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육문주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그의 눈에 정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그는 곧장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갓길에 세웠다.눈을 힘껏 문지르고 머리를 몇 번 흔들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깜깜했던 도로가 다시 서서히 선명해지기 시작했다.가로등 불빛도 다시금 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조수아는 육문주의 행동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육문주, 너 혹시 부상 후유증으로 실명이라도 되는 건 아니야?”조수아의 정확한 추측에 육문주의 마음이 아려왔다.그는 돌아오자마자 이 사실을 조수아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이 사
생각보다 너무 솔직하고 담백한 답변에 육문주의 마음이 흔들렸다.그의 큰 손은 저도 모르게 조수아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그리고 고개를 숙인 육문주의 입술이 조수아의 입술 위로 포개졌다.그는 계속해서 입을 맞춰오며 낮게 속삭였다.“아가, 나 마음 아파 죽일 생각이야? 네가 이렇게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널 어떻게 떠나.”말을 마친 육문주의 키스는 점점 짙어졌다.어두운 가로등 아래, 차가운 세상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뜨겁게 끌어안고 더욱 깊게 입을 맞췄다.함께 많은 풍파를 겪어온 두 사람의 사랑은 다른 사람들의 사랑
육문주는 잔뜩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조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당신 아들이 지금 나한테 오줌을 지려놨는데 웃음이 나와?”조수아는 백미러를 통해 육문주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천우야, 아빠한테 실례를 했으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야.”박천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이게 왜 제 탓이에요. 아빠가 운전에 집중을 안 하고 엄마랑 그렇게 오랫동안이나 뽀뽀를 하니까 저도 못 참고 지려버린 거잖아요.”“네가 몰래 훔쳐봐 놓고선 왜 내 탓이야.”“제가 몰래 봤다니요? 눈을 떠보니까 어린이가 보기엔 부
이 방법은 육문주가 진작부터 생각해놓고 있던 방법이었다.그는 아이의 모습뿐만 아니라 조수아의 모습까지 함께 AI에 입력해둘 예정이었다.그리고 그는 두 사람의 매 순간순간을 머릿속에 잘 기억해둘 것이다.만약 정말 이식수술을 받지 못해 암흑세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육문주는 모든 것을 상상에 맡겨야만 했다.박천우는 육문주의 목을 다정하게 끌어안은 채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천우가 나중에 크면 아빠를 잘 보살펴드릴게요. 만약에 정말로 앞을 못 보게 된다면 저랑 엄마가 아빠의 눈에 되어줄 거예요.”육문주는 자신이 시
그 한 마디에 조수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육문주가 지금 두 번째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과 이식자의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까다로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조수아의 창백한 얼굴을 본 육문주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살아있는 기증자라고 해도 이식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야. 요즘은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장기 기증을 하니까. 어쩌면 나도 곧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조수아는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 만약
“엄마한테 전화 좀 바꿔줄래? 할 말이 있어서.”“좋아요, 하지만 아빠랑 이혼하라고는 설득하지 마세요. 엄마는 아빠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두 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송학진은 갑자기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곧장 대답했다.“외삼촌은 그런 사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그의 대답을 들은 박천우는 그제야 휴대폰을 조수아에게 건네며 말했다.“엄마, 외삼촌이 엄마 찾아요. 외삼촌이랑 얘기하세요. 저는 화장실에 갔다 올게요.”“그래, 조심히 다녀와.”“알겠어요.”박천우는 화장실로 뛰어갔다.그 안에 막 들어
조수아는 송학진이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바로 그녀의 나쁜 아버지인 송군휘였다.2년이라는 시간 동안 송학진은 가능한 한 조수아의 앞에서 송군휘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감옥에 면회를 갈 때도 조수아에게는 굳이 알리지 않았다.조수아 역시 자신의 오빠가 송군휘에 대한 감정을 끊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송군휘는 송학진을 어릴 때부터 키워주었던 아버지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조수아에게 송군휘는 그저 생물학적 아버지에 불과했다.그녀는 송군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리고
송군휘는 박천우가 자신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곧장 쟁반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다른 시종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박천우가 그를 쫓아가려던 그때, 화려하게 차려입은 육연희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아이는 곧장 방향을 틀어 짧은 다리로 열심히 육연희를 향해 달려갔다.“이모, 이모! 천우는 이모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말을 마친 아이는 곧장 육연희의 품에 뛰어들었다.육연희는 드레스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아이를 품에 안아 여러 번씩이나 뽀뽀를 해주었다.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여왕이라는 자리에 오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