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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전화를 받은 승호는 서둘러 회의를 중단하고 집으로 달려왔다.

그러고는 수영장에서 물 좀 먹은 청아를 안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

“청아야, 청아야. 떠나지 마. 난 너 없으면 안 돼...”

위층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는 내내 헛웃음만 나왔다.

‘참 가지가지 하네.’

청아가 수영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생이별을 하는 것처럼 구는지.

하지만 승호가 내 머리채를 잡아 끌어 나를 수영장으로 밀어 넣을 때, 나는 비로소 두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악독할 수 있어? 감히 청아를 물에 밀어 넣어? 청아가 하마터면 너 때문에 죽을 뻔한 거 알아? 내가 하마터면 청아를 영원히 잃을 뻔했다고.”

“권시율, 넌 악마야. 넌 내 앞에서 마음대로 할 자격 없어. 청아가 받은 고통을 몇 배로 돌려줄게! 뉘우치지 않으면 영원히 나올 생각 하지 마!”

승호는 이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단정지었기에, 나는 결국 울며불며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아니다.

“대표님, 대표님... 사모님이 숨을 안 쉽니다.”

청아를 달래며 요구르트를 떠주던 승호의 손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의 표정을 보며 적어도 죄책감을 가지겠지, 그게 아니라면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겠지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는 그저 아무렇지 않게 피식 웃더니 계속해서 청아에게 요구르트를 먹여주었다.

“그 여자가 죽었다고? 그 여자 끈질겨서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 죽었으면 진작 죽었겠지. 가서 말해 줘. 계속 죽은 척하면 화장터 알아봐 주겠다고.”

비서는 전전긍긍하며 뭔가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승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반시간 뒤에도 깨끗이 단장하고 와서 사과하지 않으면 한 번 더 벌받을 줄 알라고 해.”

비서는 당황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그때 승호가 테이블 위에 놓인 꽃병을 집어 비서에게 던지며 버럭 소리쳤다.

“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가서 말하라니까!”

비서는 헐레벌떡 사무실을 나갔다.

승호는 청아의 입가에 묻은 요구르트를 혀로 날름 핥더니 부끄러워하는 청아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청아야, 이따가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 무릎 꿇고 사고하라고 해. 권시율은 제대로 혼쭐내주지 않으면 다음에 또 그럴지도 몰라.”

청아는 마치 마음이 불편한 듯 말했다.

“오빠, 그건 좀 아니지 않아?”

“아닐 게 뭐 있어?”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며 나는 미친 듯이 웃어댔다.

이게 내가 몇 년 동안 사랑한 사람이라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내 몸은 승호 곁을 떠날 수 없어 이 모든 걸 억지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문득 예전의 나 자신이 너무 우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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