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표님도 오셨는데 빨리 일어나서 모시고 들어와요.”하예정은 다시 자기를 끌어안으려는 전태윤을 피해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녀가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가는 뒷모습을 보며 전태윤이 말했다.“내가 동명이를 부른 것도 아니고, 자기 절로 온 건데 기다리라지 뭐. 호영이가 오면 강일구가 나가서 두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면 돼. 그럼, 강일구도 두 번 가지 않아도 되고.”하예정이 자신이 갈아입을 옷과 전태윤의 양복 한 벌을 가져왔다.“휴가 중인데, 정장 안 입을래.”하예정은 양복을 들고 돌아가서 곧 다른 옷으로 바꾸어 가져왔다.그녀가 옷을 갈아입으려고 욕실에 들어가자, 전태윤은 자기 옷을 들고 사랑하는 와이프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여보, 우리 사이에 이젠 같이 옷을 갈아입어도 부끄러울 게 없지 않아?”하예정은 못 들은체하였다.둘만 있으면 전태윤은 점점 더 느끼해지고, 점점 더 질척거린다.어떤 건 정말 남자의 천성이라서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하예정이 욕실에서 나오니 전태윤은 여전히 상의를 벗은 채 침대에 앉아 있다가 잘생긴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하예정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여보, 안아줘.”하예정이 다가가서 그가 들고 있던 상의를 한 손으로 빼앗은 다음, 그를 끌어당겨 상의를 입혀주었다.“옷을 입지 않고 감기에 걸리면, 매일 한약을 마시게 할 거예요!”전태윤이 웃음을 거두며 원망했다.“여보, 내가 그렇게 매력 없어? 당신 마음 안 끌려? 내가 복근이 몇 개인지 세어보지 않을래?”“당신 말대로 우리 사이에 내가 아직도 당신 몸매가 어떤지 모를까 봐요? 쇼는 여름에 하시고, 추운데 무슨 몸매 자랑이에요? 감기에 걸리면 어쩌려고요.”그를 도와 상의 단추를 채운 후, 하예정은 발끝으로 서서 그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전태윤은 싱글벙글 웃으며 힘껏 하예정을 껴안은 후, 진지한 성인군자의 모습을 되찾았다.“여보, 날 속이면 강아지야.”“그래요, 내가 당신을 속이면 강아지예요. 어차피 사람을 속
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할머니는 내 요리 솜씨가 별로라면서요?”“별로지. 그래도 난 네 할미잖니. 아무리 맛없게 해도 우리 손주 자신감 불어넣어 줘야지 않겠어?”“...”“띠리링...”이때 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 받는 핑계로 더는 할머니와 옥신각신하지 않았다. 어차피 할머니를 이기지도 못하니까.“형, 나 아파트 입구야. 형이 출입문 카드를 안 줘서 못 들어가고 있어. 동명 형도 여기 있어. 무려 30분이나 기다렸다는데.”전호영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할머니는 어젯밤 가족 단톡방에서 무릇 관성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 전부 리조트에 돌아가라고 통보를 내렸다.큰형수님 친정 식구들이 처음 방문하시니 무조건 집에 돌아가 잘 접대하라고 하셨다. 이는 큰형수님에 대한 존중과 중시라고 했다.어쨌거나 큰형수님은 장차 전씨 가문의 안방마님으로 거듭날 분이니 차츰차츰 위엄을 쌓아가야 한다.“너 참 빨리도 왔네.”전태윤이 담담하게 말했다.“일구한테 너희 마중 가라고 할게.”너무 이른 시간이라 강일구와 숙희 아주머니도 아직 하루 토스트에 나가지 않았다.“알았어.”빨리 왔다는 형의 말에 전호영은 센스 있게 바로 전화를 끊고는 도어에 손을 올리고 맞은편 차에 있는 노동명에게 말했다.“형, 나는 아침밥 챙겨오느라고 빨리 왔다고는 하지만 형은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나보다 더 빠르잖아요. 우리 형이 아까 내가 참 빨리도 왔다면서 칭찬하던데 아무래도 8시 이후에 오길 바랐나 봐요. 그럼 동명 형이 더 오래 기다릴 거잖아요. 말해봐요, 우리 형 또 어떻게 건드렸는지?”노동명이 마른기침을 하더니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엄마가 친구 집 딸을 우리 집에 데려와서 나랑 엮으려고 하셔. 실은 오늘 손은경 씨랑 종일 함께 보내라는 걸 내가 싫어서 너희 형이랑 바비큐 파티한다고 대충 둘러댔거든. 엄마는 그래도 한사코 손은경 씨를 데리고 가라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만 너희 형이 가족 이외의 젊은 여자를 곁에 두는 걸 싫어한다고 방패막이로 삼아서 겨우
하예정이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녀는 노동명과 전호영이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문을 닫았다.뒤돌아보니 할머니가 어느새 사람들에게 아침을 먹으라고 손짓하고 계셨다.전태윤은 애처가이다 보니 하예정이 좋아하는 음식을 잘 알고 있어 전호영에게 죄다 그녀가 잘 먹는 음식만 골라오게 했다.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노동명까지 불쑥 찾아와도 다 함께 먹기에 충분했다.배불리 먹은 후 할머니가 노동명에게 분부했다.“동명아, 너 지금 예진이네 집으로 가서 우빈이랑 예진이 데리고 서원 리조트로 가.”노동명은 두 눈을 반짝이더니 곧장 왜 본인이어야만 하냐는 표정으로 물었다.“할머니, 바비큐 파티하는 사람 모두 몇 명이에요?”“몇이나 돌아올진 나도 잘 모르겠어. 아무튼 가족 단톡방에 관성에 있는 사람들 전부 리조트에 돌아가라고 통지했어.”“...”왠지 전씨 일가의 가족모임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노동명은 단지 친구들 네댓 명이 모여서 바비큐나 먹고 술이나 마시면서 리조트의 봄의 경치를 감상하려 했는데 어쩌다가 전씨 일가의 가족 모임으로 변해버린 걸까?“출발해, 시간이 얼마 없어. 도착하려면 길에서 한 시간 정도는 걸려.”시내 지역에 차가 막혀 시간이 오래 걸린다.“나랑 예정이는 태윤의 차 탈게. 호영이는 예진의 월세방이 어딘지 모르니 동명이 네가 가서 예진이랑 우빈이 데리고 와. 갈 사람이 너밖에 없어.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출발해. 오늘 바비큐 파티하자고 한 사람 너야.”노동명은 금세 수긍하며 차 키를 챙기고 가면서 말했다.“할머니, 저는 그저 친구들 네댓 명 모여서 소소하게 바비큐 파티나 하자고 한 건데 할머니가 판을 크게 벌이셨잖아요. 전씨 가문의 잘생긴 남자들 모임으로 돼버렸네요. 내 마음도 몰라주고, 나 자괴감 든단 말이에요.”할머니가 그를 꾸짖었다.“자괴감 들면 얼굴에 난 그 칼자국 좀 지워. 우빈이가 네 얼굴만 보면 너한테 안아달란 말도 못 하잖아. 어린애가 대담하니 망정이지 겁쟁이였다면 너 보고 놀라서 울어버렸을 거야. 꿈에서도 너 보고
서원 리조트는 전태윤의 할아버지가 아내를 위해 정성껏 지은 사랑의 보금자리이다 보니 대지면적이 매우 넓다. 리조트의 풍경은 할머니의 취향에 따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할머니는 고전적인 스타일을 좋아해 서원 리조트를 원림처럼 지어놓았다.리조트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전씨 일가의 도련님들은 평소 각자의 별장에 지내다 보니 명절 때에야 리조트로 돌아와 어르신과 함께 며칠 지낸다.그 외엔 도련님들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오늘 그들은 전부 돌아왔고 다들 일찍 도착했다. 몇 명은 부모님과 함께 아침 식사까지 다 마쳤다.부모님 세대는 오늘 무슨 약속이 잡혔든 간에 모두 미루고 얌전히 어르신이 돌아오길 기다렸다.하예정은 처음 전태윤과 함께 서원 리조트로 돌아왔는데 오는 길에서 할머니에게 리조트의 풍경을 전해 들으며 이미 동경에 푹 빠져 있었다.“할머니, 저랑 태윤 씨도 나이 들면 리조트에 돌아와 지낼 거예요. 노후 생활이 지루할 틈이 없겠어요.”할머니는 서원 리조트가 면적도 크고 경치도 이쁘며 산기슭에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가 있어 한가할 때 낚시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인근의 몇 개 산도 전부 전씨 일가의 것인데 그중 하나만 공원으로 만들었고 나머지는 전부 과수원이다.“부부가 함께 리조트에서 노후를 보내야 지루하지 않지, 이 할미는 혼자라서 아무리 예쁜 곳도 감상할 마음이 없구나.”할머니를 위해 아름다운 리조트를 만들어 주어 봄이면 함께 꽃구경하고, 여름이면 함께 연꽃도 보고, 가을이면 함께 등산하고 겨울이면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줄 그 남자가 이젠 없다.“예정아.”할머니는 하예정의 손을 꼭 잡았다.“너는 평생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산과 언제든지 쉬어갈 수 있는 뿌리 깊은 나무가 있길 바란다. 태윤이와의 행복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거라. 부부 사이에 약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지만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항상 서로 믿고 배려해 줘야 해. 늙으면 곁에 남는 사람이 결국 한 이불 덮고 잔 배우자라는 걸 알게 될 거야.”부부
어르신은 말하면서 하예정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아직 태윤이랑 결혼식도 안 올렸으니 나중에 결혼식 치르고 나서 아이 가져도 충분해. 그동안은 둘만의 시간을 마음껏 보내.”부부가 피임만 안 하면 아이는 조만간 생길 테니까.하예정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도 순리에 맡길 뿐 전혀 조급하지 않았다.“태윤아.”할머니가 불쑥 운전하는 전태윤을 불렀다.“이진이는 움직이기 시작했어?”“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는 그저 걔 회사에 있을 때만 지켜보지 퇴근한 후에는 뭘 하든 상관 안 해요. 세 살짜리 어린애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인데 언제까지 제가 맏형이라고 지켜보겠어요.”할머니는 말문이 턱 막혔다.“할머니 지금 여운초 씨 말씀하시는 거예요?”하예정이 물었다.“저 그분 뵀어요.”할머니는 그녀가 여운초를 만난 걸 진작 알고 계셨다. 하예정이 연회에서 여운초를 도운 일도 모조리 알고 있다. 단지 그녀가 먼저 말하기 전까지 모른 척할 뿐이다.하예정이 연회에서 여운초를 도와 선뜻 나섰고 다음 날 바로 누군가 장소민에게 전화를 걸어 이간질했다. 장소민에게 된통 혼 난 온씨 사모님은 뜻밖에도 그녀가 며느리를 엄청 아낀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곧이어 장소민이 며느리를 매우 아낀다는 소문이 이 바닥에 쫙 퍼졌다. 대다수 사람들은 장소민과 하예정이 사이가 별로 안 좋다고 여기지만 아무도 감히 장소민 앞에서 하예정을 험담하진 못했다.어르신은 며느리 장소민의 처리 방식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제집 며느리가 아무리 탐탁지 않아도 결국 집안 사정인 것을, 외부인이 쪼르르 달려와 설왕설래할 자격은 없다.전씨 일가가 오래 부귀하려면 가정이 화목해야 해고 그중에서 며느리를 들이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집안에 현명한 여자가 들어와야 훌륭한 자식을 키울 수 있다. 어르신은 아들들에게 신붓감을 골라줄 때 집안 배경은 안 볼 테니 성품이 좋아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해 두셨다.그녀의 며느리들은 전부 성품이 올곧다. 이젠 손주며느리 차례인데 여전히 애초에 며느리를 고르던 표준으로 선택
할머니는 리조트 대문이 활짝 열리자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뒤돌아보니 노동명의 차에 하예진과 주우빈이 타고 있었다.그의 차 뒤에는 성씨 일가 세 가족이 따라왔다.성기현은 임신한 아내를 보살펴야 한다. 유청하는 슬슬 입덧이 시작되어 먹는 음식을 죄다 토한다. 그녀는 종일 침대에 누워 움직이기 싫어하니 외출하기가 불편했다.성씨 일가의 둘째 도련님은 집에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이경혜는 작은아들을 부르지 않았다. 이경혜 부부만 나서도 충분하니까.전태윤은 뭇사람들을 데리고 야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리조트의 집사 양씨 아저씨가 눈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맞이했다.전태윤이 차 문을 열고 안에서 내리자 양 집사는 할머니를 도와 차 문을 열어주고 부축하려 했지만 할머니가 필요 없다면서 그의 손을 밀쳤다.그렇게 하면 괜히 허약해 보이니까. 할머니는 아직도 한창이신데 말이다.“어르신.”양 집사가 웃으며 공손하게 인사했다.할머니는 하예정이 옆에 다가오자 그녀에게 말했다.“예정아, 이분은 서원 리조트의 양 집사야. 우리 리조트에서 20여 년간 일했고 태윤이네 사촌 형제들이 커가는 걸 지켜봐 오신 분이야.”양 집사는 총집사라 아래에 수많은 작은 집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리조트의 역할 구분이 아주 명확하여 직종마다 담당 집사를 한 명씩 두고 있다. 그들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양 집사에게 전달해 처리하도록 한다.서원 리조트의 관리 방식은 전씨 그룹과 같다고 할 수 있다.“안녕하세요, 집사님.”양 집사는 리조트에 20여 년간 몸담으며 전씨 일가의 몇몇 도련님들이 커가는 걸 지켜봐 왔기에 이 리조트의 어르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예정은 후배로서 양 집사에게 먼저 인사를 올렸다.“안녕하세요, 사모님.”양 집사가 웃으며 반겼지만 하예정은 그가 지금 자신을 아래위로 훑어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리조트에서 본인이 꽤 유명해진 듯싶었다.노동명이 주우빈을 안고 가까이 다가왔다.“이모.”우빈이는 곧 울 것처럼 입을 삐죽거리다가 하예정을 보자 두 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앉아있는 중이다.장소민은 다정하게 하예진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예진 씨, 이후엔 그냥 오시면 돼요. 이렇게 많이 사 오실 필요 없어요.”하예진도 미소 지었다.“별로 산 것도 없어요. 조촐하게나마 준비한 것뿐이에요.”장소민은 하예정의 품에 안긴 주우빈을 보며 활짝 웃었다.“우빈이 한번 안아봐도 돼?”하예진을 도와 크고 작은 짐들을 들어주던 노동명이 한마디 끼어들었다.“아줌마, 우빈이 사람 엄청 가려요. 아무튼 나한텐 안기지 않으려고 했어요.”장소민은 두 손 가득 물건을 들고 있는 노동명이 마치 하예진의 짐꾼 같아 보였다. 사실 양 집사가 진작 마중 왔었다. 하예진과 이경혜가 물건을 아무리 많이 사 왔어도 양 집사가 알아서 아랫사람들에게 분부해 집안으로 옮길 수 있다. 굳이 손님으로 온 노동명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노동명은 지금 잘 보이려고 애쓰는 걸까?현명한 사람은 진작 눈치챘지만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 장소민은 웃으며 노동명에게 말했다.“동명아, 우빈이는 네가 너무 무섭게 생겨서 너한테 안 안기려는 거야. 부디 너희 엄마 말씀대로 그 칼자국 좀 지워.”전씨 일가와 노씨 일가는 사이가 매우 돈독하여 장소민도 윤미라가 아들에게 수없이 권유한 걸 잘 알고 있다. 작은 성형수술로 칼자국만 지우면 기존의 잘생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장가 못 갈 걱정도 없을 테고 36살까지 싱글로 지낼 리도 없다.전에 두 엄마가 함께 모이면 각자 제 아들이 무드가 없다고 원망할 따름이다. 여자한테 대시하는 법이 없어 평생 노총각으로 지낼까 봐 걱정이었는데 어느덧 전태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소정남마저 전태윤이 선 자리를 주선한 덕분에 심효진과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인데 노동명만 여태껏 아무런 목표가 없다. 윤미라는 마음이 초조해 흰머리가 날 지경이고 자신이 원수를 낳았다고 망언까지 내뱉었다.우빈이는 장소민에게 너무 잘 맞춰주었다. 장소민이 두 팔을 벌리자 아이는 냉큼 그녀 품에 안겼다.
이경혜는 서로 편히 대화하려고 집안에 들어간 후 하예진 옆에 나란히 앉았다.그녀는 어르신의 손에서 종잇장을 건네받고 하예진과 함께 쭉 훑어보더니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날짜로 골랐다.“사돈 어르신, 이날로 하시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니 우리 모두 준비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경혜는 하예진과 함께 고른 날짜를 가리키며 어르신께 말했다.동생이 없으니 이경혜가 가장 역할을 담당해 조카의 결혼식을 책임졌다.아무도 하예정을 얕잡아보지 않게, 무조건 으리으리하게 시집보내야 한다.어르신과 장소민 일행은 이경혜가 선택한 날짜에 아무 의견이 없었다. 사돈이 어느 날을 선택하든 전부 할머니가 고심 끝에 고르신 좋은 날들이니까.마침내 전태윤과 하예정의 의견도 물었다.하예정은 아무 의견이 없었고 전태윤은 양가 어르신이 선택한 날짜를 보더니 속으로 묵묵히 계산해 보았는데 결혼식 당일은 하예정의 마법의 날이라 첫날밤을 보낼 수 없어 그에게 불리했다.그는 불쑥 반대표를 내던졌다.“이날은 안 돼요. 다른 날로 바꿔요.”어르신이 의아한 듯 물었다.“왜 안 돼? 가장 가까운 날은 고작 열흘 뒤라 시간이 빠듯할 거야. 이날이 딱 좋아. 우리 양쪽 모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이날 뒤에 날짜는 또 너무 멀어서 가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 네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다면 우리도 아무 의견 없어.”전태윤은 가을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 막 설이 지났는데 가을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그럼 첫 번째 날로 해요. 열흘 뒤에 3월 중순이라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결혼하기 딱 좋아요.”할머니는 열흘 사이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건 실로 조급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그다지 변경하고 싶지 않았다.“태윤아, 너희 처형이랑 이모님이 골라주신 날짜가 왜 안되는지 한번 말해봐 봐! 이 날짜들은 할미가 작년에 스님을 모시고 정성껏 고른 좋은 날들이야.”스님은 당연히 전태윤과 하예정이 부부의 인연이 있다고 할머니께 자주 말씀드렸던 그분일 것이다.할머니는
도아영은 하예정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하 대표님, 제 명함이에요. 만약 전이혁 씨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되면 여기 제 연락처로 전화 주세요. 전 일주일 정도 관성에 머물 예정이에요.”하예정은 명함을 받으며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아영 씨, 지금 어디 머물고 있어요?”“관성 호텔이요. 전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곳이더라고요.”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관성 호텔은 관성에서 손꼽히는 호텔이죠. 거기에 머물면 보안도 철저하고,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거예요.”“아영 씨가 호텔에 머무는 동안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하죠. 잠시 후 제가 호텔에 연락해 놓을게요.”도아영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하 대표님, 정말 감사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제 숙박비 정도는 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도아영 역시 명문가 출신이었고, 그녀에게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돈이었다.“물론 아영 씨가 돈이 부족할까 봐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먼 길까지 찾아왔는데, 제가 주인으로서 손님을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혹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시간이 되면 제가 아영 씨랑 같이 다닐 수 있어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죠.”“만약 제가 바쁘면, 다른 분한테 부탁해서 아영 씨를 관성의 여러 맛집으로 안내하도록 할게요.”“관성에는 관광지가 별로 없어요. 있다고 해도 거의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곳이죠. 하지만 음식만큼은 장담할 수 있어요. 눈에 띄지 않는 오래된 가게들이지만,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정통적인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이 말한 맛집들은 관성의 젊은이들도 모르는 가게들이었다. 그녀는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미식가로 전태윤과 결혼하기 전, 친구 심효진과 함께 관성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맛집을 탐방했었다. 그러기에 관성의 맛집 정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의 배려에 도아영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사양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제 호텔 비용은 하 대표님께 부담드릴 수 없어요. 안 그러면 제가 너무
전이혁은 누구보다 할머니께 효심이 지극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 친형보다도 가문의 맏형을 먼저 찾을 정도로 전태윤을 존경했다.그리고 전태윤은 워낙 애처가였고, 동생들이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는 또 아내에게 모든 걸 말했었다. 덕분에 하예정도 자연스럽게 동생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그러니 도아영도 실례를 무릅쓰고 하예정을 찾아온 것이었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하예정의 회사 직원들은 도아영을 하예정의 라이벌로 오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하예정 역시 처음에는 도아영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었다. 하예정은 처음에는 비서에게 차만 내오라고 했지만, 도아영의 목적을 알고는 다과와 과일을 추가로 준비하게 했다.그러나 도아영은 이런 차별적인 행동에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라도 똑같을 것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라이벌이 자신을 직접 찾아왔다면, 예의상 물 한 잔은 줄 수 있어도 차와 다과까지 대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었다.만나기만 해도 눈에서 불꽃이 튀는 라이벌인데, 도아영은 하예정이 솔직하고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예정을 찾아오기 전, 도아영은 이미 전씨 가문인지 어떤 가문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도 이런 명문가에 시집올 수 있다면 분명 행복했을 터였다.하지만, 문제는 전이혁이었다. 도아영은 전이혁이 그녀에게 어떤 마음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이혁은 늘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도아영을 갖고 노는 듯했다.“넷째 도련님은 가끔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만, 요즘은 얼굴조차 보지 못했어요.”도아영은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지금 도련님은 어디에 있어요?”하예정이 되려 도아영에게 전이혁의 행방에 관해 물었다.“2주 전까지만 해도 해주시에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아마 관성에 돌아갔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갔겠죠.”“그럼, 벌써 2주째 도련님을 못 만나고 있는 거예요?”도아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전이혁 씨는 처음부터 그랬어요. 제가
그래서 도아영은 지금 전이혁에 대해 캐물으려고 하예정을 찾아온 건가?“도아영 씨는 지금 전이혁 씨와 어떤 관계죠?” 하예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도아영은 한참 망설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어떤 관계인지. 처음 전이혁 씨를 알게 되었을 때는 전이혁 씨가 저한테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다가가려고 하니 또 멀어지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그렇게까지 진심은 아니었나 봐요.”“그렇다고 해서 아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 게, 제가 거의 잊어버릴 때쯤이면 꼭 꽃이나 선물을 보내오고, 또 밥도 사주곤 했어요. 그리고 제가 일 때문에 힘들 때도 몰래 저를 도와줬더라고요.”“그런데 정작 제가 보답이라도 하려고 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요. 연락도 안 받고, 메시지에 답장도 없고...저한테 어디 사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어요.”“전 전이혁 씨 이름만 알았지, 따로 캐내지 않았더라면 전이혁 씨가 전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라는 것도 몰랐을 거예요.” “...”도아영의 말의 하예정은 무언가 눈치챈듯했다.‘이혁 도련님, 진짜...이거 완전 밀당이잖아. 애초에 관심이 없으면 다가가지 말든가.’사실, 전이혁은 할머의 뜻을 무시할 수 없어 마지못해 도아영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그러니 도아영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도망을 친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하예정은 직감적으로 확신했다. 전이혁은 분명 꿈속 그 여자를 찾아냈고, 지금은 과연 본인의 마음을 따를 것인지, 할머니의 뜻을 따를 것인지 갈팡질팡하고 있을 것이었다.‘이혁 도련님은 정말 도아영이 별로인 건가? 아니면 꿈속 여자에게 깊이 빠진 걸까? 아마 본인도 정작 어떤 마음인지 모르고 있겠지...’하지만 전이혁이 양다리를 걸친 느낌은 확실했다.‘하 대표님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 성격이 이래요. 궁금한 건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도대체 전이혁 씨 마음이 뭔지 알고 싶어요.”“그런데 막상 직접 찾아가 물
몇 분 정도 앉아 있던 성소현은 바쁘다는 핑계로 VIP룸을 떠나 그녀의 사무실로 돌아갔다.어차피 예전의 하예정도 쉽게 괴롭힐 수는 없었지만 조금 더 강해진 하예진이었기에 성소현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하예정은 건달 몇 명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서지혜가 그들에게 차를 따라준 후 하예정은 그녀에게 나가서 일하라고 말했다.비서가 나가자 하예정은 도아영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아영 씨, 이젠 찾아온 의도를 말해보세요.”도아영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단지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었어요.”하예정은 눈살을 찌푸렸다.‘단지 만나보고 싶었다고?’그녀는 연예인도 아니었고 팬도 없었다.도아영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문득 깨달은 하예정은 떠보듯 도아영에게 물었다.“전씨 성을 가진 남자분 때문에 오신 거예요? 전씨 성을 가진 남자분 이름은 뭐예요?”“전이혁이에요? 전우예요? 전창빈이에요?”그녀는 한 번에 도련님 세 명의 이름을 말했다.둘째 도련님은 기혼이고 셋째 도련님은 고현과 여행 중이다.두 도련님은 이미 임자가 있었다.바로 넷째 도련님부터 시작해서 하예정은 그들의 짝이 누구인지 모른다.여섯째 도련님의 반쪽이 선우민아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러나 선우민아를 만난 적은 없었다.도아영은 선우민아가 아니기에 그녀가 찾으려는 사람은 넷째 도련님 아니면 다섯째 도련님일 것이다.하예정의 말에 눈빛이 흔들린 도아영은 성실하게 대답했다.“이혁 씨요.”하예정은 바로 이해했다. 도아영은 할머니가 전이혁에 선택해 준 결혼 상대이다.할머니가 선택해 준 아내와 그가 꿈에서 본 여자는 같은 사람 아니기에 넷째 도련님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전이혁은 할머니가 선택해 준 여자랑 결혼하고 꿈에서 만난 여자와도 얽혀 있다면 전씨 가문에서 첫 번째로 이혼한 남자가 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이 때문에 할머니를 찾아 항의한 적도 있었다.할머니는 만약 그가 꿈에서 본 여성을 찾은
“알고 있어,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경비원이 알려줬어.”서지혜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만만치 않아 보여요, 무슨 연고로 찾아왔는지 몰라요. 성 대표님이 어느 회사냐고 물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도 말하지 않았어요.”“성 대표님은 하 대표님의 연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하예정은 실소를 지었다.“젊은 여성이 찾아온다고 다 나의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 만약 나의 연적이었다면 언니가 아영 씨를 들여보내지 않았겠지.”서지혜가 말했다.“그건 성 대표님이 몰랐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그렇게 의심하고 있어요. 어쨌든 하 대표님 조심하세요.”전태윤 같은 우수한 남자는 수시로 그를 사모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그래서 하예진에게는 수시로 연적이 나타났다.“알았어, 조심할게. 내가 조심해도 소용없어, 그들이 나와 태윤 씨를 빼앗는다면 내가 태윤 씨를 집에 가두어도 연적이 나를 찾아올 거야.”모든 일에 마음을 넓게 먹었던 하예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더 많은 여자가 전태윤을 좋아할수록 그녀는 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이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서지혜는 하예정을 따라 VIP룸에 들어갔다.서지혜가 VIP룸 문을 열자 젊고 예쁜 기품이 고상한 여인이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앉은 자세를 본 하예정은 그녀가 어느 명문가의 딸일 것으로 추측했다.하예정은 할머니와 시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아 예전보다 고귀하고 우아해졌지만 이 여성과 비교하면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게 느껴졌다.그들의 말처럼 집안이 부유하지 않으면 명문가의 자녀일 것이다. 그녀의 기질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도아영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하예정을 본 그녀는 일어섰고 하예정이 다가오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아영 씨, 안녕하세요.”하예정은 상대방의 이름이 도아영이라는것은 알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물론 노동명도 건드리면 화를 낸다.그들은 머리가 문에 끼인 것이 아닌 이상 노동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노동명이 온 것을 본 모든 사람은 그에게 인사했다.식당 직원은 이미 노동명의 점심 식사를 준비해서 한 테이블에 차려놓았다.노동명은 몇몇 고위층 관리들과 함께 앉아서 식사했다.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대표로서의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퇴근 후 그들은 일 얘기를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허풍을 떨었다.노동명은 퇴근 후에는 신경이 너무 긴장되지 않도록 스스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노동명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고 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와 관성 호텔에서 식사했다.식사 후 그들 부부는 옥상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낮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낮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 자기 회사로 돌아가 일을 했다.하예정의 차가 회사에 들어서자 당직 경비원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아영 씨라는 분이 하 대표님을 찾으세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를 모시고 들어갔어요.”도아영?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린 하예정은 경비원에게 물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 말했나요?”그녀가 아는 여성 지인분 중 도아영이라는 사람은 없었다.하예정은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경비원이 대답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다만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원래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때마침 성 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가 하 대표님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들여보내셨어요.”경비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하 대표님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고 매우 아름다웠고 품격이 있어 보였어요. 평소에 하 대표님이 들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 왔는데 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하 대표님, 젊은 여성이 찾아왔으니 조심하세요.”그 뜻은 하예정의 연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하예정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하예정의 남편인 전태윤은 관성에서 전
비서가 대답했다.“저도 그냥 노 대표님에게 말했을 뿐이에요. 평소에 직업 정장을 입으시던 분이 갑자기 예쁜 일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건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일 거예요.”“아마 열애 중일 수도 있어요.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예쁘게 꾸민다고 했어요.”고개를 돌려 비서를 본 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여자를 잘 아는가 봐.”“노 대표님, 저 두 아이 아빠예요. 가정이 있는 남자라 여자 마음을 당연히 잘 알죠.노 대표님도 예진 씨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저에게 물어보셔도 돼요.”“애초에 너에게 물었으면 지금쯤 예진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노동명은 농담하며 말했다.“나는 여자의 마음을 잘 몰라, 하지만 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알아.”“진심으로 대한다면 예진이도 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거야.”“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예진이가 내가 필요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고 위험에 처하면 제일 먼저 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해.”하예진은 그가 선물한 명품을 받은 적이 없었다.기껏해야 그가 선물한 꽃다발을 받았다.하예진은 물질을 중요시하지 않는 여자였기에 그는 오직 옆에 함께 있어 줄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함께 하며 묵묵히 지켜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다.비서는 노동명과 몇 해 동안 일하며 그와 하예진의 사랑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노동명은 처음에 하예진에게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전태윤의 처형이고 하예정의 언니였기 때문에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다.그때 그는 하예진을 뚱뚱하다며 매일 일찍 회사에 출근해 달리기해서 살을 빼라고 했다.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노동명은 하예진을 사랑하게 되었다.한 명은 돈을 노리지 않고 한 명은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표가 하예진을 좋아하게 됐을 때 그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다만 그때 노동
노동명이 하예진을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점차 그녀에게 끌려서 사랑하게 된 것이다.그는 상대방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정이 생기는 편이다.그녀는 기회만 준다면 자신이 하예진보다 더 우수하기에 노동명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보여준다면 마음을 바꿔 그녀를 선택하리라고 생각했다.사업 이야기를 마쳤을 때 식사 시간이었다.장월은 노동명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노동명은 장월의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친구들과 회식하지 않는 한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요.”“그럼 좋아요, 노 대표님이 완쾌되시면 다시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너무 의도적으로 행동하면 노동명의 반감을 살까 봐 걱정되어 그녀는 무리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면 그녀와 선을 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동명은 미혼여성과 접촉하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노씨 그룹과 협력하는 대표 중 여성이 있더라도 그녀와 같은 중년층이며 대부분은 할머니급이었다.그녀가 남편을 대신해 시댁의 가문을 지탱하고 또 아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노동명은 그녀 회사와의 협력관계를 직접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노동명의 눈에 그녀는 시댁이 있는 결혼한 여자로 보였다. 남편이 죽더라도 그녀는 다른 곳에 시집을 가지 않고 시댁을 떠나지 않는 한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시댁이 있는 여자로 보일 뿐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그에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할 수가 없었다.“비서에게 장 대표님을 배웅해 드리라고 할게요.”노동명은 장월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나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누가 오더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를 이해해 주었다.장월은 웃으면서 노동명과 악수하며 말했다.“노 대표님, 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노동명은 비서에게 장월과 그녀의 비서를 배웅하라고 했다.일 층까지 장월과 그의 비서를 배웅한 노동명의 비서는 두 사람이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