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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앉아있는 중이다.

장소민은 다정하게 하예진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예진 씨, 이후엔 그냥 오시면 돼요. 이렇게 많이 사 오실 필요 없어요.”

하예진도 미소 지었다.

“별로 산 것도 없어요. 조촐하게나마 준비한 것뿐이에요.”

장소민은 하예정의 품에 안긴 주우빈을 보며 활짝 웃었다.

“우빈이 한번 안아봐도 돼?”

하예진을 도와 크고 작은 짐들을 들어주던 노동명이 한마디 끼어들었다.

“아줌마, 우빈이 사람 엄청 가려요. 아무튼 나한텐 안기지 않으려고 했어요.”

장소민은 두 손 가득 물건을 들고 있는 노동명이 마치 하예진의 짐꾼 같아 보였다. 사실 양 집사가 진작 마중 왔었다. 하예진과 이경혜가 물건을 아무리 많이 사 왔어도 양 집사가 알아서 아랫사람들에게 분부해 집안으로 옮길 수 있다. 굳이 손님으로 온 노동명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

노동명은 지금 잘 보이려고 애쓰는 걸까?

현명한 사람은 진작 눈치챘지만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 장소민은 웃으며 노동명에게 말했다.

“동명아, 우빈이는 네가 너무 무섭게 생겨서 너한테 안 안기려는 거야. 부디 너희 엄마 말씀대로 그 칼자국 좀 지워.”

전씨 일가와 노씨 일가는 사이가 매우 돈독하여 장소민도 윤미라가 아들에게 수없이 권유한 걸 잘 알고 있다. 작은 성형수술로 칼자국만 지우면 기존의 잘생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장가 못 갈 걱정도 없을 테고 36살까지 싱글로 지낼 리도 없다.

전에 두 엄마가 함께 모이면 각자 제 아들이 무드가 없다고 원망할 따름이다. 여자한테 대시하는 법이 없어 평생 노총각으로 지낼까 봐 걱정이었는데 어느덧 전태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소정남마저 전태윤이 선 자리를 주선한 덕분에 심효진과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인데 노동명만 여태껏 아무런 목표가 없다. 윤미라는 마음이 초조해 흰머리가 날 지경이고 자신이 원수를 낳았다고 망언까지 내뱉었다.

우빈이는 장소민에게 너무 잘 맞춰주었다. 장소민이 두 팔을 벌리자 아이는 냉큼 그녀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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