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집에 머물면서 손은경과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노동명은 손은경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 호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뭐가 불편할 게 있어? 어차피 운전해서 출근할 텐데, 그리고 네가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겠어? 지급 집에 손님도 있고 그런데, 너 요 며칠은 꼭 집에 와 있어!”“엄마, 나 지금 조금 지쳤어요. 그리고 지금 운전해서 더 이상 얘기하기 어려우니 이만 끊을게요.”그는 어머니의 요청을 바로 거절하지 않고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었다.전화기 너머에 있던 노씨 사모님은 아들이 전화를 끊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편에게 말했다.“당신의 작은 아들은 아마도 평생을 독신으로 살 것 같아요. 은경이처럼 좋은 여자애를 보고도 말 한마디를 아까워하니 말이에요. 은경이는 동명이의 얼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 동명이는 한곳에 있을 생각도 없는 거예요.”이에 남편은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너무 조급해했어, 목적도 너무 뻔하고 말이야. 동명이는 이미 당신이 주선한 소개팅을 여러 번 갔어. 차수가 많아지니 싫증 나기도 하겠지, 우리에게 조종당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냥 이대로 놔둬. 만약 평생 독신일 운명이라면, 당신이 하루에 소개팀을 800번 시켜도 소용없어. 만약 누구와 인연이 있다면, 당신이 이렇게 계획하지 않아도 서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인연이 있든 없든 다 하늘에 맡기는 거야.”노씨 사모님은 화가 나서 남편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당신 같은 아버지가 있으니 당신 아들이 36살이 다 되어도 노총각인 거예요!”남편은 욕을 먹어도 화를 내지 않았다.“다 제 갈 길이 있는데 내가 왜 이 나이에도 애들을 걱정해야 하겠어? 그러니 아무 생각 말고, 각자의 운명에 따르도록 놔두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이불을 당겨 머리까지 덮었다. 아내가 또 자신을 꼬집을까 걱정된 것이다.하룻밤이 조용히 지나갔다.다음날은 토스트 가게가 오프닝 하는 날이다.하예정과 숙희 아주머니는
“노 대표님은 우리 가게의 첫 손님인데, 무료로 해드릴게요. 무얼 드시겠어요?”“그럴 필요 없어. 첫날에는 돈이 들어오는 걸 봐야지, 누가 오든 당신은 돈을 제대로 계산해.”전태윤도 한마디 덧붙였다.“처형, 동명이는 아침 식사 계산할 돈이 충분히 있으니, 할인도 하지 말고 그냥 가격표에 적힌 대로 돈을 받아요.”“그럼 나도 노 대표님과 사양하지 않을게요.”전태윤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사양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어요? 어쩌면 앞으로 계속 동명이에게 밑지며 살지도 모르는데.’노동명이 온 후, 곧 손님들이 아침을 먹으러 가게에 들어왔고, 덕분에 하예진도 바빠지기 시작했다.새 가게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가장 쉽다.하예진의 이 가게는 한동안 인테리어를 했고, 근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지나가며 이 가게를 유의한 지 오라다.그들은 가게의 심플하고도 온화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오늘 드디어 오프닝 하는 것을 보고 모두 새 가게 주인의 솜씨를 맛보러 찾아왔다.하예진은 열다섯 살 때부터 홀로 동생을 데리고 살았는데, 그녀의 요리 솜씨는 이때부터 갈고닦아졌다.음식을 맛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맛이 좋다고 칭찬했다.한동안 바삐 돌아치고 나서야 하예진은 비로소 숨을 돌릴 시간이 생겼다.그녀는 힘들었지만 뿌듯했다.물론 전 시어머니와 전남편이 가게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면 그녀의 미소는 저녁까지 이어졌을 것이다.주형인은 꽃바구니를 안고 들어왔는데, 가게에 전태윤 부부와 숙희 아주머니 말고는 아무도 없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듣기 싫은 말을 했다.“왜 손님이 한 명도 없어?”김은희는 문 앞에 세워져 있는 꽃바구니들을 관찰했다. 전태윤 부부와 심효진, 그리고 성소현이 보낸 것이었다.그중에는 노동명이 보낸 꽃바구니도 여러 개 있었는데, 김은희는 그걸 보고 표정이 좋지 않았다.자기 아들은 꽃바구니를 겨우 하나 샀는데, 노동명은 여러 개나 산 걸 보고 둘이 비교된다고 느껴졌다.그녀는 아들이 가게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얼른 따라 들어갔다.마
“꽃바구니가 왜 그렇게 많아? 누가 보낸 건데?”주형인은 질투가 좀 났다.자신이 버린 여자가, 자신이 준 돈으로 작은 아침 식사 가게를 열었을 뿐인데, 오프닝 할 때 문 앞에 꽃바구니가 줄을 지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뭐, 놓을 곳이 없으면 이건 가서 반품...”주형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은희는 아들의 말을 끊고 그의 손에서 꽃바구니를 받아 들더니 매섭게 노려보았다. 김은희는 다시 미소를 띠며 하예진에게 말했다.“빼곡히 놓으면 놓을 수 있을 거야.”그녀는 꽃바구니를 들고 문 쪽으로 다가가 노동명이 보낸 꽃바구니를 뒤로 밀어넣고 자기 것을 세워놓았다. 만약 상대하기 어려운 전태윤 부부가 가게에 없었더라면, 김은희는 노동명이 보낸 꽃바구니를 부수고 쓰레기통에 버렸을지도 모른다.하예진은 오프닝 첫날에 전남편과 전 시어머니와 갈등을 빚고 싶지 않아 이 모자가 하는 행동을 되도록 눈감아줬다.“예진 언니, 나 왔어.”성소현은 항상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말소리부터 먼저 도착한다.아침 일찍 일어난 적이 거의 없는 그녀에게 지금은 매우 이른 시각이다.“이 두 인간 왜 여기 있어?”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주형인 모자를 발견한 성소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주씨네 모자에게 경고했다.“둘이 뭐 하러 왔어? 여기는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으니 당장 나가. 아님 내가 사람을 불러 밖으로 내보내 줄까?”“성... 소현씨, 우리도 예진이를 응원하러 온 거지, 다른 일을 하러 온 게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우리가 어떻게 감히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어요?”성소현의 성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주형인은 그녀가 무서웠다.“다른 짓을 하러 온 게 아니라고? 그럼, 밥 먹으러 온 거겠네? 그런 거면 어서 돈 내고 나가!”성소현은 좀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하예진이 오프닝 하는 첫날에는 사람들과 싸우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 성격을 애써 누르는 중이다.“네네, 이미 다 먹었어요. 지금 바로 계산하고 떠나려던 참이었어요.”주형인은 어
주씨네 가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하예정은 언니의 새 가게 오프닝 날에 그들이 와서 행패를 부릴까 봐 걱정되었다. 그리고 고향의 쓰레기 친척들도 찾아올까 봐 걱정되었다. 누가 가게를 열던, 오프닝 첫날에 누군가가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걱정이 되었던 하예정은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사람을 시켜 부근에서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고, 만약 누군가가 가게에 들어와 소란을 피우면, 언니를 도와서 처리해 달라고 했다.독립적인 성격에 남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꺼리는 하예정이 어쩌다가 전태윤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니, 그는 마음이 들떴고, 마누라가 드디어 자신을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느꼈다.전태윤은 두말없이 응했다.사실 그녀가 먼저 부탁하지 않았더라도 꼼꼼한 전태윤은 주씨네와 와이프의 고향 친척들을 대비하여 사람들을 배치해 놓을 생각이었다.서현주는 전 씨의 경호원들과 노동명이 부른 경비원들이 따라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가게를 둘러보니 하예정 부부와 성소현도 있었다.처음 만나 인사했을 때 오만한 태도로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던 성소현의 모습을 서현주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엔 성소현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다.“형... 형인 오빠 여기 없어?”서현주는 말을 더듬으며 하예진에게 물었다.“눈이 먼 것도 아니고, 있는지 없는지 안 보여?”사촌 여동생이 주문한 국수를 끓이고 있던 하예진은 서현주를 한 번 쳐다보더니 계속하여 요리하는 데 집중했다.서현주는 감히 뭐라 하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오늘 나에게 새 가게 오프닝을 축하하러 간다고 말하면서 집을 나섰는데, 여기 없으면 어디로 간 거야?”하예진은 담담하게 말했다.“너도 모르는 제 남편의 행방을 나야 더더욱 모르지.”서현주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전씨의 경호원들과 노동명이 부른 경비원들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저는 단지 사람을 찾으러 온 거지, 소란을 피우러 온 게 아니요. 제 남편이 여기 없는 것 같으니 그럼 이만 가볼게
하예진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를 성소현의 앞에 놓으며 왜 이 거리에 순찰하는 경비원이 있는지 설명했다.노동명의 가게를 임대한 하예진은 경비원들이 거리의 절반에서만 순찰하고 나미지 절반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 눈치챘다. 하지만 경비원 몇 명이 여기저기 순찰하며 돌아다니니 온 거리의 안전 레벨이 한 단계 높아졌다.하예정은 눈을 깜빡이며 이게 모두 노동명이 언니를 위해 안배한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 언니의 모습을 보며 하예정도 뭐라 할 수 없었다. 노동명이 언니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모든 세입자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누가 알랴?언니가 노동명의 가게를 임대하였으니, 매일 출퇴근할 때마다 이곳을 지나가는 노동명이 전태윤을 봐서라도 언니를 돌봐줄 것이다.노동명이 먼저 언니에 대한 감정을 고백하기 전에는 하예정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성소현은 먼저 국수를 한입 맛보았는데 맛이 괜찮았다. 그녀는 국물이 잘 끓여졌다고 생각하여 한 그릇 모두 뚝딱했다.새 가게의 오프닝 첫날, 아침 장사를 마친 하예진은 문을 닫을 준비를 했다. 그녀는 전씨 할머니의 강력한 요구하에 친척과 친구들을 관성 호텔에 초대하기로 했다. 주형인에게서 많은 돈을 나눠 가져 손이 넉넉했던 하예진은 충분히 밥값을 치를 수 있었다.결혼 후 친구를 사귈 기회가 별로 없었던 하예진이 초대할 사람이라곤 성씨네 친척들, 심씨네와 전씨네 가족, 그리고 소정남과 노동명뿐이다. 성씨네 가족은 모두 왔고, 심씨네는 심효진 남매가 왔다. 심효진 남매의 부모님은 일이 있어 직접 오지 못하고 심효진에게 부탁하여 하예진에게 돈 봉투를 보내왔다.전씨네의 도련님들은 평소 주로 자기 집 호텔에서 식사했기 때문에 아직 학교에 다니는 아홉째를 제외하고는 다 참석했다. 그리고 할머니와 전현림 부부도 찾아왔다.전씨네의 다른 가족들은 일이 있어 직접 오지는 못하지만, 모두 장소민에게 부탁하여 축하 선물을 보내와 하예진의 체면을 세워주었다.하예정은 감동에 마
“우리 집 아가씨는 하씨네 자매가 잘사는 꼴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하예정 자매가 미움을 산 사람인가? 그런데 왜 날 찾는 거지?’서현주는 눈을 깜빡이며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현재 하예정 자매에게 복수할 능력이 없다.“서현주양이 우리와 함께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난 당신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같이 갔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어요? 마스크도 쓰고 있고, 얼굴도 하나도 안 보이는데... 마스크 벗고 사진이라도 찍어 남편에게 보내줄 수 있게 해줘요.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들도 도망갈 생각 하지 말아요.”“죄송하지만 저희는 마스크를 벗을 수 없습니다. 만약 서현주양이 지금 저희와 함께 가지 않고, 저희 아가씨가 직접 찾아오시면, 결과가 매우 심각할 겁니다. 저희 아가씨는 성격이 좋은 분이 아니거든요.”“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그냥 기절시켜 데려갑시다.”한 남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서현주는 바로 몸을 돌려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겨우 두 걸음 뛰었을까, 목덜미가 아파 나더니 살려달라고 소리칠 기회조차 없이 의식을 잃고 말았다.서현주를 기절시킨 남자는 그녀를 검은색 승용차에 태우고 동료와 함께 차에 올라타고 훌쩍 떠났다.그들의 차는 번호판도 달지 않았다.차는 한참 달리다 길옆에서 멈춰서더니 번호판을 다시 달고는 계속하여 달려갔다.의식을 잃은 서현주는 곧 깨어났다.그녀는 깨어나자마자 차 문을 두드리며 차에서 내리겠다고 소리쳤다.그러자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고개를 돌려 경고했다.“서현주양,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를 화나게 하면, 아주 비참하게 죽을지도 모릅니다.”“당신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서현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녀는 손을 떨며 자신의 호주머니를 만져보았는데 다행히 휴대폰은 아직 몸에 있었다.“경찰에 신고하거나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언제든지 서현주양의 목숨을 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모두 알려줬습니다. 우리 아가씨
남자 중 한 명이 그녀가 토한 후 마스크를 건네주었다.서현주는 마스크를 낀 후에도 여전히 악취가 나는 것 같아 얼른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두 남자를 따라 그 낡은 건물로 들어갔다.건물 안으로 들어가 쓰레기 더미에서 멀리 떨어진 후에야 서현주는 비로소 입을 가린 손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여기서 변을 당하고 죽어서 몸이 썩어 냄새가 나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또 몸서리를 쳤다.이 사람들이 도대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미움을 산 게 하예정 자매라면 그녀들을 찾아갈 거지 왜 자신을 찾아온 걸까?그녀와 하예진 자매도 지금은 원수와 다름없다.“서현주 씨, 겁낼 필요 없어요. 내가 이리로 모셔 오라고 한 건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어서예요. 우리 함께 힘을 합쳐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에게 복수해요.”1층의 어는 방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두 남자의 감시하에 서현주도 감히 그 방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났다.알고 보니 하예정을 겨냥한 것이었다. 서현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가씨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우리가 어떤 거래를 할 수 있나요? 저는 직업이 없는 가정주부일 뿐이에요. 저의 친정이든 시댁이든 모두 힘이 없어 아가씨를 도울 수 없을 것 같은데.”상대방은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서현주 씨, 겸손할 필요 없어요. 나도 조사해 보고 당신이랑 협력하기로 한 거예요. 서현주 씨도 하예정과 관계가 나쁘죠. 나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공동의 적이 있으니 협력하면 딱 맞잖아요.”서현주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죠? 하예정은 지금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의 와이프예요. 그 집 큰 도련님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전씨네 큰 도련님만 봐도 두 다리에 힘이 빠져 아무 말도 못 하겠는 걸요. 저더러 하예정을 상대하라고 하는 것은 저보고 죽어라는 것과 마찬가지예요.”“현주 씨는 직접 하
“우빈이... 우빈이는 아직 어린애인데... 그리고 우빈이의 양육권은 하예진에게 있어요. 형인 오빠는 우빈이가 18세가 될 때까지만 매달 양육비 60만 원을 주면 돼요. 앞으로 우빈이가 집을 사고 차를 사도 오빠가 돈을 내지 않아도 돼요. 그러니 재산을 다툴 리 없겠죠?”“사람의 마음은 변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현주 씨 아들과 재산을 다투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저는 아직 자식이 없는데요.”“애를 낳을 수 없는 건 아니겠죠?” 상대방은 말문이 막힌 서현주를 보며 웃었다.“서현주 씨는 그래도 인간성이 좀 남아있는 것 같군요. 나도 단지 현주 씨에게 내 계획을 말해줬을 뿐이지, 그 아이를 죽이겠다고 한 적이 없어요. 나는 단지 우빈이를 이용해서 하예정을 데려오려고 한 것뿐이에요, 조카를 각별히 아끼는 하예정이 우빈이를 위해서라면 꼭 나를 만나러 오겠죠?”서현주가 원하는 것은 하예정이 단독으로 그녀를 만나러 오는 것이다.서현주는 다른 사람의 남편을 빼앗는 능력만 있을 뿐, 남의 아들을 죽일 마음은 없다.“당신들, 우빈이를 데려가서 머리카락 한 오리 안 건드린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주우빈이 울며불며 하지 않는다면 나는 내 사람들이 그 애의 머리카락 한 오리도 다치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 주우빈은 나의 미끼일 뿐, 내가 복수할 사람은 하예정이니깐요.”서현주는 마음속으로 하예정이 어떻게 돼서 이렇게 악랄한 여자에게 미움을 산 건지회의심이 들었다.아니면 전태윤을 사모하는 상대방이 전태윤과 하예정이 결혼한 것을 알고 질투 때문에 복수를 하려고, 하예정을 죽이고 사모님 자리를 차지하려고 이러는 건가?“어때요, 서현주 씨, 저와 합력할 의향이 있어요?”서현주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거절해도 돼요?”“그거야 현주 씨 자유죠. 하지만 거절하면 서현주 씬... 여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알고 있죠?”서현주의 안색이 다시 창백해졌다. “서현주 씨가 저와 협력한다면 그 재수 없는 사람은 하예정이 될 거예요. 그리고 참, 서현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