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진은 숙희 아주머니에게 배달 음식을 시켜준 후, 가게 키를 건네주며 말했다.“숙희 아주머니, 식사 후 집에 돌아가시기 전에 문을 잠그시면 돼요. 키는 아주머니께서 가지고 있어도 되고, 예정이한테 가져다줘도 돼요.”“사모님께서 요 며칠 동안 시간이 없다고 하셔서 제가 대신 도와드리러 왔으니 키는 제가 가지고 있을께요. 효진 씨는 어서 소 이사님이랑 식사하러 가요. 제가 가게를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숙희 아주머니는 서점에서 일을 도와준 시간도 꽤 되어 책 가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녀에게 맡기면 서점의 운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심효진은 안심하고 소정남을 따라 떠나 관성 호텔로 가서 식사했다.“전 대표는 요즘 어때요?”심효진이 관심을 가지고 묻자, 소정남은 차를 몰면서 말했다.“바쁜 데다 매일 목숨 걸고 일하니 슈퍼맨이 따로 없지요. 업무를 어찌나 빨리 처리하는지 내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예요. 아랫사람들도 힘들다며 아우성치는데 나라고야 별수 있나요? 지금 나는 그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요, 아마도 예정 씨만이 그를 말릴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둘은 이미 며칠 동안이나 만나지 않았으니...”“...”“전씨 할머니께서 태윤이한테 당분간 예정 씨를 찾아가지 말라고 했다네요, 서로에게 시간을 주라면서. 오늘 둘이 만났는데 얘기가 어떻게 됐을는지 모르겠네요. 태윤이가 돌아와서도 하소연하지 않고 여전히 정신없이 일하니... 그러다 점심때 성씨 집에 들렀다 왔는데 오후에 보니 기분이 좀 좋아진 것 같았어요. 그래도 그렇게 악착같이 일하니까 살이 얼마나 빠졌나 봐요.”소정남은 심효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효진 씨, 우리 둘은 절대 저러지 맙시다. 지금처럼 화기애애하게 사랑하며, 서로를 믿으며 지내요. 난 절대 당신을 속이지 않을 테니 당신도 날 속이지 말아요.”“누가 당신과 화기애애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그래요? 그리고 내가 당신을 속일 수 있기나 하겠어요?”소정남은 헤헤 웃었다.“난 지금의 우리가 아주 화기
그는 당시에 심효진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심효진이 고모의 소개팅을 거절하기 위해 도 씨 사모님의 생일연회에서 바닥에 드러누웠을 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때부터 그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녀가 재미있는 여자라고 느꼈다.심효진과 선을 본 후, 그는 그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타입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처럼 가십거리에 관심이 많았고, 마침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그하고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그때부터 그는 그녀를 자기 와이프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이 방면의 경험은 없다고 하지만 나도 이미 서른이 넘었으니 알건 다 알아요. 그리고 보통 당사자보다 옆 사람이 더 똑똑히 판단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태윤이는 감정적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하고 상담하는 거예요. 태윤이와 예정 씨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엉망인 것 같아요.”심효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예정이도 철석같은 마음은 아니어서 태윤 씨가 예진 언니 집으로 보내준 후로부터 그 화가 서서히 풀렸을 거예요. 지금 예정이의 고민은 태윤 씨와의 조건이 너무 차난다는거에요. 그래서 불안함에 태윤 씨와의 앞날을 고민하는 거고요. 우리 둘도 마찬가지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난 예정이 보단 부담이 훨씬 적은 편일걸요.”그녀의 집에서 세를 놓은 아파트 몇 채와 거리의 절반쯤을 차지하는 가게들을 모두 돈으로 환산하면 그녀 집의 자산도 200억을 넘을 것이다.물론 소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다. 소정남의 부모들도 회사 몇 개를 소유하고 있는데, 비록 소씨 가문의 가주 쪽 조건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큰 재벌 집인 건 분명하다. 소정남은 부모님의 회사를 인수하고 싶지 않아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전 씨 그룹에 가서 일하고 있다.“우리 둘의 집안 조건은 서로 맞먹지 한 치의 차이도 없어요.”심효진은 소정남을 보며 웃었다. “난 열등감도 없고, 내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관성 시내의 토착민으로서, 심효진은 어린 시절부터 우월한 생활을 보내왔다. 그
“정남아!”소씨 가문 사모님은 아들이 그녀의 부름을 듣는 체도 하지 않고 웬 젊은 여자아이를 끌고 걸음을 재촉하는 것을 보고, 분명히 자신을 피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참다못해 앞으로 뛰쳐나가더니 곧 두 사람을 제치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너 이 자식, 엄마가 널 부르는데 왜 못 들은 척해?”소 씨 사모님은 먼저 자기 아들을 호되게 꾸짖은 후 웃음을 띠고는 심효진을 쳐다보며 말했다.“아가씨, 겁내지 말아요. 정남이가 욕먹을 짓을 하여 욕하는 거예요. 지어미가 부르는데도 못 들은 척하고 도망치려 드니 욕 안 먹게 생겼어요?”“엄마!”소정남은 이곳에서 어머니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소 씨 사모님은 심효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손에 꽃다발을 안고 있고, 방금까지만 하여도 서로 잡고 있던 손을 보면 커플이 따로 없었다.‘이 녀석이 연애하고도 어쩜 말 한마디도 없어.’눈앞의 중년 여성이 소정남의 어머니임을 확인한 성소현은 시원시원하게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소 씨 사모님은 빙그레 웃으며 응한 후 심효진 곁에 서 있는 아들을 밀어내고는 꽃다발을 안고 있지 않는 심효진의 다른 한쪽 손을 잡으며 친절하게 물었다.“아가씨, 이름이 뭐예요? 우리 정남이의 여자친구예요?”심효진은 급작스러운 가장과의 만남에 살짝 놀랐다.그녀가 자기가 소정남의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하면, 아마 소 씨 사모님도 믿지 않을 것이다.심효진은 소정남을 한번 쳐다보더니 자기소개를 했다.“아주머니, 전 심효진이라 하고 소정남 씨의 여성 친구예요.”“여성 친구라면 줄여서 여친이잖아요, 그러니 우리 정남이의 여친인 거네요. 심효진이라... 듣기에 아주 익숙한 이름인데... 효진씨,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어요?”소 씨 사모님은 친절하게 심효진을 끌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심효진은 솔직하게 말했다.“전 전에 아주머니를 만나본 적이 없어요. 제 이름이 익숙하시다면 아마도 저에 대한 소문을 들으신 적이 있어서일 거예요. 몇 달 전에 우리 고모를 따라 도 씨
심효진은 웃으며 말을 받았다.“아주머니에게 방해를 드를까 봐 두려워요.”“괜찮아요, 방해는 무슨, 기뻐해도 모자라니 언제든지 놀러 와요.”소 씨 사모님은 물어보지 않아도 아들이 어느 룸을 예약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심효진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룸으로 들어갔다.자리에 앉은 후, 소 씨 사모님은 자신이 차고 있던 비취옥 팔찌를 빼더니 소정남이 방금 심효진에게 선물한 옥팔찌를 그녀의 손목에서 빼내고는 자기 팔찌를 끼워주며 말했다.“효진 씨, 우리 처음 만나는데, 아주머니가 따로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서 대신 이 팔찌를 줄게요. 방금 끼고 있던 건 정남이가 선물한 거 맞죠? 품질이 이것만 못하니 이걸로 껴요.”심효진은 부잣집에서 태어났고, 또 재벌 집 사모님이 된 친고모가 있어, 각종 보석을 많이 접촉했고, 보석에 대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소정남이 그녀에게 선물한 옥팔찌는 싼 것이 아니었다. 아마 몇천만 원은 할 것이다.그리고 소 씨 사모님이 준 비취옥 팔찌는 소정남이 선물한 것보다 색상도 더 좋았고, 보기에도 투명하고 아름다운 것이 일품이 분명했다.의심할 여지 없이 비싼 물건이었다.너무 진귀한 물건이라 심효진은 도로 빼서 돌려주려 했지만 제지당했다.“효진 씨, 아주머니가 준 선물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어른이 주면 고맙다고 하고 받는 거예요. 효진 씨가 받지 않으면 이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해할 거예요.”“그게 아니라... 아주머니, 이건 너무 귀중해요.”“그리 비싼 게 아니니 안심해요. 그냥 비싸 보이는 것뿐이에요. 정남이가 선물한 것보다 아주 조금 더 비싸요.”소 씨 사모님이 비싼 팔지를 꼭 주겠다고 고집하자 심효진은 도움을 청하듯 소정남을 바라보았다.미소를 지으며 심효진을 바라보고 있던 소정남은 그녀의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받자 웃으며 말했다.“효진 씨, 우리 엄마가 선물하신 거니 그냥 받아요. 당신만이 이 옥팔찌를 착용할 자격이 있는 거예요.”이 팔찌는 소씨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보물 중의 하나이
심효진은 부모님이 소정남에 대한 편애를 떠올리며 만약 양가 가장이 만나면 바로 혼사를 상의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완곡하게 거절했다.“저희 부모님이 최근에 여행을 가셔서 몇 달이 지나야 돌아올 것 같아요.”소 씨 사모님은 아쉬운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여행을 가셨다니 이제 돌아오면 같이 식사하는 거로 해요. 효진 씨, 부모님이 우리 정남이를 만나본 적이 있으신가요?”“네, 만나보신 적이 있어요.”“그럼, 우리 정남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심효진은 소정남을 보며 답했다.“저는 부모님께 이 문제를 물어본 적이 없어서... 정남 씨는 평소 우리 집에 가면 90퍼센트는 저의 남동생을 찾아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 하는걸요.”“..”소정남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그는 심효진이 아직 양가 부모님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쨌든 그도 급하지 않으니 올해 안에 여친으로 만들면 된다.“효진 씨, 우리 정남이는 분명히 효진 씨를 좋아하고 있어요. 만약 남자에게 관심이 있는 거라면, 첫 번째 타깃이 아마도 전 대표였을 거예요. 하지만 전 대표는 이미 결혼했잖아요. 참, 전 대표 부인이랑 절친 사이라고 들었는데, 참으로 인연이 있네요. 우리 정남이도 전 대표랑 절친 사이인데 말이에요.”친한 친구 둘이 또 다른 친한 친구 둘에게 시집가는 건 듣기만 해도 절묘한 인연이었다.소 씨 사모님은 심효진이 자기 아들의 성향을 오해할까 봐 대신해서 설명했다.“아주머니,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갑자기 소 씨 사모님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전화를 받더니 두 사람에게 말했다.“효진 씨, 아주머니가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으니 효진 씨는 정남이랑 천천히 식사하고, 영화도 보러 가요. 모처럼 이 녀석이 한가할 때가 있으니.”“아주머니는 같이 식사 안 하세요?”“나도 식사 자리가 있어서요. 고객이 와서 얼른 가봐야 해요,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잖아요.”소 씨 사모님은 말하면서 일어나 아들에게 몇 마디 당부
하예정은 언니를 도와 가게 문을 닫고 언니와 함께 차에 탔다.“이모한테 도움을 청했는데 기꺼이 도와주시겠대. 참, 언니,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 게, 큰 사촌 형수가 임신했어.”유청하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요즘 컨디션이 안 좋은 게 임신 때문이란 걸 발견했다.그녀는 성기현과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부부 사이가 좋아서 두 사람만의 오붓한 생활을 몇 년 더 지내려고 했기 때문이다.그러다 하예정 자매와 서로 알게 된 후, 주우빈의 귀여운 모습에 빠져 성기현과 상의하여 아이를 가지기로 했는데, 이렇게 빨리 가질 줄은 몰랐다.임신 검사 결과가 나온 후, 유청하는 직접 남편의 회사로 찾아가 이 좋은 소식을 알렸다.젊은 부부는 서로 기뻐하느라 저녁때가 되어서야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성씨 일가는 삽시에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유청하와 관계가 좋은 하예정도 이 소식에 기쁜 건 마찬가지였다.“이모가 좋아하시겠다.”“엄청나게 기뻐하시지. 사촌 형수는 요즘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다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어. 언니, 태윤 씨가 오늘 갑자기 나에게 얼마나 자주 건강검진을 받냐고 물었는데, 이건 내가 임신했는지 알아보려는 게 아닐까?”“너 이번 달에 생리 왔어? 만약 오지 않았다면, 가서 한번 검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언니가 묻지 않았다면 깜빡할뻔했어. 생리가 이틀 늦어진 것 같아.”“생리가 늦어지는 사람들도 많으니 이틀 늦어졌다고 임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너 예전에도 늦어진 적이 있잖아, 만약 일주일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면 그때 다시 병원에 가서 진찰받거나, 약국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확인해 봐.”하예정은 차에 시동을 걸며 말했다.“이따가 약국을 지나가면, 임신테스트기를 사서 한번 확인해 봐야겠어. 언니, 임신한 지 얼마나 지나야 확인이 가능한 거지?”언니가 임신했을 때는 임신테스트기로 먼저 확인한 후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보통 임신한 지 보름
전태윤이 경호원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관성 호텔에서 거래처와 비즈니스 상담을 하고 있었다.경호원이 사모님이 약국에 들어가 임신테스트기를 몇 개 샀다고 하자 전태윤은 휴대폰을 잡은 손을 꼭 쥐었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알았어.”전화를 끊은 후, 전태윤은 즉시 전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형.”“이진아, 너 지금 어디야?”“아직 회사에서 야근중...”요즘 전태윤이 목숨 걸고 일하니 아랫사람들은 힘들어 죽을 것만 같았다.전이진도 저녁 식사 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회사에서 야근해야 했다.“너 지금 호텔에 와서 방 대표랑 협력에 대해 계속하여 이야기 나눠, 우리가 몇 번이나 회의를 함께 했으니,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알았어.”전이진은 감이 형에게 급히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도 못하고 형의 지시대로 호텔로 갔다.전씨 그룹은 관성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아 곧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가 도착하니 형은 이미 호텔에 없었고, 호텔 운영을 맡은 셋째와 그의 비서만이 방 대표 등을 모시고 있었다. 셋째는 주로 음식업을 경영했고, 전씨 그룹 계열의 모든 호텔은 셋째가 맡고 있다.셋째는 사내의 다른 프로젝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애써 화제를 찾아 방 사장 등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전이진이 도착한 것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방 대표님, 부대표님께서 오셨으니, 그와 얘기를 나누세요.”셋째는 바로 전이진에게 맡기고 자신은 철수하려고 했다.다시는 형님한테 잡혀 이런 일데 대응하고 싶지 않았다.방 대표를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는 전이진은 웃으며 먼저 악수를 나눈 뒤 셋째 옆에 앉았다.“형은?”전이진은 작은 소리로 셋째에게 물었다.“갔어. 그래서 내가 임시로 잡힌 거고. 난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들에 대해 잘 모르니 형이 인수해, 난 철수할게.”전이진이 응하자, 셋째는 핑계를 대고 비서를 데리고 여유롭게 룸을 빠져나갔다.한편, 하예정은 언니와 조카를 데리고 월세방으로 돌아갔다. 다들 이미 식사했으니 더 이상 부엌에
“너도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 때로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만약 2~3년 동안 임신이 안 되면, 그땐 무슨 이유인지 잘 검사해 보는 거야.”어떤 부부들은 몇 년 동안 임신 안 되어서 검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리고 이혼해서 제각기 다시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다.“아마도, 매번 안전기였을 거야.”하예정은 이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예진은 안전기도 반드시 안전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그녀는 아직 아이와의 인연이 닿지 않아 임신이 안 됐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의 건강은 분명 문제가 없을 것이고, 여동생도 건강해 보인다. 여동생은 그녀가 키웠기 때문에 여동생의 생리기 정황을 잘 알고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정상이 아니면, 그녀는 제일 먼저 여동생을 병원에 데려가곤 했다.게다가 그들 부부가 진정한 부부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으니, 아직 임신이 안된 것도 정상이다.“따르릉...”초인종이 울렸다.“누구세요? ”하예진이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지금은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도 함부로 문을 열지 못하는데, 오는 사람이 서현주나 전 남편일까 봐 두려웠다.특히 주형인과 서현주가 둘 다 실직했다는 것을 알고 하예진은 전 남편이 자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와서 소란을 피울까 봐 두려웠다.“처형, 접니다.”전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제부가 왔어.”하예진이 동생을 쳐다보니 동생의 얼굴에는 조금도 의아해하는 기색이 없었다.일어나 문을 여니 전태윤이 한쪽 손에 주머니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는데, 그 안에는 임산부용 분유 두 캔과 칼슘, 엽산 등 임산부 약이 들어있었다.“처형, 예정이 보러 왔어요.”전태윤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어려있었다.하예진은 그가 사 온 물건을 힐끗 보고는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전태윤을 붙잡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제부, 이런 것을 사기엔 아직 일러요.”전태윤은 멍해져서 처형을 바라보았다.경호원들이 하예정이 약국에 들어가 임신테스트기를 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