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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임신한 나를 죽였다
남편이 임신한 나를 죽였다
Author: 바재

제1화

점심 11시, 허승호는 눈살을 찌푸린 채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바라봤다.

“권시율은 뭐 하느라 이틀 동안이나 음식 배달 안 하는 거야? 매일 식사 시간 전에 음식 가져다줬잖아? 왜? 벌 좀 받았다고 해이해졌나? 어디서 나온 배짱이래?”

수저를 세팅하던 비서의 손이 잠깐 굳더니 이내 공손히 대꾸했다.

“대표님, 사모님은 아직도 수영장에 갇혀 있어요.”

흠칫 놀라 굳어버린 승호의 눈에 놀라움이 언뜻 지나갔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 감정을 누르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괜찮아, 며칠 더 가둬.”

비서는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뻐끔거리며 상사의 눈치를 살피다가 결국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사모님을 가둔 방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는데, 아마도...”

“가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승호는 손놀림을 멈추지 않은 채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악취? 아무렴, 그렇겠지. 똥오줌을 안에서 해결하고 있을 테니 악취가 안 날 수가 있나? 걱정하지 마, 살 희망은 한 가닥도 놓지 않는 여자니까, 아무 일 없을 거야.”

비서가 뭔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승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잘라버렸다.

“밥 먹어. 이럴 때 그런 징그러운 얘기는 하지 마. 요 며칠간 그 여자도 자기 잘못을 뉘우쳤을 거야. 나온 뒤 청아한테 사과하면 이 일은 없었던 일로 쳐주려고.”

승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허청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빠...”

승호는 청아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자기 품에 끌어안더니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청아야, 왜 왔어? 혼자 집에 있기 무서웠어?”

그러면서 청아의 손을 부드럽게 잡는다.

“무서워하지 마. 내가 권시율을 제대로 벌했어.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

청아는 승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애살스럽게 말했다.

“역시 오빠밖에 없어. 하지만 난 그저 시율 언니 사과를 받고 싶지 벌받게 하려는 거 아니었어. 오빠가 이러면 시율 언니가 나 미워하지 않을까?”

승호은 동생의 등을 토닥이며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럴 위인이 못 되니까.”

남매의 감정을 이미 훌쩍 뛰어넘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죽음을 맞이한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나는 그 수영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제삼자의 시선으로 넓은 수영장을 바라봤다. 깨끗하던 물이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수영장 위는 단단히 용접되어 있었다. 마치 이 수영장 안의 사람을 영원히 이곳에 가두 환생하지 못하게 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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