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할머니는 내 요리 솜씨가 별로라면서요?”“별로지. 그래도 난 네 할미잖니. 아무리 맛없게 해도 우리 손주 자신감 불어넣어 줘야지 않겠어?”“...”“띠리링...”이때 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 받는 핑계로 더는 할머니와 옥신각신하지 않았다. 어차피 할머니를 이기지도 못하니까.“형, 나 아파트 입구야. 형이 출입문 카드를 안 줘서 못 들어가고 있어. 동명 형도 여기 있어. 무려 30분이나 기다렸다는데.”전호영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할머니는 어젯밤 가족 단톡방에서 무릇 관성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 전부 리조트에 돌아가라고 통보를 내렸다.큰형수님 친정 식구들이 처음 방문하시니 무조건 집에 돌아가 잘 접대하라고 하셨다. 이는 큰형수님에 대한 존중과 중시라고 했다.어쨌거나 큰형수님은 장차 전씨 가문의 안방마님으로 거듭날 분이니 차츰차츰 위엄을 쌓아가야 한다.“너 참 빨리도 왔네.”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일구한테 너희 마중 가라고 할게.”너무 이른 시간이라 강일구와 숙희 아주머니도 아직 하루 토스트에 나가지 않았다.“알았어.”빨리 왔다는 형의 말에 전호영은 센스 있게 바로 전화를 끊고는 도어에 손을 올리고 맞은편 차에 있는 노동명에게 말했다.“형, 나는 아침밥 챙겨오느라고 빨리 왔다고는 하지만 형은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나보다 더 빠르잖아요. 우리 형이 아까 내가 참 빨리도 왔다면서 칭찬하던데 아무래도 8시 이후에 오길 바랐나 봐요. 그럼 동명 형이 더 오래 기다릴 거잖아요. 말해봐요, 우리 형 또 어떻게 건드렸는지?”노동명이 마른기침을 하더니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엄마가 친구 집 딸을 우리 집에 데려와서 나랑 엮으려고 하셔. 실은 오늘 손은경 씨랑 종일 함께 보내라는 걸 내가 싫어서 너희 형이랑 바비큐 파티한다고 대충 둘러댔거든. 엄마는 그래도 한사코 손은경 씨를 데리고 가라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만 너희 형이 가족 이외의 젊은 여자를 곁에 두는 걸 싫어한다고 방패막이로 삼아서 겨우
하예정이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녀는 노동명과 전호영이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문을 닫았다.뒤돌아보니 할머니가 어느새 사람들에게 아침을 먹으라고 손짓하고 계셨다.전태윤은 애처가이다 보니 하예정이 좋아하는 음식을 잘 알고 있어 전호영에게 죄다 그녀가 잘 먹는 음식만 골라오게 했다.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노동명까지 불쑥 찾아와도 다 함께 먹기에 충분했다.배불리 먹은 후 할머니가 노동명에게 분부했다.“동명아, 너 지금 예진이네 집으로 가서 우빈이랑 예진이 데리고 서원 리조트로 가.”노동명은 두 눈을 반짝이더니 곧장 왜 본인이어야만 하냐는 표정으로 물었다.“할머니, 바비큐 파티하는 사람 모두 몇 명이에요?”“몇이나 돌아올진 나도 잘 모르겠어. 아무튼 가족 단톡방에 관성에 있는 사람들 전부 리조트에 돌아가라고 통지했어.”“...”왠지 전씨 일가의 가족모임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노동명은 단지 친구들 네댓 명이 모여서 바비큐나 먹고 술이나 마시면서 리조트의 봄의 경치를 감상하려 했는데 어쩌다가 전씨 일가의 가족 모임으로 변해버린 걸까?“출발해, 시간이 얼마 없어. 도착하려면 길에서 한 시간 정도는 걸려.”시내 지역에 차가 막혀 시간이 오래 걸린다.“나랑 예정이는 태윤의 차 탈게. 호영이는 예진의 월세방이 어딘지 모르니 동명이 네가 가서 예진이랑 우빈이 데리고 와. 갈 사람이 너밖에 없어.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출발해. 오늘 바비큐 파티하자고 한 사람 너야.”노동명은 금세 수긍하며 차 키를 챙기고 가면서 말했다.“할머니, 저는 그저 친구들 네댓 명 모여서 소소하게 바비큐 파티나 하자고 한 건데 할머니가 판을 크게 벌이셨잖아요. 전씨 가문의 잘생긴 남자들 모임으로 돼버렸네요. 내 마음도 몰라주고, 나 자괴감 든단 말이에요.”할머니가 그를 꾸짖었다.“자괴감 들면 얼굴에 난 그 칼자국 좀 지워. 우빈이가 네 얼굴만 보면 너한테 안아달란 말도 못 하잖아. 어린애가 대담하니 망정이지 겁쟁이였다면 너 보고 놀라서 울어버렸을 거야. 꿈에서도 너 보고
서원 리조트는 전태윤의 할아버지가 아내를 위해 정성껏 지은 사랑의 보금자리이다 보니 대지면적이 매우 넓다. 리조트의 풍경은 할머니의 취향에 따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할머니는 고전적인 스타일을 좋아해 서원 리조트를 원림처럼 지어놓았다.리조트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전씨 일가의 도련님들은 평소 각자의 별장에 지내다 보니 명절 때에야 리조트로 돌아와 어르신과 함께 며칠 지낸다.그 외엔 도련님들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오늘 그들은 전부 돌아왔고 다들 일찍 도착했다. 몇 명은 부모님과 함께 아침 식사까지 다 마쳤다.부모님 세대는 오늘 무슨 약속이 잡혔든 간에 모두 미루고 얌전히 어르신이 돌아오길 기다렸다.하예정은 처음 전태윤과 함께 서원 리조트로 돌아왔는데 오는 길에서 할머니에게 리조트의 풍경을 전해 들으며 이미 동경에 푹 빠져 있었다.“할머니, 저랑 태윤 씨도 나이 들면 리조트에 돌아와 지낼 거예요. 노후 생활이 지루할 틈이 없겠어요.”할머니는 서원 리조트가 면적도 크고 경치도 이쁘며 산기슭에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가 있어 한가할 때 낚시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인근의 몇 개 산도 전부 전씨 일가의 것인데 그중 하나만 공원으로 만들었고 나머지는 전부 과수원이다.“부부가 함께 리조트에서 노후를 보내야 지루하지 않지, 이 할미는 혼자라서 아무리 예쁜 곳도 감상할 마음이 없구나.”할머니를 위해 아름다운 리조트를 만들어 주어 봄이면 함께 꽃구경하고, 여름이면 함께 연꽃도 보고, 가을이면 함께 등산하고 겨울이면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줄 그 남자가 이젠 없다.“예정아.”할머니는 하예정의 손을 꼭 잡았다.“너는 평생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산과 언제든지 쉬어갈 수 있는 뿌리 깊은 나무가 있길 바란다. 태윤이와의 행복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거라. 부부 사이에 약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지만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항상 서로 믿고 배려해 줘야 해. 늙으면 곁에 남는 사람이 결국 한 이불 덮고 잔 배우자라는 걸 알게 될 거야.”부부
어르신은 말하면서 하예정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아직 태윤이랑 결혼식도 안 올렸으니 나중에 결혼식 치르고 나서 아이 가져도 충분해. 그동안은 둘만의 시간을 마음껏 보내.”부부가 피임만 안 하면 아이는 조만간 생길 테니까.하예정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도 순리에 맡길 뿐 전혀 조급하지 않았다.“태윤아.”할머니가 불쑥 운전하는 전태윤을 불렀다.“이진이는 움직이기 시작했어?”“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는 그저 걔 회사에 있을 때만 지켜보지 퇴근한 후에는 뭘 하든 상관 안 해요. 세 살짜리 어린애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인데 언제까지 제가 맏형이라고 지켜보겠어요.”할머니는 말문이 턱 막혔다.“할머니 지금 여운초 씨 말씀하시는 거예요?”하예정이 물었다.“저 그분 뵀어요.”할머니는 그녀가 여운초를 만난 걸 진작 알고 계셨다. 하예정이 연회에서 여운초를 도운 일도 모조리 알고 있다. 단지 그녀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 모른 척할 뿐이다.하예정이 연회에서 여운초를 도와 선뜻 나섰고 다음 날 바로 누군가 장소민에게 전화를 걸어 이간질했다. 장소민에게 된통 혼 난 온씨 사모님은 뜻밖에도 그녀가 며느리를 엄청 아낀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곧이어 장소민이 며느리를 매우 아낀다는 소문이 이 바닥에 쫙 퍼졌다. 대다수 사람들은 장소민과 하예정이 사이가 별로 안 좋다고 여기지만 아무도 감히 장소민 앞에서 하예정을 험담하진 못했다.어르신은 며느리 장소민의 처리 방식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제집 며느리가 아무리 탐탁지 않아도 결국 집안 사정인 것을, 외부인이 쪼르르 달려와 설왕설래할 자격은 없다.전씨 일가가 오래 부귀하려면 가정이 화목해야 해고 그중에서 며느리를 들이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집안에 현명한 여자가 들어와야 훌륭한 자식을 키울 수 있다. 어르신은 아들들에게 신붓감을 골라줄 때 집안 배경은 안 볼 테니 성품이 좋아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해 두셨다.그녀의 며느리들은 전부 성품이 올곧다. 이젠 손주며느리 차례인데 여전히 애초에 며느리를 고르던 표준으로 선택
할머니는 리조트 대문이 활짝 열리자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뒤돌아보니 노동명의 차에 하예진과 주우빈이 타고 있었다.그의 차 뒤에는 성씨 일가 세 가족이 따라왔다.성기현은 임신한 아내를 보살펴야 한다. 유청하는 슬슬 입덧이 시작되어 먹는 음식을 죄다 토한다. 그녀는 종일 침대에 누워 움직이기 싫어하니 외출하기가 불편했다.성씨 일가의 둘째 도련님은 집에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이경혜는 작은아들을 부르지 않았다. 이경혜 부부만 나서도 충분하니까.전태윤은 뭇사람들을 데리고 야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리조트의 집사 양씨 아저씨가 눈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맞이했다.전태윤이 차 문을 열고 안에서 내리자 양 집사는 할머니를 도와 차 문을 열어주고 부축하려 했지만 할머니가 필요 없다면서 그의 손을 밀쳤다.그렇게 하면 괜히 허약해 보이니까. 할머니는 아직도 한창이신데 말이다.“어르신.”양 집사가 웃으며 공손하게 인사했다.할머니는 하예정이 옆에 다가오자 그녀에게 말했다.“예정아, 이분은 서원 리조트의 양 집사야. 우리 리조트에서 20여 년간 일했고 태윤이네 사촌 형제들이 커가는 걸 지켜봐 오신 분이야.”양 집사는 총집사라 아래에 수많은 작은 집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리조트의 역할 구분이 아주 명확하여 직종마다 담당 집사를 한 명씩 두고 있다. 그들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양 집사에게 전달해 처리하도록 한다.서원 리조트의 관리 방식은 전씨 그룹과 같다고 할 수 있다.“안녕하세요, 집사님.”양 집사는 리조트에 20여 년간 몸담으며 전씨 일가의 몇몇 도련님들이 커가는 걸 지켜봐 왔기에 이 리조트의 어르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예정은 후배로서 양 집사에게 먼저 인사를 올렸다.“안녕하세요, 사모님.”양 집사가 웃으며 반겼지만 하예정은 그가 지금 자신을 아래위로 훑어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리조트에서 본인이 꽤 유명해진 듯싶었다.노동명이 주우빈을 안고 가까이 다가왔다.“이모.”우빈이는 곧 울 것처럼 입을 삐죽거리다가 하예정을 보자 두 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앉아있는 중이다.장소민은 다정하게 하예진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예진 씨, 이후엔 그냥 오시면 돼요. 이렇게 많이 사 오실 필요 없어요.”하예진도 미소 지었다.“별로 산 것도 없어요. 조촐하게나마 준비한 것뿐이에요.”장소민은 하예정의 품에 안긴 주우빈을 보며 활짝 웃었다.“우빈이 한번 안아봐도 돼?”하예진을 도와 크고 작은 짐들을 들어주던 노동명이 한마디 끼어들었다.“아줌마, 우빈이 사람 엄청 가려요. 아무튼 나한텐 안기지 않으려고 했어요.”장소민은 두 손 가득 물건을 들고 있는 노동명이 마치 하예진의 짐꾼 같아 보였다. 사실 양 집사가 진작 마중 왔었다. 하예진과 이경혜가 물건을 아무리 많이 사 왔어도 양 집사가 알아서 아랫사람들에게 분부해 집안으로 옮길 수 있다. 굳이 손님으로 온 노동명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노동명은 지금 잘 보이려고 애쓰는 걸까?현명한 사람은 진작 눈치챘지만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 장소민은 웃으며 노동명에게 말했다.“동명아, 우빈이는 네가 너무 무섭게 생겨서 너한테 안 안기려는 거야. 부디 너희 엄마 말씀대로 그 칼자국 좀 지워.”전씨 일가와 노씨 일가는 사이가 매우 돈독하여 장소민도 윤미라가 아들에게 수없이 권유한 걸 잘 알고 있다. 작은 성형수술로 칼자국만 지우면 기존의 잘생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장가 못 갈 걱정도 없을 테고 36살까지 싱글로 지낼 리도 없다.전에 두 엄마가 함께 모이면 각자 제 아들이 무드가 없다고 원망할 따름이다. 여자한테 대시하는 법이 없어 평생 노총각으로 지낼까 봐 걱정이었는데 어느덧 전태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소정남마저 전태윤이 선 자리를 주선한 덕분에 심효진과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인데 노동명만 여태껏 아무런 목표가 없다. 윤미라는 마음이 초조해 흰머리가 날 지경이고 자신이 원수를 낳았다고 망언까지 내뱉었다.우빈이는 장소민에게 너무 잘 맞춰주었다. 장소민이 두 팔을 벌리자 아이는 냉큼 그녀 품에 안겼다.
이경혜는 서로 편히 대화하려고 집안에 들어간 후 하예진 옆에 나란히 앉았다.그녀는 어르신의 손에서 종잇장을 건네받고 하예진과 함께 쭉 훑어보더니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날짜로 골랐다.“사돈 어르신, 이날로 하시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니 우리 모두 준비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경혜는 하예진과 함께 고른 날짜를 가리키며 어르신께 말했다.동생이 없으니 이경혜가 가장 역할을 담당해 조카의 결혼식을 책임졌다.아무도 하예정을 얕잡아보지 않게, 무조건 으리으리하게 시집보내야 한다.어르신과 장소민 일행은 이경혜가 선택한 날짜에 아무 의견이 없었다. 사돈이 어느 날을 선택하든 전부 할머니가 고심 끝에 고르신 좋은 날들이니까.마침내 전태윤과 하예정의 의견도 물었다.하예정은 아무 의견이 없었고 전태윤은 양가 어르신이 선택한 날짜를 보더니 속으로 묵묵히 계산해 보았는데 결혼식 당일은 하예정의 마법의 날이라 첫날밤을 보낼 수 없어 그에게 불리했다.그는 불쑥 반대표를 내던졌다.“이날은 안 돼요. 다른 날로 바꿔요.”어르신이 의아한 듯 물었다.“왜 안 돼? 가장 가까운 날은 고작 열흘 뒤라 시간이 빠듯할 거야. 이날이 딱 좋아. 우리 양쪽 모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이날 뒤에 날짜는 또 너무 멀어서 가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 네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다면 우리도 아무 의견 없어.”전태윤은 가을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 막 설이 지났는데 가을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그럼 첫 번째 날로 해요. 열흘 뒤에 3월 중순이라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결혼하기 딱 좋아요.”할머니는 열흘 사이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건 실로 조급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그다지 변경하고 싶지 않았다.“태윤아, 너희 처형이랑 이모님이 골라주신 날짜가 왜 안되는지 한번 말해봐 봐! 이 날짜들은 할미가 작년에 스님을 모시고 정성껏 고른 좋은 날들이야.”스님은 당연히 전태윤과 하예정이 부부의 인연이 있다고 할머니께 자주 말씀드렸던 그분일 것이다.할머니는
소정남의 옆에 앉아있던 심효진이 머리를 갸웃거리고 막연한 표정을 지은 노동명을 보더니 입을 막고 웃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이야말로 한 부류의 사람이다.소정남은 IQ와 EQ 모두 높아서 그들과 함께 있으면 고문 역할을 담당한다.한편 성소현과 예준하도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성소현이 함께 얘기를 나눠줬으니 망정이지 예준하는 진작 의자에서 일어나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그는 이런 자리를 제일 두려워한다. 어르신을 보면 그의 할머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의 할머니도 종일 그들 형제의 혼사만 신경 쓰고 계신다.다행히 예준하의 할머니는 전씨 할머니처럼 고생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맏형수에게 전적으로 이 일을 맡겼다.모연정은 중매인이 될 잠재력이 있으니까.소정남은 노동명을 노려보다가 말했다.“이렇게 꽉 막혀서 대체 뭘 할래.”“난 꽉 막히지도 않았고 딱히 할 일도 없어.”소정남은 고개를 홱 돌려 심효진과 알콩달콩 얘기를 나눌 뿐 더는 노동명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노동명은 어안이 벙벙했다.소정남은 대체 무슨 뜻인 걸까?잠시 몸을 숨겼던 양 집사가 다시 나타났다.그는 전태윤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 오븐과 식자재 전부 준비해 놓았어요.”전태윤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하예정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어르신들께 말했다.“할머니, 저희 그럼 바비큐 하러 갈게요.”“그래.”전태윤은 이경혜 부부에게도 여쭤보았고 그들 부부가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하예정과 친구들을 데리고 집 안에서 나왔다.그림 같은 풍경의 정원을 거닐면서 성소현이 하예정 옆으로 다가왔고 전태윤도 마침 하예정의 손을 놓아주었다. 두 자매가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었고 그는 이참에 예준하에게 다가갔다.예준하를 초대한 건 전태윤인데 여태껏 제대로 맞이하지도 못했다.“예정아, 너랑 태윤 씨 결혼식이 뒤로 미루어졌으니 나도 선뜻 투자에 관해 얘기할 수 있게 됐어. 안 그러
“알고 있어,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경비원이 알려줬어.”서지혜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만만치 않아 보여요, 무슨 연고로 찾아왔는지 몰라요. 성 대표님이 어느 회사냐고 물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도 말하지 않았어요.”“성 대표님은 하 대표님의 연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하예정은 실소를 지었다.“젊은 여성이 찾아온다고 다 나의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 만약 나의 연적이었다면 언니가 아영 씨를 들여보내지 않았겠지.”서지혜가 말했다.“그건 성 대표님이 몰랐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그렇게 의심하고 있어요. 어쨌든 하 대표님 조심하세요.”전태윤 같은 우수한 남자는 수시로 그를 사모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그래서 하예진에게는 수시로 연적이 나타났다.“알았어, 조심할게. 내가 조심해도 소용없어, 그들이 나와 태윤 씨를 빼앗는다면 내가 태윤 씨를 집에 가두어도 연적이 나를 찾아올 거야.”모든 일에 마음을 넓게 먹었던 하예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더 많은 여자가 전태윤을 좋아할수록 그녀는 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이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서지혜는 하예정을 따라 VIP룸에 들어갔다.서지혜가 VIP룸 문을 열자 젊고 예쁜 기품이 고상한 여인이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앉은 자세를 본 하예정은 그녀가 어느 명문가의 딸일 것으로 추측했다.하예정은 할머니와 시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아 예전보다 고귀하고 우아해졌지만 이 여성과 비교하면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게 느껴졌다.그들의 말처럼 집안이 부유하지 않으면 명문가의 자녀일 것이다. 그녀의 기질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도아영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하예정을 본 그녀는 일어섰고 하예정이 다가오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아영 씨, 안녕하세요.”하예정은 상대방의 이름이 도아영이라는것은 알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물론 노동명도 건드리면 화를 낸다.그들은 머리가 문에 끼인 것이 아닌 이상 노동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노동명이 온 것을 본 모든 사람은 그에게 인사했다.식당 직원은 이미 노동명의 점심 식사를 준비해서 한 테이블에 차려놓았다.노동명은 몇몇 고위층 관리들과 함께 앉아서 식사했다.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대표로서의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퇴근 후 그들은 일 얘기를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허풍을 떨었다.노동명은 퇴근 후에는 신경이 너무 긴장되지 않도록 스스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노동명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고 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와 관성 호텔에서 식사했다.식사 후 그들 부부는 옥상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낮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낮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 자기 회사로 돌아가 일을 했다.하예정의 차가 회사에 들어서자 당직 경비원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아영 씨라는 분이 하 대표님을 찾으세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를 모시고 들어갔어요.”도아영?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린 하예정은 경비원에게 물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 말했나요?”그녀가 아는 여성 지인분 중 도아영이라는 사람은 없었다.하예정은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경비원이 대답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다만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원래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때마침 성 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가 하 대표님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들여보내셨어요.”경비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하 대표님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고 매우 아름다웠고 품격이 있어 보였어요. 평소에 하 대표님이 들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 왔는데 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하 대표님, 젊은 여성이 찾아왔으니 조심하세요.”그 뜻은 하예정의 연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하예정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하예정의 남편인 전태윤은 관성에서 전
비서가 대답했다.“저도 그냥 노 대표님에게 말했을 뿐이에요. 평소에 직업 정장을 입으시던 분이 갑자기 예쁜 일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건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일 거예요.”“아마 열애 중일 수도 있어요.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예쁘게 꾸민다고 했어요.”고개를 돌려 비서를 본 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여자를 잘 아는가 봐.”“노 대표님, 저 두 아이 아빠예요. 가정이 있는 남자라 여자 마음을 당연히 잘 알죠.노 대표님도 예진 씨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저에게 물어보셔도 돼요.”“애초에 너에게 물었으면 지금쯤 예진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노동명은 농담하며 말했다.“나는 여자의 마음을 잘 몰라, 하지만 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알아.”“진심으로 대한다면 예진이도 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거야.”“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예진이가 내가 필요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고 위험에 처하면 제일 먼저 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해.”하예진은 그가 선물한 명품을 받은 적이 없었다.기껏해야 그가 선물한 꽃다발을 받았다.하예진은 물질을 중요시하지 않는 여자였기에 그는 오직 옆에 함께 있어 줄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함께 하며 묵묵히 지켜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다.비서는 노동명과 몇 해 동안 일하며 그와 하예진의 사랑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노동명은 처음에 하예진에게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전태윤의 처형이고 하예정의 언니였기 때문에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다.그때 그는 하예진을 뚱뚱하다며 매일 일찍 회사에 출근해 달리기해서 살을 빼라고 했다.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노동명은 하예진을 사랑하게 되었다.한 명은 돈을 노리지 않고 한 명은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표가 하예진을 좋아하게 됐을 때 그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다만 그때 노동
노동명이 하예진을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점차 그녀에게 끌려서 사랑하게 된 것이다.그는 상대방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정이 생기는 편이다.그녀는 기회만 준다면 자신이 하예진보다 더 우수하기에 노동명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보여준다면 마음을 바꿔 그녀를 선택하리라고 생각했다.사업 이야기를 마쳤을 때 식사 시간이었다.장월은 노동명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노동명은 장월의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친구들과 회식하지 않는 한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요.”“그럼 좋아요, 노 대표님이 완쾌되시면 다시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너무 의도적으로 행동하면 노동명의 반감을 살까 봐 걱정되어 그녀는 무리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면 그녀와 선을 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동명은 미혼여성과 접촉하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노씨 그룹과 협력하는 대표 중 여성이 있더라도 그녀와 같은 중년층이며 대부분은 할머니급이었다.그녀가 남편을 대신해 시댁의 가문을 지탱하고 또 아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노동명은 그녀 회사와의 협력관계를 직접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노동명의 눈에 그녀는 시댁이 있는 결혼한 여자로 보였다. 남편이 죽더라도 그녀는 다른 곳에 시집을 가지 않고 시댁을 떠나지 않는 한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시댁이 있는 여자로 보일 뿐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그에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할 수가 없었다.“비서에게 장 대표님을 배웅해 드리라고 할게요.”노동명은 장월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나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누가 오더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를 이해해 주었다.장월은 웃으면서 노동명과 악수하며 말했다.“노 대표님, 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노동명은 비서에게 장월과 그녀의 비서를 배웅하라고 했다.일 층까지 장월과 그의 비서를 배웅한 노동명의 비서는 두 사람이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
장월은 자연스럽게 비서 자리를 이어받아 노동명을 대표 사무실로 밀고 들어갔다.두 명의 비서는 묵묵히 두 대표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장 대표님, 제가 할게요. 밀지 않으셔도 되세요.”노동명은 장월이 그를 밀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자동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휠체어를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장월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힘을 별로 쓰지 않았어요. 노 대표님이 스스로 조종해서 나갔어요.”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화려한 장신구를 거의 착용하지 않았던 그녀는 오늘 여성 정장을 입지 않고 평상복을 입었으며 평소에 묶었던 머리를 풀어 늘어뜨렸다.오늘 그녀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 착용했던 눈부신 장신구를 꺼내 착용했다. 정교한 화장을 한 그녀는 마치 20대 소녀처럼 보였다.그녀가 서른이 넘고 아홉 살 아들을 둔 사람이라는 것을 보아낼 수 없었다.아침에 외출할 때 아들은 그녀가 오늘 예쁘다고 칭찬했다.이렇게 차려입은 그녀를 본 시부모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장월은 시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어젯밤 시부모가 한 말을 그녀는 모두 마음에 새겨들었다.그녀가 몰래 오랜 시간을 관찰했지만 오직 노동명만이 그녀의 조건에 맞았다.그녀는 공공연히 노동명과 하예진사이의 내연녀가 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숨기고 그의 반응을 확인하려고 했다.노동명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그녀는 내연녀라고 욕을 먹더라도 하예진과 공평하게 경쟁할 것이다.만약 노동명이 단순히 그녀를 사업 협력 파트너로 여겨 좋아하는 거라면 그녀는 단념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끼어드는 내연녀가 되지 않으려고 했다.노동명을 포기하면 그녀는 앞으로 재혼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회사를 잘 운영하고 아들을 키우며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살 것이다. 그 후 아들이 자라서 후계자가 되면 그녀는 은퇴해서 친구들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려고 했다.가끔 마음이 복잡해지면 견우 가게 가서 소비하면 된다.연애도 결혼도 감정도 없다.장월이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신경 쓰지 마, 너희는 단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은 고난을 겪었을 뿐이야. 폭풍우가 지나가면 무지개를 볼 수 있어. 처형이 지금 너무 바빠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너도 알잖아.”“결혼 전 처형은 직장에서 잘나갔지만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사회와 몇 년이나 단절됐어. 이혼하고 스스로 창업한 시간도 길지 않아. 현재 이씨 그룹을 경쟁 상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경험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거야. 이씨 그룹의 책임자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그들은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우리 처형은 회사 운영에 전념하려고 서둘러서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은 것일 거야.”친구의 말을 듣고 노동명이 말했다.“너의 말이 맞아. 예진이는 지금 스트레스가 많을 거야.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어. 예진이 뒤에서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일 먼저 뛰어갈 거야.”“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묵묵히 그들 모자를 지켜주며 예진이가 조금씩 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거야.”그는 하예진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노동명과 함께 있어도 하예진에게는 압박이 컸다.사람들은 그녀가 동생 때문에 노동명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으며 또 그녀가 무슨 수를 써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른다고 했다.그가 그녀를 도와 각종 구설을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밀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그녀의 귀에도 전해졌다.그녀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이다.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니 네가 너무 예민했어. 너랑 처형이 잘 지내야만 누군가 처형에게 고백할 때 너는 연적을 물리칠 수 있고, 누가 처형에게서 너를 빼앗으려 할 때 처형이 나설 필요도 없이 네가 먼저 그 여성과 거리를 둘 거야.”스무 살 넘어서도 노동명의 마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이제 곧 마흔이 된 그는 한층 더 성숙하고 진중해져서 각종 미녀를 만나도 쉽게 유혹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명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그는 커피를 마신 후 전태윤에
만약 노동명이 시간이 없다면 그의 세 형들은 시간을 내서 그를 도와 회사 일을 처리해 줬다. 그가 마음 편히 재활 운동을 하고 아내를 쫓을 수 있도록 말이다.“알았어요, 저녁에 다시 얘기해요.”하예진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비서가 노크하고 하예진에게 고객이 오셨다고 말했다.그녀는 직접 그 고객을 접대하러 가야 했다.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할 일이 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하예진과 통화를 마친 노동명은 핸드폰을 귓가에서 떼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손에 꽉 잡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전태윤은 자신의 커피잔을 들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친구에게 돌렸다.정신을 차린 노동명은 친구와 눈길이 마주쳤다.“왜 그렇게 나를 바라보는데?”핸드폰을 내려놓고 노동명은 웃으면서 전태윤에게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전태윤은 노동명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레 그에게 질문했다.“넋이 나가 있어.”“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예진이를 쫓아다니면서 내가 아무리 진심을 표현해도 나를 친구로만 생각하고 또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다며 모두 거절했어.”“교통사고가 난후 나는 예진이에게 짐이 되기 싫어 왕래를 끊으려고 했어. 그러나 우리 엄마는 오히려 예진이에게 나를 돌봐달라고 부탁했어...예진이가 나를 돌봐주어서 다시 희망을 품게 됐어.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오늘날까지 힘들게 걸어왔어.”“다리를 잃고 나서야 우리 엄마는 예진이를 받아들이셨어. 나와 예진이를 더 이상 반대하시지도 않아.”“한동안 예진이는 내가 청혼하기만 한다면 나와 결혼할 거라고 말했어. 나는 그때 예진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언제 완쾌할지도 모르고 예진이도 바쁘니 완쾌된 후 다시 보려고 했어.”“지금은 혼인신고를 한 후 결혼하고 싶은데 예진이가 허락하지 않아.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항상 동기화되지 않고 의견 차이가 있는 같아.”전태윤은 그들의 인연이 아직 깊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노동명에게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전태윤은 이렇게 김새는 말을 할 수 없
“혼인신고 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으니 그냥 당신이 시간 내서 돌아오면 돼.”노동명은 먼저 혼인신고를 하자고 고집했다.합법적인 부부가 되면 하예진도 마음이 놓일 것이다.노동명도 임자가 생기면 그를 좋아하고 있는 여자들도 그에게서 멀리 떨어질 것이다.“동명 씨, 이일은 제가 시간 나면 다시 말해요. 그동안 다시 잘 생각해 봐요.”“결혼은 일생의 중대한 문제예요.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 돼요. 저는 또 한 번 이혼한 여자라 두 번째 결혼은 신중해야 해요.”노동명은 하예진이 자신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바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 꿈 때문에 걱정되어서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지난번 실패한 결혼이 그녀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현실에는 연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가 하예진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했기에 그녀는 꿈만으로도 그가 결혼을 배신할까 봐 걱정되어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그래, 당신이 시간 나면 우리 다시 얘기해. 우빈이가 곧 겨울방학이야, 방학하면 우빈이 데리고 당신에게 갈게.”그러자 전태윤이 끼어들며 말했다.“어제 우빈이가 겨울방학 되면 이모와 함께 예진 리조트에서 가서 용정이랑 놀겠다고 말했어, 이모가 우빈에게 강성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우빈이가 강성이 춥다고 했어.”“우리 처형이 설전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꼬마는 안 간다고 했어, 집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어.”노동명이 말했다.“...우빈이가 나한테는 말한 적이 없어.”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너와 함께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너에게 말해 뭐해?”전태윤은 주우빈의 이모부이다. 주우빈의 감정 저울은 아직 그에게 기울어있었다. 노동명은 지금 주우빈에게 아저씨일 뿐 아직 계부가 아니었다.노동명은 말문이 막혔다.하예진은 전화로 말했다.“연말에 회사마다 바쁠 거예요. 동명 씨도 올 필요 없어요. 먼저 회사 일을 잘 처리해야만 연말을 잘 보낼 수 있어요.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