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나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내 신분을 알게 됐어. 그리고 또다시 긴 조사가 시작됐지. 예정아, 우리 명이 안 좋은 걸까? 왜 이렇게 시련이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걸까?”하예정은 부드럽게 위로했다.“이모,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누구의 인생이든 항상 순탄할 수는 없어요. 가끔은 어려움도 겪어야 하는 법이에요. 태윤이에게도 조사 좀 도와달라고 부탁해 두었어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분명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그래, 네 말이 맞다.”이경해는 잠시 마음이 답답해져, 조카딸에게 이렇게 푸념했던 것이었다.“너희 언니는 지금 도착했니?”“네, 방금 도착했어요. 이모, 언니와 이야기 나누고 싶으세요?”이경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네 언니에게 전화 좀 바꿔줘. 할 말이 있어.”하예정은 곧바로 언니에게 전화기를 건넸다.“이모.”이경해는 다정하게 응답한 뒤, 하예진에게 말했다. “예진아, 요즘 시간 좀 낼 수 있니?”“그럼요, 이모. 제가 할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그렇다면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렴. 이모랑 함께 강성에 가서 현재 이씨 가문의 대표를 한번 만나보자.”이경해가 하예정을 데리고 가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하예정이 더 바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예진은 동생보다 시간이 더 여유로웠고, 또한 성소현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딸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둘째 여동생이 이씨 가문의 전 대표를 해친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경해 자매가 정말로 전 이씨 가문 대표의 딸이라면, 이경해는 반드시 이씨 가문의 대표 자리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하지만 이경해는 나이가 들어, 자신이 그 자리를 맡을 생각은 없었다. 이경해는 자신의 딸이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은 지금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대인관계에도 능숙해 적임자일 수 있지만, 이미 많은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하예진이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었다.하예진은 동생의 장녀였기에, 이경해는
하예정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언니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하예정은 정말 바빴다. 자신의 사업에 몰두해야 하고, 전태윤의 사유재산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을 주어야 하며, 시어머니로부터 맡은 소소한 일들까지 처리해야 했다. 능숙한 큰 사모님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하예정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만약 하씨 가문과 전씨 가문이 동등한 가문이었다면, 이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부담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예정은 이모가 계획적으로 언니를 이씨 가문의 대표 자리에 올리려 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쪽 서원 리조트는 북적거렸다. 멀리 떨어진 강성의 고 씨 그룹은 시끌벅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평소의 적막함에 비하면 오늘은 꽤 활기차다고 할 수 있다. 고현 남매는 부모님의 요청에 따라 주말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고빈은 일찍 돌아왔고, 전호영과 함께 고성 호텔에서 고헌을 데리러 갔다. 오후 4시의 햇볕은 정오처럼 강렬하지 않고, 부드러워졌지만, 날씨는 여전히 더웠다. 그래서인지 정오의 뜨거운 햇빛은 아니더라도 모두가 에어컨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고현은 오후 내내 푹 자고 싶었다. 그러나 전호영, 이 나쁜 녀석은 고현이 그렇게 오래 자도록 놔두지 않았다. 겨우 오후 3시가 되었을 때, 정호영은 고현의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고현은 전호영을 무시했다. 10분 간격으로, 혹은 10여 분마다, 전호영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전호영은 전화를 걸어 고현을 깨우기도 했다. 결국 한 시간 동안 이리저리 반복된 후, 고현은 잠에서 깨어났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고현은 낮잠을 마치고, 인상을 찌푸린 채 방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전호영은 손에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그 꽃다발은 포장도 되지 않았고, 딱 봐도 고현의 집 정원에서 꺾어 온 것이 분명했다. 고현이 문을 열자, 전호영은 활짝 웃었다. 고현은 그를 계단 아래로 걷어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전호영이 집에 있을 때마다 고현은 부모님이 손을 잡고 자신을 전호영에게 팔아넘기려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가요.”전호영은 손을 뻗어 고현의 한 손을 잡고는 고현을 끌고 가려 했다. 고현은 반사적으로 전호영의 손을 뿌리치며 자신에게 손대지 못하게 했다. 고현은 차갑게 그를 경고했다.“전호영, 자중해. 손대지 마. 우리 부모님이 네 편을 든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손 못 댈 것 같아?”전호영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고현 씨에게 함부로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아래로 데려가려는 것뿐이에요.”“나도 발이 있고 스스로 걸을 수 있어. 네가 잡을 필요 없어.”고현은 그 꽃다발을 전호영의 품에 다시 밀어 넣으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난 꽃을 좋아하지 않아.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고현은 말을 마치고 전호영을 지나 아래로 내려갔다.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고현을 따라가며 말했다.“그러면 저는 어떡해요? 제 임무는 엄청나게 중요한데, 고현씨, 고 대표님, 저희 관계도 이렇게 가까워졌는데, 제발 저 좀 도와줘요. 고현 씨 부모님 앞에서 큰소리쳤단 말이에요.”“만약 그분들이 제게 주신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제가 그분들한테 받을 점수는 크게 깎일 거예요. 원래 100점을 줄 분들이, 고현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50점밖에 안 줄지도 몰라요. 그럼, 불합격이에요.”고현은 걸음을 멈추고 경계하며 그에게 물었다.“우리 부모님이 너한테 뭘 시켰어?”“고 아저씨와 이모는 제가 고현 씨를 정상적인 길로 돌아오게 하고, 여자의 정체성을 되찾아서 정상적으로 결혼하고 애를 낳게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고현 씨, 이 임무가 정말 어렵지 않나요? 저도 제가 무모하다고 생각해요. 이 일이 쉽게 해결될 줄 알고 가슴을 치며 완수하겠다고 다짐했거든요.”고현은 할 말을 잃었다. 고현은 전호영을 몇 초 동안 노려보다가 다시 물었다.“우리 부모님이 만약 네가 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라고 하셨니?”“조 아저
고현이 다가오자 이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인사했다. “고현 씨.”고현은 드물게 미소를 지으며 이윤미에게 다시 앉으라고 권하고 웃으면서 물었다. “윤미 씨는 언제 왔어요? 오기 전에 전화 한 통만 줬다면 내가 문 앞까지 나가서 맞이했을 텐데.”이윤미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약간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말에 출근하지 않아서 집에만 있으면 지루하더라고요. 친구도 별로 없고, 고현 씨가 저에게 잘 대해주시니까 용기를 내서 찾아왔어요. 고현 씨와 얘기나 좀 나눌까 해서요.”이윤미는 더 이상 고현에게 마음을 두지 않기로 했지만, 고현은 이윤미에게는 정말로 따뜻했다. 다른 젊은 여성들에게는 차갑기만 한 고현이 유독 자신에게는 조금 더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윤미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이윤미는 고현이 웃을 때 특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잘 웃지 않는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고현에게 마음을 품고 있어서일 것이다. 고현은 항상 차가운 모습을 유지하며 사람들을 멀리하는 듯했지만, 많은 이들이 고현의 마음속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길 원했다. 만약 고현이 자주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고현의 매력에 빠졌을 것이다.이윤미는 비록 고현을 잘 알지 못하지만, 고현이 결코 쉽게 마음을 주지 않고 어떤 이성에게도 희망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수많은 사랑 고백을 받으면서도 고현은 항상 냉정하게 거절했다.이윤미는 가끔 고현처럼 훌륭한 남성이 어떤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할지 궁금했다. 그러다 전호영이 고현에게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대대적인 구애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을 때 고현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전호영을 내쫓지 않았다는 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혹시 고현이 정말로 동성애자인가? 이윤미는 속으로 아쉬움을 느꼈다.“앞으로 윤미 씨가 지루할 때 언제든 나를 찾아와요. 나는 주말에 주로 집에 있고 외출을 잘 하지 않아요.”이윤미는 전호영을 바라보았고 전호영은 별다른 표정
고현이 뛰어나고 잘생긴 사람이기에 전호영이 고현에게 빠져들고, 세상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고현을 추구하는 전호영의 용기가 대단했다. 또한 고현의 매력이 끝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나중에 이윤미는 큰이모의 두 딸이 관성에 살고 있으며, 그중 작은 딸의 둘째 딸이 전씨 가문의 큰며느리 하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윤미는 깨달았다. 아마도 이윤미는 누군가와 매우 닮았을 것이다. 전호영의 태도로 볼 때 이윤미는 자신이 하예정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예정은 전호영의 큰형수로 전씨 가문의 몇몇 도련님들은 특히 큰형 전태윤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당연히 하예정을 존경할 것이다.이윤미는 관성에 가서 이경혜와 하예정 자매를 만나고 싶어 했다. 이윤미와 이경혜는 사촌지간이며 하예정 자매는 이윤미를 사촌 이모라고 불러야 한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이씨 가문 대표는 정보가 빠르고 가문 내에서 누군가가 관성에 가서 이경혜를 만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윤미의 어머니는 즉시 사람들을 보내 관성으로 가서 이들을 막았고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강성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지금 그들을 엄하게 꾸짖고 경고하고 있었다.이 민감한 시기에 이윤미가 관성에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반응은 이윤미로 하여금 당시 어머니의 지위 상승이 부정한 수단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을 더욱 키웠다.이윤미는 자신의 큰이모 가족과 작은이모의 죽음이 어머니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윤미에게는 증거가 없었다. 이윤미는 비밀리에 사람들을 시켜 증거를 수집하려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젊은 세대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나이 든 가문 사람들은 말문을 닫았으며 심지어 관성에 가서 이경혜를 만나려 했던 그들도 이윤미의 큰이모 가족의 죽음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윤미 씨, 저 사람 신경 쓰지 말아요. 우리 사이에 왕래하는 것은 우리의 자유예요. 윤미 씨가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오면 돼요.”고현은 이윤미에게 답을 주
이은화는 멍청하지 않았으므로 이씨 가문에 해가 끼칠 일은 하지 않았다.“고현의 말이 맞아요. 이윤미 씨만 좋다면 언제든지 찾아와도 돼요. 우리 가족 모두 이윤미 씨를 환영해요.”진미리가 이윤미를 환영하는 건 제 딸이 이윤미와 가깝게 지내며 여성스러움을 배우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가능성이 크지는 않았지만 진미리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사실 진미리는 제 딸을 아들로 키운 것에 후회가 막심했다.아이들이 어릴 땐 그저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다.두 아이를 모두 남자아이로 꾸미고 밖을 나서면 사람들은 일란성 쌍둥이로 착각했다.그러다가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나이가 되고, 딸은 여전히 남자아이의 옷차림을 고집했지만 나이가 어리니 괜찮다고만 생각했다.그러나 딸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남장을 고집하게 되고, 진미리가 바로잡기에는 늦어버렸다.외부인은 모두 딸을 도련님이라고 불렀고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다.아이가 점점 크면서 주장도 커지고 독립적인 한 사람이 되어버리자, 엄마가 통제할 수 있는 범주는 점점 줄어들었다.그래서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자연스레 딸도 꾸미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전호영의 등장이 바로 그 희망의 시작이었다.비록 지금은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아 전호영의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호영아, 낚시하러 갈까?”고진호가 전호영에게 물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이윤미에게 말했다.“이윤미 씨 오랜만에 우리 집에 들르셨는데 저녁이라도 드시고 가세요. 저랑 호영이는 낚시하러 갈 참인데 호영이가 잡아온 싱싱한 생선으로 만든 생선구이를 맛보세요. 정말 맛이 좋습니다.”이윤미는 바로 미소를 지었지만 조금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 그건 좀 실례가 아닐까요?”“뭐가 실례라고 그래요? 밥 먹고 가요.”고현도 이윤미를 붙잡았고 제 동생을 흘깃 보며 말했다.고빈은 제 누나의 모습에 심장이 벌렁거렸다.‘누나는 내가 잘 지내는 모습이 보기 싫은 거야?’“고 이사님이 낚시하러 가고 싶다면 제가 모시겠습니다.”전호영
양부모한테 키워진 이윤미는 늘 괴롭힘을 당하며 컸는데 배불리 먹을 수만 있어도 큰 행운이었으므로 편식은 사치였다.이제 스스로 돈을 벌게 되고 몸값 몇십억의 사장이 되고 나서는 세상 산해진미를 모두 맛보았다. 그래도 이윤미는 여전히 가리는 음식이 없이 뭐든지 차려주는 대로 잘 먹었다.이씨 가문의 음식 솜씨는 좋은 편이었다.그러나 이윤미가 편식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는 따로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지도 않았다.편식하지 않을 뿐이지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건 아니었다.이건 이씨 가문 셰프가 그녀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매일 한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면 친 엄마인 이은화가 좋아하는 음식은 반드시 있었고, 그 다음으로 많이 준비되는 건 이윤정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가 적어도 두어 가지는 차려졌지만 유독 친딸인 이윤미의 입맛에 맞는 요리는 없었다.이윤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마음에 담아뒀다.그러나 그녀는 하나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이씨 가문을 손에 넣는 그날만 오면 모든 게 바뀔 것으로 생각했다.이윤미는 셰프가 이은화와 이윤정만 챙기는 걸 탓하지는 않았다.진미리가 미소를 지었다.“편식하지 않는다니 정말 좋은 아이네요. 저는 이윤미처럼 착한 아이가 좋아요.”이윤미는 이은화가 대체 왜 제 딸이 아닌 피가 섞이지도 않은 이윤정을 감싸고 도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윤정의 친아버지는 두 아이를 바꾼 장본인이었다.만약 본인이라면 바로 이윤정을 진짜 제 집인 시골집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이윤미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진미리의 재촉하에 고현은 이윤미와 함께 방을 나섰다.고씨 가문 저택은 면적이 넓었다. 정문 정원이든 뒤뜰이든 모두 풍경이 아름다웠는데 고현의 여의 팰리스보다는 훨씬 좋았다.고현은 이윤미와 함께 정원을 빙 돌고 나서는 뒤뜰로 안내했다.“뒤뜰에는 나무를 많이 심어 그늘이 있는 길을 걸으면 그렇게 덥지는 않아요.”“요즘은 날이 참 덥네요.”이윤미가 입을 열었다.“벌써 10월이 다 되어가는
고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저는 주워 온 아이인가 보죠, 뭐.”이윤미가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저는 고현 씨 마음이 이해돼요. 저희 어머니도 마찬가지거든요. 항상 다른 가문 딸이 더 잘나 보이고 제가 부족하다고 다그치거든요.”“제 어머니는 늘 고빈과 저를 비교해요. 고빈이 저보다 뭐가 더 잘났는지를 하나하나 예를 들면서 가문 대대로 규칙이 아니었다면 절대 제가 후계자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네요. 제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가 봐요.”이윤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고현은 이윤미의 상처가 느껴졌다.비록 이은화의 곁에서 자라지는 않았으나 친모가 계속 다그치고 무시한다면 괴로울 게 분명했다.“윤미 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윤미 씨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해도 앞으로 이씨 가문을 물려받게 될 거예요.”고현이 이윤미를 위로했다.“이윤정 씨는 비록 가문에서 크며 후계자 교육을 받았지만, 실력은 생각보다 허접하다고 하네요. 제 동생이 직접 만나보더니 앞으로 이씨 그룹이 이윤정 씨에게 넘어가면 망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어요.”그래도 유전은 속이지 못했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었으므로 이씨 가문의 훌륭한 혈통을 이어받지 못했다.이은화가 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에는 이윤정을 친딸로 여기고 애지중지 키웠다. 이은화가 그렇게 정성을 들여 후계자 교육을 시킨 이윤정은 고현의 눈에 차지도 않았다.이씨 가문에는 딸이 하나였고 딸이 바뀐 사실을 알기 전에는 가문의 규칙대로 후계자는 이윤정 하나였다. 그러니 이은화는 불만이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이윤정이 만약 성공적으로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면 바로 아들을 입사시켜 중요한 자리에 두고 딸을 도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현의 눈에 이윤정은 바지 사장이 딱 어울렸다.그러나 이윤미는 첫 만남부터 그룹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주었다.눈치도 빠르고 사람을 잘 이용했다.이 업계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유처럼 교활해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은 손해 보기 십상이었다.이윤미가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
소지훈은 잠시 일을 멈추고 비서를 올려다보았다.비서가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저기 탁자 위에 올려 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꽃다발을 안고 돌아서서 소파로 가더니 그 꽃다발을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몸을 곧게 펴고 소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당분간 없어요.”“그럼, 일 보러 나가겠습니다.”비서는 소지훈이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사무실에서 나왂다.소지훈은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뒤 휴대전화와 자동차 키를 챙겼다. 그의 정윤하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새로 차 한 대를 뽑았다.그는 다가가서 장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그가 이전에 성소현에게 아무렇게나 샀던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다음에 그는 직접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꽃 한 다발만 샀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소지훈은 소정남이 평소에 심효진에게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자주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하지만 지금 정윤하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정윤하도 그런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은 별장과 차를 정윤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정윤하가 받아줘야 말이지...“먼저 시험해 보지 뭐.”소지훈은 혼자 중얼거렸다.먼저 꽃다발을 선물하여 정윤하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기뻐하면 천천히 다른 선물을 주려 했다.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비록 소지훈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마음이 조급해 정윤하를 빨리 소씨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하면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할 게 뻔하다.소지훈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소 대표님.”“퇴근할게요. 저녁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화하지 마세요.”소지훈과 정윤하가 친분을 쌓는 데 영향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일이 아무리 중요한들 그의 결혼에 관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다른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소지훈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