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까지 안건으로 머리가 아파 났던 조수아는 이 말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물건을 챙긴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문 앞의 두 사람을 보았을 때 그녀의 가슴속 깊은 곳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 육문주를 향해 달려간 그녀가 그의 품속의 꽃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왜 나에게 꽃을 주려고 해?” 육문주는 그녀에게 다가가 꽃을 그녀의 품에 안겨주고 고개를 숙여 이마에 입맞춤한 뒤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오래도록 행복하길 바란다며 천우가 장미 99송이를 샀어.” 조수아는 그들에게 완전히 감동했다. 그녀는 얼른 허리를 굽혀
조수아는 그의 말에 마음이 약간 흔들렸다.그녀와 육문주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발생했다.어쩌면 이번에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육문주와 함께 차에 올랐다.천우는 엄마가 여동생을 임신했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차 안에서 흥분하여 난리법석을 피웠다.“대박. 저 여동생 생기는거예요? 아빠 대단해요.”육문주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웃으며 말했다.“수아야, 만약 진짜 임신이면 내가 안 된다는 건 완전히 헛소문인 거야.”세 사람은 산부인과로 달려갔다.3
“문주 씨, 좋은 소식이에요. 각막을 찾았어요. 언제 수술하실래요?”이 소식은 육문주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조수아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적합한 각막도 찾았다니.그는 격동하여 조수아의 손목을 끌어당겼다.“수아야, 린다가 적합한 각막을 찾았대.”조수아는 이 소식에 놀라워했다.“정말? 잘됐다. 얼른 집으로 가서 짐 정리하고 곧 갈게.”천우는 이 소식을 듣고 즐거움에 흥얼대었다.“엄마는 아기가 생기고 아빠는 시력이 회복되고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해질 일만 남았어요.”육문주는 즐거움에 흥분하여서인지 시력이 다시 돌
이 말을 들은 송군휘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하지만 곧 수술할 것을 고려하여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육문주 옆으로 가서 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런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다른 수술대로 올라갔다.이 촉감에 육문주는 좀 의아해 났다.왜인지 이 사람이 익숙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마치 어둠 속에서 이 사람이 슬퍼하는 게 느껴지는 듯하였다.그는 본능적으로 발길을 돌려 다시 말했다.“고맙습니다.”그 사람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귓가에는 간호사와 의사의 발걸음 소리와 수술을 준비하는 소리만 들려왔다.육문주는
조수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집사를 바라보았다.집사는 조수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가씨도 여기 계셨네요.”“전 문주 씨가 수술해서 왔는데 집사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눈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집사는 뭔가 말하려다가 말을 바꾸었다.“제가 아니라 어르신이 백내장이 있어 검사하러 왔어요.”조수아는 오빠로부터 송군휘가 M국에 산다고 전해 들었다.그녀는 별다른 의심 없이 담담하게 네하고 대답한 뒤 몸을 돌려 떠났다.집사가 병실로 돌아왔다. 송군휘는 눈에 붕대를 감은 채 곁에 다른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쓸쓸히 침대에
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난 고모의 왕궁에서 노는 게 좋아요.” 조수아가 웃으면서 다가갔다. “고모님은 외출도 불편하고 할 일도 많으니까 이따가 둘째 삼촌이 오시면 둘째 삼촌 댁으로 가자.” “하지만 둘째 삼촌네 집에는 춤 잘 추는 잘생긴 아저씨가 없어요. 전 아저씨가 춤추는 것을 보고 싶어요.” 조수아는 의아했다. “잘생긴 아저씨?” 천우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바로 지혜 이모와 영화를 찍었던 멋있는 아저씨예요. 그 아저씨가 고모를 위해 공연하는 걸 봤어요.” 조수아는 한지혜와 촬영했던 상대 배우가
육연희는 기성훈의 얼굴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과거의 기억들이 순간 그녀의 뇌리에 스쳐 갔다.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기성훈에게 쥐여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이건 너한테 주는 수고비야. 내 부하들이 오고 있으니까 앞에서 멈춰.” 기성훈은 그 카드를 꽉 쥐었다. 손바닥에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당시 육연희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이토록 아팠었다. 그는 그녀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희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했던 말들 취소할게. 용
조수아와 천우는 한껏 긴장된 얼굴로 두 손을 꼭 잡고 의사가 천천히 붕대를 푸는 모습을 숨죽이고 지켜봤다.그렇게 육문주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얼굴을 드러냈다.천우가 조심스레 그에게 말을 걸었다.“아빠, 저랑 엄마 얼굴이 보이나요? 눈 좀 떠봐요.”육문주가 살짝 눈을 떠보니 한 줄기의 어두운 빛이 서서히 눈에 비쳤다.그리고 크고 작은 형체가 흐릿하게 보이다가 다시 점차 선명해지기 시작했다.그는 의사의 조언대로 손으로 눈을 비빌 수 없어 그저 두 눈을 힘껏 감았다가 다시 떴다.그제서야 천우의 귀여운 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