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혜는 서로 편히 대화하려고 집안에 들어간 후 하예진 옆에 나란히 앉았다.그녀는 어르신의 손에서 종잇장을 건네받고 하예진과 함께 쭉 훑어보더니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날짜로 골랐다.“사돈 어르신, 이날로 하시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니 우리 모두 준비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경혜는 하예진과 함께 고른 날짜를 가리키며 어르신께 말했다.동생이 없으니 이경혜가 가장 역할을 담당해 조카의 결혼식을 책임졌다.아무도 하예정을 얕잡아보지 않게, 무조건 으리으리하게 시집보내야 한다.어르신과 장소민 일행은 이경혜가 선택한 날짜에 아무 의견이 없었다. 사돈이 어느 날을 선택하든 전부 할머니가 고심 끝에 고르신 좋은 날들이니까.마침내 전태윤과 하예정의 의견도 물었다.하예정은 아무 의견이 없었고 전태윤은 양가 어르신이 선택한 날짜를 보더니 속으로 묵묵히 계산해 보았는데 결혼식 당일은 하예정의 마법의 날이라 첫날밤을 보낼 수 없어 그에게 불리했다.그는 불쑥 반대표를 내던졌다.“이날은 안 돼요. 다른 날로 바꿔요.”어르신이 의아한 듯 물었다.“왜 안 돼? 가장 가까운 날은 고작 열흘 뒤라 시간이 빠듯할 거야. 이날이 딱 좋아. 우리 양쪽 모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이날 뒤에 날짜는 또 너무 멀어서 가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 네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다면 우리도 아무 의견 없어.”전태윤은 가을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 막 설이 지났는데 가을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그럼 첫 번째 날로 해요. 열흘 뒤에 3월 중순이라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결혼하기 딱 좋아요.”할머니는 열흘 사이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건 실로 조급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그다지 변경하고 싶지 않았다.“태윤아, 너희 처형이랑 이모님이 골라주신 날짜가 왜 안되는지 한번 말해봐 봐! 이 날짜들은 할미가 작년에 스님을 모시고 정성껏 고른 좋은 날들이야.”스님은 당연히 전태윤과 하예정이 부부의 인연이 있다고 할머니께 자주 말씀드렸던 그분일 것이다.할머니는
소정남의 옆에 앉아있던 심효진이 머리를 갸웃거리고 막연한 표정을 지은 노동명을 보더니 입을 막고 웃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이야말로 한 부류의 사람이다.소정남은 IQ와 EQ 모두 높아서 그들과 함께 있으면 고문 역할을 담당한다.한편 성소현과 예준하도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성소현이 함께 얘기를 나눠줬으니 망정이지 예준하는 진작 의자에서 일어나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그는 이런 자리를 제일 두려워한다. 어르신을 보면 그의 할머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의 할머니도 종일 그들 형제의 혼사만 신경 쓰고 계신다.다행히 예준하의 할머니는 전씨 할머니처럼 고생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맏형수에게 전적으로 이 일을 맡겼다.모연정은 중매인이 될 잠재력이 있으니까.소정남은 노동명을 노려보다가 말했다.“이렇게 꽉 막혀서 대체 뭘 할래.”“난 꽉 막히지도 않았고 딱히 할 일도 없어.”소정남은 고개를 홱 돌려 심효진과 알콩달콩 얘기를 나눌 뿐 더는 노동명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노동명은 어안이 벙벙했다.소정남은 대체 무슨 뜻인 걸까?잠시 몸을 숨겼던 양 집사가 다시 나타났다.그는 전태윤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도련님, 오븐과 식자재 전부 준비해 놓았어요.”전태윤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하예정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어르신들께 말했다.“할머니, 저희 그럼 바비큐 하러 갈게요.”“그래.”전태윤은 이경혜 부부에게도 여쭤보았고 그들 부부가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하예정과 친구들을 데리고 집 안에서 나왔다.그림 같은 풍경의 정원을 거닐면서 성소현이 하예정 옆으로 다가왔고 전태윤도 마침 하예정의 손을 놓아주었다. 두 자매가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었고 그는 이참에 예준하에게 다가갔다.예준하를 초대한 건 전태윤인데 여태껏 제대로 맞이하지도 못했다.“예정아, 너랑 태윤 씨 결혼식이 뒤로 미루어졌으니 나도 선뜻 투자에 관해 얘기할 수 있게 됐어. 안 그러
“준하 씨, 쟤네 둘 웃는 게 조금 이상해 보이지 않아요?”친구가 뒤따라오지 않자 성소현은 예준하와 나란히 걸으며 가끔 고개 돌려 두 친구를 힐긋거렸다.그녀들이 이미 사랑하는 사람과 속닥거리는 모습에 성소현은 실로 부러울 따름이었다.가장 부러운 건 그래도 하예정이었다.하예정의 남편이 그녀가 수년간 짝사랑해 온 전태윤이니까. 전태윤은 성소현에게 얼음장처럼 차갑고 눈길 한번 안 줬다. 하여 그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평생 자상함이라곤 모르는 남자라고 여겼었다.다만 하예정을 대하는 그의 모습을 본 후에야 성소현은 깨달았다. 전태윤은 자상함을 모르는 게 아니라 오직 하예정에게만 자상하다는 것을.물론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성소현은 인제 전태윤에 대한 마음을 철저하게 접었다.그가 하예정을 위해 성소현을 선뜻 누나라고 부를 때, 이 남자는 더이상 본인 소유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좋은 남자가 많고 많으니 성소현도 굳이 전태윤에게 목을 매달 이유가 없다.전태윤이 하예정에게 잘해만 준다면 그녀는 부부가 백년해로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할 것이다.예준하는 봄날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난 이상한 줄 모르겠는데요.”“내가 괜한 생각했나 봐요.”성소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물었다.“태윤 씨가 준하 씨 초대했죠?”“네. 저랑 태윤 씨 꽤 친하거든요. 제가 홀로 관성에서 외로울까 봐 태윤 씨가 이리로 불렀어요. 함께 모여서 재미있게 놀자고 하데요.”예준하는 사실 소정남과 더 친하다.두 회사의 비즈니스 왕래는 기본적으로 소정남이 책임지고 있으니까.“저는 또 준하 씨가 주말마다 A시로 돌아가는 줄 알았어요. 비행기 타고 두 시간 남짓하면 금방 도착하잖아요.”“그건 그렇죠. 하지만 관성 쪽 사업을 장기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보니 집에 별일 없으면 거의 안 돌아가요. 오가는 것도 피곤하잖아요. 주말에 휴식할 때면 종일 집에 누워 자거나 친구들 몇 명 불러 등산 혹은 축구를 즐기는 편이고, 오늘처럼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여름이면
“좋아요.”“준하 씨네 집도 리조트겠죠?”예준하가 머리를 끄덕였다.“우리 편하게 말 놓을까요? 앞으로 이웃으로 지낼 텐데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는 말도 있잖아요.”“그래, 그럼 말 놓을게.”예준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집도 태윤 씨네 집처럼 리조트 형식이야. 이름은 예진 리조트야.”그는 주변 풍경을 쭉 둘러보면서 성소현에게 말했다.“태윤 씨네 할머니랑 우리 할머니의 안목과 취향이 다 비슷한 것 같아. 모두 같은 세대 사람들이라 미적 관념이 동일한가 봐. 우리 예진 리조트와 서원 리조트가 엄청 비슷하거든.”굳이 차이점을 따지자면 예진 리조트가 좀 더 크다.성소현도 주변 풍경을 쭉 둘러보았다.“난 예전에 꿈에서라도 이런 곳에 살고 싶었어.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져 조용하고 아늑하잖아. 경치도 일품이고 면적도 엄청 커서 한 달 동안 지내도 갑갑하지 않을 것 같아.”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이 바로 전태윤의 집이기 때문이다.그녀는 한때 전태윤을 깊이 사랑해 서원 리조트의 여주인으로 되고 싶었다.예준하가 다정하게 말했다.“나중에 기회 되면 우리 예진 리조트로 가서 구경도 하고 며칠 지내도록 해.”성소현은 사색에서 빠져나와 웃으며 답했다.“A시에 관광지가 많아 나 자주 놀러 가. 너희 집안에서도 펜션을 꾸렸잖아. 나 매번 놀러 갈 때마다 너희 집 펜션에서 숙박하는 걸 좋아하거든.”다만 그땐 예준하를 몰랐다.“나중에 또 A시로 놀러 오면 언제든지 연락해. A시에서의 모든 비용은 내가 쏠게. 공짜로 가이드도 해주고, 모든 관광지를 구경시켜 주고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게 해줄게.”성소현은 별생각 없이 바로 대답했다.“그래, 그럼 그때 가서 예정이랑 효진 씨도 불러야겠어. 두 사람 식탐 왕이니까 함께 맛집 돌아다니면 우리도 덩달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야.”“좋아.”예준하는 성소현이 뭐라 말하든 전부 오케이였다.성소현은 그가 대가족 출신이다 보니 교양 있고 온화하며 의젓하다고 생각했다.큰오빠는 그녀에게 예준하가
“나중에 보다 못한 신선 어르신이 속세에 내려와 제자의 뒷수습을 도왔어요. 원래 부부의 인연이 있던 남녀에게 다시 빨간 실을 묶어주었죠. 그땐 왜 그렇게 신기하던지. 나이가 어려서 사랑을 모르지만 빨간 실로 딴사람 발목을 묶는 게 너무 재미있어 보였어요.”전태윤이 물었다.“그런 드라마도 있었어? 난 전혀 기억 안 나는데. 드라마를 볼 시간이 거의 없거든.”그는 상속자라 어릴 때부터 동년배들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각종 프로그램과 훈련을 받아야 했기에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었다.“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드라마를 자주 봤어요. 엄마, 아빠랑 함께 봤거든요. 예전에는 다 흑백 텔레비전이었어요. 가장 재미있게 본 건 ‘피구왕 통키’였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언니랑 단둘이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해서 몇 년간은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었어요. 사회에 발을 들인 후에야 종종 봐왔어요.”전태윤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나중에 보고 싶은 드라마 생기면 나랑 같이 봐.”하예정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더니 금세 반듯한 자세로 돌아왔다. 사람이 많으니 알콩달콩하기엔 부적절해 보였으니까.다들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다 보니 리조트의 바비큐장에 금방 도착했다.양 집사가 미리 준비를 마쳐서 다들 바비큐장에 도착했을 때 더 차릴 것도 없었다.남자들은 서로 잘 보이려고 오븐 앞에 섰고 여자들은 먹기만 하면 됐다.전씨 일가의 다른 도련님들은 큰 형네 테이블 사람들이 모두 짝을 이룬 걸 보더니 묵묵히 오븐을 바꿔서 거리를 벌렸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쉽게 타격받을뿐더러 내심 부러우니까.전호영은 다 구운 양꼬치 한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이진에게 물었다.“형, 안 부러워?”“날 엮을 생각 하지도 마. 부러우면 할머니 지시를 따르던가. 우리 집 강성 쪽에도 호텔이 있잖아. 너 출장 가서 미래의 예비 신부나 보고 와.”전호영은 전이진의 손에 쥔 닭 날개를 덥석 뺏으며 말했다.“먹고 싶으면 혼자 구워 먹어.”그는 고현이 싫다.보이쉬한 그녀
하예정은 실랑이를 벌이는 도련님들이 내심 부러웠다. 전씨 집안 사람들은 그야말로 화목하게 지낸다. 그녀의 집안처럼 남을 헐뜯지 못해 안달인 사람이 없다.“소현 언니, 아까 투자하고 싶다던 아이템이 뭐였죠?”하예정은 남편이 친히 구워준 해산물 모듬을 먹으며 투자 건이 생각나 성소현에게 물었다.심효진도 귀를 쫑긋 세웠다.그녀도 요즘 소정남 때문에 압력이 살짝 쌓였다. 하예정이 남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 자신을 끊임없이 승화하는 걸 보더니 심효진도 더는 무념무상으로만 있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각 분야가 포화상태라 다른 사람 입에서 먹잇감을 뺏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야. 어제 너희 고향으로 돌아갈 때 마을의 논밭이 거의 황폐해졌더라.”하예정네 집안 텃밭도 멀리서 보았지만 황폐해진 상태였다.하긴, 인간쓰레기 같은 그녀의 친척들은 마을에서 부자에 속하다 보니 굳이 텃밭을 가꾸지 않아도 남들보다 우월한 삶을 보내고 있다.“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사람 한 명 보내서 너희 고향에 있는 황무지를 전부 임대하고 화초나 야채를 심으면 어떨 것 같아? 물론 우리가 직접 나서서 관리하는 건 아니고 사람을 시켜서 관리하게 할 생각이야. 우리가 나서면 너희 집안 인간쓰레기 같은 친척들이 또 마구 파괴할 게 뻔하잖아. 일단 심을 수만 있다면 판로는 문제 되지 않아. 별장 구역들, 도시 환경 미화 등 모두 화초가 필요하니까. 우리가 심는 화초는 전문적으로 그린 환경을 위한 것이고, 또한 야채랑 과일도 심을 수 있어. 성씨 그룹도 그렇고 너희 전씨 그룹도 마찬가지로 산하에 호텔이 꽤 많아서 매일 야채와 과일 수요량이 어마어마할 거야. 물론 우리의 목표는 다른 호텔에 판매하는 것이지 제 집안 돈을 버는 건 아니야.”“학교 구내식당, 공장 구내식당에서도 매일 야채와 과일 수요가 엄청 클 거야. 비록 이 분야의 경쟁력이 매우 크지만 난 우리가 남들보다 우세가 있다고 생각해. 남들 입에서 이 분야의 이윤을 나눠 먹는 게 좀 더 쉽잖아. 너희 고향으로 가는 길에 한길 내내
하예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맞아, 소현이 넌 역시 우리보다 생각이 앞선다니까. 예정아, 앞으로 소현이만 믿고 따라다녀.”하예진 자매는 진취적이고 야심이 있지만 투자 방면에서는 아직 성소현보다 못하다. 성소현은 사업가 집안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게 있으니까.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가볍게 웃었다.“언니, 저도 언니네 고향으로 내려가 봤으니 황무지가 많은 걸 알게 됐고 그 황무지를 임대해서 화초도 심고 야채랑 과일을 심을 생각도 하게 됐어요. 큰오빠한테 여쭤봤는데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무슨 아이템에 투자하든 돈만 벌 수 있으면 다 좋은 아이템이라면서 한번 시도해 보라고 추천하데요.”성소현이 호탕하게 말했다.“그럼 한번 시도해 봐요. 돈 벌면 좋고 못 벌어도 경험 쌓는 거잖아요. 어차피 내겐 큰 액수도 아니에요. 예정아, 너 저녁에 태윤 씨한테 말해봐 봐. 태윤 씨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면 우리 과감하게 시도해 보자. 태윤 씨는 투자에 대한 안목이 있는 분이잖아.”전태윤이 전씨 그룹을 전수한 이후로 투자한 프로젝트마다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한다.성기현은 집에 올 때마다 전태윤의 성과를 얘기했지만 성소현이 그를 짝사랑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좋아.”하예정도 통쾌하게 대답했다.사실 몇몇 남자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들이 하씨네 마을의 논밭을 임대하여 화초와 야채 및 과일을 심으려 한다는 걸 줄곧 듣고 있었다. 그들은 비록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지만 전태윤이든 소정남이든 모두 성소현의 안목을 인정했다.그녀 말대로 지금은 각 분야가 포화상태라 입문자는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그녀들이라 해도 투자 경쟁력이 매우 클 테지만 성소현과 하예정의 신분이 동종업자들보다 우세를 차지하여 협상하고 판로를 찾는 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쉬울 것이다.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제 집안 호텔에 공급하면 그만이다.하여 몇몇 대표님들도 성소현의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은 도와주지 않기로 했다. 하예정
“난 안 먹은 음식만 동명 삼촌한테 드렸어요.”어린 녀석이 한마디 더 보탰다.뭇사람들도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휴식도 할 겸 자유 활동 어때?”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단둘이 리조트를 둘러보고 싶었다.다들 이해한다는 듯이 웃었다.잠시 휴식한 후 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바비큐장을 떠났다.“나랑 함께 화원으로 꽃구경하러 가. 지금 한창 꽃필 때야.”하예정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곳이 낯설다 보니 어디가 경치 좋은지 몰라 전태윤만 따라다녔다.싱그러운 봄바람이 불어오자 그녀는 두 눈을 스르륵 감고 봄 내음을 만끽했다.“도시보다 공기가 더 좋아요.”전태윤이 가볍게 웃었다.“당연하지. 여긴 아주 한적해. 내일 처형 가게만 오픈하지 않았어도 우리 여기서 며칠 더 지낼 수 있을 텐데. 너도 이젠 제집 환경에 익숙해져야지.”“평생 지낼 내 집이니까 익숙해질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요. 조급할 필요 없으니 우선 언니 가게부터 안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요 우리.”전태윤은 그녀의 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여긴 그녀의 집이고 둘만의 집이라 앞으로 평생 지낼 곳이다.“그런데 리조트가 너무 커서 태윤 씨 없이 홀로 둘러보라고 하면 나 진짜 길 잃을 것 같아요.”“환경이 익숙지 않으면 길 잃어버리기에 십상이야. 리조트를 명인의 구상대로 배치해서 살짝 미로 같긴 해. 처음 온 사람은 아무도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이 안에서 사흘 동안이나 헤맬 수 있어.”하예정은 입이 쩍 벌어졌다.“대단하네요. 다행히 난 태윤 씨가 있어서 사흘 동안 헤맬 필요는 없겠네요. 진짜 벗어나지 못하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전태윤이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너 혼자 내버려 두겠어. 내가 무조건 함께 다니면서 환경을 익숙하게 해줘야지. 여자 데리고 우리 집 리조트를 돌아다니는 건 나도 이번이 처음이야.”“영광이네요.”“이런 기회를 줘서 내가 더 영광이야.”부부는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전태윤은 참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더니 사랑하는 아내를 끌어안고 목소리를 내리깔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
여운별은 예전에도 당한 적 있었다.여운초는 이전에 추미자의 강박적인 요구로 인해 집안일을 많이 하면서 힘이 세졌다.여운초가 손을 놓지 않자 여운별은 다른 손을 뻗어 여운초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여운별의 손등을 힘껏 물었다.여운별을 너무 아픈 나머지 돼지 잡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여운초! 언니, 언니. 욕 안 하고 안 때릴게. 놔. 손 놔. 아파!”여운별은 아파서 내내 사정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그렇게 한참을 용서를 빌다가 그제야 손을 놓고 여운별의 손에서 입을 뗐다.여운별의 손은 이내 움츠러들었고 계속 떨고 있었다.그녀의 손등은 여운초에게 물려 핏자국이 났다.잡힌 손목도 빨갛게 자국이 남았다.여운초가 언제 동작이 이렇게 민첩했던가!놀랍게도 여운초가 여운별의 손목을 정확하게 잡고 손등을 물어뜯었다.여운별은 눈물을 글썽이며 차에 탄 언니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여운별은 진작에 여운초를 눈빛으로 수없이 베어버렸을 것이다.“여운초! 여긴 내 집이야. 난 집에 갈 거야. 네가 뭔데 집안 하인들을 다 바꾸고 나를 들여보내지 않는 거야?”여운초는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차에서 내린 뒤, 차를 에돌아 여운별 앞으로 다가갔다.여운초가 더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멍하니 여운초를 바라만 보았다.‘설마 여운초가 눈이 보이는 거야? 고모가 말하길 전이진이 어떤 신의의 제자를 청하여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는데 그 신이의 제자가 이렇게 단 기간 내에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단 말인가!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다고?”여운초가 10년이나 앞을 보지 못해서 여준희와 여기저기 의사를 찾아다녀도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신의의 제자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눈을 치료해 주었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무척 놀랐다.여운별은 탐색하듯 손을 뻗어 여운초의 눈앞에서 흔들거렸다.여운초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여전히 똑같네. 안 보이지?”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운
경비원은 여운별이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듣고 집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집사가 대답했다.“여운별 씨가 더 떠들면 쫓아내요.”“알겠습니다.”최성욱은 그 상황을 보더니 김양훈을 꾸지람했다.“왜 또 운별이를 저렇게 소란피우게 만들어. 전씨 가문의 사람들을 건드리면 우리한테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잖아.”김양훈은 격분하며 대답했다.“뭐가 두려워? 회사도 집도 차도 없는데 우리를 어쩌지도 못할걸. 우리가 잃을 일자리가 있어? 안 되면 쓰레기 수거하러 가도 돼. 요즘 그런 일도 돈을 잘 번다고 하던데.”최성욱이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나중에 쓰레기 수거도 못 할까 봐 걱정이야. 전씨 가문의 사람들 수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가서 운별이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자. 저렇게 소란을 피우게 놔두지 말고.”김양훈은 입을 오므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별이를 이용해 운초와 싸울 궁리나 하자. 운별이가 여씨 가문의 딸이니 우리 조카들은 그들 친딸과 재산을 다툰다 해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최성욱의 말을 들은 김양훈은 그제야 최성욱과 함께 여운별의 입을 막고 강제로 끌고 갔다.두 형제는 여운별을 끌고 산에서 내려갔다.여운별은 두 남자보다 힘이 약했기에 그렇게 한참을 끌려갔다. 그러다가 여운별이 그들을 따라 내려가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비로소 그녀를 풀어주었다.여운별은 자신이 지금 두 사촌 오빠들에게 챙겨줄 이익이 없어 사촌 오빠들도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얌전히 그들을 따라갔다.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난리를 피운 사실을 명해은도 알고 있었다.여운초가 여운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여운별이 입구에서 난리를 피우게 내버려 두었다. 몇 분 후면 포기하고 돌아갈 거라 믿었다.즐거운 주말은 이내 지나갔다.월요일이 곧 다가왔다.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전태윤 일행은 일요일 저녁에 리조트에서 시내로 돌아왔다.새벽 7시 반, 여운초는 차를 타고 꽃집에 가려고 준비했고 오후
여운별은 화가 나서 몸을 돌려 김양훈의 뺨을 후려갈겼다.짜악!김양훈의 얼굴은 화끈거렸다.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되받아쳐 여운별의 얼굴을 떼렸다.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어려서부터 사촌오빠들과 사촌 언니들은 여운별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기 때문이다.사촌 남매는 물론이고 두 고모도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여운별이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여 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녀는 맞은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김양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감히 날 때리다니!”김양훈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아직도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 줄로 알아? 퉤! 넌 단지 감옥살이하는 여자일 뿐이야. 더는 고상한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아니라고!”“잘 들어! 네 엄마는 감옥에서 살아서 나올 수 없어! 네 어머니가 감옥 안에서 표현이 너무 안 좋아서 2년 유예기간이 끝나면 바로 사형 집행을 받을 거야. 네 아버지가 살아서 나올 수 있다고 해도 십여 년 후일 텐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네 아버지가 예전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어?”“네 부모님이 내 작은외삼촌을 죽였어. 이제 여운초의 세력이 강해졌으니 절대로 너희들을 행복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네 아버지가 나오더라도 운초는 네 아버지를 괴롭힐 수많은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 네 부모님이 널 지지해 주시기를 바란다면 꿈 깨!”“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안 보여? 감히 전씨 가문의 구역에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을 장님이라고 욕해? 뭐? 천한 년? 죽고 싶으면 우리 둘을 끌어들이지 마! 우린 죽고 싶지 않으니까.”“넌 아직도 여운초가 예전에 네가 그 여운초라고 생각해? 예전부터 네가 운초를 괴롭히면서 그녀한테서 아무런 이득도 못 얻더니 정말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우리가 너에게 양보한 것은 단지 너의 부모님께 잘 보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것일 뿐이야.”“아직도 상태를
이러한 사실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여운초를 몰랐을 때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어떤 날을 보냈는지, 여운별이 여운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게 된 후로 여운별이 평생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를 바랐다.따라서 여운초가 여운별을 상대할 때 모두는 여운초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도가 너무 가볍다고 여겼다.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소리 없이 그녀를 지지했다. 여운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그녀를 지지했다.지금으로 오기까지 여운초는 너무 고생했다.팔자가 세지 않았다면 여운초는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여운초가 여운별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과 추미자 모녀가 여운초에게 한 짓을 비교하면 여운초의 행동이 아주 가벼운 복수에 불과했다.여운초는 전이진을 흘겨보며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이진의 손을 맞잡았다.그녀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또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사촌 오빠들과 함께 리조트 입구에서 회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밖에 에어컨이 없어서 경비실 입구에 앉아있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여운별은 너무 덥다고 느꼈다.사람은 더우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여운별은 초조해하면서 투덜댔다.“물음 하나만 물었는데 왜 이렇게 답장이 안 와? 이게 무슨 X 같은 날씨야! 11월인데 아직도 이렇게 덥다니.”“조금만 더 기다려. 곧 답장이 올 거야. 관성 날씨는 원래 이렇게 더워. 음력으로 11월이 되어야 덥지 않을 거야.”내년 양력 2월이면 설이 다가온다.하지만 관성에서는 설날에도 춥지 않았다.“여운초가 일부러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 햇볕에 쬐어 죽으라고 괜히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이렇게 햇볕을 쬐는 줄 알았으면 양산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여운별이 화를 내려고 할 때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나와 미안한 표정으로 여운별에 말했다.“우리 둘째 사모님께서 운별 씨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어서 돌아가세요.”여운별은 벌떡 일어나 예쁜 얼굴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