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는 어디로 갔는지 육문주가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육문주는 순간 당황하여 핸드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때 핸드폰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황급히 쭈그려 앉아 손으로 땅바닥을 더듬으며 핸드폰을 찾았다. 초라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아프게 하였다. 한때 이름만으로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육문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육문주의 이런 모습에 송군휘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즉시 다가가 휴대전화를 주어서 육문주의 손에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핸드폰을 건네받은 육문
자리에 앉은 송군휘는 천우에게 메뉴판을 건네주며 웃으며 말했다.“먹고 싶은 거 시켜.” 천우는 검고 큰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할아버지, 이 점심밥은 돈 있는 우리 아빠가 쏘게 하세요. 할아버지는 딸과 손녀 때문에 돈도 없으시잖아요.”이 말에 금방 마음을 추슬렀던 송군휘는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그는 큰 손으로 천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밥 한 끼 정도는 할아버지도 사줄 수 있어. 나한테는 퇴직금이 있거든.”“퇴직금이 뭐예요?”“늙으면 일을 하지 않고도 달마다 돈을 받을
그는 살아생전에 그의 외손자가 자신을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송군휘는 천우를 품에 안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천우야, 얼른 커서 엄마한테 잘해야 한다. 너의 엄마가 이번 생에 고생 많이 했어.”그가 우는 것을 본 천우는 즉시 휴지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할아버지 울지 마세요. 많이 울면 눈이 멀어서 우리 아빠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돼요.”송군휘는 울음을 멈추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의 아빠는 곧 나아질 거다. 할아버지를 믿으렴.”세 사람이 식사를
조금 전까지 안건으로 머리가 아파 났던 조수아는 이 말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물건을 챙긴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문 앞의 두 사람을 보았을 때 그녀의 가슴속 깊은 곳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 육문주를 향해 달려간 그녀가 그의 품속의 꽃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왜 나에게 꽃을 주려고 해?” 육문주는 그녀에게 다가가 꽃을 그녀의 품에 안겨주고 고개를 숙여 이마에 입맞춤한 뒤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오래도록 행복하길 바란다며 천우가 장미 99송이를 샀어.” 조수아는 그들에게 완전히 감동했다. 그녀는 얼른 허리를 굽혀
조수아는 그의 말에 마음이 약간 흔들렸다.그녀와 육문주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발생했다.어쩌면 이번에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육문주와 함께 차에 올랐다.천우는 엄마가 여동생을 임신했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차 안에서 흥분하여 난리법석을 피웠다.“대박. 저 여동생 생기는거예요? 아빠 대단해요.”육문주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웃으며 말했다.“수아야, 만약 진짜 임신이면 내가 안 된다는 건 완전히 헛소문인 거야.”세 사람은 산부인과로 달려갔다.3
“문주 씨, 좋은 소식이에요. 각막을 찾았어요. 언제 수술하실래요?”이 소식은 육문주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조수아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적합한 각막도 찾았다니.그는 격동하여 조수아의 손목을 끌어당겼다.“수아야, 린다가 적합한 각막을 찾았대.”조수아는 이 소식에 놀라워했다.“정말? 잘됐다. 얼른 집으로 가서 짐 정리하고 곧 갈게.”천우는 이 소식을 듣고 즐거움에 흥얼대었다.“엄마는 아기가 생기고 아빠는 시력이 회복되고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해질 일만 남았어요.”육문주는 즐거움에 흥분하여서인지 시력이 다시 돌
이 말을 들은 송군휘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하지만 곧 수술할 것을 고려하여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육문주 옆으로 가서 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런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다른 수술대로 올라갔다.이 촉감에 육문주는 좀 의아해 났다.왜인지 이 사람이 익숙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마치 어둠 속에서 이 사람이 슬퍼하는 게 느껴지는 듯하였다.그는 본능적으로 발길을 돌려 다시 말했다.“고맙습니다.”그 사람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귓가에는 간호사와 의사의 발걸음 소리와 수술을 준비하는 소리만 들려왔다.육문주는
조수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집사를 바라보았다.집사는 조수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가씨도 여기 계셨네요.”“전 문주 씨가 수술해서 왔는데 집사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눈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집사는 뭔가 말하려다가 말을 바꾸었다.“제가 아니라 어르신이 백내장이 있어 검사하러 왔어요.”조수아는 오빠로부터 송군휘가 M국에 산다고 전해 들었다.그녀는 별다른 의심 없이 담담하게 네하고 대답한 뒤 몸을 돌려 떠났다.집사가 병실로 돌아왔다. 송군휘는 눈에 붕대를 감은 채 곁에 다른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쓸쓸히 침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