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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와 승호는 비즈니스로 맺어진 부부지만, 나는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

다름이 아니라 고등학교 때 만난 인연 때문에.

그때, 이제 막 서울로 전학 온 나는 학교 폭력의 타깃이 되었다.

내가 아무리 필사적으로 저항해도 여러 사람을 혼자 이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절망하고 있을 때 승호가 나타났다. 그가 나를 구해줬다.

때문에 비즈니스 결혼 상대가 승호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너무 설레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승호가 이 결혼을 승낙한 게 회사 자금줄이 끊겨 우리 집 도움이 필요해서라는 건 꿈에도 모른 채.

애초에 나를 도와줬던 것도 그 학교 폭력의 주동자가 청아라서, 청아가 고발당할까 봐 걱정돼서 도와준 거였다.

하지만 그래도 승호와 결혼한 몇 년 동안, 나는 성심성의껏 그를 내조했다.

그가 밖에서 잘 먹고 다니지 못할까 봐 매일 음식을 해다 회사로 바쳤더니 승호도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점차 나에게 선물도 사주고, 서프라이즈도 준비하곤 했다.

그때 나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임신한 사실을 안 내가 너무 설레서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을 때, 남편은 이미 청아의 말에 현혹되어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단정 지었다.

“당신 임신했어? 청아가 지난번에 당신이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걸 봤대. 그 애새끼도 그놈 거야?”

나는 설명하려 했지만, 승호는 테이블 위에 놓인 꽃병을 깨뜨리며 나를 아내의 도리도 지키지 않는 여자라고 몰아갔다.

영혼은 아픔을 느끼지 못할 텐데, 왠지 모르게 나는 또다시 수영장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았다.

내가 한참 동안 오지 않자 승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30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안 와? 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거야?”

“권시율, 제대로 된 이유를 대야 할 거야.”

나는 승호가 당황해 하며 청아를 끌어안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컵도 제대로 쥐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

“청아야,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나 잠깐 다녀올게. 걱정하지 마. 내가 꼭 그 여자를 끌어와서 네 앞에서 사죄하게 할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승호는 몸을 일으켜 나를 가둬둔 곳으로 향했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그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다.

“악취가 왜 이렇게 심해?”

옆에 서 있던 비서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쓰레기통을 부여잡고 구역질했다.

“대표님이 직접 들어가 보세요.”

아마도 내 시체를 본 모양이었다. 나는 왠지 흥분됐다.

승호가 내 시체를 보면 어떤 반응일지, 내가 느꼈던 공포를 그대로 느낄지 궁금했다.

수영장을 막았던 덮개는 이미 뜯겨진 채 옆에 버려져 있었다.

수영장을 덮고 있던 검은 천도 제거했지만, 물은 너무 탁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승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갑게 명령했다.

“권시율, 당장 나오지 못해? 평생 수영장에서 지낼 생각이야?”

나는 너무 흥분되어 승호의 옆으로 날아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당신은 모르지? 나도 나오고 싶었어.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덮개를 밀어내려고 주먹으로 쳐보기도 하고 밀어보기도 했어. 살려고. 그런데 소용없더라, 그래서 죽었어”

그걸 들은 리 없는 승호는 또다시 호통쳤다.

“뭐 하는 거야? 당신이 청아를 물에 빠뜨리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가둘 리도 없었잖아. 좋게 말할 때 당장 나와.”

승호는 수영장 옆으로 다가가더니 심한 악취에 헛구역질을 해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가까이 다가가 손에 든 빗자루로 실루엣을 툭툭 때렸다.

“더러워 죽겠어. 당장 가서 씻어.”

그의 힘은 적지 않았다. 수영장 물에 잠겨 있어 부풀려진 시체는 아주 징그러운 모습으로 수면에 떠올랐다.

승호는 당황한 듯 뒤로 물러나며 손에 든 빗자루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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