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언니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하예정은 정말 바빴다. 자신의 사업에 몰두해야 하고, 전태윤의 사유재산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을 주어야 하며, 시어머니로부터 맡은 소소한 일들까지 처리해야 했다. 능숙한 큰 사모님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하예정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만약 하씨 가문과 전씨 가문이 동등한 가문이었다면, 이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부담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예정은 이모가 계획적으로 언니를 이씨 가문의 대표 자리에 올리려 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쪽 서원 리조트는 북적거렸다. 멀리 떨어진 강성의 고 씨 그룹은 시끌벅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평소의 적막함에 비하면 오늘은 꽤 활기차다고 할 수 있다. 고현 남매는 부모님의 요청에 따라 주말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고빈은 일찍 돌아왔고, 전호영과 함께 고성 호텔에서 고헌을 데리러 갔다. 오후 4시의 햇볕은 정오처럼 강렬하지 않고, 부드러워졌지만, 날씨는 여전히 더웠다. 그래서인지 정오의 뜨거운 햇빛은 아니더라도 모두가 에어컨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고현은 오후 내내 푹 자고 싶었다. 그러나 전호영, 이 나쁜 녀석은 고현이 그렇게 오래 자도록 놔두지 않았다. 겨우 오후 3시가 되었을 때, 정호영은 고현의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고현은 전호영을 무시했다. 10분 간격으로, 혹은 10여 분마다, 전호영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전호영은 전화를 걸어 고현을 깨우기도 했다. 결국 한 시간 동안 이리저리 반복된 후, 고현은 잠에서 깨어났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고현은 낮잠을 마치고, 인상을 찌푸린 채 방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전호영은 손에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그 꽃다발은 포장도 되지 않았고, 딱 봐도 고현의 집 정원에서 꺾어 온 것이 분명했다. 고현이 문을 열자, 전호영은 활짝 웃었다. 고현은 그를 계단 아래로 걷어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전호영이 집에 있을 때마다 고현은 부모님이 손을 잡고 자신을 전호영에게 팔아넘기려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가요.”전호영은 손을 뻗어 고현의 한 손을 잡고는 고현을 끌고 가려 했다. 고현은 반사적으로 전호영의 손을 뿌리치며 자신에게 손대지 못하게 했다. 고현은 차갑게 그를 경고했다.“전호영, 자중해. 손대지 마. 우리 부모님이 네 편을 든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손 못 댈 것 같아?”전호영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고현 씨에게 함부로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아래로 데려가려는 것뿐이에요.”“나도 발이 있고 스스로 걸을 수 있어. 네가 잡을 필요 없어.”고현은 그 꽃다발을 전호영의 품에 다시 밀어 넣으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난 꽃을 좋아하지 않아.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고현은 말을 마치고 전호영을 지나 아래로 내려갔다.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고현을 따라가며 말했다.“그러면 저는 어떡해요? 제 임무는 엄청나게 중요한데, 고현씨, 고 대표님, 저희 관계도 이렇게 가까워졌는데, 제발 저 좀 도와줘요. 고현 씨 부모님 앞에서 큰소리쳤단 말이에요.”“만약 그분들이 제게 주신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제가 그분들한테 받을 점수는 크게 깎일 거예요. 원래 100점을 줄 분들이, 고현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50점밖에 안 줄지도 몰라요. 그럼, 불합격이에요.”고현은 걸음을 멈추고 경계하며 그에게 물었다.“우리 부모님이 너한테 뭘 시켰어?”“고 아저씨와 이모는 제가 고현 씨를 정상적인 길로 돌아오게 하고, 여자의 정체성을 되찾아서 정상적으로 결혼하고 애를 낳게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고현 씨, 이 임무가 정말 어렵지 않나요? 저도 제가 무모하다고 생각해요. 이 일이 쉽게 해결될 줄 알고 가슴을 치며 완수하겠다고 다짐했거든요.”고현은 할 말을 잃었다. 고현은 전호영을 몇 초 동안 노려보다가 다시 물었다.“우리 부모님이 만약 네가 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라고 하셨니?”“조 아저
고현이 다가오자 이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인사했다. “고현 씨.”고현은 드물게 미소를 지으며 이윤미에게 다시 앉으라고 권하고 웃으면서 물었다. “윤미 씨는 언제 왔어요? 오기 전에 전화 한 통만 줬다면 내가 문 앞까지 나가서 맞이했을 텐데.”이윤미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약간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말에 출근하지 않아서 집에만 있으면 지루하더라고요. 친구도 별로 없고, 고현 씨가 저에게 잘 대해주시니까 용기를 내서 찾아왔어요. 고현 씨와 얘기나 좀 나눌까 해서요.”이윤미는 더 이상 고현에게 마음을 두지 않기로 했지만, 고현은 이윤미에게는 정말로 따뜻했다. 다른 젊은 여성들에게는 차갑기만 한 고현이 유독 자신에게는 조금 더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윤미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이윤미는 고현이 웃을 때 특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잘 웃지 않는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고현에게 마음을 품고 있어서일 것이다. 고현은 항상 차가운 모습을 유지하며 사람들을 멀리하는 듯했지만, 많은 이들이 고현의 마음속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길 원했다. 만약 고현이 자주 따뜻한 미소를 보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고현의 매력에 빠졌을 것이다.이윤미는 비록 고현을 잘 알지 못하지만, 고현이 결코 쉽게 마음을 주지 않고 어떤 이성에게도 희망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수많은 사랑 고백을 받으면서도 고현은 항상 냉정하게 거절했다.이윤미는 가끔 고현처럼 훌륭한 남성이 어떤 기준으로 배우자를 선택할지 궁금했다. 그러다 전호영이 고현에게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대대적인 구애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을 때 고현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전호영을 내쫓지 않았다는 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혹시 고현이 정말로 동성애자인가? 이윤미는 속으로 아쉬움을 느꼈다.“앞으로 윤미 씨가 지루할 때 언제든 나를 찾아와요. 나는 주말에 주로 집에 있고 외출을 잘 하지 않아요.”이윤미는 전호영을 바라보았고 전호영은 별다른 표정
고현이 뛰어나고 잘생긴 사람이기에 전호영이 고현에게 빠져들고, 세상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고현을 추구하는 전호영의 용기가 대단했다. 또한 고현의 매력이 끝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나중에 이윤미는 큰이모의 두 딸이 관성에 살고 있으며, 그중 작은 딸의 둘째 딸이 전씨 가문의 큰며느리 하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윤미는 깨달았다. 아마도 이윤미는 누군가와 매우 닮았을 것이다. 전호영의 태도로 볼 때 이윤미는 자신이 하예정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예정은 전호영의 큰형수로 전씨 가문의 몇몇 도련님들은 특히 큰형 전태윤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당연히 하예정을 존경할 것이다.이윤미는 관성에 가서 이경혜와 하예정 자매를 만나고 싶어 했다. 이윤미와 이경혜는 사촌지간이며 하예정 자매는 이윤미를 사촌 이모라고 불러야 한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이씨 가문 대표는 정보가 빠르고 가문 내에서 누군가가 관성에 가서 이경혜를 만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윤미의 어머니는 즉시 사람들을 보내 관성으로 가서 이들을 막았고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강성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지금 그들을 엄하게 꾸짖고 경고하고 있었다.이 민감한 시기에 이윤미가 관성에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반응은 이윤미로 하여금 당시 어머니의 지위 상승이 부정한 수단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을 더욱 키웠다.이윤미는 자신의 큰이모 가족과 작은이모의 죽음이 어머니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윤미에게는 증거가 없었다. 이윤미는 비밀리에 사람들을 시켜 증거를 수집하려 했지만, 아직까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젊은 세대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나이 든 가문 사람들은 말문을 닫았으며 심지어 관성에 가서 이경혜를 만나려 했던 그들도 이윤미의 큰이모 가족의 죽음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윤미 씨, 저 사람 신경 쓰지 말아요. 우리 사이에 왕래하는 것은 우리의 자유예요. 윤미 씨가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오면 돼요.”고현은 이윤미에게 답을 주
이은화는 멍청하지 않았으므로 이씨 가문에 해가 끼칠 일은 하지 않았다.“고현의 말이 맞아요. 이윤미 씨만 좋다면 언제든지 찾아와도 돼요. 우리 가족 모두 이윤미 씨를 환영해요.”진미리가 이윤미를 환영하는 건 제 딸이 이윤미와 가깝게 지내며 여성스러움을 배우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가능성이 크지는 않았지만 진미리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사실 진미리는 제 딸을 아들로 키운 것에 후회가 막심했다.아이들이 어릴 땐 그저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다.두 아이를 모두 남자아이로 꾸미고 밖을 나서면 사람들은 일란성 쌍둥이로 착각했다.그러다가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나이가 되고, 딸은 여전히 남자아이의 옷차림을 고집했지만 나이가 어리니 괜찮다고만 생각했다.그러나 딸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남장을 고집하게 되고, 진미리가 바로잡기에는 늦어버렸다.외부인은 모두 딸을 도련님이라고 불렀고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다.아이가 점점 크면서 주장도 커지고 독립적인 한 사람이 되어버리자, 엄마가 통제할 수 있는 범주는 점점 줄어들었다.그래서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자연스레 딸도 꾸미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전호영의 등장이 바로 그 희망의 시작이었다.비록 지금은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아 전호영의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호영아, 낚시하러 갈까?”고진호가 전호영에게 물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이윤미에게 말했다.“이윤미 씨 오랜만에 우리 집에 들르셨는데 저녁이라도 드시고 가세요. 저랑 호영이는 낚시하러 갈 참인데 호영이가 잡아온 싱싱한 생선으로 만든 생선구이를 맛보세요. 정말 맛이 좋습니다.”이윤미는 바로 미소를 지었지만 조금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그, 그건 좀 실례가 아닐까요?”“뭐가 실례라고 그래요? 밥 먹고 가요.”고현도 이윤미를 붙잡았고 제 동생을 흘깃 보며 말했다.고빈은 제 누나의 모습에 심장이 벌렁거렸다.‘누나는 내가 잘 지내는 모습이 보기 싫은 거야?’“고 이사님이 낚시하러 가고 싶다면 제가 모시겠습니다.”전호영
양부모한테 키워진 이윤미는 늘 괴롭힘을 당하며 컸는데 배불리 먹을 수만 있어도 큰 행운이었으므로 편식은 사치였다.이제 스스로 돈을 벌게 되고 몸값 몇십억의 사장이 되고 나서는 세상 산해진미를 모두 맛보았다. 그래도 이윤미는 여전히 가리는 음식이 없이 뭐든지 차려주는 대로 잘 먹었다.이씨 가문의 음식 솜씨는 좋은 편이었다.그러나 이윤미가 편식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는 따로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지도 않았다.편식하지 않을 뿐이지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건 아니었다.이건 이씨 가문 셰프가 그녀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매일 한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면 친 엄마인 이은화가 좋아하는 음식은 반드시 있었고, 그 다음으로 많이 준비되는 건 이윤정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가 적어도 두어 가지는 차려졌지만 유독 친딸인 이윤미의 입맛에 맞는 요리는 없었다.이윤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마음에 담아뒀다.그러나 그녀는 하나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이씨 가문을 손에 넣는 그날만 오면 모든 게 바뀔 것으로 생각했다.이윤미는 셰프가 이은화와 이윤정만 챙기는 걸 탓하지는 않았다.진미리가 미소를 지었다.“편식하지 않는다니 정말 좋은 아이네요. 저는 이윤미처럼 착한 아이가 좋아요.”이윤미는 이은화가 대체 왜 제 딸이 아닌 피가 섞이지도 않은 이윤정을 감싸고 도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윤정의 친아버지는 두 아이를 바꾼 장본인이었다.만약 본인이라면 바로 이윤정을 진짜 제 집인 시골집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이윤미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진미리의 재촉하에 고현은 이윤미와 함께 방을 나섰다.고씨 가문 저택은 면적이 넓었다. 정문 정원이든 뒤뜰이든 모두 풍경이 아름다웠는데 고현의 여의 팰리스보다는 훨씬 좋았다.고현은 이윤미와 함께 정원을 빙 돌고 나서는 뒤뜰로 안내했다.“뒤뜰에는 나무를 많이 심어 그늘이 있는 길을 걸으면 그렇게 덥지는 않아요.”“요즘은 날이 참 덥네요.”이윤미가 입을 열었다.“벌써 10월이 다 되어가는
고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저는 주워 온 아이인가 보죠, 뭐.”이윤미가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저는 고현 씨 마음이 이해돼요. 저희 어머니도 마찬가지거든요. 항상 다른 가문 딸이 더 잘나 보이고 제가 부족하다고 다그치거든요.”“제 어머니는 늘 고빈과 저를 비교해요. 고빈이 저보다 뭐가 더 잘났는지를 하나하나 예를 들면서 가문 대대로 규칙이 아니었다면 절대 제가 후계자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네요. 제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가 봐요.”이윤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고현은 이윤미의 상처가 느껴졌다.비록 이은화의 곁에서 자라지는 않았으나 친모가 계속 다그치고 무시한다면 괴로울 게 분명했다.“윤미 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윤미 씨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해도 앞으로 이씨 가문을 물려받게 될 거예요.”고현이 이윤미를 위로했다.“이윤정 씨는 비록 가문에서 크며 후계자 교육을 받았지만, 실력은 생각보다 허접하다고 하네요. 제 동생이 직접 만나보더니 앞으로 이씨 그룹이 이윤정 씨에게 넘어가면 망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어요.”그래도 유전은 속이지 못했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었으므로 이씨 가문의 훌륭한 혈통을 이어받지 못했다.이은화가 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에는 이윤정을 친딸로 여기고 애지중지 키웠다. 이은화가 그렇게 정성을 들여 후계자 교육을 시킨 이윤정은 고현의 눈에 차지도 않았다.이씨 가문에는 딸이 하나였고 딸이 바뀐 사실을 알기 전에는 가문의 규칙대로 후계자는 이윤정 하나였다. 그러니 이은화는 불만이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이윤정이 만약 성공적으로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면 바로 아들을 입사시켜 중요한 자리에 두고 딸을 도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현의 눈에 이윤정은 바지 사장이 딱 어울렸다.그러나 이윤미는 첫 만남부터 그룹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주었다.눈치도 빠르고 사람을 잘 이용했다.이 업계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유처럼 교활해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은 손해 보기 십상이었다.이윤미가
“이윤정은 저한테 자리 하나만 남겨주면 된다며 권력 다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권력 다툼이 두렵지도 않고 한가한 사람을 키울 생각도 없어요.”“요즘 들어 어머니가 자꾸 그 아이를 회사에 다시 돌려보내려고 준비하고 계신 것 같은데 돌아온다고 해도 두려울 것 하나 없어요.”고현은 고개를 돌려 이윤미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그러다가 이윤미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제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 주는 사람이 고현 씨일 줄은 예상 못 했어요.”“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윤미 씨 어머니가 윤미 씨를 이해하고 들여봐 주는 게 가장 중요하죠. 이씨 가문에서 회사를 물려받게 될 사람은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쥐게 될 거예요. 그러니 다른 사람 말고 윤미 씨 어머니만 신경 쓰세요.”이윤미가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제 어머니는 늘 이윤정만 감싸고 도는 걸요.”고현이 입을 다물었다.이윤정은 어릴 때부터 이씨 가문에서 크며 사실을 알기 전에는 모든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그러니 가짜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그동안의 사랑을 끊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러니 이은화에게 있어 이윤미는 후계자일 뿐 사랑을 나눌 모녀 사이가 아니었다.만약 가문의 규칙이 없었다면 이윤미가 돌아올 자리는 없었다.“고현 씨, 제 얘기는 그만해요. 요즘 들어 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고현 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고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게 뭔데요?”“고현 씨는 전씨 가문 셋째 도련님의 마음을... 받아들이실 건가요?”“그게... 지금 대답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내일 벌어질 일을 누가 알겠어요?”이윤미가 미소를 지었다.“저는 고현 씨를 정말 존경해요. 고현 씨도 저를 잘 알고 있고요. 만약 고현 씨가 도련님을 거절하신다면 저에게도 기회를 주세요.”처음 고현과 가깝게 지낸 건 이윤정의 화를 돋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재 고현을 향한 마음은 어느새 진심이 되었다.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