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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때문에 영혼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눈앞의 광경에 숨이 멎을 뻔했다.

또다시 저 숨 막히는 공간으로 돌아갈까 봐.

그 시각 다른 곳에서 승호는 청아를 달래고 있었다.

“무서워하지 마. 많이 먹어. 너 요즘 너무 말랐어.”

승호는 청아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위로했다.

“얼마나 서러웠으면 이렇게 살이 빠졌어? 너에 비하면 그 여자가 고생 좀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걱정하지 마, 너한테 그렇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승호의 뒤에 서 있는 내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당장 울고 싶었지만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나는 수영장에 갇혀 엄청난 고통을 겪었는데, 고작 수영장에서 물 몇 모금 마신 청아의 고통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니.

수영장 갇혔던 나는 수영도 할 줄도 몰라 나가겠다고 버둥댔지만, 머리 위를 막고 있는 덮개를 끝내 열지 못했다.

생명이 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빌고 빌었다.

승호가 나를 빨리 꺼내주기를, 아직도 살 희망이 있기를.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주먹으로 두드리며 머리 위를 막고 있는 덮개를 밀어내려고 애썼지만 그의 매정한 비아냥만 돌아왔다.

“넌 그렇게 무서우면서, 감히 청아를 물에 빠뜨려? 너도 그 고통을 느껴야 자기 잘못을 알게 될 거야.”

나는 겁에 질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내가 하지도 않는 죄를 인정했고, 승호가 나를 놔주기를 애원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의식이 희미해져 갈 때, 승호가 말한 말이 내 귀에 콕 박혔다.

“얌전해지도록 덮개를 제대로 닫아. 제대로 반성하라고 해.”

나는 무력하게 승호를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덮개가 나를 완전히 공기와 단절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 하반신에서 피가 나더니 내 인생의 마지막 빛이 점멸했다.

청아를 달래 준 뒤에야 승호는 성은이라도 내리듯 말했다.

“가서 권시율 풀어줘. 깨끗하게 씻겨서 데려와. 더러운 오물을 보면 청아가 놀랄 수 있으니까.”

승호는 나에게 큰 은혜를 베풀기라도 하는 듯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비서는 명령을 듣자마자 다급히 직원에게 분부하러 떠나갔다.

결국 들만 남게 되자 청아는 승호의 손을 잡으며 애교를 부렸다.

“오빠, 시율 언니를 풀어주면 더 이상 괴롭히지 마. 그래도 두 사람 부부잖아. 함께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면 안 되지.”

승호는 청아가 무척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더니 이마에 키스했다.

“걱정하지 마. 다음부터 함부로 못 할 거야. 권시율이 너를 물속으로 밀어 넣지만 않았으면 네가 물먹을 일도 없었잖아. 네가 얼마나 무서웠겠어. 청아야, 넌 너무 착해. 그래서 권시율도 계속 너 괴롭히는 거야.”

승호의 말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마치 내가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너무 우스웠다.

분명 일주일 전에 집까지 찾아와 나한테 시비를 건 사람은 청아였다.

“임신했다며? 그런다고 뭐가 된 것 같아? 내 말 한마디면 그 아이 영원히 태어나지 못할지도 몰라.”

나는 더 이상 청아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청아는 쪼르르 아래층 수영장으로 달려가 몸을 적시더니 울면서 승호에게 전화했다.

“오빠, 시율 언니가 나 싫어하나 봐. 그렇다고 어떻게 수영장으로 밀어 넣는지, 나 너무 무서웠어. 그래도 죽기 전에 두 사람 모두 행복할 수만 있다면 내가 여기서 죽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 오빠. 행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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