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하는 말을 들은 노동명은 어머니가 하예진을 원망하고 있다고 느꼈다.이어 그는 손은경이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아주머니, 감정에 대해 절대 강요해서는 안 돼요. 동명 오빠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 건 인연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아주머니도 이건 팔자라고 하셨잖아요. 동명 오빠가 설사 저와 사귄다고 해도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어요. 또한 동명 오빠도 이젠 현실에 마주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절대 동명 오빠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돼요. 아주머니께서 예진 씨를 원망하고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예진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동적인 위치에 있었어요. 게다가 한동안 동명 오빠를 직접 돌보고 격려도 많이 해줬지만 오빠에 대한 태도가 늘 그대로였잖아요.”윤미라가 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맞아, 우리도 다 알고 있어. 예진 씨는 아직 동명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동명이가 걸을 수 없는 것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재혼할 생각을 하지 않은 거지. 전의 결혼생활로 인한 상처가 너무 컸나 봐. 난 예진 씨를 원망하지 않아.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알아. 그냥 동명이 없을 때 해본 소리인걸.”손은경이 윤미라를 위로했다.“아주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는 재활하기를 원하는걸요. 의사도 말했잖아요, 재활을 계속하면 90%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요. 그리고 요즘 동명 오빠가 가끔 회사에 돌아가서 업무를 처리한다고 들었는데, 오빠의 마음가짐이 좋으면 되는 거예요.”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했다.보통 마음가짐이 좋은 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는 법이다.윤미라는 그녀의 말에 응했다.“그래도 예진 씨에게 감사해. 비록 동명이의 감정을 받아주지는 않았지만 항상 동명이를 응원하고 격려해 줬어. 예진 씨는 동명이의 버팀목이야. 동명이도 지금 예진 씨를 위해 재활을 계속하고 있는 거야. 아휴, 난 이젠 아무 생각 없어. 동명이가 잘 나을 수만 있다면, 예진 씨가 결혼을 동의해 주기만 한다면 우리 가족은 아무 의
“그래.”윤미라는 직접 손은경을 배웅했다.그녀는 대문 앞에 서서 손은경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못내 아쉬워했다. 이렇게 좋은 여자아이가 그녀의 아들과 인연이 없는 것을 생각하자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정말 이상하다.노동명은 어느 방면을 보아도 훨씬 우수한 손은경에게는 전혀 마음이 가지 않았고 오히려 평범한 하예진을 마음에 두고 있다.윤미라는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집으로 돌아갔다.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들이 경호원의 부축도 없이 혼자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소파에 가서 앉는 것을 보았다.윤미라는 그런 아들을 보며 매우 감격했다.경호원은 휠체어를 옆에 세워놓은 후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동명아.”윤미라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아들 옆에 앉았고 관심으로 가득 찬 시선은 아들의 두 다리로 향했다. 아들의 다리가 떨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또 마음이 아파 손을 뻗어 아들의 종아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아직도 많이 아파?”노동명이 그에 응했다.“처음 혼자 일어섰을 때보다는 통증이 덜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천천히 좋아질 거예요.”“그래, 차차 좋아질 거야. 너도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노동명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토요일인데 예진 씨는 오늘도 바쁜 거야? 놀러 오라고 하지 그래? 우빈이가 좀 보고 싶구나.”“태윤이가 예정 씨를 데리고 리조트에 휴가를 보내러 갔어요. 정남이네 부부도 같이 따라갔고요. 전씨 집안 어르신들이 예진에게 빨리 우빈이를 데려오라고 재촉하셔서 예진이는 이미 리조트로 떠났어요. 아마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태윤이네랑 함께 시내로 돌아올 거예요.”노동명은 자기 다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서원 리조트에 못 가본 지 오래돼서 가보고는 싶은데 내가 가면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돼요. 내가 가면 마음 놓고 즐겁게 놀 수도, 내가 괴로워할까 봐 너무 기뻐하지도 못할 거잖아요. 날 챙기느라 마음대로 놀지도 못할 거니까 그냥 가지 않기로 했어요.”노동명은 유난히 옛날이 그리웠
윤미라가 이어 말했다.“깨어난 건 그래도 좋은 일이야. 우빈이가 아직 나이도 어린데, 이렇게 어린 나이에 아빠를 잃으면 얼마나 불쌍해.”노동명이 한마디 했다.“우빈이랑 주형인은 감정이 별로 깊지 않아요. 주형인은 예전에 우빈이를 그냥 예정 자매에게 맡겨놓고는 아무것도 안 한 걸요. 어쩌다가 생각이 나면 놀아주곤 했지만 아이를 울리기 일쑤였어요. 주형인의 부모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빈을 대해서는 아끼는 듯 보이지만 정작 진심으로 관심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아이는 자신을 보살펴준 사람이랑 많이 친하게 되잖아요? 우빈이는 예정 씨랑은 한 가족처럼 친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모랑은 친하지 않아요. 예진이가 우빈이의 양육권을 쟁취한 게 다행이에요. 우빈이는 예진 씨를 따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에요.”윤미라가 응했다.“지금 주씨 일가들 우빈이랑 감정을 키우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쓰는걸 보면 이미 늦었다고는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 몇 마디 비꼬고 싶은 생각이 들어.”노동명도 사실 주씨 가족에게 불만이 많다.그는 주씨 일가를 매우 싫어했다.특히 주서인은 교활한 데다가 아주 뻔뻔했다. 예전에 하예진에게 그렇게 못되게 굴고는 지금은 하예진이 장사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또 달려들어 피를 빨고 싶어 한다.“우빈이의 고모는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파렴치한 사람이에요.”노동명은 참다못해 욕을 뱉었다.그는 주형인의 병실에서 보고 들은 것을 어머니에게 말해주었다.“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어요. 가족 전체가 다 쓰레기예요. 예진이가 정말 잘 거절했어요. 이런 쓰레기는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니까요. 하도 예진이가 마음씨가 착해서 전 시댁과의 관계를 끊지 않은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혼 후 바로 아들을 데리고 멀리 떠나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을 거예요.”노동명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이혼 합의서에는 주씨 일가가 언제든지 우빈이를 볼 수 있다고 쓰여 있어요. 주형인도 양육비를 꼬박꼬박 보내고 있고요. 어쨌든 아이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
언니가 곧 도착한다는 것을 알고 하예정은 리조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전태윤은 당연히 그녀와 함께 기다렸다.하예정은 기다리면서 하품을 몇 번이나 했다.그 모습을 본 전태윤이 말했다.“시내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거리가 멀어서 먼저 가서 쉬고 있으라니까. 쉬다가 깨어나면 도착할 때가 된다는데 왜 말을 안 들어. 지금 하품만 몇 번 한 거야.”하예정은 또 하품을 하며 말했다.“누운 후에 다시 일어나지 못할까 봐 그래요. 이런 날씨에 에어컨을 틀고 자면 잘수록 더 몸이 나른해져서 점점 더 일어나기 싫어지는걸요.”깨우지 않으면 오후 내내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환절기 때문인가 봐. 환절기가 되면 나른해지기 쉬워.”전태윤은 아내의 손을 잡고 자기 얼굴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손등에 뽀뽀하고는 다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부드러운 눈길에는 사랑으로 가득했다. “여보, 곧 우리의 결혼 일주년이잖아? 나한테 어떤 선물을 준비해 줄 거야?”하예정은 손을 빼내고는 일부러 남편의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 보름이나 남았잖아요. 지금 난 지연이랑 지호에게 무슨 선물을 준비할지 생각 중이에요. 곧 백일 잔치잖아요?”전태윤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그 두 아이는 예 대표의 아이들이잖아. 그 아이들이 나보다 더 우선인 거야? 내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마음이 안 아파?”결혼기념일에 아내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받지 못하면 전태윤은 적어도 일 년 동안 슬퍼할 것이다.하예정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정말 아직 생각하지 못한 거예요. 말해봐요, 당신 어떤 선물을 원하는 거죠? 당신이 원하는 걸로 선물해 줄게요.”그녀는 그날 하루 휴식하면서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준비할 선물로는 옷, 넥타이, 시계 외에도 목걸이, 결혼 1주년 다이아몬드 반지 등을 생각했다.기념일 당일 하예정은 직접 요리를 해서 세 끼를 차릴 생각이다. 저녁은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로맨틱한 촛불 만찬으로 말이다.전태윤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하예진은 리조트 입구에 차를 세웠다.“우빈아, 일어나. 이모 집에 도착했어.”하예진은 고개를 돌려 아들을 불렀다.꼬마는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오는 내내 잤다.우빈이는 달콤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도 그를 깨우지 못했다.하예진은 먼저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언니.”하예정의 얼굴에는 찬란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전태윤도 다가와 처형과 인사했다.“날도 더운데 여기서 이렇게 같이 기다린 거야? 더워 죽겠어, 빨리 들어가. 난 차를 몰고 들어갈게.”전태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처형이 온다는 말을 듣고 예정이가 시간을 세더니 거의 도착할 것 같다면서 굳이 나와 기다리겠다고 하지 뭐예요.”하예진은 동생에게 몇 마디 꾸중했다.“나와 기다리면서 양산도 챙기지 않고.”“괜찮아. 우리 아까는 경비실에 잠깐 앉아 있었는데 뭐. 그곳에 에어컨도 있단 말이야. 시간이 거의 된 것 같아서 태윤 씨랑 나와보다가 언니 차를 본 거야.”하예정이 조카를 찾았다.“우빈이는?”“차에서 잠들었어. 깨워도 깨나지 않아.”“먼저 자게 놔둬. 언니는 차 몰고 들어가서 세우고.”말하면서 하예정은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탔다.전태윤은 차 뒷좌석에 앉아 우빈이가 차 의자에 기대어 달콤하게 자는 것을 보고 아이를 안아 자기 품에서 재우고 싶었다. 안으려고 손을 댄 찰나 우빈이가 깨어났다.눈을 뜬 꼬마는 전태윤을 보자마자 방그레 웃으며 애티 나는 목소리로 불렀다.“이모부.”“우빈이 벌써 깨났어? 더 잘래? 이모부 품에서 잘까?”우빈이는 전태윤의 품에 머리를 기대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아이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전태윤의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아이의 작은 얼굴에 뽀뽀했다.어쩐지 어르신들이 그들 부부가 우빈이를 데리지 않고 주말을 보내러 온 것을 보고 표정이 별로 좋지 않더라니... 모두 귀여운 우빈이를 보고파서였다.하예정은 사석에서 남편에게 말했다.“앞으로 우리가 돌아올 때 우빈이를 데리고 함께 오지
하예진이 응했다.그녀는 곧장 차를 몰고 안채로 갔다.얼마 뒤 차가 안채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자마자 장소민이 방에서 마중 나왔다.장소민은 계단을 내려와 차 앞으로 다가가더니 하예진에게 물었다.“우빈이 데리고 온 거죠?”하예진도 웃으면서 말했다.“계속 전화해서 재촉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안 데리고 오겠어요. 뒤에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잠들었어요.”“잠들어도 괜찮아요. 지금 점심시간이라 저도 방금 일어난걸요.”우빈이가 뒤에 있다는 말을 듣고 장소민은 뒷좌석의 문을 열려고 했다. 그때 마침 전태윤이 안에서 차 문을 열었다. 장소민은 전태윤이 우빈이를 안고 내리려고 하는 것을 보고 급히 두 손을 내밀며 말했다.“우빈이 나한테 안겨.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고.”전태윤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제가 부딪치는 건 걱정되지 않으세요?”“넌 가죽이 두꺼워서 조금 다쳐도 괜찮아. 기껏해야 껍질이 좀 벗겨지겠지.”장소민은 아들의 손에서 부드럽게 우빈을 안아갔다.우빈을 품에 안은 후 그녀는 나머지 세 사람을 놔두고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하예정이 웃기다는 듯 말했다.“어머님 말이에요, 우리한테는 눈길 한번 주시지도 않네요.”“다리가 있으니까 알아서 스스로 걸어 들어갈 수 있잖아. 여기는 너희들 집이니까 따로 가이드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시겠지. 너희들을 손님으로 모실 수는 없잖아.”하예정이 웃으며 언니에게 말했다.“언니는 몰라서 그래. 어제저녁 나랑 태윤 씨가 돌아왔을 때 어머님과 아버님은 먼저 우리 차 주위를 맴도시며 우빈이부터 찾으셨어. 차 안에도 우빈이의 모습이 안 보이자 그제야 우리에게 물으시는 거야. 우빈이를 데려오지 않았다고 알려드리니까 어떤 눈길인지 알아? 마치 우빈이도 데려오지 않고 둘만 돌아와서 뭐하냐고 말하는 듯한 눈길이셨어.”하예진도 웃으며 말했다.“우빈이는 참 행복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 말이야.”우빈이는 어디를 가나 인기가 많았다.자매는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예진은 전태윤에게 차 안에 선물
우빈이가 온 후 안채는 곧 떠들썩해졌다.친이모인 하예정은 우빈의 곁에 다가갈 기회도 없어 아예 언니를 데리고 리조트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러 나갔다.서원 리조트의 풍경은 계절마다 다른 특색이 있었다.봄이 되면 온 리조트가 봄기운으로 가득하여 이루 다 감상할 수 없다.여름이 되면 연꽃이 아름답게 피었다.가을에는 산기슭이 단풍으로 물들었다.겨울은 눈을 보는 계절이지만 관성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 설경을 즐길 수 없다. 그래도 리조트의 아름다움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주형인은 어떻게 됐어?”하예정이 언니에게 물었다.“회복 꽤 잘 되고 있어. 방금 깨어났을 때보다 오늘은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는데 아직 침대에서 내려와 걸을 수는 없어. 서현주는 주형인을 정말 죽이고 싶었는지 찌른 곳마다 치명적인 상처였잖아.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고 의사 선생님도 말했어.”하예정이 잠자코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주형인이 살아 있는 이상 우빈이에게는 자기 친아버지가 있는 거야. 뭐 언니에게는 영향을 미칠 게 없으니까 가끔 우빈이를 데리고 가보면 돼.”하예진이 답했다.“나랑 주형인의 사이가 틀어져서 결국 이혼했지만 우빈이의 친아버지이기도 하고 나도 그 사람이 죽기를 바란 적은 없어. 주씨네가 우빈이를 이틀 정도 병원에 남겨두고 싶어 했는데 우빈이가 거절했어.”하예정이 코웃음을 쳤다.“예전에는 우빈이를 장난감 취급하더니 꼴 좋네. 기분이 좋을 때는 놀아주다가 싫을 때는 쳐다보지도 않았으면서. 우빈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늘 자기가 직접 키워온 손자를 더 예뻐했지. 우빈이도 그쪽이랑 친하지 않으니까, 언니가 옆에 없는데 당연히 병원에 남아 아빠랑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거지 뭐.”아무리 가족이라도 감정은 쌓아가야 하는 법이다.할아버지, 할머니로서 손자와 잘 지내본 적도 없고 데리고 놀아준 적도 없으니 손자가 그들과 친할 리가 있을까?“동명 씨도 같이 따라갔었어.”하예진이 한마디 보탰다.하예정은 순간 깨달았다.“어쩐지 우빈이를 병원에 남기고 싶어 하
“평온한 나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내 신분을 알게 됐어. 그리고 또다시 긴 조사가 시작됐지. 예정아, 우리 명이 안 좋은 걸까? 왜 이렇게 시련이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걸까?”하예정은 부드럽게 위로했다.“이모,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누구의 인생이든 항상 순탄할 수는 없어요. 가끔은 어려움도 겪어야 하는 법이에요. 태윤이에게도 조사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 두었어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분명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그래, 네 말이 맞다.”이경해는 잠시 마음이 답답해져, 조카딸에게 이렇게 푸념했던 것이었다.“너희 언니는 지금 도착했니?”“네, 방금 도착했어요. 이모, 언니와 이야기 나누고 싶으세요?”이경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네 언니에게 전화 좀 바꿔줘. 할 말이 있어.”하예정은 곧바로 언니에게 전화기를 건넸다.“이모.”이경해는 다정하게 응답한 뒤, 하예진에게 말했다. “예진아, 요즘 시간 좀 낼 수 있니?”“그럼요, 이모. 제가 할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그렇다면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렴. 이모랑 함께 강성에 가서 현재 이씨 가문의 대표를 한번 만나보자.”이경해가 하예정을 데리고 가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하예정이 더 바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예진은 동생보다 시간이 더 여유로웠고, 또한 성소현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딸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둘째 여동생이 이씨 가문의 전 대표를 해친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경해 자매가 정말로 전 이씨 가문 대표의 딸이라면, 이경해는 반드시 이씨 가문의 대표 자리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하지만 이경해는 나이가 들어, 자신이 그 자리를 맡을 생각은 없었다. 이경해는 자신의 딸이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은 지금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대인관계에도 능숙해 적임자일 수 있지만, 이미 많은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하예진이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었다.하예진은 동생의 장녀였기에, 이경해는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
소지훈은 잠시 일을 멈추고 비서를 올려다보았다.비서가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저기 탁자 위에 올려 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꽃다발을 안고 돌아서서 소파로 가더니 그 꽃다발을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몸을 곧게 펴고 소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당분간 없어요.”“그럼, 일 보러 나가겠습니다.”비서는 소지훈이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사무실에서 나왂다.소지훈은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뒤 휴대전화와 자동차 키를 챙겼다. 그의 정윤하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새로 차 한 대를 뽑았다.그는 다가가서 장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그가 이전에 성소현에게 아무렇게나 샀던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다음에 그는 직접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꽃 한 다발만 샀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소지훈은 소정남이 평소에 심효진에게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자주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하지만 지금 정윤하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정윤하도 그런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은 별장과 차를 정윤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정윤하가 받아줘야 말이지...“먼저 시험해 보지 뭐.”소지훈은 혼자 중얼거렸다.먼저 꽃다발을 선물하여 정윤하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기뻐하면 천천히 다른 선물을 주려 했다.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비록 소지훈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마음이 조급해 정윤하를 빨리 소씨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하면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할 게 뻔하다.소지훈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소 대표님.”“퇴근할게요. 저녁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화하지 마세요.”소지훈과 정윤하가 친분을 쌓는 데 영향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일이 아무리 중요한들 그의 결혼에 관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다른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소지훈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