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한참이 지나서야 승호는 뭔가 생각난 듯 옆에 있는 덮개를 발로 찼다. 그러고는 계속 헛구역질을 해대는 비서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너지? 네가 마네킹을 안에 넣고 권시율 빼돌린 거지?”

비서는 쓰레기통을 품에 안고 계속 헛구역질을 해대다가 승호의 말에 마지못해 대답했다.

“대표님, 정말 저랑 아무 상관없습니다. 저 안에 있는 사람이, 우엑... 사모님일 거예요.”

하지만 비서의 말에 승호는 오히려 낯빛이 좋아지더니 수영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중얼중얼 말을 내뱉는 걸 봐서 좀처럼 믿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가짜야! 저건 가짜라고!”

“권시율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마네킹을 안에 넣은 거야. 내 그럴 줄 알았어. 권시율 그 악독한 여자가 쉽게 뉘우칠 리가 없지.”

“기다려, 내가 그 여자를 찾아내면 반드시 청아 앞에 끌고 가서 사과하게 할 거야.”

승호의 말이 너무 우스워 나는 그 주의를 빙 맴돌았다.

“허승호, 나 바로 당신 앞에 있어. 다 봤잖아. 시체도 다 썩었잖아. 물에 불려 저렇게 부풀었잖아. 그런데 아직도 나를 끌고 가서 청아한테 사과하게 할 생각뿐이야? 정말 꿈도 야무지네.”

비서는 눈앞의 승호를 바라보더니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사모님은 이미... 죽었어요.”

승호는 옆에 던졌던 빗자루를 주어 비서의 다리를 내리쳤다.

그러다 비서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다리를 감싸안자 빗자루를 버리고 싸늘하게 말했다.

“저 여자가 죽었을 리가 없잖아. 벌받기 싫어서 마네킹을 가져다 놓은 게 틀림없다니까.”

“흥, 내가 그렇게 쉽게 속을 줄 알고? 기다려, 내가 꼭 단서를 모아 그 여자를 찾아낼 테니까. 청아 앞에서 무릎 꿇고 속죄하게 할 거야!”

승호는 말하면서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면서 문을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비서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뒤따랐다.

청아는 잔뜩 화난 표정으로 돌아온 승호를 발견하고는 쪼르르 옆으로 달라갔다. 그러더니 안쓰러운 듯 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오빠, 왜 그렇게 화나 있어? 언니랑 또 싸웠어?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