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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승호는 아직도 내가 죽은 척 위장하고 도망쳤다고 믿고 있었다.

심지어 본인의 추측을 검증하려고 수영장 CCTV까지 확인했다.

영상 속에는 내가 수영장에 던져진 뒤 버둥대며 몸부림 치다가 점점 움직임을 멈춘 모습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하지만 승호는 여전히 믿지 않으며 컴퓨터를 주먹으로 내리쳐 하마터면 고장 낼 뻔했다. 그러더니 노기를 띤 얼굴로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말도 안 돼. 그럴 리 없어. 이후로 계속 똑같은 화면이잖아. 권시율이 도망치고 일부러 조작한 거야. 분명 그 여자 짓이야! 이 천한 것!”

승호는 컴퓨터를 들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렇게 컴퓨터 하나를 산산조각 내고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그는 또 옆에 있는 컵을 들어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러다가 옆에서 겁을 먹은 청아를 발견하고는 이내 다정하게 달래주었다.

“청아야, 겁먹지 마. 너한테 화낸 거 아니야. 권시율이 너무 책임감 없어서 화난 거야. 너를 그렇게 해치고 도망치다니. 속상해하지 마. 네 콘서트 날 내가 반드시 그 여자 찾아내서 사과하게 할 거야.”

잔뜩 겁먹었던 청아는 다시 우쭐해서 승호 품에 안겨 감동한 듯 말했.

“역시 나한테 제일 잘해주는 건 오빠밖에 없어.”

고작 이 한마디에 승호는 얼굴을 붉히며 청아를 꽉 끌어안았다.

다른 사람이 이 모습을 봤으면 너무 달달하다고 외쳤겠지만 나는 구역질이 났다.

알고 있었으니까. 청아는 허씨 집안 양녀지만 늘 허 사모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승호를 설득하여 나와 결혼하게 한 것도, 자기의 더러운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였을 거다.

아쉽지만 애초에 나는 그걸 알지 못했고, 승호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설레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심지어 결혼식 날, 모처럼 인스타를 올려 축하한 승호의 글을 캡쳐해서 내 소중한 사람들한테 자랑했다.

내가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하는 사람들의 반박하려다가 딱히 반박할 이유가 없어 결국 인정했던 적도 있다.

“사랑에 눈 먼 게 어때서!”

한때 나는 내가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었어도 승호는 내가 그럴만한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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