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 마디에 조수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육문주가 지금 두 번째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과 이식자의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까다로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조수아의 창백한 얼굴을 본 육문주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를 건넸다.“살아있는 기증자라고 해도 이식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야. 요즘은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장기 기증을 하니까. 어쩌면 나도 곧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조수아는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 만약
“엄마한테 전화 좀 바꿔줄래? 할 말이 있어서.”“좋아요, 하지만 아빠랑 이혼하라고는 설득하지 마세요. 엄마는 아빠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두 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송학진은 갑자기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곧장 대답했다.“외삼촌은 그런 사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그의 대답을 들은 박천우는 그제야 휴대폰을 조수아에게 건네며 말했다.“엄마, 외삼촌이 엄마 찾아요. 외삼촌이랑 얘기하세요. 저는 화장실에 갔다 올게요.”“그래, 조심히 다녀와.”“알겠어요.”박천우는 화장실로 뛰어갔다.그 안에 막 들어
조수아는 송학진이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바로 그녀의 나쁜 아버지인 송군휘였다.2년이라는 시간 동안 송학진은 가능한 한 조수아의 앞에서 송군휘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감옥에 면회를 갈 때도 조수아에게는 굳이 알리지 않았다.조수아 역시 자신의 오빠가 송군휘에 대한 감정을 끊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송군휘는 송학진을 어릴 때부터 키워주었던 아버지였으니 말이다.하지만 조수아에게 송군휘는 그저 생물학적 아버지에 불과했다.그녀는 송군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리고
송군휘는 박천우가 자신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곧장 쟁반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다른 시종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박천우가 그를 쫓아가려던 그때, 화려하게 차려입은 육연희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아이는 곧장 방향을 틀어 짧은 다리로 열심히 육연희를 향해 달려갔다.“이모, 이모! 천우는 이모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말을 마친 아이는 곧장 육연희의 품에 뛰어들었다.육연희는 드레스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아이를 품에 안아 여러 번씩이나 뽀뽀를 해주었다.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여왕이라는 자리에 오른 이
박천우는 앞서가는 육문주와 조수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우리 엄마 아빠랑 같이 왔어요. 저기 여왕님은 우리 이모고요.”기성훈은 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흘끔 쳐다보았다.그는 한눈에 남자는 육엔 그룹의 대표 육문주라는 것을 알아보았고, 다른 한 명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변호사인 조수아라는 것을 알아보았다.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소를 지었다.한지혜의 절친한 친구가 이런 배경을 가진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그녀와 육연희와는 이런 사이일 줄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박천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어서 들
이곳에서 그 얼굴을 보게 된 육연희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몇 년 전, 바로 저 얼굴이 그녀를 밤잠 못 이루게 만들었고, 또한 저 얼굴 때문에 그녀는 사랑에 대한 신뢰까지 잃게 되었다.육연희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눈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그녀는 애써 기성훈을 못 본 척하며 무심하게 말했다.“가자, 파티가 곧 시작될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마치 자존심 강한 공작새라도 된 듯 그를 스쳐 지나갔다.기성훈은 사람들 틈에 서서 육연희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쓸쓸하게 바라보았다.파티장 안으로 들어서
천우는 어디로 갔는지 육문주가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육문주는 순간 당황하여 핸드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때 핸드폰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황급히 쭈그려 앉아 손으로 땅바닥을 더듬으며 핸드폰을 찾았다. 초라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아프게 하였다. 한때 이름만으로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육문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육문주의 이런 모습에 송군휘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즉시 다가가 휴대전화를 주어서 육문주의 손에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핸드폰을 건네받은 육문
자리에 앉은 송군휘는 천우에게 메뉴판을 건네주며 웃으며 말했다.“먹고 싶은 거 시켜.” 천우는 검고 큰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할아버지, 이 점심밥은 돈 있는 우리 아빠가 쏘게 하세요. 할아버지는 딸과 손녀 때문에 돈도 없으시잖아요.”이 말에 금방 마음을 추슬렀던 송군휘는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그는 큰 손으로 천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밥 한 끼 정도는 할아버지도 사줄 수 있어. 나한테는 퇴직금이 있거든.”“퇴직금이 뭐예요?”“늙으면 일을 하지 않고도 달마다 돈을 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