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보다 못한 신선 어르신이 속세에 내려와 제자의 뒷수습을 도왔어요. 원래 부부의 인연이 있던 남녀에게 다시 빨간 실을 묶어주었죠. 그땐 왜 그렇게 신기하던지. 나이가 어려서 사랑을 모르지만 빨간 실로 딴사람 발목을 묶는 게 너무 재미있어 보였어요.”전태윤이 물었다.“그런 드라마도 있었어? 난 전혀 기억 안 나는데. 드라마를 볼 시간이 거의 없거든.”그는 상속자라 어릴 때부터 동년배들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각종 프로그램과 훈련을 받아야 했기에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었다.“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드라마를 자주 봤어요. 엄마, 아빠랑 함께 봤거든요. 예전에는 다 흑백 텔레비전이었어요. 가장 재미있게 본 건 ‘피구왕 통키’였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언니랑 단둘이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해서 몇 년간은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었어요. 사회에 발을 들인 후에야 종종 봐왔어요.”전태윤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나중에 보고 싶은 드라마 생기면 나랑 같이 봐.”하예정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더니 금세 반듯한 자세로 돌아왔다. 사람이 많으니 알콩달콩하기엔 부적절해 보였으니까.다들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다 보니 리조트의 바비큐장에 금방 도착했다.양 집사가 미리 준비를 마쳐서 다들 바비큐장에 도착했을 때 더 차릴 것도 없었다.남자들은 서로 잘 보이려고 오븐 앞에 섰고 여자들은 먹기만 하면 됐다.전씨 일가의 다른 도련님들은 큰 형네 테이블 사람들이 모두 짝을 이룬 걸 보더니 묵묵히 오븐을 바꿔서 거리를 벌렸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쉽게 타격받을뿐더러 내심 부러우니까.전호영은 다 구운 양꼬치 한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이진에게 물었다.“형, 안 부러워?”“날 엮을 생각 하지도 마. 부러우면 할머니 지시를 따르던가. 우리 집 강성 쪽에도 호텔이 있잖아. 너 출장 가서 미래의 예비 신부나 보고 와.”전호영은 전이진의 손에 쥔 닭 날개를 덥석 뺏으며 말했다.“먹고 싶으면 혼자 구워 먹어.”그는 고현이 싫다.보이쉬한 그녀
하예정은 실랑이를 벌이는 도련님들이 내심 부러웠다. 전씨 집안 사람들은 그야말로 화목하게 지낸다. 그녀의 집안처럼 남을 헐뜯지 못해 안달인 사람이 없다.“소현 언니, 아까 투자하고 싶다던 아이템이 뭐였죠?”하예정은 남편이 친히 구워준 해산물 모듬을 먹으며 투자 건이 생각나 성소현에게 물었다.심효진도 귀를 쫑긋 세웠다.그녀도 요즘 소정남 때문에 압력이 살짝 쌓였다. 하예정이 남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 자신을 끊임없이 승화하는 걸 보더니 심효진도 더는 무념무상으로만 있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각 분야가 포화상태라 다른 사람 입에서 먹잇감을 뺏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야. 어제 너희 고향으로 돌아갈 때 마을의 논밭이 거의 황폐해졌더라.”하예정네 집안 텃밭도 멀리서 보았지만 황폐해진 상태였다.하긴, 인간쓰레기 같은 그녀의 친척들은 마을에서 부자에 속하다 보니 굳이 텃밭을 가꾸지 않아도 남들보다 우월한 삶을 보내고 있다.“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사람 한 명 보내서 너희 고향에 있는 황무지를 전부 임대하고 화초나 야채를 심으면 어떨 것 같아? 물론 우리가 직접 나서서 관리하는 건 아니고 사람을 시켜서 관리하게 할 생각이야. 우리가 나서면 너희 집안 인간쓰레기 같은 친척들이 또 마구 파괴할 게 뻔하잖아. 일단 심을 수만 있다면 판로는 문제 되지 않아. 별장 구역들, 도시 환경 미화 등 모두 화초가 필요하니까. 우리가 심는 화초는 전문적으로 그린 환경을 위한 것이고, 또한 야채랑 과일도 심을 수 있어. 성씨 그룹도 그렇고 너희 전씨 그룹도 마찬가지로 산하에 호텔이 꽤 많아서 매일 야채와 과일 수요량이 어마어마할 거야. 물론 우리의 목표는 다른 호텔에 판매하는 것이지 제 집안 돈을 버는 건 아니야.”“학교 구내식당, 공장 구내식당에서도 매일 야채와 과일 수요가 엄청 클 거야. 비록 이 분야의 경쟁력이 매우 크지만 난 우리가 남들보다 우세가 있다고 생각해. 남들 입에서 이 분야의 이윤을 나눠 먹는 게 좀 더 쉽잖아. 너희 고향으로 가는 길에 한길 내내
하예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맞아, 소현이 넌 역시 우리보다 생각이 앞선다니까. 예정아, 앞으로 소현이만 믿고 따라다녀.”하예진 자매는 진취적이고 야심이 있지만 투자 방면에서는 아직 성소현보다 못하다. 성소현은 사업가 집안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게 있으니까.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가볍게 웃었다.“언니, 저도 언니네 고향으로 내려가 봤으니 황무지가 많은 걸 알게 됐고 그 황무지를 임대해서 화초도 심고 야채랑 과일을 심을 생각도 하게 됐어요. 큰오빠한테 여쭤봤는데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무슨 아이템에 투자하든 돈만 벌 수 있으면 다 좋은 아이템이라면서 한번 시도해 보라고 추천하데요.”성소현이 호탕하게 말했다.“그럼 한번 시도해 봐요. 돈 벌면 좋고 못 벌어도 경험 쌓는 거잖아요. 어차피 내겐 큰 액수도 아니에요. 예정아, 너 저녁에 태윤 씨한테 말해봐 봐. 태윤 씨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면 우리 과감하게 시도해 보자. 태윤 씨는 투자에 대한 안목이 있는 분이잖아.”전태윤이 전씨 그룹을 전수한 이후로 투자한 프로젝트마다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한다.성기현은 집에 올 때마다 전태윤의 성과를 얘기했지만 성소현이 그를 짝사랑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좋아.”하예정도 통쾌하게 대답했다.사실 몇몇 남자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들이 하씨네 마을의 논밭을 임대하여 화초와 야채 및 과일을 심으려 한다는 걸 줄곧 듣고 있었다. 그들은 비록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지만 전태윤이든 소정남이든 모두 성소현의 안목을 인정했다.그녀 말대로 지금은 각 분야가 포화상태라 입문자는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그녀들이라 해도 투자 경쟁력이 매우 클 테지만 성소현과 하예정의 신분이 동종업자들보다 우세를 차지하여 협상하고 판로를 찾는 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쉬울 것이다.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제 집안 호텔에 공급하면 그만이다.하여 몇몇 대표님들도 성소현의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은 도와주지 않기로 했다. 하예정
“난 안 먹은 음식만 동명 삼촌한테 드렸어요.”어린 녀석이 한마디 더 보탰다.뭇사람들도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휴식도 할 겸 자유 활동 어때?”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단둘이 리조트를 둘러보고 싶었다.다들 이해한다는 듯이 웃었다.잠시 휴식한 후 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바비큐장을 떠났다.“나랑 함께 화원으로 꽃구경하러 가. 지금 한창 꽃필 때야.”하예정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곳이 낯설다 보니 어디가 경치 좋은지 몰라 전태윤만 따라다녔다.싱그러운 봄바람이 불어오자 그녀는 두 눈을 스르륵 감고 봄 내음을 만끽했다.“도시보다 공기가 더 좋아요.”전태윤이 가볍게 웃었다.“당연하지. 여긴 아주 한적해. 내일 처형 가게만 오픈하지 않았어도 우리 여기서 며칠 더 지낼 수 있을 텐데. 너도 이젠 제집 환경에 익숙해져야지.”“평생 지낼 내 집이니까 익숙해질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요. 조급할 필요 없으니 우선 언니 가게부터 안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요 우리.”전태윤은 그녀의 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여긴 그녀의 집이고 둘만의 집이라 앞으로 평생 지낼 곳이다.“그런데 리조트가 너무 커서 태윤 씨 없이 홀로 둘러보라고 하면 나 진짜 길 잃을 것 같아요.”“환경이 익숙지 않으면 길 잃어버리기에 십상이야. 리조트를 명인의 구상대로 배치해서 살짝 미로 같긴 해. 처음 온 사람은 아무도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이 안에서 사흘 동안이나 헤맬 수 있어.”하예정은 입이 쩍 벌어졌다.“대단하네요. 다행히 난 태윤 씨가 있어서 사흘 동안 헤맬 필요는 없겠네요. 진짜 벗어나지 못하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전태윤이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너 혼자 내버려 두겠어. 내가 무조건 함께 다니면서 환경을 익숙하게 해줘야지. 여자 데리고 우리 집 리조트를 돌아다니는 건 나도 이번이 처음이야.”“영광이네요.”“이런 기회를 줘서 내가 더 영광이야.”부부는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전태윤은 참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더니 사랑하는 아내를 끌어안고 목소리를 내리깔
“왜 그래?”그녀가 몇몇 화분을 뚫어지라 쳐다보자 전태윤이 자상하게 물었다.“마음에 들면 몇 개 집에 가져가서 베란다에 키우자.”“태윤 씨.”하예정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에게 물었다.“내가 애초에 꽃가게 가서 꽃 사 오라고 했을 때 진짜 꽃가게에 갔어요 아니면 이분들한테 보내오라고 시켰어요?”이젠 더는 숨길 이유가 없어 전태윤도 솔직하게 대답했다.“양씨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아저씨가 사람을 시켜서 이 화분들을 가져왔어. 네가 꽃잎이 크게 활짝 피고 또 무성한 잎사귀를 좋아하다 보니 내가 일부러 그런 꽃들로 보내오라고 했어.”“어쩐지 그 뒤로 태윤 씨가 사 온 꽃이 내가 산 꽃들보다 더 예쁘다 했어요. 태윤 씨네 리조트 장인이 정성껏 키운 품종이었군요.”꽃가게에서 산 것보다 퀄리티가 훨씬 더 좋았다.“여보, 화내는 거 아니지?”“뭐 이런 거로 화내겠어요. 제일 화났던 순간은 이미 다 지나갔어요.”전태윤은 꽃을 다루는 장인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감싸 안은 채 화방에서 나왔다. 그는 장인들이 들을까 봐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그땐 널 잃을까 봐 엄청 두려웠어.”하예정은 그의 볼을 살짝 꼬집고는 바로 놓아줬다.“애초에 가전제품 사 오라고 할 때도 양씨 아저씨한테 시킨 거겠죠?”“가전제품은 박씨 아저씨가 보내왔어. 들킬까 봐 일부러 너 없을 때 보내온 거야.”하예정은 실소를 터트렸다.“나 속이느라 고생 많았네요.”“앞으론 두 번 다시 널 속이지 않아. 거짓말하는 거 진짜 너무 힘들어. 거짓말로 또 다른 거짓말을 덮어야 하잖아. 그렇게 굴리다 보면 마치 눈 덩어리처럼 점점 더 커져.”“난 태윤 씨가 제법 능청스럽게 거짓말하는 줄 알았어요.”전태윤은 머리 숙이고 가볍게 웃었다. 나중에 그는 정말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둘러댔으니까.서원 리조트가 너무 크다 보니 시간상의 관계로 전씨 일가 큰 사모님 하예정은 처음 리조트에 돌아왔지만 전부 둘러보지 못했다.하예진은 토스트 가게가 내일 오픈이라 사돈의 만류에도
그가 집에 머물면서 손은경과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노동명은 손은경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 호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뭐가 불편할 게 있어? 어차피 운전해서 출근할 텐데, 그리고 네가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겠어? 지급 집에 손님도 있고 그런데, 너 요 며칠은 꼭 집에 와 있어!”“엄마, 나 지금 조금 지쳤어요. 그리고 지금 운전해서 더 이상 얘기하기 어려우니 이만 끊을게요.”그는 어머니의 요청을 바로 거절하지 않고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었다.전화기 너머에 있던 노씨 사모님은 아들이 전화를 끊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편에게 말했다.“당신의 작은 아들은 아마도 평생을 독신으로 살 것 같아요. 은경이처럼 좋은 여자애를 보고도 말 한마디를 아까워하니 말이에요. 은경이는 동명이의 얼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 동명이는 한곳에 있을 생각도 없는 거예요.”이에 남편은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너무 조급해했어, 목적도 너무 뻔하고 말이야. 동명이는 이미 당신이 주선한 소개팅을 여러 번 갔어. 차수가 많아지니 싫증 나기도 하겠지, 우리에게 조종당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냥 이대로 놔둬. 만약 평생 독신일 운명이라면, 당신이 하루에 소개팀을 800번 시켜도 소용없어. 만약 누구와 인연이 있다면, 당신이 이렇게 계획하지 않아도 서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인연이 있든 없든 다 하늘에 맡기는 거야.”노씨 사모님은 화가 나서 남편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당신 같은 아버지가 있으니 당신 아들이 36살이 다 되어도 노총각인 거예요!”남편은 욕을 먹어도 화를 내지 않았다.“다 제 갈 길이 있는데 내가 왜 이 나이에도 애들을 걱정해야 하겠어? 그러니 아무 생각 말고, 각자의 운명에 따르도록 놔두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이불을 당겨 머리까지 덮었다. 아내가 또 자신을 꼬집을까 걱정된 것이다.하룻밤이 조용히 지나갔다.다음날은 토스트 가게가 오프닝 하는 날이다.하예정과 숙희 아주머니는
“노 대표님은 우리 가게의 첫 손님인데, 무료로 해드릴게요. 무얼 드시겠어요?”“그럴 필요 없어. 첫날에는 돈이 들어오는 걸 봐야지, 누가 오든 당신은 돈을 제대로 계산해.”전태윤도 한마디 덧붙였다.“처형, 동명이는 아침 식사 계산할 돈이 충분히 있으니, 할인도 하지 말고 그냥 가격표에 적힌 대로 돈을 받아요.”“그럼 나도 노 대표님과 사양하지 않을게요.”전태윤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사양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어요? 어쩌면 앞으로 계속 동명이에게 밑지며 살지도 모르는데.’노동명이 온 후, 곧 손님들이 아침을 먹으러 가게에 들어왔고, 덕분에 하예진도 바빠지기 시작했다.새 가게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가장 쉽다.하예진의 이 가게는 한동안 인테리어를 했고, 근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지나가며 이 가게를 유의한 지 오라다.그들은 가게의 심플하고도 온화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오늘 드디어 오프닝 하는 것을 보고 모두 새 가게 주인의 솜씨를 맛보러 찾아왔다.하예진은 열다섯 살 때부터 홀로 동생을 데리고 살았는데, 그녀의 요리 솜씨는 이때부터 갈고닦아졌다.음식을 맛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맛이 좋다고 칭찬했다.한동안 바삐 돌아치고 나서야 하예진은 비로소 숨을 돌릴 시간이 생겼다.그녀는 힘들었지만 뿌듯했다.물론 전 시어머니와 전남편이 가게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면 그녀의 미소는 저녁까지 이어졌을 것이다.주형인은 꽃바구니를 안고 들어왔는데, 가게에 전태윤 부부와 숙희 아주머니 말고는 아무도 없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듣기 싫은 말을 했다.“왜 손님이 한 명도 없어?”김은희는 문 앞에 세워져 있는 꽃바구니들을 관찰했다. 전태윤 부부와 심효진, 그리고 성소현이 보낸 것이었다.그중에는 노동명이 보낸 꽃바구니도 여러 개 있었는데, 김은희는 그걸 보고 표정이 좋지 않았다.자기 아들은 꽃바구니를 겨우 하나 샀는데, 노동명은 여러 개나 산 걸 보고 둘이 비교된다고 느껴졌다.그녀는 아들이 가게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얼른 따라 들어갔다.마
“꽃바구니가 왜 그렇게 많아? 누가 보낸 건데?”주형인은 질투가 좀 났다.자신이 버린 여자가, 자신이 준 돈으로 작은 아침 식사 가게를 열었을 뿐인데, 오프닝 할 때 문 앞에 꽃바구니가 줄을 지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뭐, 놓을 곳이 없으면 이건 가서 반품...”주형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은희는 아들의 말을 끊고 그의 손에서 꽃바구니를 받아 들더니 매섭게 노려보았다. 김은희는 다시 미소를 띠며 하예진에게 말했다.“빼곡히 놓으면 놓을 수 있을 거야.”그녀는 꽃바구니를 들고 문 쪽으로 다가가 노동명이 보낸 꽃바구니를 뒤로 밀어넣고 자기 것을 세워놓았다. 만약 상대하기 어려운 전태윤 부부가 가게에 없었더라면, 김은희는 노동명이 보낸 꽃바구니를 부수고 쓰레기통에 버렸을지도 모른다.하예진은 오프닝 첫날에 전남편과 전 시어머니와 갈등을 빚고 싶지 않아 이 모자가 하는 행동을 되도록 눈감아줬다.“예진 언니, 나 왔어.”성소현은 항상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말소리부터 먼저 도착한다.아침 일찍 일어난 적이 거의 없는 그녀에게 지금은 매우 이른 시각이다.“이 두 인간 왜 여기 있어?”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주형인 모자를 발견한 성소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주씨네 모자에게 경고했다.“둘이 뭐 하러 왔어? 여기는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으니 당장 나가. 아님 내가 사람을 불러 밖으로 내보내 줄까?”“성... 소현씨, 우리도 예진이를 응원하러 온 거지, 다른 일을 하러 온 게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우리가 어떻게 감히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어요?”성소현의 성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주형인은 그녀가 무서웠다.“다른 짓을 하러 온 게 아니라고? 그럼, 밥 먹으러 온 거겠네? 그런 거면 어서 돈 내고 나가!”성소현은 좀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하예진이 오프닝 하는 첫날에는 사람들과 싸우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 성격을 애써 누르는 중이다.“네네, 이미 다 먹었어요. 지금 바로 계산하고 떠나려던 참이었어요.”주형인은 어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
여운별은 예전에도 당한 적 있었다.여운초는 이전에 추미자의 강박적인 요구로 인해 집안일을 많이 하면서 힘이 세졌다.여운초가 손을 놓지 않자 여운별은 다른 손을 뻗어 여운초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여운별의 손등을 힘껏 물었다.여운별을 너무 아픈 나머지 돼지 잡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여운초! 언니, 언니. 욕 안 하고 안 때릴게. 놔. 손 놔. 아파!”여운별은 아파서 내내 사정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그렇게 한참을 용서를 빌다가 그제야 손을 놓고 여운별의 손에서 입을 뗐다.여운별의 손은 이내 움츠러들었고 계속 떨고 있었다.그녀의 손등은 여운초에게 물려 핏자국이 났다.잡힌 손목도 빨갛게 자국이 남았다.여운초가 언제 동작이 이렇게 민첩했던가!놀랍게도 여운초가 여운별의 손목을 정확하게 잡고 손등을 물어뜯었다.여운별은 눈물을 글썽이며 차에 탄 언니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여운별은 진작에 여운초를 눈빛으로 수없이 베어버렸을 것이다.“여운초! 여긴 내 집이야. 난 집에 갈 거야. 네가 뭔데 집안 하인들을 다 바꾸고 나를 들여보내지 않는 거야?”여운초는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차에서 내린 뒤, 차를 에돌아 여운별 앞으로 다가갔다.여운초가 더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멍하니 여운초를 바라만 보았다.‘설마 여운초가 눈이 보이는 거야? 고모가 말하길 전이진이 어떤 신의의 제자를 청하여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는데 그 신이의 제자가 이렇게 단 기간 내에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단 말인가!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다고?”여운초가 10년이나 앞을 보지 못해서 여준희와 여기저기 의사를 찾아다녀도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신의의 제자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눈을 치료해 주었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무척 놀랐다.여운별은 탐색하듯 손을 뻗어 여운초의 눈앞에서 흔들거렸다.여운초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여전히 똑같네. 안 보이지?”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운
경비원은 여운별이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듣고 집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집사가 대답했다.“여운별 씨가 더 떠들면 쫓아내요.”“알겠습니다.”최성욱은 그 상황을 보더니 김양훈을 꾸지람했다.“왜 또 운별이를 저렇게 소란피우게 만들어. 전씨 가문의 사람들을 건드리면 우리한테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잖아.”김양훈은 격분하며 대답했다.“뭐가 두려워? 회사도 집도 차도 없는데 우리를 어쩌지도 못할걸. 우리가 잃을 일자리가 있어? 안 되면 쓰레기 수거하러 가도 돼. 요즘 그런 일도 돈을 잘 번다고 하던데.”최성욱이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나중에 쓰레기 수거도 못 할까 봐 걱정이야. 전씨 가문의 사람들 수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가서 운별이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자. 저렇게 소란을 피우게 놔두지 말고.”김양훈은 입을 오므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별이를 이용해 운초와 싸울 궁리나 하자. 운별이가 여씨 가문의 딸이니 우리 조카들은 그들 친딸과 재산을 다툰다 해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최성욱의 말을 들은 김양훈은 그제야 최성욱과 함께 여운별의 입을 막고 강제로 끌고 갔다.두 형제는 여운별을 끌고 산에서 내려갔다.여운별은 두 남자보다 힘이 약했기에 그렇게 한참을 끌려갔다. 그러다가 여운별이 그들을 따라 내려가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비로소 그녀를 풀어주었다.여운별은 자신이 지금 두 사촌 오빠들에게 챙겨줄 이익이 없어 사촌 오빠들도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얌전히 그들을 따라갔다.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난리를 피운 사실을 명해은도 알고 있었다.여운초가 여운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여운별이 입구에서 난리를 피우게 내버려 두었다. 몇 분 후면 포기하고 돌아갈 거라 믿었다.즐거운 주말은 이내 지나갔다.월요일이 곧 다가왔다.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전태윤 일행은 일요일 저녁에 리조트에서 시내로 돌아왔다.새벽 7시 반, 여운초는 차를 타고 꽃집에 가려고 준비했고 오후
여운별은 화가 나서 몸을 돌려 김양훈의 뺨을 후려갈겼다.짜악!김양훈의 얼굴은 화끈거렸다.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되받아쳐 여운별의 얼굴을 떼렸다.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어려서부터 사촌오빠들과 사촌 언니들은 여운별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기 때문이다.사촌 남매는 물론이고 두 고모도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여운별이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여 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녀는 맞은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김양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감히 날 때리다니!”김양훈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아직도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 줄로 알아? 퉤! 넌 단지 감옥살이하는 여자일 뿐이야. 더는 고상한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아니라고!”“잘 들어! 네 엄마는 감옥에서 살아서 나올 수 없어! 네 어머니가 감옥 안에서 표현이 너무 안 좋아서 2년 유예기간이 끝나면 바로 사형 집행을 받을 거야. 네 아버지가 살아서 나올 수 있다고 해도 십여 년 후일 텐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네 아버지가 예전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어?”“네 부모님이 내 작은외삼촌을 죽였어. 이제 여운초의 세력이 강해졌으니 절대로 너희들을 행복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네 아버지가 나오더라도 운초는 네 아버지를 괴롭힐 수많은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 네 부모님이 널 지지해 주시기를 바란다면 꿈 깨!”“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안 보여? 감히 전씨 가문의 구역에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을 장님이라고 욕해? 뭐? 천한 년? 죽고 싶으면 우리 둘을 끌어들이지 마! 우린 죽고 싶지 않으니까.”“넌 아직도 여운초가 예전에 네가 그 여운초라고 생각해? 예전부터 네가 운초를 괴롭히면서 그녀한테서 아무런 이득도 못 얻더니 정말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우리가 너에게 양보한 것은 단지 너의 부모님께 잘 보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것일 뿐이야.”“아직도 상태를
이러한 사실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여운초를 몰랐을 때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어떤 날을 보냈는지, 여운별이 여운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게 된 후로 여운별이 평생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를 바랐다.따라서 여운초가 여운별을 상대할 때 모두는 여운초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도가 너무 가볍다고 여겼다.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소리 없이 그녀를 지지했다. 여운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그녀를 지지했다.지금으로 오기까지 여운초는 너무 고생했다.팔자가 세지 않았다면 여운초는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여운초가 여운별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과 추미자 모녀가 여운초에게 한 짓을 비교하면 여운초의 행동이 아주 가벼운 복수에 불과했다.여운초는 전이진을 흘겨보며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이진의 손을 맞잡았다.그녀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또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사촌 오빠들과 함께 리조트 입구에서 회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밖에 에어컨이 없어서 경비실 입구에 앉아있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여운별은 너무 덥다고 느꼈다.사람은 더우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여운별은 초조해하면서 투덜댔다.“물음 하나만 물었는데 왜 이렇게 답장이 안 와? 이게 무슨 X 같은 날씨야! 11월인데 아직도 이렇게 덥다니.”“조금만 더 기다려. 곧 답장이 올 거야. 관성 날씨는 원래 이렇게 더워. 음력으로 11월이 되어야 덥지 않을 거야.”내년 양력 2월이면 설이 다가온다.하지만 관성에서는 설날에도 춥지 않았다.“여운초가 일부러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 햇볕에 쬐어 죽으라고 괜히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이렇게 햇볕을 쬐는 줄 알았으면 양산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여운별이 화를 내려고 할 때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나와 미안한 표정으로 여운별에 말했다.“우리 둘째 사모님께서 운별 씨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어서 돌아가세요.”여운별은 벌떡 일어나 예쁜 얼굴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