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하 씨, 쟤네 둘 웃는 게 조금 이상해 보이지 않아요?”친구가 뒤따라오지 않자 성소현은 예준하와 나란히 걸으며 가끔 고개 돌려 두 친구를 힐긋거렸다.그녀들이 이미 사랑하는 사람과 속닥거리는 모습에 성소현은 실로 부러울 따름이었다.가장 부러운 건 그래도 하예정이었다.하예정의 남편이 그녀가 수년간 짝사랑해 온 전태윤이니까. 전태윤은 성소현에게 얼음장처럼 차갑고 눈길 한번 안 줬다. 하여 그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평생 자상함이라곤 모르는 남자라고 여겼었다.다만 하예정을 대하는 그의 모습을 본 후에야 성소현은 깨달았다. 전태윤은 자상함을 모르는 게 아니라 오직 하예정에게만 자상하다는 것을.물론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성소현은 인제 전태윤에 대한 마음을 철저하게 접었다.그가 하예정을 위해 성소현을 선뜻 누나라고 부를 때, 이 남자는 더이상 본인 소유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좋은 남자가 많고 많으니 성소현도 굳이 전태윤에게 목을 매달 이유가 없다.전태윤이 하예정에게 잘해만 준다면 그녀는 부부가 백년해로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할 것이다.예준하는 봄날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난 이상한 줄 모르겠는데요.”“내가 괜한 생각했나 봐요.”성소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물었다.“태윤 씨가 준하 씨 초대했죠?”“네. 저랑 태윤 씨 꽤 친하거든요. 제가 홀로 관성에서 외로울까 봐 태윤 씨가 이리로 불렀어요. 함께 모여서 재미있게 놀자고 하데요.”예준하는 사실 소정남과 더 친하다.두 회사의 비즈니스 왕래는 기본적으로 소정남이 책임지고 있으니까.“저는 또 준하 씨가 주말마다 A시로 돌아가는 줄 알았어요. 비행기 타고 두 시간 남짓하면 금방 도착하잖아요.”“그건 그렇죠. 하지만 관성 쪽 사업을 장기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보니 집에 별일 없으면 거의 안 돌아가요. 오가는 것도 피곤하잖아요. 주말에 휴식할 때면 종일 집에 누워 자거나 친구들 몇 명 불러 등산 혹은 축구를 즐기는 편이고, 오늘처럼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여름이면
“좋아요.”“준하 씨네 집도 리조트겠죠?”예준하가 머리를 끄덕였다.“우리 편하게 말 놓을까요? 앞으로 이웃으로 지낼 텐데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는 말도 있잖아요.”“그래, 그럼 말 놓을게.”예준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집도 태윤 씨네 집처럼 리조트 형식이야. 이름은 예진 리조트야.”그는 주변 풍경을 쭉 둘러보면서 성소현에게 말했다.“태윤 씨네 할머니랑 우리 할머니의 안목과 취향이 다 비슷한 것 같아. 모두 같은 세대 사람들이라 미적 관념이 동일한가 봐. 우리 예진 리조트와 서원 리조트가 엄청 비슷하거든.”굳이 차이점을 따지자면 예진 리조트가 좀 더 크다.성소현도 주변 풍경을 쭉 둘러보았다.“난 예전에 꿈에서라도 이런 곳에 살고 싶었어.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져 조용하고 아늑하잖아. 경치도 일품이고 면적도 엄청 커서 한 달 동안 지내도 갑갑하지 않을 것 같아.”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이 바로 전태윤의 집이기 때문이다.그녀는 한때 전태윤을 깊이 사랑해 서원 리조트의 여주인으로 되고 싶었다.예준하가 다정하게 말했다.“나중에 기회 되면 우리 예진 리조트로 가서 구경도 하고 며칠 지내도록 해.”성소현은 사색에서 빠져나와 웃으며 답했다.“A시에 관광지가 많아 나 자주 놀러 가. 너희 집안에서도 펜션을 꾸렸잖아. 나 매번 놀러 갈 때마다 너희 집 펜션에서 숙박하는 걸 좋아하거든.”다만 그땐 예준하를 몰랐다.“나중에 또 A시로 놀러 오면 언제든지 연락해. A시에서의 모든 비용은 내가 쏠게. 공짜로 가이드도 해주고, 모든 관광지를 구경시켜 주고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게 해줄게.”성소현은 별생각 없이 바로 대답했다.“그래, 그럼 그때 가서 예정이랑 효진 씨도 불러야겠어. 두 사람 식탐 왕이니까 함께 맛집 돌아다니면 우리도 덩달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야.”“좋아.”예준하는 성소현이 뭐라 말하든 전부 오케이였다.성소현은 그가 대가족 출신이다 보니 교양 있고 온화하며 의젓하다고 생각했다.큰오빠는 그녀에게 예준하가
“나중에 보다 못한 신선 어르신이 속세에 내려와 제자의 뒷수습을 도왔어요. 원래 부부의 인연이 있던 남녀에게 다시 빨간 실을 묶어주었죠. 그땐 왜 그렇게 신기하던지. 나이가 어려서 사랑을 모르지만 빨간 실로 딴사람 발목을 묶는 게 너무 재미있어 보였어요.”전태윤이 물었다.“그런 드라마도 있었어? 난 전혀 기억 안 나는데. 드라마를 볼 시간이 거의 없거든.”그는 상속자라 어릴 때부터 동년배들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각종 프로그램과 훈련을 받아야 했기에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었다.“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드라마를 자주 봤어요. 엄마, 아빠랑 함께 봤거든요. 예전에는 다 흑백 텔레비전이었어요. 가장 재미있게 본 건 ‘피구왕 통키’였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언니랑 단둘이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해서 몇 년간은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었어요. 사회에 발을 들인 후에야 종종 봐왔어요.”전태윤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나중에 보고 싶은 드라마 생기면 나랑 같이 봐.”하예정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더니 금세 반듯한 자세로 돌아왔다. 사람이 많으니 알콩달콩하기엔 부적절해 보였으니까.다들 얘기를 나누며 걸어가다 보니 리조트의 바비큐장에 금방 도착했다.양 집사가 미리 준비를 마쳐서 다들 바비큐장에 도착했을 때 더 차릴 것도 없었다.남자들은 서로 잘 보이려고 오븐 앞에 섰고 여자들은 먹기만 하면 됐다.전씨 일가의 다른 도련님들은 큰 형네 테이블 사람들이 모두 짝을 이룬 걸 보더니 묵묵히 오븐을 바꿔서 거리를 벌렸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쉽게 타격받을뿐더러 내심 부러우니까.전호영은 다 구운 양꼬치 한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이진에게 물었다.“형, 안 부러워?”“날 엮을 생각 하지도 마. 부러우면 할머니 지시를 따르던가. 우리 집 강성 쪽에도 호텔이 있잖아. 너 출장 가서 미래의 예비 신부나 보고 와.”전호영은 전이진의 손에 쥔 닭 날개를 덥석 뺏으며 말했다.“먹고 싶으면 혼자 구워 먹어.”그는 고현이 싫다.보이쉬한 그녀
하예정은 실랑이를 벌이는 도련님들이 내심 부러웠다. 전씨 집안 사람들은 그야말로 화목하게 지낸다. 그녀의 집안처럼 남을 헐뜯지 못해 안달인 사람이 없다.“소현 언니, 아까 투자하고 싶다던 아이템이 뭐였죠?”하예정은 남편이 친히 구워준 해산물 모듬을 먹으며 투자 건이 생각나 성소현에게 물었다.심효진도 귀를 쫑긋 세웠다.그녀도 요즘 소정남 때문에 압력이 살짝 쌓였다. 하예정이 남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저 자신을 끊임없이 승화하는 걸 보더니 심효진도 더는 무념무상으로만 있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각 분야가 포화상태라 다른 사람 입에서 먹잇감을 뺏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야. 어제 너희 고향으로 돌아갈 때 마을의 논밭이 거의 황폐해졌더라.”하예정네 집안 텃밭도 멀리서 보았지만 황폐해진 상태였다.하긴, 인간쓰레기 같은 그녀의 친척들은 마을에서 부자에 속하다 보니 굳이 텃밭을 가꾸지 않아도 남들보다 우월한 삶을 보내고 있다.“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사람 한 명 보내서 너희 고향에 있는 황무지를 전부 임대하고 화초나 야채를 심으면 어떨 것 같아? 물론 우리가 직접 나서서 관리하는 건 아니고 사람을 시켜서 관리하게 할 생각이야. 우리가 나서면 너희 집안 인간쓰레기 같은 친척들이 또 마구 파괴할 게 뻔하잖아. 일단 심을 수만 있다면 판로는 문제 되지 않아. 별장 구역들, 도시 환경 미화 등 모두 화초가 필요하니까. 우리가 심는 화초는 전문적으로 그린 환경을 위한 것이고, 또한 야채랑 과일도 심을 수 있어. 성씨 그룹도 그렇고 너희 전씨 그룹도 마찬가지로 산하에 호텔이 꽤 많아서 매일 야채와 과일 수요량이 어마어마할 거야. 물론 우리의 목표는 다른 호텔에 판매하는 것이지 제 집안 돈을 버는 건 아니야.”“학교 구내식당, 공장 구내식당에서도 매일 야채와 과일 수요가 엄청 클 거야. 비록 이 분야의 경쟁력이 매우 크지만 난 우리가 남들보다 우세가 있다고 생각해. 남들 입에서 이 분야의 이윤을 나눠 먹는 게 좀 더 쉽잖아. 너희 고향으로 가는 길에 한길 내내
하예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맞아, 소현이 넌 역시 우리보다 생각이 앞선다니까. 예정아, 앞으로 소현이만 믿고 따라다녀.”하예진 자매는 진취적이고 야심이 있지만 투자 방면에서는 아직 성소현보다 못하다. 성소현은 사업가 집안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게 있으니까.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가볍게 웃었다.“언니, 저도 언니네 고향으로 내려가 봤으니 황무지가 많은 걸 알게 됐고 그 황무지를 임대해서 화초도 심고 야채랑 과일을 심을 생각도 하게 됐어요. 큰오빠한테 여쭤봤는데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무슨 아이템에 투자하든 돈만 벌 수 있으면 다 좋은 아이템이라면서 한번 시도해 보라고 추천하데요.”성소현이 호탕하게 말했다.“그럼 한번 시도해 봐요. 돈 벌면 좋고 못 벌어도 경험 쌓는 거잖아요. 어차피 내겐 큰 액수도 아니에요. 예정아, 너 저녁에 태윤 씨한테 말해봐 봐. 태윤 씨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면 우리 과감하게 시도해 보자. 태윤 씨는 투자에 대한 안목이 있는 분이잖아.”전태윤이 전씨 그룹을 전수한 이후로 투자한 프로젝트마다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한다.성기현은 집에 올 때마다 전태윤의 성과를 얘기했지만 성소현이 그를 짝사랑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좋아.”하예정도 통쾌하게 대답했다.사실 몇몇 남자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그녀들이 하씨네 마을의 논밭을 임대하여 화초와 야채 및 과일을 심으려 한다는 걸 줄곧 듣고 있었다. 그들은 비록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지만 전태윤이든 소정남이든 모두 성소현의 안목을 인정했다.그녀 말대로 지금은 각 분야가 포화상태라 입문자는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그녀들이라 해도 투자 경쟁력이 매우 클 테지만 성소현과 하예정의 신분이 동종업자들보다 우세를 차지하여 협상하고 판로를 찾는 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쉬울 것이다.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제 집안 호텔에 공급하면 그만이다.하여 몇몇 대표님들도 성소현의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은 도와주지 않기로 했다. 하예정
“난 안 먹은 음식만 동명 삼촌한테 드렸어요.”어린 녀석이 한마디 더 보탰다.뭇사람들도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휴식도 할 겸 자유 활동 어때?”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단둘이 리조트를 둘러보고 싶었다.다들 이해한다는 듯이 웃었다.잠시 휴식한 후 전태윤은 하예정을 데리고 바비큐장을 떠났다.“나랑 함께 화원으로 꽃구경하러 가. 지금 한창 꽃필 때야.”하예정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곳이 낯설다 보니 어디가 경치 좋은지 몰라 전태윤만 따라다녔다.싱그러운 봄바람이 불어오자 그녀는 두 눈을 스르륵 감고 봄 내음을 만끽했다.“도시보다 공기가 더 좋아요.”전태윤이 가볍게 웃었다.“당연하지. 여긴 아주 한적해. 내일 처형 가게만 오픈하지 않았어도 우리 여기서 며칠 더 지낼 수 있을 텐데. 너도 이젠 제집 환경에 익숙해져야지.”“평생 지낼 내 집이니까 익숙해질 시간은 얼마든지 있어요. 조급할 필요 없으니 우선 언니 가게부터 안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요 우리.”전태윤은 그녀의 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여긴 그녀의 집이고 둘만의 집이라 앞으로 평생 지낼 곳이다.“그런데 리조트가 너무 커서 태윤 씨 없이 홀로 둘러보라고 하면 나 진짜 길 잃을 것 같아요.”“환경이 익숙지 않으면 길 잃어버리기에 십상이야. 리조트를 명인의 구상대로 배치해서 살짝 미로 같긴 해. 처음 온 사람은 아무도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이 안에서 사흘 동안이나 헤맬 수 있어.”하예정은 입이 쩍 벌어졌다.“대단하네요. 다행히 난 태윤 씨가 있어서 사흘 동안 헤맬 필요는 없겠네요. 진짜 벗어나지 못하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전태윤이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너 혼자 내버려 두겠어. 내가 무조건 함께 다니면서 환경을 익숙하게 해줘야지. 여자 데리고 우리 집 리조트를 돌아다니는 건 나도 이번이 처음이야.”“영광이네요.”“이런 기회를 줘서 내가 더 영광이야.”부부는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전태윤은 참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더니 사랑하는 아내를 끌어안고 목소리를 내리깔
“왜 그래?”그녀가 몇몇 화분을 뚫어지라 쳐다보자 전태윤이 자상하게 물었다.“마음에 들면 몇 개 집에 가져가서 베란다에 키우자.”“태윤 씨.”하예정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에게 물었다.“내가 애초에 꽃가게 가서 꽃 사 오라고 했을 때 진짜 꽃가게에 갔어요 아니면 이분들한테 보내오라고 시켰어요?”이젠 더는 숨길 이유가 없어 전태윤도 솔직하게 대답했다.“양씨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아저씨가 사람을 시켜서 이 화분들을 가져왔어. 네가 꽃잎이 크게 활짝 피고 또 무성한 잎사귀를 좋아하다 보니 내가 일부러 그런 꽃들로 보내오라고 했어.”“어쩐지 그 뒤로 태윤 씨가 사 온 꽃이 내가 산 꽃들보다 더 예쁘다 했어요. 태윤 씨네 리조트 장인이 정성껏 키운 품종이었군요.”꽃가게에서 산 것보다 퀄리티가 훨씬 더 좋았다.“여보, 화내는 거 아니지?”“뭐 이런 거로 화내겠어요. 제일 화났던 순간은 이미 다 지나갔어요.”전태윤은 꽃을 다루는 장인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감싸 안은 채 화방에서 나왔다. 그는 장인들이 들을까 봐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그땐 널 잃을까 봐 엄청 두려웠어.”하예정은 그의 볼을 살짝 꼬집고는 바로 놓아줬다.“애초에 가전제품 사 오라고 할 때도 양씨 아저씨한테 시킨 거겠죠?”“가전제품은 박씨 아저씨가 보내왔어. 들킬까 봐 일부러 너 없을 때 보내온 거야.”하예정은 실소를 터트렸다.“나 속이느라 고생 많았네요.”“앞으론 두 번 다시 널 속이지 않아. 거짓말하는 거 진짜 너무 힘들어. 거짓말로 또 다른 거짓말을 덮어야 하잖아. 그렇게 굴리다 보면 마치 눈 덩어리처럼 점점 더 커져.”“난 태윤 씨가 제법 능청스럽게 거짓말하는 줄 알았어요.”전태윤은 머리 숙이고 가볍게 웃었다. 나중에 그는 정말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둘러댔으니까.서원 리조트가 너무 크다 보니 시간상의 관계로 전씨 일가 큰 사모님 하예정은 처음 리조트에 돌아왔지만 전부 둘러보지 못했다.하예진은 토스트 가게가 내일 오픈이라 사돈의 만류에도
그가 집에 머물면서 손은경과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노동명은 손은경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 호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뭐가 불편할 게 있어? 어차피 운전해서 출근할 텐데, 그리고 네가 조금 늦게 도착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겠어? 지급 집에 손님도 있고 그런데, 너 요 며칠은 꼭 집에 와 있어!”“엄마, 나 지금 조금 지쳤어요. 그리고 지금 운전해서 더 이상 얘기하기 어려우니 이만 끊을게요.”그는 어머니의 요청을 바로 거절하지 않고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었다.전화기 너머에 있던 노씨 사모님은 아들이 전화를 끊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편에게 말했다.“당신의 작은 아들은 아마도 평생을 독신으로 살 것 같아요. 은경이처럼 좋은 여자애를 보고도 말 한마디를 아까워하니 말이에요. 은경이는 동명이의 얼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 동명이는 한곳에 있을 생각도 없는 거예요.”이에 남편은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너무 조급해했어, 목적도 너무 뻔하고 말이야. 동명이는 이미 당신이 주선한 소개팅을 여러 번 갔어. 차수가 많아지니 싫증 나기도 하겠지, 우리에게 조종당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냥 이대로 놔둬. 만약 평생 독신일 운명이라면, 당신이 하루에 소개팀을 800번 시켜도 소용없어. 만약 누구와 인연이 있다면, 당신이 이렇게 계획하지 않아도 서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인연이 있든 없든 다 하늘에 맡기는 거야.”노씨 사모님은 화가 나서 남편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당신 같은 아버지가 있으니 당신 아들이 36살이 다 되어도 노총각인 거예요!”남편은 욕을 먹어도 화를 내지 않았다.“다 제 갈 길이 있는데 내가 왜 이 나이에도 애들을 걱정해야 하겠어? 그러니 아무 생각 말고, 각자의 운명에 따르도록 놔두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이불을 당겨 머리까지 덮었다. 아내가 또 자신을 꼬집을까 걱정된 것이다.하룻밤이 조용히 지나갔다.다음날은 토스트 가게가 오프닝 하는 날이다.하예정과 숙희 아주머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