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구니가 왜 그렇게 많아? 누가 보낸 건데?”주형인은 질투가 좀 났다.자신이 버린 여자가, 자신이 준 돈으로 작은 아침 식사 가게를 열었을 뿐인데, 오프닝 할 때 문 앞에 꽃바구니가 줄을 지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뭐, 놓을 곳이 없으면 이건 가서 반품...”주형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은희는 아들의 말을 끊고 그의 손에서 꽃바구니를 받아 들더니 매섭게 노려보았다. 김은희는 다시 미소를 띠며 하예진에게 말했다.“빼곡히 놓으면 놓을 수 있을 거야.”그녀는 꽃바구니를 들고 문 쪽으로 다가가 노동명이 보낸 꽃바구니를 뒤로 밀어넣고 자기 것을 세워놓았다. 만약 상대하기 어려운 전태윤 부부가 가게에 없었더라면, 김은희는 노동명이 보낸 꽃바구니를 부수고 쓰레기통에 버렸을지도 모른다.하예진은 오프닝 첫날에 전남편과 전 시어머니와 갈등을 빚고 싶지 않아 이 모자가 하는 행동을 되도록 눈감아줬다.“예진 언니, 나 왔어.”성소현은 항상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말소리부터 먼저 도착한다.아침 일찍 일어난 적이 거의 없는 그녀에게 지금은 매우 이른 시각이다.“이 두 인간 왜 여기 있어?”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주형인 모자를 발견한 성소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주씨네 모자에게 경고했다.“둘이 뭐 하러 왔어? 여기는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으니 당장 나가. 아님 내가 사람을 불러 밖으로 내보내 줄까?”“성... 소현씨, 우리도 예진이를 응원하러 온 거지, 다른 일을 하러 온 게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우리가 어떻게 감히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어요?”성소현의 성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주형인은 그녀가 무서웠다.“다른 짓을 하러 온 게 아니라고? 그럼, 밥 먹으러 온 거겠네? 그런 거면 어서 돈 내고 나가!”성소현은 좀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하예진이 오프닝 하는 첫날에는 사람들과 싸우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 성격을 애써 누르는 중이다.“네네, 이미 다 먹었어요. 지금 바로 계산하고 떠나려던 참이었어요.”주형인은 어
주씨네 가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하예정은 언니의 새 가게 오프닝 날에 그들이 와서 행패를 부릴까 봐 걱정되었다. 그리고 고향의 쓰레기 친척들도 찾아올까 봐 걱정되었다. 누가 가게를 열던, 오프닝 첫날에 누군가가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걱정이 되었던 하예정은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사람을 시켜 부근에서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고, 만약 누군가가 가게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면, 언니를 도와서 처리해 달라고 했다.독립적인 성격에 남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꺼리는 하예정이 어쩌다가 전태윤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니, 그는 마음이 들떴고, 마누라가 드디어 자신을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느꼈다.전태윤은 두말없이 응했다.사실 그녀가 먼저 부탁하지 않았더라도 꼼꼼한 전태윤은 주씨네와 와이프의 고향 친척들을 대비하여 사람들을 배치해 놓을 생각이었다.서현주는 전 씨의 경호원들과 노동명이 부른 경비원들이 따라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가게를 둘러보니 하예정 부부와 성소현도 있었다.처음 만나 인사했을 때 오만한 태도로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던 성소현의 모습을 서현주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엔 성소현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다.“형... 형인 오빠 여기 없어?”서현주는 말을 더듬으며 하예진에게 물었다.“눈이 먼 것도 아니고, 있는지 없는지 안 보여?”사촌 여동생이 주문한 국수를 끓이고 있던 하예진은 서현주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계속하여 요리하는 데 집중했다.서현주는 감히 뭐라 하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오늘 나에게 새 가게 오프닝을 축하하러 간다고 말하면서 집을 나섰는데, 여기 없으면 어디로 간 거야?”하예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너도 모르는 제 남편의 행방을 나야 더더욱 모르지.”서현주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전씨의 경호원들과 노동명이 부른 경비원들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저는 단지 사람을 찾으러 온 거지, 소란을 피우러 온 게 아니요. 제 남편이 여기 없는 것 같으니 그럼 이만 가볼게
하예진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를 성소현의 앞에 놓으며 왜 이 거리에 순찰하는 경비원이 있는지 설명했다.노동명의 가게를 임대한 하예진은 경비원들이 거리의 절반에서만 순찰하고 나미지 절반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 눈치챘다. 하지만 경비원 몇 명이 여기저기 순찰하며 돌아다니니 온 거리의 안전 레벨이 한 단계 높아졌다.하예정은 눈을 깜빡이며 이게 모두 노동명이 언니를 위해 안배한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 언니의 모습을 보며 하예정도 뭐라 할 수 없었다. 노동명이 언니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모든 세입자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누가 알랴?언니가 노동명의 가게를 임대하였으니, 매일 출퇴근할 때마다 이곳을 지나가는 노동명이 전태윤을 봐서라도 언니를 돌봐줄 것이다.노동명이 먼저 언니에 대한 감정을 고백하기 전에는 하예정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성소현은 먼저 국수를 한입 맛보았는데 맛이 괜찮았다. 그녀는 국물이 잘 끓여졌다고 생각하여 한 그릇 모두 뚝딱했다.새 가게의 오프닝 첫날, 아침 장사를 마친 하예진은 문을 닫을 준비를 했다. 그녀는 전씨 할머니의 강력한 요구하에 친척과 친구들을 관성 호텔에 초대하기로 했다. 주형인에게서 많은 돈을 나눠 가져 손이 넉넉했던 하예진은 충분히 밥값을 치를 수 있었다.결혼 후 친구를 사귈 기회가 별로 없었던 하예진이 초대할 사람이라곤 성씨네 친척들, 심씨네와 전씨네 가족, 그리고 소정남과 노동명뿐이다. 성씨네 가족은 모두 왔고, 심씨네는 심효진 남매가 왔다. 심효진 남매의 부모님은 일이 있어 직접 오지 못하고 심효진에게 부탁하여 하예진에게 돈 봉투를 보내왔다.전씨네의 도련님들은 평소 주로 자기 집 호텔에서 식사했기 때문에 아직 학교에 다니는 아홉째를 제외하고는 다 참석했다. 그리고 할머니와 전현림 부부도 찾아왔다.전씨네의 다른 가족들은 일이 있어 직접 오지는 못하지만, 모두 장소민에게 부탁하여 축하 선물을 보내와 하예진의 체면을 세워주었다.하예정은 감동에 마
“우리 집 아가씨는 하씨네 자매가 잘사는 꼴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하예정 자매가 미움을 산 사람인가? 그런데 왜 날 찾는 거지?’서현주는 눈을 깜빡이며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현재 하예정 자매에게 복수할 능력이 없다.“서현주양이 우리와 함께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난 당신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같이 갔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어요? 마스크도 쓰고 있고, 얼굴도 하나도 안 보이는데... 마스크 벗고 사진이라도 찍어 남편에게 보내줄 수 있게 해줘요.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들도 도망갈 생각 하지 말아요.”“죄송하지만 저희는 마스크를 벗을 수 없습니다. 만약 서현주양이 지금 저희와 함께 가지 않고, 저희 아가씨가 직접 찾아오시면, 결과가 매우 심각할 겁니다. 저희 아가씨는 성격이 좋은 분이 아니거든요.”“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그냥 기절시켜 데려갑시다.”한 남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서현주는 바로 몸을 돌려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겨우 두 걸음 뛰었을까, 목덜미가 아파 나더니 살려달라고 소리칠 기회조차 없이 의식을 잃고 말았다.서현주를 기절시킨 남자는 그녀를 검은색 승용차에 태우고 동료와 함께 차에 올라타고 훌쩍 떠났다.그들의 차는 번호판도 달지 않았다.차는 한참 달리다 길옆에서 멈춰서더니 번호판을 다시 달고는 계속하여 달려갔다.의식을 잃은 서현주는 곧 깨어났다.그녀는 깨어나자마자 차 문을 두드리며 차에서 내리겠다고 소리쳤다.그러자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고개를 돌려 경고했다.“서현주양,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를 화나게 하면, 아주 비참하게 죽을지도 모릅니다.”“당신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서현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녀는 손을 떨며 자신의 호주머니를 만져보았는데 다행히 휴대폰은 아직 몸에 있었다.“경찰에 신고하거나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언제든지 서현주양의 목숨을 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모두 알려줬습니다. 우리 아가씨
남자 중 한 명이 그녀가 토한 후 마스크를 건네주었다.서현주는 마스크를 낀 후에도 여전히 악취가 나는 것 같아 얼른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두 남자를 따라 그 낡은 건물로 들어갔다.건물 안으로 들어가 쓰레기 더미에서 멀리 떨어진 후에야 서현주는 비로소 입을 가린 손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여기서 변을 당하고 죽어서 몸이 썩어 냄새가 나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또 몸서리를 쳤다.이 사람들이 도대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미움을 산 게 하예정 자매라면 그녀들을 찾아갈 거지 왜 자신을 찾아온 걸까?그녀와 하예진 자매도 지금은 원수와 다름없다.“서현주 씨, 겁낼 필요 없어요. 내가 이리로 모셔 오라고 한 건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어서예요. 우리 함께 힘을 합쳐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에게 복수해요.”1층의 어는 방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두 남자의 감시하에 서현주도 감히 그 방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났다.알고 보니 하예정을 겨냥한 것이었다. 서현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가씨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우리가 어떤 거래를 할 수 있나요? 저는 직업이 없는 가정주부일 뿐이에요. 저의 친정이든 시댁이든 모두 힘이 없어 아가씨를 도울 수 없을 것 같은데.”상대방은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서현주 씨, 겸손할 필요 없어요. 나도 조사해 보고 당신이랑 협력하기로 한 거예요. 서현주 씨도 하예정과 관계가 나쁘죠. 나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공동의 적이 있으니 협력하면 딱 맞잖아요.”서현주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죠? 하예정은 지금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의 와이프예요. 그 집 큰 도련님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전씨네 큰 도련님만 봐도 두 다리에 힘이 빠져 아무 말도 못 하겠는 걸요. 저더러 하예정을 상대하라고 하는 것은 저보고 죽어라는 것과 마찬가지예요.”“현주 씨는 직접 하
“우빈이... 우빈이는 아직 어린애인데... 그리고 우빈이의 양육권은 하예진에게 있어요. 형인 오빠는 우빈이가 18세가 될 때까지만 매달 양육비 60만 원을 주면 돼요. 앞으로 우빈이가 집을 사고 차를 사도 오빠가 돈을 내지 않아도 돼요. 그러니 재산을 다툴 리 없겠죠?”“사람의 마음은 변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현주 씨 아들과 재산을 다투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저는 아직 자식이 없는데요.”“애를 낳을 수 없는 건 아니겠죠?” 상대방은 말문이 막힌 서현주를 보며 웃었다.“서현주 씨는 그래도 인간성이 좀 남아있는 것 같군요. 나도 단지 현주 씨에게 내 계획을 말해줬을 뿐이지, 그 아이를 죽이겠다고 한 적이 없어요. 나는 단지 우빈이를 이용해서 하예정을 데려오려고 한 것뿐이에요, 조카를 각별히 아끼는 하예정이 우빈이를 위해서라면 꼭 나를 만나러 오겠죠?”서현주가 원하는 것은 하예정이 단독으로 그녀를 만나러 오는 것이다.서현주는 다른 사람의 남편을 빼앗는 능력만 있을 뿐, 남의 아들을 죽일 마음은 없다.“당신들, 우빈이를 데려가서 머리카락 한 오리 안 건드린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주우빈이 울며불며 하지 않는다면 나는 내 사람들이 그 애의 머리카락 한 오리도 다치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 주우빈은 나의 미끼일 뿐, 내가 복수할 사람은 하예정이니깐요.”서현주는 마음속으로 하예정이 어떻게 돼서 이렇게 악랄한 여자에게 미움을 산 건지회의심이 들었다.아니면 전태윤을 사모하는 상대방이 전태윤과 하예정이 결혼한 것을 알고 질투 때문에 복수를 하려고, 하예정을 죽이고 사모님 자리를 차지하려고 이러는 건가?“어때요, 서현주 씨, 저와 합력할 의향이 있어요?”서현주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거절해도 돼요?”“그거야 현주 씨 자유죠. 하지만 거절하면 서현주 씬... 여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알고 있죠?”서현주의 안색이 다시 창백해졌다. “서현주 씨가 저와 협력한다면 그 재수 없는 사람은 하예정이 될 거예요. 그리고 참, 서현
하지만 잠깐의 고달픔으로 여생의 안녕을 바꾸는 것도 가치가 있다.“당신, 정말 수고가 많아.”전태윤이 하예정의 이마에 키스하였다. 그녀가 그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한 것이 매우 마음이 아팠다.“나 자신에게도 평생 도움이 되는 거예요.”하예정이 다시 하품했다.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났더니 지금 너무 졸렸다.“당신도 오후에는 회사로 돌아가야죠, 태윤 씨 시간은 우리보다 훨씬 소중해요.”언니 일로 반나절이나 희생했으니, 남편의 손실이 더 큰 거다.그가 그녀를 깊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런 희생을 할 수 있을까?하예정은 그윽한 눈길로 전태윤을 올려다보며 손을 뻗어 그의 잘생긴 얼굴을 어루만졌다. “여보, 내가 무슨 복으로 당신의 와이프로 된 걸 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이 나에게 평생을 맡겼으니, 나도 절대 당신을 저버리지 않고 평생 당신에게 잘해 줄 거예요. 언니는 항상 당신에게 잘해주라고 잔소리하면서 내가 태윤 씨를 학대할까 봐 걱정하고 있어요. 언니가 친동생인 나보다 태윤 씨를 더 챙겨주는 것 같아서 질투 나기도 해요.”전태윤이 얼굴을 만지작거리는 하예정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내 차의 블랙박스에 당신이 방금 한 말이 다 녹음되었어. 앞으로 만약 당신이 나를 저버린다면, 나는 녹음한 걸 가지고 처형한테 가서 당신을 고자질할 거야, 당신이 말한 것을 지키지 않는다고.”전태윤이 언니한테 일러바치면 언니가 자기를 혼낸다는 걸 머리를 거치지 않아도 알 수 있다.하예정이 다짐했다.“나는 절대 태윤 씨를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 설마, 당신 고자질을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난 고자질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당신이 나를 억울하게 한다면 나의 억울함을 풀어줄 사람을 찾아야지. 난 처형이 공정하게 처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전태윤은 원래 이런 사람이었구나!하예정은 만약 자신이 전태윤과 약간의 갈등이 생기면 전태윤이 곧바로 친정으로 달려가 언니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가 있었다.“여보, 나를 억울하게 할 거야?”“아니
오후 2시 30분이 되자 전태윤은 하예정을 직접 가게까지 배웅했다.“나 저녁에 미팅 있어.”하예정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전태윤이 온화하게 말했다.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전태윤을 바라보았다.“오후 몇 시에 회사를 떠나는데요? 술을 적게 마시고 빈속에 절대 술을 마시면 안 돼요. 금방 취하고 몸에도 해로워요.”“약을 사흘 먹었더니 이젠 위도 아프지 않아.”“위는 아프지 않아도 조심해야 해요. 내가 당신이 퇴근하기 전에 음식을 보내드릴 테니 좀 요기하시고 가요.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돼요. 마시지 않는 게 제일 좋고요.”“알았어, 당신 말 잘 들을게, 그럼 내가 퇴근하기 전에 밥 갖다줘, 기다릴게.”전태윤이 불타는 듯한 눈빛으로 하예정을 바라보았다.전태윤의 뜻을 알아차린 하예정이 몸을 돌려 그의 얼굴에 키스한 후 다시 장난스럽게 그의 얼굴을 꼬집고는 그가 손 내밀어 자신을 잡기 전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전태윤이 하예정에게 뭐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듣지 못했다.하지만 듣지 못해도 상관없다. 어쨌든, 하예정이 이미 이틀 후에 전태윤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하예정이 웃으며 서점으로 들어갔다.가게에서 소설을 보고 있던 심효진과, 하예정이 절반 짜다 만 공예품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성소현은 하예정이 웃으며 들어오는 것을 보고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성소현이 먼저 말했다.“효진아, 예정이가 점점 예뻐지는 것 같지 않니? 점점 달콤해지는 웃음이며, 햇살처럼 환하게 빛나는 얼굴 좀 봐.”“사랑으로 촉촉이 적셔주는데 당연히 이뻐지겠죠.”심효진이 읽던 소설을 덮으며 맞장구쳤다.성소현과 하예정은 심효진이 왜 소설을 그렇게 즐겨 읽는지 이해가 안 갔다.하예정이 웃으며 친구에게 반박했다.“넌 마치도 사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구나.”하예정과 전태윤처럼 우여곡절을 겪거나 갈등을 겪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인이 된 소정남과 심효진 커플은 편안하고 달콤한 사랑을 하고 있다.성격이 매우 좋은 소정남과 허영심과 가식이 없는 심
도아영은 하예정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하 대표님, 제 명함이에요. 만약 전이혁 씨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되면 여기 제 연락처로 전화 주세요. 전 일주일 정도 관성에 머물 예정이에요.”하예정은 명함을 받으며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아영 씨, 지금 어디 머물고 있어요?”“관성 호텔이요. 전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곳이더라고요.”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관성 호텔은 관성에서 손꼽히는 호텔이죠. 거기에 머물면 보안도 철저하고,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거예요.”“아영 씨가 호텔에 머무는 동안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하죠. 잠시 후 제가 호텔에 연락해 놓을게요.”도아영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하 대표님, 정말 감사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제 숙박비 정도는 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도아영 역시 명문가 출신이었고, 그녀에게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돈이었다.“물론 아영 씨가 돈이 부족할까 봐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먼 길까지 찾아왔는데, 제가 주인으로서 손님을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혹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시간이 되면 제가 아영 씨랑 같이 다닐 수 있어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죠.”“만약 제가 바쁘면, 다른 분한테 부탁해서 아영 씨를 관성의 여러 맛집으로 안내하도록 할게요.”“관성에는 관광지가 별로 없어요. 있다고 해도 거의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곳이죠. 하지만 음식만큼은 장담할 수 있어요. 눈에 띄지 않는 오래된 가게들이지만,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정통적인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이 말한 맛집들은 관성의 젊은이들도 모르는 가게들이었다. 그녀는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미식가로 전태윤과 결혼하기 전, 친구 심효진과 함께 관성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맛집을 탐방했었다. 그러기에 관성의 맛집 정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의 배려에 도아영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사양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제 호텔 비용은 하 대표님께 부담드릴 수 없어요. 안 그러면 제가 너무
전이혁은 누구보다 할머니께 효심이 지극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 친형보다도 가문의 맏형을 먼저 찾을 정도로 전태윤을 존경했다.그리고 전태윤은 워낙 애처가였고, 동생들이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는 또 아내에게 모든 걸 말했었다. 덕분에 하예정도 자연스럽게 동생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그러니 도아영도 실례를 무릅쓰고 하예정을 찾아온 것이었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하예정의 회사 직원들은 도아영을 하예정의 라이벌로 오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하예정 역시 처음에는 도아영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었다. 하예정은 처음에는 비서에게 차만 내오라고 했지만, 도아영의 목적을 알고는 다과와 과일을 추가로 준비하게 했다.그러나 도아영은 이런 차별적인 행동에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라도 똑같을 것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라이벌이 자신을 직접 찾아왔다면, 예의상 물 한 잔은 줄 수 있어도 차와 다과까지 대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었다.만나기만 해도 눈에서 불꽃이 튀는 라이벌인데, 도아영은 하예정이 솔직하고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예정을 찾아오기 전, 도아영은 이미 전씨 가문인지 어떤 가문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도 이런 명문가에 시집올 수 있다면 분명 행복했을 터였다.하지만, 문제는 전이혁이었다. 도아영은 전이혁이 그녀에게 어떤 마음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이혁은 늘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도아영을 갖고 노는 듯했다.“넷째 도련님은 가끔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만, 요즘은 얼굴조차 보지 못했어요.”도아영은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지금 도련님은 어디에 있어요?”하예정이 되려 도아영에게 전이혁의 행방에 관해 물었다.“2주 전까지만 해도 해주시에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아마 관성에 돌아갔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갔겠죠.”“그럼, 벌써 2주째 도련님을 못 만나고 있는 거예요?”도아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전이혁 씨는 처음부터 그랬어요. 제가
그래서 도아영은 지금 전이혁에 대해 캐물으려고 하예정을 찾아온 건가?“도아영 씨는 지금 전이혁 씨와 어떤 관계죠?” 하예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도아영은 한참 망설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어떤 관계인지. 처음 전이혁 씨를 알게 되었을 때는 전이혁 씨가 저한테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다가가려고 하니 또 멀어지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그렇게까지 진심은 아니었나 봐요.”“그렇다고 해서 아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 게, 제가 거의 잊어버릴 때쯤이면 꼭 꽃이나 선물을 보내오고, 또 밥도 사주곤 했어요. 그리고 제가 일 때문에 힘들 때도 몰래 저를 도와줬더라고요.”“그런데 정작 제가 보답이라도 하려고 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요. 연락도 안 받고, 메시지에 답장도 없고...저한테 어디 사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어요.”“전 전이혁 씨 이름만 알았지, 따로 캐내지 않았더라면 전이혁 씨가 전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라는 것도 몰랐을 거예요.” “...”도아영의 말의 하예정은 무언가 눈치챈듯했다.‘이혁 도련님, 진짜...이거 완전 밀당이잖아. 애초에 관심이 없으면 다가가지 말든가.’사실, 전이혁은 할머의 뜻을 무시할 수 없어 마지못해 도아영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그러니 도아영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도망을 친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하예정은 직감적으로 확신했다. 전이혁은 분명 꿈속 그 여자를 찾아냈고, 지금은 과연 본인의 마음을 따를 것인지, 할머니의 뜻을 따를 것인지 갈팡질팡하고 있을 것이었다.‘이혁 도련님은 정말 도아영이 별로인 건가? 아니면 꿈속 여자에게 깊이 빠진 걸까? 아마 본인도 정작 어떤 마음인지 모르고 있겠지...’하지만 전이혁이 양다리를 걸친 느낌은 확실했다.‘하 대표님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 성격이 이래요. 궁금한 건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도대체 전이혁 씨 마음이 뭔지 알고 싶어요.”“그런데 막상 직접 찾아가 물
몇 분 정도 앉아 있던 성소현은 바쁘다는 핑계로 VIP룸을 떠나 그녀의 사무실로 돌아갔다.어차피 예전의 하예정도 쉽게 괴롭힐 수는 없었지만 조금 더 강해진 하예진이었기에 성소현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하예정은 건달 몇 명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서지혜가 그들에게 차를 따라준 후 하예정은 그녀에게 나가서 일하라고 말했다.비서가 나가자 하예정은 도아영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아영 씨, 이젠 찾아온 의도를 말해보세요.”도아영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단지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었어요.”하예정은 눈살을 찌푸렸다.‘단지 만나보고 싶었다고?’그녀는 연예인도 아니었고 팬도 없었다.도아영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문득 깨달은 하예정은 떠보듯 도아영에게 물었다.“전씨 성을 가진 남자분 때문에 오신 거예요? 전씨 성을 가진 남자분 이름은 뭐예요?”“전이혁이에요? 전우예요? 전창빈이에요?”그녀는 한 번에 도련님 세 명의 이름을 말했다.둘째 도련님은 기혼이고 셋째 도련님은 고현과 여행 중이다.두 도련님은 이미 임자가 있었다.바로 넷째 도련님부터 시작해서 하예정은 그들의 짝이 누구인지 모른다.여섯째 도련님의 반쪽이 선우민아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러나 선우민아를 만난 적은 없었다.도아영은 선우민아가 아니기에 그녀가 찾으려는 사람은 넷째 도련님 아니면 다섯째 도련님일 것이다.하예정의 말에 눈빛이 흔들린 도아영은 성실하게 대답했다.“이혁 씨요.”하예정은 바로 이해했다. 도아영은 할머니가 전이혁에 선택해 준 결혼 상대이다.할머니가 선택해 준 아내와 그가 꿈에서 본 여자는 같은 사람 아니기에 넷째 도련님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전이혁은 할머니가 선택해 준 여자랑 결혼하고 꿈에서 만난 여자와도 얽혀 있다면 전씨 가문에서 첫 번째로 이혼한 남자가 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이 때문에 할머니를 찾아 항의한 적도 있었다.할머니는 만약 그가 꿈에서 본 여성을 찾은
“알고 있어,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경비원이 알려줬어.”서지혜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만만치 않아 보여요, 무슨 연고로 찾아왔는지 몰라요. 성 대표님이 어느 회사냐고 물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도 말하지 않았어요.”“성 대표님은 하 대표님의 연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하예정은 실소를 지었다.“젊은 여성이 찾아온다고 다 나의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 만약 나의 연적이었다면 언니가 아영 씨를 들여보내지 않았겠지.”서지혜가 말했다.“그건 성 대표님이 몰랐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그렇게 의심하고 있어요. 어쨌든 하 대표님 조심하세요.”전태윤 같은 우수한 남자는 수시로 그를 사모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그래서 하예진에게는 수시로 연적이 나타났다.“알았어, 조심할게. 내가 조심해도 소용없어, 그들이 나와 태윤 씨를 빼앗는다면 내가 태윤 씨를 집에 가두어도 연적이 나를 찾아올 거야.”모든 일에 마음을 넓게 먹었던 하예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더 많은 여자가 전태윤을 좋아할수록 그녀는 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이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서지혜는 하예정을 따라 VIP룸에 들어갔다.서지혜가 VIP룸 문을 열자 젊고 예쁜 기품이 고상한 여인이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앉은 자세를 본 하예정은 그녀가 어느 명문가의 딸일 것으로 추측했다.하예정은 할머니와 시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아 예전보다 고귀하고 우아해졌지만 이 여성과 비교하면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게 느껴졌다.그들의 말처럼 집안이 부유하지 않으면 명문가의 자녀일 것이다. 그녀의 기질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도아영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하예정을 본 그녀는 일어섰고 하예정이 다가오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아영 씨, 안녕하세요.”하예정은 상대방의 이름이 도아영이라는것은 알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물론 노동명도 건드리면 화를 낸다.그들은 머리가 문에 끼인 것이 아닌 이상 노동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노동명이 온 것을 본 모든 사람은 그에게 인사했다.식당 직원은 이미 노동명의 점심 식사를 준비해서 한 테이블에 차려놓았다.노동명은 몇몇 고위층 관리들과 함께 앉아서 식사했다.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대표로서의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퇴근 후 그들은 일 얘기를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허풍을 떨었다.노동명은 퇴근 후에는 신경이 너무 긴장되지 않도록 스스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노동명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고 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와 관성 호텔에서 식사했다.식사 후 그들 부부는 옥상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낮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낮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 자기 회사로 돌아가 일을 했다.하예정의 차가 회사에 들어서자 당직 경비원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아영 씨라는 분이 하 대표님을 찾으세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를 모시고 들어갔어요.”도아영?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린 하예정은 경비원에게 물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 말했나요?”그녀가 아는 여성 지인분 중 도아영이라는 사람은 없었다.하예정은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경비원이 대답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다만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원래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때마침 성 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가 하 대표님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들여보내셨어요.”경비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하 대표님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고 매우 아름다웠고 품격이 있어 보였어요. 평소에 하 대표님이 들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 왔는데 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하 대표님, 젊은 여성이 찾아왔으니 조심하세요.”그 뜻은 하예정의 연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하예정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하예정의 남편인 전태윤은 관성에서 전
비서가 대답했다.“저도 그냥 노 대표님에게 말했을 뿐이에요. 평소에 직업 정장을 입으시던 분이 갑자기 예쁜 일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건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일 거예요.”“아마 열애 중일 수도 있어요.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예쁘게 꾸민다고 했어요.”고개를 돌려 비서를 본 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여자를 잘 아는가 봐.”“노 대표님, 저 두 아이 아빠예요. 가정이 있는 남자라 여자 마음을 당연히 잘 알죠.노 대표님도 예진 씨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저에게 물어보셔도 돼요.”“애초에 너에게 물었으면 지금쯤 예진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노동명은 농담하며 말했다.“나는 여자의 마음을 잘 몰라, 하지만 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알아.”“진심으로 대한다면 예진이도 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거야.”“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예진이가 내가 필요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고 위험에 처하면 제일 먼저 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해.”하예진은 그가 선물한 명품을 받은 적이 없었다.기껏해야 그가 선물한 꽃다발을 받았다.하예진은 물질을 중요시하지 않는 여자였기에 그는 오직 옆에 함께 있어 줄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함께 하며 묵묵히 지켜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다.비서는 노동명과 몇 해 동안 일하며 그와 하예진의 사랑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노동명은 처음에 하예진에게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전태윤의 처형이고 하예정의 언니였기 때문에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다.그때 그는 하예진을 뚱뚱하다며 매일 일찍 회사에 출근해 달리기해서 살을 빼라고 했다.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노동명은 하예진을 사랑하게 되었다.한 명은 돈을 노리지 않고 한 명은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표가 하예진을 좋아하게 됐을 때 그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다만 그때 노동
노동명이 하예진을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점차 그녀에게 끌려서 사랑하게 된 것이다.그는 상대방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정이 생기는 편이다.그녀는 기회만 준다면 자신이 하예진보다 더 우수하기에 노동명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보여준다면 마음을 바꿔 그녀를 선택하리라고 생각했다.사업 이야기를 마쳤을 때 식사 시간이었다.장월은 노동명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노동명은 장월의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친구들과 회식하지 않는 한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요.”“그럼 좋아요, 노 대표님이 완쾌되시면 다시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너무 의도적으로 행동하면 노동명의 반감을 살까 봐 걱정되어 그녀는 무리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면 그녀와 선을 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동명은 미혼여성과 접촉하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노씨 그룹과 협력하는 대표 중 여성이 있더라도 그녀와 같은 중년층이며 대부분은 할머니급이었다.그녀가 남편을 대신해 시댁의 가문을 지탱하고 또 아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노동명은 그녀 회사와의 협력관계를 직접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노동명의 눈에 그녀는 시댁이 있는 결혼한 여자로 보였다. 남편이 죽더라도 그녀는 다른 곳에 시집을 가지 않고 시댁을 떠나지 않는 한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시댁이 있는 여자로 보일 뿐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그에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할 수가 없었다.“비서에게 장 대표님을 배웅해 드리라고 할게요.”노동명은 장월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나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누가 오더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를 이해해 주었다.장월은 웃으면서 노동명과 악수하며 말했다.“노 대표님, 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노동명은 비서에게 장월과 그녀의 비서를 배웅하라고 했다.일 층까지 장월과 그의 비서를 배웅한 노동명의 비서는 두 사람이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