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성도민에게 배유현의 관련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한 후, 직접 배유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배유현은 계속해서 시후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그녀는 시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후의 장인 김상곤에게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선물했을 뿐만 아니라, 시후의 아내인 유나에게도 50억의 대규모 인테리어 주문을 제공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시후가 적어도 전화로 감사 인사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배유현은 곧바로 전화를 받으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선생님,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전화를 주시다니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제니퍼 양,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풍수를 봐 드리는 건 그저 간단한 일이라 굳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그런데도 제 장인에게 컬리넌을 선물해 주셔서 정말 놀랐습니다." 시후는 이렇게 말하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사실 마음속에는 전혀 미안한 감정은 없었다.배유현은 이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너무 겸손하십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풍수 대가 신데, 제가 풍수를 봤다면 당연히 비용을 지불해야죠.. 만약 제가 선생님께 이렇게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아마 다른 분들도 선생님께 무례할 수 있으니 제가 다 죄송스러워질 걸요." 그녀는 이어 말했다. "또한, 이건 그냥 예의상 오가는 마음일 뿐이니 너무 크게 신경 쓰시지 마세요.. 저는 그저 서로 교류하며 친구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저도 더 이상 제니퍼 양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시후는 화제를 돌려 말했다. "그런데, 혹시.. 제니퍼 양이 시간을 내주시면 제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요.. 어떠십니까?”배유현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뻤고, 주저 없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저를 초대해 주신다면 영광이죠. 언제든지 시간은 비울 수 있답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으로 하죠. 장소는 정해지면 메시지로 알려드리겠습니다."배유현은 흔쾌히 동의하며 말했다. "좋아요! 선생님의 연락을
유나는 놀라며 물었다. "아빠, 오늘 왜 갑자기 정장을 차려 입으셨어요?"김상곤은 넥타이를 조인 뒤 웃으며 말했다. "어휴.. 이제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모는 사람이니, 옷차림도 신경 써야 하지 않겠어?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가 운전기사인 줄 알 거야."유나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아빠, 잊지 마세요. 그 롤스로이스는 시후 씨가 선물 받은 거잖아요... 시후 씨에게 그 차가 필요한지 물어보지 않으셨어요?"그러자 김상곤은 어색하게 코를 매만지며 곧바로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서방, 그... 차가 필요하나? 필요하다면, 내가 차를 놔두고 갈게..." 그는 이어서 말했다. "은 서방, 하지만 자네가 당분간 차가 필요 없으면, 내가 잠시 몰도록 하자. 언제든지 자네가 필요할 때 말해주면, 내가 바로 차를 내 줄게. 절대 자네가 사용하는 데 지장 없도록 할 테니까 걱정 마!"시후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버님, 걱정 마시고 모셔도 됩니다. 저는 그 차를 쓰지 않을 거예요. 가능하다면, BMW 530을 제가 가끔씩 사용하게 해주시면 됩니다."김상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은 서방, 그렇다면 내가 자네 대신 저걸 몰고 다니도록 할 게. 언제든지 자네가 롤스로이스를 타고 싶다면, 내가 태워주고!" 그는 이어서 말했다. "BMW 530은 지금 서화협회 건물 아래에 주차되어 있어. 그럼, 내가 도착하면 서화협회 사람들에게 그 차를 자네에게 가져다 주라고 하지!”"좋습니다."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마침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차가 필요하거든요."유나는 시후에게 물었다. "여보,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고 오는 거예요?""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요.""그래요." 유나는 이제 시후에게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시후는 유나에게 물었다. "유나 씨, 제니퍼 양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수주할지 결정은 다 했어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후가 되었지만 블랙 드래곤의 네트워크에서 딱히 유용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후는 제니퍼가 누구인지에 상관없이 오늘 밤 먼저 그녀의 곁에 머물고 있는 6성 무인을 제압하기로 결심했다. 오후 5시, 시후는 이화룡이 보낸 주소를 배유현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장인어른이 타던 BMW 530을 타고 교외의 민박집으로 향했다. 배유현은 이때 호텔에서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제 제작된 하얀 에르메스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를 우아하게 하나로 묶은 뒤, 검은색 머리핀으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흠 없는 진주 귀걸이를 조심스럽게 착용했다. 그녀의 옷차림은 세련되어 보였고, 장신구는 고풍스러웠다. 이와 같은 조합은 그녀에게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놀랍도록 잘 어울렸다. 간단히 화장을 하고 나자, 배유현의 외모는 평소 쌩얼 보다 훨씬 돋보였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그녀는 시후가 보낸 주소를 메시지로 확인했다. 그 주소가 민박집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배유현은 잠시 당황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시후가 헤븐 스프링스에서 식사를 대접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후는 교외에 위치한 민박집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그녀로 하여금 놀라움을 주었다. 게다가 이 식당은 진짜 민박집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었다. 메시지에는 이미 명확하게 민박 가마솥 오리탕이라는 이름과 함께 주소가 기재되어 있었다. 시후는 주소를 보내는 것 외에도 추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제니퍼 양, 프랑스에 오래 있었으니 프랑스 요리에 익숙하겠지만, 아마 한국 전통 요리를 경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이곳 오리탕이 정말 일품입니다. 제가 먼저 가서 주문을 해둘 테니, 도착하면 바로 식사할 수 있을 겁니다."배유현은 지금까지 가마솥 오리탕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 민박집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가마솥 오리탕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어 가마솥 오리탕의 이미
만약 경매장에서 회춘단을 낙찰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시후와의 사적인 친분을 통해 협상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을 것이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진짜 신분이 경매장에서 드러날 것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니퍼라는 신분 자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랑스의 제니퍼라는 이름을 가진 자신의 신분은 페이셔스 그룹의 먼 친척으로 되어 있으며, 자신은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을 동반해 경매에 참석하는 타당한 일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심지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환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경매장에서 할아버지가 회춘단을 낙찰 받지 못하게 되어 깊은 유감과 실망에 빠졌을 때, 자신이 시후와의 사적인 관계를 통해 직접 회춘단을 구입하는 장면을 상상한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배유현 자신은 할아버지의 눈에 구세주가 될 것이다. 배유현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약간의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이 기회가 바로 자신의 가족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새로운 위치에 우뚝 설 수 있는 유일한 것임을 알았기에 마음속의 수치심은 금세 사라졌다. 그녀는 페이셔스 그룹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다투는 것이 마치 왕실에서 권력을 얻기 위해 다투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그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5분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문 밖에서 루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차가 준비되었습니다.""좋아요, 바로 나갈게요." 배유현은 한정판 에르메스 히말라야 플래티넘 백을 들어 올렸다. 플래티넘 백의 흑백 그라데이션은 그녀의 드레스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입구에 위치한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배유현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옷을 차려 입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런 옷을 입고 민박집에서 가마솥 오리탕이라니.. 혼자 정말 웃기겠군..’ 가볍게 한숨을 쉬고, 배유현은
루이의 말에 배유현은 이마를 찌푸렸다. 분명히 루이가 과장해서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지난해 막 정식으로 6성 무인이 되었다. 그의 현재 실력은 6성 무인 중에서도 가장 하위에 속했는데, 따라서 시후의 실력이 6성 무인의 수준에 도달했다면, 루이보다 강할 가능성이 높고 그의 수련 상태를 꿰뚫어보는 것 역시도 쉬울 것이다. 그러나 루이는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배유현이 약간 걱정하는 것을 보고 잠시 고민한 뒤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 제 생각에는 은시후라는 인물이 6성 무인이거나 그 이상의 고급 무사일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배유현은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루이는 답했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무술이 별로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무술 고수들은 대부분 해외에 있기 때문입니다. 은시후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그러니 무술 고수일 가능성도 매우 낮죠. 제가 알기로는 한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무술 실력을 가진 사람도 4성 무인 정도이며, 5성 무인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은시후 씨는 뭔가 너무 미스터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는 이해할 수 없고, 꿰뚫어보기 힘든 점들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가 나이가 어린 무술 고수일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그는 풍수를 연구하고 제약 공장을 운영하는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20대에 무술 고수까지 될 수는 없겠죠. 제가 너무 깊이 고민한 것 같아요.”루이도 동의하며 말했다. "맞습니다. 무술은 어려서부터 뛰어난 사무에게 가르침을 받고,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20대에 6성 무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아는 가장 젊은 6성 무인은 그 당시 35세였으며, 그는 3세부터 무술을 익혔고, 35세에 6성 무인이 되기까지 32년 동안 하루에 적어도 14시간 이상을 무술 수련에 쏟은
게다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호흡과 그 리듬, 그리고 세기를 느껴 보면, 이들은 무술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반인임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루이는 이곳에는 매복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가씨, 차에서 내리셔도 됩니다." 이 말을 듣고 배유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루이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루이가 다른 사람의 호흡과 심장 박동을 감지해 벽 너머에 숨어 있는 적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루이가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면, 이곳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뜻일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환경은 그녀에게 정말로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민박집의 건물들은 오래되어 낡았고, 비록 리모델링이 되었지만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었다. 배유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당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마당 구석에 큰 몸집의 오리 십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리들은 자동차 엔진 소리에 놀랐는지, 둥지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크게 꽥꽥 대고 있었다.배유현은 눈앞의 눈처럼 하얀 오리를 보고, 자신이 입고 있는 순백색 에르메스 맞춤형 드레스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이 오리들 앞에서 자신이 마치 광대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무슨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거야..? 물론 이건 은시후 씨가 먼저 제안한 저녁 식사라, 자리에 앉아만 있고 음식을 먹지 않으면 예의상 말이 안 될 텐데...' 그녀가 이곳의 열악한 환경에 고민하고 있을 때, 불이 켜진 객실 문이 열리고, 흰색 티셔츠에 물이 빠진 청바지를 입은 시후가 나왔다. 그는 배유현을 보고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 제니퍼 양 오셨군요. 어서 들어오세요!"배유현은 시후의 편안한 차림을 보고, 자신이 약간 부끄러워졌다. 시후의 이러한 복장은 이곳과 잘 어울렸으며, 그의 잘생긴 외모와 밝은 미소가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
시후의 초대로 배유현은 어쩔 수 없이 마음을 굳히고 방으로 들어갔다. 시후는 루이를 향해 함께 식사할 것을 권했다. "기사님, 같이 들어와서 식사하시죠? 여긴 보는 눈이 없습니다!" 그러자 루이는 고개를 저으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기사로서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더 권하지는 않겠습니다.”루이는 "괜찮습니다. 저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재빨리 대답했다. 시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배유현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이 방은 '방'이라기보다는 그냥 일반적인 벽돌집이었다. 방의 면적은 크지 않았고, 안은 꽤 휑했다. 정면 벽에는 네모난 흙으로 만든 조리대가 있었다. 조리대 아래의 화로에서는 숯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위의 적당한 크기의 가마솥에는 뚜껑 주변으로 끊임없이 수증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방 안은 짙은 오리 고기 향으로 가득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배유현은 이 고기 냄새를 맡자마자 입안에서 침이 저절로 분비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생수병을 꺼내 한 모금 마시며 어색함을 감추려 했지만, 속으로는 '오리탕 냄새가 정말로 너무 맛있게 나는 걸..? 하지만 이런 곳에서 만든 음식이 정말 맛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사이, 시후는 방 안의 의자 하나를 가리키며 배유현에게 권했다. "제니퍼 양, 앉아요! 이곳 음식이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할까 했지만, 들은 바로는 프랑스 요리가 양식의 롤스로이스나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프랑스에서 자란 당신이 한국에서 먹는 양식은 딱히 맛있을 것 같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음식을 소개하기로 했어요. 만약 입맛에 안 맞으면 말씀하세요. 지금이라도 시내로 가서 다른 레스토랑에 가도 괜찮으니까요." 시후의 말에 배유현은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시후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할 줄
배유현은 자신의 앞접시가 시후가 담아준 음식으로 가득 찬 것을 보고, 마음속에 설렘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남성과 단둘이 식사를 한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처럼 이성이 자신을 배려해주는 느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자꾸 저에게만 음식을 주시지 말고, 선생님께서도 어서 덜어 드세요 아직 한 입도 드시지 않았잖아요..."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아 괜찮아요. 제가 젓가락을 사용하면, 더는 음식을 덜어 드릴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다시 그녀에게 껍질이 붙은 오리 고기 한 조각을 주며 말했다. "사실 이렇게 오리나 닭 백숙을 먹을 때는, 껍질이 붙은 고기가 제일 맛있습니다. 어서 맛보세요!" 배유현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고기를 입가에 가져다 대고 살짝 불어 온도를 확인한 후, 입에 넣고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한 입 먹었을 때, 그녀의 눈이 매우 커졌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진한 향이 그녀의 미각을 자극했고, 장작불에서 오랜 시간 동안 끓인 오리 고기는 그녀가 미국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맛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더욱 놀랐다. 그녀는 급히 시후가 자신에게 준 전복을 한 번 입에 넣었다. 전복은 입안에서 살살 녹으며 기름지지 않은 이 식감은 그녀가 갖고 있던 해산물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놀라웠던 것은 냄비 안의 부추였다. 그녀는 부추가 이렇게 부드럽고도 향긋한 식감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맛은 너무도 훌륭해 배유현이 큰 감동을 받을 정도였다.시후는 이 외국에서 자란 배유현이 이렇게 가마솥에 끓인 오리탕을 좋아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요리사를 불러 오리고기를 조금 덜어낸 뒤 죽을 끓이도록 했다.그러나 단순한 이 오리 국물로 끓인 죽조차도 배유현의 입맛을 또 한 번 사로잡았으며,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시후는 배유현에게 음식을 권하면서도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저녁 7시
이 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중열의 온몸이 흠칫 떨렸다. 그는 곧바로 고개를 들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주한 것은 바로 미소를 짓고 있는 시후의 모습을 보고 순간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도련님.... 어째서.. 어떻게 오신 겁니까?”시후는 조용히 이중열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속으로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이중열을 보지 않은 지 단 며칠이 지났을 뿐이지만, 그는 이미 한층 더 늙고 초췌해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최근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것이었다.시후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가볍게 미소를 띠고 말했다. “며칠 전부터 여기 있었어요. 삼촌께서 홍콩으로 가시는 날인데, 제가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번에 홍콩에 온 이유는 바로 삼촌이 무사히 홍콩에 가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이제부터 그 누구도 삼촌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그러자 이중열은 다급하게 말했다. “도련님..! 유가휘가 저를 죽이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를 직접 마중 나오시면, 정말 위험할 겁니다....!”하지만 시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서 있는 성도민을 가리켰다. “삼촌, 이 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이 바로 블랙 드래곤의 리더, 성도민 씨입니다. 오늘 누군가 삼촌님을 해치려 하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방해한다면 저는 반드시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것입니다.”성도민은 즉시 공손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은 선생님과 제가 있는 한, 홍콩에서 감히 선생님께 손을 대려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이중열은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그의 눈가는 순식간에 붉어졌고, 그는 끝까지 눈물을 참으며 목이 메인 듯 간신히 말했다. “도련님.... 저는 은서준 상무님께도 아직 큰 은혜를 갚지 못했는데.... 이제 또 이렇게 크나큰 은혜를 입게 되었으니....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성도민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배 회장님, 걱정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한편, 옆에서 이 말을 듣던 유가휘는 크게 놀랐다.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조금 전 배유현의 말을 들어보니.. TS Shipping의 진짜 주인은 은 비서라는 뜻인가? 그 변지현이라는 사람도 은 비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러자 유가휘는 이내 감탄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은 비서는 단순히 TS Shipping의 비서일 리가 없어! 만약 은 비서가 TS Shipping의 실제 소유주 라면, 그의 진짜 능력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날지도 몰라!’유가휘는 자신도 모르게 시후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시후는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곁에 서 있는 성도민과 배유현과 같은 강력한 인맥을 가지고 있으니 그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임이 틀림없었다.유가휘는 다시 속으로 생각했다. ‘휴우.. 그럼 따라야지..!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 남자가 정말 능력이 있으면 설령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는 것이 될 지도 모르지만 은 비서라는 인물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경이의 능력에 달려 있어!’ 지금 유가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시후와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는 아직 커다란 위험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십여 분이 더 지나자, 성도민의 휴대폰으로 부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시후에게 보고했다. “은 선생님, 손님이 곧 나오십니다!”“오?” 시후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여러분은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제가 직접 나가서 모셔오겠습니다.”유가휘는 서둘러 말했다. “은 비서님, 제가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시후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거절했다. “아닙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동안 배 회장님과 더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도 좋겠군요.”유가휘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홍콩 공항에 투자를 했다는 신분 덕분에, 유가휘는 전화를 한 통 걸었고 곧바로 한 명의 공항 임원이 서둘러 달려와 몇 차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일행을 도착 홀 2층에 있는 VIP 라운지로 안내했다.이 VIP 라운지는 본래 VIP 고객들을 접대하기 위한 장소였고, 유가휘 역시 처음에 이곳을 미리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배유현은 귀빈 중의 귀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가휘는 자신이 먼저 도착 홀에서 직접 그녀를 기다려 맞이해야만 그녀에 대한 존중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 만약 자신이 먼저 VIP 라운지에 앉아서 다른 사람이 배유현을 안내해 오기를 기다린다면, 그것은 마치 자신의 위치를 지나치게 높이는 것처럼 오만해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VIP 라운지에 도착한 후에도, 유가휘는 여전히 이 점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그는 시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제가 여기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면 예의에 조금 어긋나지 않을까요? 차라리 이렇게 하시죠. 그 손님의 성함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제가 직접 안내판을 들고 공항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면 은 비서님과 배 회장님께서는 여기서 편히 쉬시면 되고요!"시후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미소 지었다. "유 회장님, 그렇게 까지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분은 저와 관련된 분이시니, 당연히 제가 직접 나가서 맞이해야 합니다. 그러니 여기서 잠시 쉬고 계세요. 제가 손님을 모시고 오면, 그때 다 같이 인사를 나누시면 됩니다."유가휘는 즉시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은 비서님, 그러면 제가 같이 따라가서 모시겠습니다!"시후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만 직접 가면 됩니다." 그는 더 이상 유가휘에게 고민할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배유현을 향해 말했다. "배 회장님, 유 회장님은 홍콩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니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는 것도 좋겠군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게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눈빛 속에 놀라움과 믿을 수 없다는 감정으로 가득했다. 원래 두 사람은 배유현이 단순히 시후의 친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예상과 달리, 배유현은 오히려 시후의 앞에서 겸손하게 저자세로 행동하며, 정중하게 시후를 '은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심지어 ‘은 선생님을 돕는 것이 영광입니다.’ 라고까지 말했다. 이건 이미 단순한 존중의 수준을 넘어, 마치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보이는 태도나 말투와 더 유사해 보였다.유가휘와 방가흔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대단한 재벌 가문인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인 배유현이 대체 왜 시후에게 이렇게까지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그때, 시후가 배유현을 향해 말했다. "배유현 씨, 내 친구 두 명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는 옆에 서 있는 유가휘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이쪽은 홍콩에서 유명하신 유가휘 회장님, 옆에 계신 분은 사모님이신 방가흔 씨입니다."배유현은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듣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이미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온 것은 이중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고, 이중열을 노리고 있는 자가 바로 홍콩 재벌인 유가휘 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시후가 유가휘를 직접 이곳으로 데려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구나, 상황으로 짐작해 보아하니 유가휘는 시후와 친구가 된 듯했으며, 자신이 현재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배유현이 속으로 놀라고 있을 때, 유가휘가 이미 먼저 손을 내밀며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유가휘라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당신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홍콩에서 직접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영광입니다!"배유현은 속마음을 감추고, 유가휘를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맞잡고 미소 지었다. "유 회장님, 저도 회장님의 명성을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옆에 있던 방가흔도 긴장한 듯 서둘러 인
유가휘와 방가흔은 홍콩에서는 이미 최상위층에 속해 있었지만, 전세계 적으로 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반면, 페이셔스 그룹의 경우 이미 일반적인 부호 순위에 오를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숨겨진 거대 재벌가였으며, 종합적인 영향력은 유가휘의 집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그런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바로 배유현이었기에, 유가휘와 방가흔에게 있어 그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은 마치 작은 시골 마을의 최고 부자가 그 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을 직접 만날 기회를 얻은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흥분과 함께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시후는 아주 여유로운 상태였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당당하게 도착장으로 걸어갔다.그 시각, 도착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방가흔은 조금 전에 유가휘와 함께 시후를 마중 나왔을 때처럼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이전과 같은 부잣집 사모님 같은 태도도 온데간데없었다.이때, 군중 속에서 성도민이 몸을 돌려 시후 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특별한 상황은 없었나요?"성도민은 공손하게 답했다. "보고드립니다, 은 선생님.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습니다."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가휘는 성도민이 여기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그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성... 성도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성도민은 유가휘를 힐끗 쳐다본 후, 가볍게 인사를 받긴 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시후가 유가휘와 마치 친구처럼 친밀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가휘는 시후의 진정한 정체와 이번 홍콩 방문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성도민은 굳이 유가휘와 많은 말을 나눌 필요가 없었다.20분 후.세관 출구에서 눈에 띄는 아름다운 실루엣이
이때, 시후와 유가휘 부부도 이미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해 있었다.차량 대열이 공항 도착장 입구 앞에 멈춰 서자, 유가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도 곧 도착하겠죠?"시후는 시간을 확인한 후 덤덤하게 말했다. "아직 십여 분 정도 남았습니다."유가휘는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차에서 기다릴까요, 아니면 안으로 들어갈까요?"시후는 가볍게 대답했다. "들어가서 기다리시죠." 그렇게 말한 후, 시후는 먼저 차 문을 열고 내렸다.유가휘도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갑자기 운전사가 몸을 돌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조금 전 들어온 소식입니다. 이중열이 이미 세관에 들어갔다고 합니다.""오, 벌써 도착했군...." 유가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놈을 만나서 그 자식이 지금 얼마나 초라하게 변했을지 궁금해.... 하지만 오늘은 아내도 있으니, 가급적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운전사가 재빨리 답했다. "은 비서님 말씀대로라면 배유현 회장은 20분 후에 도착할 것이고, 배유현 회장을 만난 뒤 바로 떠날 겁니다. 이중열은 나오려면 최소한 30분 이상 걸릴 테니, 시간상 마주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좋아." 유가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앞차에 타고 있던 방가흔도 차에서 내렸고, 유가휘는 운전사에게 말했다. "내 아내는 아직 이중열이 오늘 돌아온다는 걸 모른다. 그러니 너희도 입 조심해. 이중열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아내가 어떤 소식도 듣지 않도록 해야 해.”운전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안심하십시오. 절대 입 밖에 내지 않겠습니다."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만약 저쪽에서 빨리 움직이면, 이중열은 오늘 밤 살아남기 힘들지 않겠습니까?"유가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해가 지기도 전에 끝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상황이 변했어. 원래 홍문의 임 사범이 이 청부살인 건을 맡으려 했지만, 지금 홍콩을 떠난
오후 두 시. 이중열이 탄 항공편은 정시에 홍콩 국제공항에 착륙했다.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이중열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오랫동안 홍콩을 떠나 있었기에, 창밖의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이중열에게 익숙한 것은 사방에서 볼 수 있는 한자들 뿐이었다. 그 글자들은 마치 그에게 20년 만에 추억이 있는 지역으로 마침내 돌아왔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홍콩에 온 뒤에 아마도 홍콩에 다시 익숙해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홍콩 땅을 밟는 순간부터, 그의 생명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때, 한 스튜어드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이 선생님, 규정에 따라 조금 뒤 비행기에서 서둘러 내리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승객이 내린 뒤에 저희가 직접 선생님과 함께 관련 서류를 홍콩 세관에 인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된 것이었지만, 범죄자는 아니었기에 미국 경찰이나 관계자가 그와 함께 동행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절차에 따르면, 추방 대상자의 여권 정보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5년, 10년 또는 영구적으로 미국 입국을 금지한 후, 바로 출국 항공편을 배정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후의 일은 미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미국 당국은 그를 출국 항공편에 태우면서 관련 서류를 항공사 직원에게 전달했고, 해당 직원은 그가 비행기에서 내리면 홍콩 세관에 그를 인계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된다.비행기의 모든 승객이 내린 후, 승무원이 다시 이중열에게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이 선생님, 저와 함께 가시면 됩니다.""네." 이중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는 머리 위 수납칸에서 작은 기내용 가방을 꺼낸 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비행기에서 내렸다.복도를 지나자, 두 명의 세관 직원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오후, 이중열이 공항 세관에서 나오는 순간, 바로 자신과 유가휘가 대치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가휘의 아내가 옆에서 이 상황을 목격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유미경이 함께 오지 않기를 바랐다. 이틀 간 함께 지내는 동안, 시후는 유미경이라는 여성을 꽤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유미경이 자신과 그녀의 아버지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시후가 이번에 홍콩에 와서 유가휘와 가까워졌을 때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유미경 앞에서는 자신의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았다. 시후의 계획은 공항에서 모든 문제를 처리한 뒤, 더 이상 유가휘의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었고 유미경과의 관계도 그저 이번 식사를 마지막으로 끝낼 생각이었다.유미경은 시후의 마음속 의도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함께 공항에 가기를 원했다. 시후가 누굴 만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후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자, 유미경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식사 후에 침사추이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갈 수 없어요.""알겠다." 유가휘는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은 비서님의 친구 분이 우리 집에 오고 싶어 하면,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테니 그때는 오도록 해라.”유미경은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저녁에 먹자 골목에 가실 건가요?" 그러자 시후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말했다. "일단 오후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네 알겠어요."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먹자 골목에 가려던 계획이 아마도 연기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오후에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그래요."...오후 1시. 식사를 마친 후, 시후와 유가휘의 가족들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유가휘는 방가흔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다른 차를 타. 나는 은 비서님과 함께 차를 탈게." 방가흔은 주저 없이 대
시후가 자신의 요청을 들어주자 유가휘는 내심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은 홍콩의 Lii 그룹이었다. 하지만, Lii 그룹은 페이셔스 그룹 앞에서는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유가휘는 페이셔스 그룹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쁜 마음으로 시후에게 말했다. "은 비서님, 조금 뒤 먼저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드시죠. 아내가 미리 가서 준비를 할 겁니다. 미경이도 함께 올 것이고요. 식사하신 뒤에, 저는 아내와 함께 은 비서님과 공항에서 배유현 회장을 맞이하러 가는 걸로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계획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하죠."유가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은 비서님, 배유현 회장이 홍콩에 오는데, 어디에 묵으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홍콩에는 페이셔스 그룹의 소유물이 없어서, 배유현 회장이 호텔에 묵기 위해 이곳까지 오게 하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배유현 회장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는 건 어떻습니까? 저희 집에는 수십 개의 게스트룸이 있으니, 배유현 회장 일행이 충분히 머물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제가 대신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배유현 회장이 오면,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네요."유가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비서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좀 더 격식 있게 준비를 하라고 해야겠습니다!"점심 시간이 되어 시후와 유가휘는 미리 예약한 고급 광동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방가흔은 이미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와 유가휘가 탄 차량이 도착하자, 방가흔은 바로 차량으로 다가왔고, 차량이 멈추었을 때 시후가 타고 있는 오른쪽 차문을 열어주었다.시후는 약간 놀랐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방가흔이 자신을 위해 직접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