그가 학교를 그만두도록 내버려 뒀다.하지철은 집에서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게임에만 빠져있었다.지난번에 하영감이 가게에 와서 소란을 피울 때 하지철도 따라왔지만, 당시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하예정은 그를 주의해 살피지 못했다.“날 놔줘요, 날 놔줘요!”하지철은 체격이 우람지고 인상이 사나워 보이는 두 남자에게 붙잡혀 들어온 것이다.하예정은 그 두 남자를 본 적이 없었지만, 전태윤이 몰래 그녀를 보호하도록 보낸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두 명의 경호원이 하지철을 힘껏 밀치자, 그는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재빨리 일어나 하예정의 뒤에 숨었다.“누나, 살려줘!”하예정은 이 불량배 사촌 동생을 자신의 뒤에서 끌어내고는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짓을 한 거야?”“이놈은 줄곧 사모님을 미행하며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었습니다. 가게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사모님 차를 펑크내려다 우리한테 제지당했습니다.”그들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예정은 손으로 하지철의 뺨을 호되게 갈기고 발로 그의 팔을 힘껏 걷어찼다. 너무 아파서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던 하지철은 욕설을 퍼부으려다가 서리처럼 차가운 하예정의 얼굴을 보고는 또 예전에 그녀에게 흠뻑 두들겨 맞던 것이 생각나서, 가슴 가득한 분노를 억지로 삼켰다.그는 얻어맞은 곳을 어루만지면서 넌 발치에
발 없는 말이 천리 가는 법, 모든 여자의 이상형인 고씨 가문의 주인, 고씨 그룹의 대표가 여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소문이 금세 강성 상류사회에 퍼졌다.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였다.심지어 병원에서 정화의 병간호를 하고 있던 이 가주도 이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병실 침대 옆에 앉아 있던 그녀는 갑자기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그런 거였군, 역시 그런 거였어.”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혼자 중얼중얼하는 아내를 보며 정화는 영문을 몰라 당황해했다.정화는 거세함으로써 수십 년간 해왔던 결혼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고 또 자신의 오랜 희생과 맞바꾼 정가네 재부를 지킬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단지 아내 곁을 지키는 일만 남았을 뿐.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수술을 했어도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생긴 틈은 결국 완벽히 봉합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내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자신의 실체를 아이들에게 까발리지 않고 체면을 지켜준 것이었다.하지만 그녀가 기분이 나쁘면 언제든지 그와 등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니 병상에 누워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여보, 무슨 일 있어?”정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상상도 못 할 빅 뉴스가 있어.”이 가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십 년이나 늙어 보이는 데다가 이제 남자구실도 못 하는 정화를 바라보자니 이 가주는 깨 고소했다.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남편에게 물었다.“당신이 좋아하는 그 불여우가 고현에게 대시해도 왜 아무런 결과가 없는 줄 알아?”정화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해명에 바빴다.“여보, 나랑 윤정이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야. 사람들이 모함한 거라니까. 그날 밤, 우리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여보도 잘 알잖아. 게다가 다들 잘 아는 사람들이고. 윤정이는 내가 딸처럼 생각하는 아이야.”정화는 바람둥이가 분명했다. 바람을 피운 전적도 있고 또 항상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지만 윤정이한테까지
오늘 밤 약속 자리에는 원래 고현이 참석해야 했지만, 고현이 오후에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고빈이 나서서 약속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고빈은 고현의 쌍둥이 동생으로 여러 방면에서도 매우 훌륭하지만, 고현과 비교하면 능력이 좀 떨어졌다.“제 형이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우리 형이 문제를 만드신 거예요. 그리고 그 문제가 저를 찾아온 거죠.”고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말했다.“또 전화가 왔네요. 왜 우리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저한테 전화를 걸어 뭐 하려는 건지. 저와 저의 형은 20년 넘게 형제로 살긴 살았지만, 함께 잠을 자 본 적도 없고 함께 샤워도 해보지 못했는데 제가 어떻게 우리 형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겠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형이라고 불렀는데...”고진호 부부가 고빈에게 사실 고현이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고빈은 이미 성인으로 되었다.하지만 고빈은 확인한 적 없었다.고진호 부부가 고현이 여자라고 하니 고빈도 그녀가 여자인 줄로만 알았다.‘우리 부모님이 날 속인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은 대체 여자예요? 남자예요?”고빈은 해명했다.“우리 형이 오늘 밤 연회에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참석했는데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네요. 저에게 우리 형이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셨는데 우리 형은 호영 씨를 위해 치마를 입은 것이 분명해요. 호영 씨도 예전에 우리 형을 위해 치마를 입은 적 있거든요. 두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면 정말 한 가족답네요.”고빈은 말을 마치고 진미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진미리가 휴대전화를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고진호의 핸드폰에도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있었다.“어쩐지 저에게 전화가 오더라니, 우리 부모님께서 전화를 꺼놓으신 거였군요. 이미 예상하셨을 거예요.”또 다른 전화가 걸려오자 고빈은 바로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버렸다.전화가 터질 것만 같았다.고빈은 전화를 바지 주
“고... 고 대표님, 지금 고 대표님이 여자라고 하신 거죠?”송씨 가문의 딸 송은하는 말을 더듬으며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현과 송은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송은하는 그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아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고현이 제발 말해줬으면 했다.비록 송은하는 고현을 짝사랑하고 고현의 대답도 받지 못해 단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현이 남자이기를 바라고 있었다.적어도 자신의 안목이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만약 고현이 정말로 여자라면 송은하의 안목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될 것이고 따라서 고현을 남자로 착각해서 짝사랑하게 된 셈이다.송은하는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었다.그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전부 침착할 수 없었다.고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저는 여자예요. 믿지 마실지는 여러분 몫이지만요.”그녀는 더 설명하려 애쓰지 않았다.전호영 때문만 아니라면 고현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설명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고현은 심지어 전호영의 손을 잡고 높이 들어 모두에게 말했다.“저와 호영 씨는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호영 씨도 게이가 아니고 저도 게이가 아니에요!”많은 사람은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 제가 아는 지인을 봤는데 얼른 가서 인사드리고 올게요.”고현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소화할 시간을 주려고 했다. 그녀는 익숙히 아는 대표님을 보더니 몸을 일으켜 전호영과 함께 그 대표님께 인사하러 갔다.다만 고현이 인사하러 가는 그 대표도 그녀가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더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현도 설명하기 귀찮아 태연한 모습으로 모두에게 인사하고 사업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예전에 고현은 연회에 참석할 때 다른 사람이 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전호영과 함께한 뒤로 마시기 시작했다.전호영과 함께라면 하늘이 무너져도 고현은 걱정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 누구에게도 고현을 모함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늘 밤 사람들은 이 연회를
과연 사실일까?고현은 원래 여자였는데 남자 분장하며 살았다고? 아니면 지금 남자인데도 치마를 입고 여자 행세를 하고 있단 말인가!모두가 고현 때문에 의문을 품었으나 아무도 감히 다가가서 물어보지 못했다.어떤 사람들은 고씨 가문과 사이가 매우 가까웠기에 고진호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진호 부부는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송국호의 안내로 별장 안으로 들어온 고현은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송국호의 며느리 김지윤은 고현을 몇 번이고 쳐다보면서 몇 번이나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부 배속으로 삼켰다.김지윤과 진미리는 함께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해본 사이라 꽤 친한 사이였다.“저한테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하셔도 돼요.”고현은 김지윤이 계속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송국호도 그의 며느리 김지윤을 바라보았다.김지윤은 쑥스러워하며 말을 건넸다.“드레스가 너무 예쁜 것 같아서 그래요. 전 대표님께서 선물하신 건가요? 어디서 제작하신 거예요? 저도 맞추러 가야겠어요.”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선물한 치마가 아니라고 고 아주머니께서 사준 거예요.”전호영이 고현에게 치마를 선물해봤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 뒤로 고현이 겨우 전호영에게 치마를 한 번 입어 보이긴 했지만, 그 치마들을 여전히 받지 않았다.고현이 받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전호영도 그녀에게 치마를 선물하지 않았다.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할 계획도 전호영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 전호영이 알았더라면 그는 고현에게 더 예쁜 치마 몇 벌을 미리 선물했을지도 모른다.오늘 밤 고현이 입은 이 드레스는 예쁘긴 한데 등도 드러내놓지 않고 너무 보수적이었다. 다른 재벌가 딸들은 어깨나 등을 드러내놓는 드레스를 입었다.김지윤이 되물었다.“고씨 사모님께서 구매한 거라고요?”그녀는 고현이 입은 드레스가 전호영이 선물한 거로 알고 있었다.송씨 가문의 사람들도 남들처럼 고현이
송씨 가문의 어르신 송국호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하지만 그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변함없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고현과 전호영은 이미 한 쌍의 커플로 되었다. 그들이 동성애자일지라도 두 가문의 어르신들 모두 의견이 없었기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좋게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뭔 소용 있으랴!그 또한 두 사람의 자유였다.고현이 여자 분장하든 전호영이 여자로 분장하든 그건 그들의 자유였다.“전 대표님. 고 대표님.”별장 주인의 성씨는 송 씨로서 이름은 국호였다 그는 팔순이 넘었지만 정정하시고 강성 업계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송씨 가문은 업계에서도 명망이 꽤 높은 가문이다. 따라서 송씨 가문의 연회에 고현도 체면을 세워 주어 참석했다.“어르신.”두 사람 모두 예의 바르게 송국호에게 안부를 물었다.송국호는 웃으며 맞이했다.“고 대표님. 전 대표님. 안으로 들어오세요.”그는 두 사람을 별장 안으로 초대하면서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씨 가문의 사람들은 송국호만큼 좋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고현을 가끔씩 힐끗 쳐다보았다.그들은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이 남성 옷을 입은 것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고현은 도도하지만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평소 도도한 모습 때문에 그녀의 특유한 부드러움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고현이 치마로 갈아입고 여자로 변장하니, 마치 고현의 본래 모습인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고현이 여자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고현이 여자로 변장했지만, 그 분위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사람을 매혹하는 것도 여전했다.전호영은 고현의 손을 잡고 송국호의 안내로 화려한 별장 안으로 향했다.정원에 서 있던 사람들 전부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전호영 일행이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이때 어떤 재벌가 딸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저분이 정말 고 대표님이라고요? 내 눈이 멀어진 게 아니죠? 여자로 분장하시니 더 아름다워 보이는
고현이 남자로 분장하는 것이 얼마나 성공적이고 인상 깊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은 고현은 분명 남자인데 전호영과 동성연애를 하고 있으니 전호영을 위해 여자로 분장한다고 생각했다.그들은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고현이 원래 여자였다면, 다들 그들이 눈이 멀었다고 하지 않겠는가?그들이 8년을 따라다니던 대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눈이 먼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경호원들이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고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고현은 자신이 여자 신분을 회복하여 모두를 놀라게 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들 그녀가 전호영을 위해 여자 분장을 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아마도 머리를 길러야 할 것 같다고 여겼다.그녀의 긴 머리가 허리에 닿을 때면 사람들은 분명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믿을 것이다..아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그녀가 전호영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로 변장하기 위해 긴 머리를 기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휴. 어차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고현은 늘 여의치 않았다.어쨌든 그녀가 여자라는 진실을 말했으니 믿거나 말거나 사람들의 몫이었다.연회가 열리는 별장에 도착하자 별장의 주위에는 각양각색의 고급 차들로 가득 차 있었고 별장의 대문도 활짝 열려있었다.그리고 사람들이 별장 정문 앞에서 손님들의 주차를 도와주고 있었다.별장 안에는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하러 오신 손님을 접대하는 사람도 있었다.고현마저 체면을 살려 연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보면 오늘 저녁 연회가 엄청나게 크고 호화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모두 강성의 명망 있는 사람들이며 연회를 주최한 주인도 강성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그런 신분이 아니라면 고현도 체면을 새우 주지 않을 것이다.고현이 자주 타던 그 마이바흐 차는 강성 상류사회 사람들도 익숙히 잘 알고 있다.고현의 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입구에 있는 사람이 급히 마중 나와 운전 기사에게 별장 안에 주차 공간이 있으니
진미리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전화기가 꺼져도 찾아올 수 있잖아요. 우리가 낳은 사람이 원래 딸이잖아요.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진미리는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을 꺼버렸다.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는 강성 상류층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지는 말할 것도 없고 고현의 경호원들과 고씨 가문의 노동자들도 고현이 치마를 입은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씨 가문의 집사는 수없이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삼켜버렸다.경호원들도 멍한 정신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후,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하지만 경호원들이 전호영을 바라보는 눈빛이 매우 불만인 것으로 보면 그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아마 전호영이 고현을 비뚤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고현에게 여자 행세를 시켰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호영 이 나쁜 놈이 고현을 괴롭혀도 너무 괴롭힌다고 속으로 욕했을 것이다.하지만 고현과 전호영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여느 사랑하는 연인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 경호원들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경호원들은 고현은 이미 전호영에게 속아 넘어가 진정한 게이로 되었다고 여겼다.너무 아쉬웠다!고현처럼 훌륭한 회사 대표가 전씨 가문의 전호영에 의해 삐뚤어졌으니 이 얼마나 해를 끼치는 일인가!전호영은 신사처럼 고현을 위해 차 문을 열어 그녀가 차에 올라타도록 부축했다. 고현이 부축하지 않아도 된다는데도 전호영은 부축해야 한다고 고집했다.경호원들은 눈이 망가질 것만 같았다. 정말 전호영을 한바탕 때리고 싶었다.도도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던 고현은 전호영으로 인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도록 망가지고 있었다.그나저나 고현이 치마로 갈아입으니 경국지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고현은 성격이 냉담했기에 여자로 변장하면 고귀하고 도도하게 보였다.그녀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경호원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호영 씨를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마음속으로 호영
고현은 전호영의 팔짱을 끼고 핸드폰을 넣은 가방을 들며 전호영에게 말했다.“호영 씨, 우리 출발해요.”“경호원들과 함께 가시겠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하죠. 아니면 제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건데요?”분명히 그녀는 고현이지만 오늘 밤 여자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아마 많은 사람이 그녀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나타나야만 경호원들의 낯익은 얼굴을 통해서라도 그녀가 고현이라는 사실을 믿을 것이다.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밖으로 나갔고 꽃에 물을 주고 있던 고진호 부부는 두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고현이 여전히 자신이 고른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을 본 진미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딸의 짧은 단발머리를 보자 진미리는 결국 한숨을 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가발을 그렇게 많이 샀는데 하나도 착용하지 않는다니... 휴.”진미리는 다시 고현의 발을 보았다. 고현의 치맛자락이 좀 길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걸을 때 무슨 신발을 신고 있는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고현이 여전히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본 진미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을 열었다가도 바로 삼켜버렸다.어쨌든 연회에 참석할 사람은 고현일 텐데, 다른 사람이 비웃어도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미래의 사위도 개의치 않은데 진미리가 아무리 걱정해도 뭔 소용 있으랴!진미리는 못 본 척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아저씨, 아주머니.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전호영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고현은 오늘 밤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려고 했다. 그녀는 더는 사람들이 전호영이 동성애자라고 뒤에서 비난하는 것이 싫었다.그녀는 그를 위해 치마를 입으려 했다!전호영은 드디어 고현이 그를 위해 여자의 신분을 드러내게 되는 날을 기다려 왔다.전호영이 기분 나쁠 리가 없었다.그는 헤벌쭉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었다.“그래, 다녀와.”고진호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고현이 입을 열었다.“호영 씨는 너무 뻔뻔스럽네요.”전호영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제가 뻔뻔스럽지 않았다면 고현 씨의 마음을 훔치지 못했을걸요. 우리 큰형을 따라 배웠거든요. 우리 형이 형수님에게 구애한 적 없지만 뻔뻔스럽게 자신의 미래 아내를 쫓아다녀야 한다고 저에게 말했거든요. 우리 큰형도 옛날에 체면을 중요시하게 여겼지만, 우리 형수님과 지내면서 점점 뻔뻔스럽게 되었어요.”전태윤 부부가 금방 결혼했을 때 많은 갈등이 있었고 냉전도 자주 했었다.전호영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더 깊이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때로는 전태윤 부부가 싸움이 심해질 때면 전씨 할머니까지 나서야 했다.고현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 대표님께서 호영 씨가 자신을 뻔뻔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아마 호영 씨는 이 세상에서 없어질지도 몰라요.”고현은 전씨 가문의 형제들이 맏형 전태윤을 유난히 존중했고 또 가장 두려워한다고 전해 들었다.전태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차갑고 도도한 모습이지만 하예정 앞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전씨 가문은 형제들은 서원 리조트에서 함께 산 덕분에 사촌 형제지간일지라도 정이 아주 깊었다.따라서 맏형 전태윤의 지위도 높았고 그의 형제들도 그를 잘 따랐다.“큰형이 지금 여기에 없는데요 뭐. 그리고 제가 한 말도 사실인걸요. 우리 형도 형수님이 생긴 뒤로 뻔뻔해졌거든요. 우리도 따라 한 것뿐이에요.”고현은 여전히 웃으며 말을 건넸다.“호영 씨가 뻔뻔한 사실을 남에게 밀지 마세요. 그만하고 우리 얼른 가요. 호영 씨, 네가 오늘 제가 드레스 입고 하이힐을 신는다면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제가 비웃음을 당해도 괜찮겠어요?”전호영은 그녀가 벗은 하이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제가 뭘 더 신경 쓰겠어요? 제가 언제 다른 사람이 비웃을까 봐 두려워했었나요? 저는 남들 시선이 두렵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에요. 남들이 시선이 신경 쓰였다면 오늘 같은 달콤함도 없었을 거예요.”전호영은 다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