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후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한건우도 더는 그에게 면박을 줄 수 없었다.어차피 계속 얼굴 보며 살아야 할 두 가문이었으니 말이다.결국, 한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오후에 마침 시간이 비니까, 같이 가보자꾸나.”한건우의 승낙에 허연후는 이내 밝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문주한테 전화해볼게요.”말을 마친 허연후 곧장 휴대폰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육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내와 아이를 품에 끌어안고 잘 준비를 하던 육문주는 전화벨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의 낮은 목소리는 피곤함 때문인지 잔뜩
조수아는 알 수 없다는 듯 육문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꿇을 건데?”그 말에 육문주는 조수아의 귀에 입을 맞춰오더니 그녀의 귀 끝을 가볍게 깨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곧 있으면 알게 될 거야.”말을 마친 그의 큰 손이 조수아의 허리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차가운 손끝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불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결국, 참지 못한 조수아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여보, 아직 천우도 있는데…”육문주는 그 말에 두 손으로 그녀의 부드럽고도 민감한 부위를 살며시 감싸며 나직이 말했다.“옆방에서 깊이 잠들었으니
송학진은 아이의 말에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맞아, 우리 천우는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어린이야. 엄마 아빠랑 재밌게 놀고 있니?”그 질문에 눈동자를 몇 번 굴리던 박천우가 대답했다.“낮에는 정말 즐거웠는데 말이죠. 밤만 되면 항상 아빠가 저를 다른 방으로 옮겨요.”“다음엔 엄마랑 같이 자고 싶으면 너랑 엄마를 같이 묶어놔. 그럼 아빠도 널 다른 방으로 들어서 옮기지 못할 거야.”그 대답에 박천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좋아요, 좋아요! 외삼촌 정말 똑똑하시네요! 이렇게 명석한 남자라면 분명 이른 시일 내에 결혼
그제야 육문주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그의 눈에 정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그는 곧장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갓길에 세웠다.눈을 힘껏 문지르고 머리를 몇 번 흔들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깜깜했던 도로가 다시 서서히 선명해지기 시작했다.가로등 불빛도 다시금 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조수아는 육문주의 행동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육문주, 너 혹시 부상 후유증으로 실명이라도 되는 건 아니야?”조수아의 정확한 추측에 육문주의 마음이 아려왔다.그는 돌아오자마자 이 사실을 조수아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이 사
생각보다 너무 솔직하고 담백한 답변에 육문주의 마음이 흔들렸다.그의 큰 손은 저도 모르게 조수아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그리고 고개를 숙인 육문주의 입술이 조수아의 입술 위로 포개졌다.그는 계속해서 입을 맞춰오며 낮게 속삭였다.“아가, 나 마음 아파 죽일 생각이야? 네가 이렇게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널 어떻게 떠나.”말을 마친 육문주의 키스는 점점 짙어졌다.어두운 가로등 아래, 차가운 세상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뜨겁게 끌어안고 더욱 깊게 입을 맞췄다.함께 많은 풍파를 겪어온 두 사람의 사랑은 다른 사람들의 사랑
육문주는 잔뜩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조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당신 아들이 지금 나한테 오줌을 지려놨는데 웃음이 나와?”조수아는 백미러를 통해 육문주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천우야, 아빠한테 실례를 했으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야.”박천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이게 왜 제 탓이에요. 아빠가 운전에 집중을 안 하고 엄마랑 그렇게 오랫동안이나 뽀뽀를 하니까 저도 못 참고 지려버린 거잖아요.”“네가 몰래 훔쳐봐 놓고선 왜 내 탓이야.”“제가 몰래 봤다니요? 눈을 떠보니까 어린이가 보기엔 부
이 방법은 육문주가 진작부터 생각해놓고 있던 방법이었다.그는 아이의 모습뿐만 아니라 조수아의 모습까지 함께 AI에 입력해둘 예정이었다.그리고 그는 두 사람의 매 순간순간을 머릿속에 잘 기억해둘 것이다.만약 정말 이식수술을 받지 못해 암흑세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육문주는 모든 것을 상상에 맡겨야만 했다.박천우는 육문주의 목을 다정하게 끌어안은 채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천우가 나중에 크면 아빠를 잘 보살펴드릴게요. 만약에 정말로 앞을 못 보게 된다면 저랑 엄마가 아빠의 눈에 되어줄 거예요.”육문주는 자신이 시
그 한 마디에 조수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육문주가 지금 두 번째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과 이식자의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까다로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조수아의 창백한 얼굴을 본 육문주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살아있는 기증자라고 해도 이식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야. 요즘은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장기 기증을 하니까. 어쩌면 나도 곧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조수아는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 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