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놀라며 물었다. "아빠, 오늘 왜 갑자기 정장을 차려 입으셨어요?"김상곤은 넥타이를 조인 뒤 웃으며 말했다. "어휴.. 이제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모는 사람이니, 옷차림도 신경 써야 하지 않겠어?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가 운전기사인 줄 알 거야."유나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아빠, 잊지 마세요. 그 롤스로이스는 시후 씨가 선물 받은 거잖아요... 시후 씨에게 그 차가 필요한지 물어보지 않으셨어요?"그러자 김상곤은 어색하게 코를 매만지며 곧바로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서방, 그... 차가 필요하나? 필요하다면, 내가 차를 놔두고 갈게..." 그는 이어서 말했다. "은 서방, 하지만 자네가 당분간 차가 필요 없으면, 내가 잠시 몰도록 하자. 언제든지 자네가 필요할 때 말해주면, 내가 바로 차를 내 줄게. 절대 자네가 사용하는 데 지장 없도록 할 테니까 걱정 마!"시후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버님, 걱정 마시고 모셔도 됩니다. 저는 그 차를 쓰지 않을 거예요. 가능하다면, BMW 530을 제가 가끔씩 사용하게 해주시면 됩니다."김상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은 서방, 그렇다면 내가 자네 대신 저걸 몰고 다니도록 할 게. 언제든지 자네가 롤스로이스를 타고 싶다면, 내가 태워주고!" 그는 이어서 말했다. "BMW 530은 지금 서화협회 건물 아래에 주차되어 있어. 그럼, 내가 도착하면 서화협회 사람들에게 그 차를 자네에게 가져다 주라고 하지!”"좋습니다."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마침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차가 필요하거든요."유나는 시후에게 물었다. "여보,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고 오는 거예요?""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요.""그래요." 유나는 이제 시후에게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시후는 유나에게 물었다. "유나 씨, 제니퍼 양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수주할지 결정은 다 했어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후가 되었지만 블랙 드래곤의 네트워크에서 딱히 유용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후는 제니퍼가 누구인지에 상관없이 오늘 밤 먼저 그녀의 곁에 머물고 있는 6성 무인을 제압하기로 결심했다. 오후 5시, 시후는 이화룡이 보낸 주소를 배유현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장인어른이 타던 BMW 530을 타고 교외의 민박집으로 향했다. 배유현은 이때 호텔에서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제 제작된 하얀 에르메스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를 우아하게 하나로 묶은 뒤, 검은색 머리핀으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흠 없는 진주 귀걸이를 조심스럽게 착용했다. 그녀의 옷차림은 세련되어 보였고, 장신구는 고풍스러웠다. 이와 같은 조합은 그녀에게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놀랍도록 잘 어울렸다. 간단히 화장을 하고 나자, 배유현의 외모는 평소 쌩얼 보다 훨씬 돋보였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그녀는 시후가 보낸 주소를 메시지로 확인했다. 그 주소가 민박집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배유현은 잠시 당황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시후가 헤븐 스프링스에서 식사를 대접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후는 교외에 위치한 민박집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그녀로 하여금 놀라움을 주었다. 게다가 이 식당은 진짜 민박집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었다. 메시지에는 이미 명확하게 민박 가마솥 오리탕이라는 이름과 함께 주소가 기재되어 있었다. 시후는 주소를 보내는 것 외에도 추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제니퍼 양, 프랑스에 오래 있었으니 프랑스 요리에 익숙하겠지만, 아마 한국 전통 요리를 경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이곳 오리탕이 정말 일품입니다. 제가 먼저 가서 주문을 해둘 테니, 도착하면 바로 식사할 수 있을 겁니다."배유현은 지금까지 가마솥 오리탕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 민박집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가마솥 오리탕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어 가마솥 오리탕의 이미
만약 경매장에서 회춘단을 낙찰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시후와의 사적인 친분을 통해 협상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을 것이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진짜 신분이 경매장에서 드러날 것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제니퍼라는 신분 자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랑스의 제니퍼라는 이름을 가진 자신의 신분은 페이셔스 그룹의 먼 친척으로 되어 있으며, 자신은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을 동반해 경매에 참석하는 타당한 일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심지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환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경매장에서 할아버지가 회춘단을 낙찰 받지 못하게 되어 깊은 유감과 실망에 빠졌을 때, 자신이 시후와의 사적인 관계를 통해 직접 회춘단을 구입하는 장면을 상상한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배유현 자신은 할아버지의 눈에 구세주가 될 것이다. 배유현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약간의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이 기회가 바로 자신의 가족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새로운 위치에 우뚝 설 수 있는 유일한 것임을 알았기에 마음속의 수치심은 금세 사라졌다. 그녀는 페이셔스 그룹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다투는 것이 마치 왕실에서 권력을 얻기 위해 다투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그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5분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문 밖에서 루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차가 준비되었습니다.""좋아요, 바로 나갈게요." 배유현은 한정판 에르메스 히말라야 플래티넘 백을 들어 올렸다. 플래티넘 백의 흑백 그라데이션은 그녀의 드레스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입구에 위치한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배유현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옷을 차려 입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런 옷을 입고 민박집에서 가마솥 오리탕이라니.. 혼자 정말 웃기겠군..’ 가볍게 한숨을 쉬고, 배유현은
루이의 말에 배유현은 이마를 찌푸렸다. 분명히 루이가 과장해서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지난해 막 정식으로 6성 무인이 되었다. 그의 현재 실력은 6성 무인 중에서도 가장 하위에 속했는데, 따라서 시후의 실력이 6성 무인의 수준에 도달했다면, 루이보다 강할 가능성이 높고 그의 수련 상태를 꿰뚫어보는 것 역시도 쉬울 것이다. 그러나 루이는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배유현이 약간 걱정하는 것을 보고 잠시 고민한 뒤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 제 생각에는 은시후라는 인물이 6성 무인이거나 그 이상의 고급 무사일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배유현은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루이는 답했다.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무술이 별로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무술 고수들은 대부분 해외에 있기 때문입니다. 은시후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그러니 무술 고수일 가능성도 매우 낮죠. 제가 알기로는 한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무술 실력을 가진 사람도 4성 무인 정도이며, 5성 무인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은시후 씨는 뭔가 너무 미스터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는 이해할 수 없고, 꿰뚫어보기 힘든 점들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가 나이가 어린 무술 고수일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그는 풍수를 연구하고 제약 공장을 운영하는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20대에 무술 고수까지 될 수는 없겠죠. 제가 너무 깊이 고민한 것 같아요.”루이도 동의하며 말했다. "맞습니다. 무술은 어려서부터 뛰어난 사무에게 가르침을 받고,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20대에 6성 무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아는 가장 젊은 6성 무인은 그 당시 35세였으며, 그는 3세부터 무술을 익혔고, 35세에 6성 무인이 되기까지 32년 동안 하루에 적어도 14시간 이상을 무술 수련에 쏟은
게다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호흡과 그 리듬, 그리고 세기를 느껴 보면, 이들은 무술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반인임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루이는 이곳에는 매복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가씨, 차에서 내리셔도 됩니다." 이 말을 듣고 배유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루이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루이가 다른 사람의 호흡과 심장 박동을 감지해 벽 너머에 숨어 있는 적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루이가 차에서 내리라고 했다면, 이곳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뜻일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환경은 그녀에게 정말로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민박집의 건물들은 오래되어 낡았고, 비록 리모델링이 되었지만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었다. 배유현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당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마당 구석에 큰 몸집의 오리 십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리들은 자동차 엔진 소리에 놀랐는지, 둥지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크게 꽥꽥 대고 있었다.배유현은 눈앞의 눈처럼 하얀 오리를 보고, 자신이 입고 있는 순백색 에르메스 맞춤형 드레스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이 오리들 앞에서 자신이 마치 광대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무슨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거야..? 물론 이건 은시후 씨가 먼저 제안한 저녁 식사라, 자리에 앉아만 있고 음식을 먹지 않으면 예의상 말이 안 될 텐데...' 그녀가 이곳의 열악한 환경에 고민하고 있을 때, 불이 켜진 객실 문이 열리고, 흰색 티셔츠에 물이 빠진 청바지를 입은 시후가 나왔다. 그는 배유현을 보고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 제니퍼 양 오셨군요. 어서 들어오세요!"배유현은 시후의 편안한 차림을 보고, 자신이 약간 부끄러워졌다. 시후의 이러한 복장은 이곳과 잘 어울렸으며, 그의 잘생긴 외모와 밝은 미소가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
시후의 초대로 배유현은 어쩔 수 없이 마음을 굳히고 방으로 들어갔다. 시후는 루이를 향해 함께 식사할 것을 권했다. "기사님, 같이 들어와서 식사하시죠? 여긴 보는 눈이 없습니다!" 그러자 루이는 고개를 저으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기사로서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더 권하지는 않겠습니다.”루이는 "괜찮습니다. 저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재빨리 대답했다. 시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배유현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이 방은 '방'이라기보다는 그냥 일반적인 벽돌집이었다. 방의 면적은 크지 않았고, 안은 꽤 휑했다. 정면 벽에는 네모난 흙으로 만든 조리대가 있었다. 조리대 아래의 화로에서는 숯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위의 적당한 크기의 가마솥에는 뚜껑 주변으로 끊임없이 수증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방 안은 짙은 오리 고기 향으로 가득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배유현은 이 고기 냄새를 맡자마자 입안에서 침이 저절로 분비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생수병을 꺼내 한 모금 마시며 어색함을 감추려 했지만, 속으로는 '오리탕 냄새가 정말로 너무 맛있게 나는 걸..? 하지만 이런 곳에서 만든 음식이 정말 맛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사이, 시후는 방 안의 의자 하나를 가리키며 배유현에게 권했다. "제니퍼 양, 앉아요! 이곳 음식이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할까 했지만, 들은 바로는 프랑스 요리가 양식의 롤스로이스나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프랑스에서 자란 당신이 한국에서 먹는 양식은 딱히 맛있을 것 같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음식을 소개하기로 했어요. 만약 입맛에 안 맞으면 말씀하세요. 지금이라도 시내로 가서 다른 레스토랑에 가도 괜찮으니까요." 시후의 말에 배유현은 감동을 받았다. 그녀는 시후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할 줄
배유현은 자신의 앞접시가 시후가 담아준 음식으로 가득 찬 것을 보고, 마음속에 설렘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남성과 단둘이 식사를 한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처럼 이성이 자신을 배려해주는 느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자꾸 저에게만 음식을 주시지 말고, 선생님께서도 어서 덜어 드세요 아직 한 입도 드시지 않았잖아요..."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아 괜찮아요. 제가 젓가락을 사용하면, 더는 음식을 덜어 드릴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다시 그녀에게 껍질이 붙은 오리 고기 한 조각을 주며 말했다. "사실 이렇게 오리나 닭 백숙을 먹을 때는, 껍질이 붙은 고기가 제일 맛있습니다. 어서 맛보세요!" 배유현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고기를 입가에 가져다 대고 살짝 불어 온도를 확인한 후, 입에 넣고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한 입 먹었을 때, 그녀의 눈이 매우 커졌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진한 향이 그녀의 미각을 자극했고, 장작불에서 오랜 시간 동안 끓인 오리 고기는 그녀가 미국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맛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더욱 놀랐다. 그녀는 급히 시후가 자신에게 준 전복을 한 번 입에 넣었다. 전복은 입안에서 살살 녹으며 기름지지 않은 이 식감은 그녀가 갖고 있던 해산물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놀라웠던 것은 냄비 안의 부추였다. 그녀는 부추가 이렇게 부드럽고도 향긋한 식감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맛은 너무도 훌륭해 배유현이 큰 감동을 받을 정도였다.시후는 이 외국에서 자란 배유현이 이렇게 가마솥에 끓인 오리탕을 좋아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요리사를 불러 오리고기를 조금 덜어낸 뒤 죽을 끓이도록 했다.그러나 단순한 이 오리 국물로 끓인 죽조차도 배유현의 입맛을 또 한 번 사로잡았으며,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시후는 배유현에게 음식을 권하면서도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저녁 7시
시후의 이 말에 루이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배유현이 시후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루이는 눈에 띄지 않게 귀를 쫑긋 세우며 시후와 상대방의 대화를 들어보고,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 그때 시후는 루이를 한 번 바라보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을 때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루이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루이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들였다. 시후는 루이 쪽으로 걸어가면서, 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려는 시늉을 했다. 전화를 받을 때 담배를 피우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평범한 일이라 루이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루이는 시후가 사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것과, 주머니 속의 이 담배 역시도 시후가 이곳에 오기 전 이화룡의 부하에게 특별히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이때, 성도민이 말했다. "은 선생님, 이번에는 확실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찾고 계시는 제니퍼의 본명은 배유현이며, 그녀는 페이셔스 그룹의 아가씨라고 합니다."성도민의 말은 루이의 귀에 정확하게 꽂혔다. 배유현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루이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확장되었고, 그는 시후를 향해 적대감과 살기를 띤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그는 시후가 자신에게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는 그저 시후가 어떤 경로를 통해 배유현의 진짜 신분을 알아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신과 배유현의 신분이 이미 노출되었으며, 방 안에 있는 배유현이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그는 시후를 노려보며 물었다.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묻기도 전에, 벌써 나를 추궁하네? 난 은시후라고 하고, 내 이름을 바꾸지도 않았고, 내 자리에서 벗어나지도 않았어. 방 안에 있는 제니퍼처럼 의도적으로 다른 이름을 쓰지도 않았지.”루이는 즉시 말했다. "우리 아가씨는 당
핫토리 카즈오는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시후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이해했다. 순간, 그의 마음가짐이 180도 바뀌었다. 그는 처음에 이가 가문이 페이셔스 그룹의 복수로 인해 모두 죽게 될까 두려웠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성공만 한다면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점점 흥분되기 시작했고, 입이 저절로 떨어졌다. “은 선생님,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 자세 마음에 드는군!” 그리고 나서 시후는 핫토리 카즈오에게 자신의 요구 사항을 자세히 전달했다. 핫토리 카즈오는 불안하기는 했지만 주저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나는 지금 프로비던스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곳에 남은 일은 핫토리 카즈오와 협력해서 전부 해결하도록 하세요. 내일 다시 오죠.” 성도민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몇 분 후, 헬리콥터가 별장에서 이륙하여 프로비던스로 향했다. 한편, 뉴욕 전역에서는 배호영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만 명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머리를 짜내며 단서를 찾아도, 여전히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WF 호텔에서 출발했던 쓰레기차는 마치 증발해버린 것처럼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배해산은 평소 아들인 배한빈에게는 매우 엄격했지만, 손자 배호영에게는 무척 관대하고 애정을 가득 쏟았다. 배호영이 납치된 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배해산은 배한빈을 서재로 불러 따져 물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이냐 말이다!” 배한빈도 난
배호영은 시후의 눈에 숨김없는 살의가 가득 찬 것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는 퍽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는 그저 젊은 혈기로 잠시 이성을 잃었을 뿐입니다... 저희 페이셔스 그룹이 그래도 미국에서 꽤나 잘 나가는 집안인데, 제발 이번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필요하신 돈이 얼마든 말씀만 하시면, 저희 아버지께서 반드시 만족시켜 드릴 겁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시후는 그의 연극이 지겨워 차갑게 말했다. “배호영, 정말 돈이면 모든 게 다 된다고 생각하나? 너희 증조할아버지께서도 돈이 그렇게 많았지만, 결국 그룹 내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 않나?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너 하나의 목숨과 바꾼다고 해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모든 자산을 거부할 거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도 너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원래 자식의 잘못은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 아니겠어?”배호영은 본능적으로 반문했다. “넌 페이셔스 그룹의 복수가 두렵지도 않나?!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내가 죽은 걸 알면, 페이셔스 그룹 전부를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복수할 거다!”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 시후는 이를 듣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을 말해주지. 너희 증조할아버지 배원중과 너희 사촌 배유현은 지금 내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끝장을 낼 생각이야.. 만약 네 증조할아버지가 미국으로 돌아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가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그냥 둘 것 같아? 그가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한다면, 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배호영은 그 말을 듣고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찾으려 했던 증조할아버지와 사촌이 시후의 손아귀에 있을 줄이야!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시후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바닥 위에는 두 개의 피 묻은 귀가 뚜렷하게 보였고, 배호영은 온 힘을 다해 두 귀를 감싸며 고통스러워 소리쳤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성도민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상처를 처리해 줘.”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혈용 약병을 꺼내 배호영의 상처 부위에 소독약을 뿌렸다. 성도민은 핫토리 카즈오에게 다시 말했다. “바닥에 있는 걸 주워서 화장실로 가서 깨끗이 씻어. 아직 쓸 일이 있다.” 핫토리 카즈오는 거부하지 못하고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두 귀를 주워 화장실로 가서 물로 씻어냈다. 이때, 한 대의 헬리콥터가 이곳 건물의 빈 공간에 착륙했다. 시후는 혼자 헬리콥터에서 내렸고, 곧 블랙 드래곤의 한 병사가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리더는 지하실에 있습니다. 함께 가시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의 안내를 따라 별장 지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도민이 방 중앙에 서 있었고, 배호영은 두 귀를 잘린 채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 성도민은 시후가 온 것을 보고 즉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호영을 바라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배호영 씨, 또 만났군요.” 배호영은 그제야 시후를 보고, 귀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잊은 채 경악하여 말했다. “당... 당신은 그 풍수사 아니야?!”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왜? 날 보니 놀랍습니까?” 배호영은 혼란스러워하며 소리쳤다. “도대체 누구야?! 왜 블랙 드래곤에게 나를 여기로 끌고 오라고 했어?! 왜 내 귀를 잘라버렸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가 뭐 그리 많겠어? 네가 마음에 안 드니까. 그거면 되지 않나?” 배호영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나랑 아무런 원한도 없잖아!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뭐야?!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복수할까 봐 두렵지도 않나?!” 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점점 차가운 눈빛으로
핫토리 카즈오는 이 말을 듣고 몸이 벌벌 떨렸다. 그는 성도민이 한마디로 자신에게 배호영의 두 귀를 자르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배호영 역시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기에 뉴욕에서 아무도 감히 자신을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의 이 남자가 가차 없이 자신의 두 귀를 자르라고 하다니! 공포에 질린 배호영은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 배호영이다!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지? 너희가 나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러자 성도민은 배호영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두지. 나는 성도민, 블랙 드래곤의 전주다. 네가 페이셔스 그룹 손자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야. 네 아버지, 네 할아버지까지도 은 선생님의 명령이라면 다 없애 버릴 수 있다! 페이셔스 그룹을 송두리째 멸하는 것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처리할 자신도 있고." 배호영은 이 말을 듣고 감전된 듯한 충격을 느꼈다. "성도민?! 너... 네가 바로 성도민이라고?!" 그는 절망에 빠져 말했다. "성... 성도민 씨... 우리 페이셔스 그룹은 당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고, 난 항상 당신을 존경했습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잔혹한 짓을 하죠?!" 그러면서 그는 불안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리고 은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십니까? 난 그런 사람을 단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습니다!" 성도민은 시간을 확인하고 냉소하며 말했다. "곧 알게 될 거다." 그리고 그는 핫토리 카즈오를 바라보며 바닥에 있는 칼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이 명령은 은 선생님께서 직접 내리신 거다. 나는 그저 명령을 전달할 뿐이야. 은 선생님이 곧 이곳에 오실 거니까, 그가 오시기 전에 이 일을 끝내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러면 네 귀도 같이 잘릴 테니!" 핫토리 카즈오는 얼굴이 창백해졌
성도민은 남아 있는 두 명의 부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 쓰레기차를 몰고 가서 처리해." 그 중 금발의 백인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걱정 마십시오. 이미 폐차장을 찾아 뒀습니다. 한 시간 후면 차를 완전히 분해하여, 부품을 수십 대의 차량과 함께 쇳덩이로 압축할 것입니다. 그럼 아무도 차량의 행방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좋아!" 성도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서둘러 처리하고, 시내에서 다시 만나자." "예 알겠습니다!" ....한편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은 쓰레기차에 대한 단서를 파악했다. 비록 핫토리 카즈오 일행이 호텔 내에서는 CCTV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밖의 시내 감시카메라까지는 제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호텔에서 나오는 모든 사람과 차량은 시내 감시카메라에 포착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쓰레기차가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 모두에게 동시에 발견되었다. 그들은 이 차량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뿐만 아니라, 뉴욕의 모든 조직원, 직업 킬러, 사설 탐정들이 상금을 위해 전부 나섰고, 뉴욕 거리는 순식간에 혼란의 장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성도민이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롱비치에 하루 렌트비만 무려 8만 달러에 달하는 럭셔리 빌라를 빌렸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 럭셔리 빌라는 롱비치에서 최고의 고급 주택 중 하나로, 주로 부호들이 뉴욕에 왔을 때 휴가를 즐기거나 영화 촬영을 위해 대여되곤 했다. 성도민은 시후의 명령을 받고 해외에서 온 영화 촬영팀을 가장해 이 빌라를 빌렸으며, 가난한 주인공이 뉴욕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전기 영화의 촬영 준비를 한다고 사람들을 속였다. 게다가 가장 의외인 점은 성도민이 빌린 이 빌라가 페이셔스 그룹의 저택과 불과 5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점이었다. 성도민의 부하들은 뉴욕 시내를 돌고 돌아 핫토리 카즈오를 포함한 닌자들과 의식을 잃은 배호영을 이 빌라로 데려왔다. 이때 뉴욕 전역에서 찾고 있는
이중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후가 닌자 몇 명을 시켜 배호영을 납치한 것이 자칫 시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서야 그는 깨달았다. 시후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접시 위의 요리에 불과했다. 이제 그들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시후의 기분에 달려 있었다. 배한빈이든 배해산이든, 시후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었다. 시후에게는 블랙 드래곤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있었고, 페이셔스 그룹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해도 그들은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시후는 페이셔스 그룹의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배원중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배원중을 미국으로 데리고 온 뒤 블랙 드래곤의 힘으로 그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배산해는 그가 차지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산해가 기회를 틈타 아버지의 권력을 탈취하고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될 테니, 그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비난 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법적 조사까지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시후가 이 비장의 카드를 내놓기만 하면 배해산과 그의 아들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시후가 배호영을 그들 앞에서 죽인다 해도 그들은 감히 큰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할 터였다.그러자 이중열은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이 일을 다음엔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시후는 냉랭하게 말했다. "제임스가 모습을 드러내면 그와 배호영을 한곳에 모아 두고, 이 인간 말종들을 제거해야겠죠?!" 이중열이 다시 물었다. "그들의 비열한 행각을 외부에 폭로하실 계획이십니까?" 시후는 말했다. "물론이죠! 배호영을 바로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행동과 제임스의 소행을 모두 파헤쳐서 공개하고, 가능하다면 이 무리의 소행을 한 번에 폭로하면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좋은
이중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이 있고 나서야 전해 들었는데, LCS 그룹이 블랙 드래곤에 자산 절반을 넘긴 뒤 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도련님을 만나고도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일부러 흘린 소문일 뿐입니다. 실제 상황은 정반대예요. LCS 그룹은 블랙 드래곤에 자산을 넘긴 적이 없고, 오히려 블랙 드래곤 전체가 제게 충성을 맹세했죠. 다만 LCS 그룹이 너무 주목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소문을 낸 겁니다.” 이중열은 이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후가 이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야말로 믿기 힘든 충격을 받았다. 명성이 자자한 블랙 드래곤이 이제 시후의 휘하에 있다니, 이는 LCS 그룹의 힘에 엄청난 보탬이 될 일이었다. 아무리 페이셔스 그룹의 자산이 많다고 해도 블랙 드래곤 같은 세력을 가진 용병 조직을 가질 수는 없었다.시후가 덧붙였다. “오늘 그 일본 닌자들은 제 일본 친구 집안의 세력입니다. 구름산에서 저를 본 적이 있어서 두려워했던 거예요.” 이중열은 한참 동안 시후의 말을 곱씹은 뒤 감탄했다. “도련님, 지금 당신의 힘으로 LCS 그룹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1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우디 왕가는 글로벌 강자로 로스차일드 가문 다음 가는 수준이죠. LCS 그룹이 아시아에서 최고가 되려면 사우디 왕가를 넘어야 하고, 세계 1위가 되려면 로스차일드 가문을 넘어서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도련님의 실력이라면.. 아마도 LCS 그룹이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일 것 같네요.” 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능한 빨리 그 시간이 오면 좋겠군요.” 이중열은 시후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후가 LCS 그룹을 세계 정상에 세우
제이크 한은 감시 기록이 조작된 부분이 호텔 내부에만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크리스와 일본 닌자들이 호텔 외부에서 접촉한 것은 시내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가 호텔 외부에서 닌자들과 만났던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기만 하면, 제이크 한은 그들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제이크 한이 경찰력을 모아 크리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상 자료를 찾는 동안, 시후는 고은서, 김지우, 이중열과 함께 WF 호텔을 떠났다. 자선 행사가 망쳐지면서 저녁 식사가 무산되자 시후는 모두와 함께 식사할 장소를 찾기로 했다. 그는 이중열이 할 말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중열이 어떤 제안을 할지도 들어보고 싶었다.이중열 역시도 시후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많았다. 특히 오늘 시후가 일본 닌자들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아들을 납치하도록 한 일은 장난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되면 큰 문제가 생길까 봐 염려했다. 그래서 그는 제안했다. "제 집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대화하기엔 편할 텐데요." 시후는 흔쾌히 동의했고, 고은서를 바라보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댁의 삼겹살 구이가 최고죠~ 질리지도 않고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좋아, 한인타운으로 가자!" 네 사람은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한인타운에 도착했다. 이중열의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고, 직원들도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 이중열은 시후 일행을 2층으로 안내하고 직접 요리를 준비하러 갔다.그때 시후는 성도민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핫토리 카즈오와 그의 일행, 그리고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 모두 성도민의 통제 하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후는 그들에게 절대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시후는 성도민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사업체 근처에 인력을 더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제임스가 지금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페이셔스 그룹은 넓고
크리스는 이 상황을 경찰이나 배한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이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생명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족들을 구할 수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한 경찰이 그의 앞에 다가와 말했다. "크리스 씨 입니까?"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 네, 맞습니다..." 경찰은 그에게 손짓하며 차갑게 말했다. "함께 가시죠." 크리스는 더욱 불안해졌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경찰을 따라 제이크 한의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는 제이크 한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그에게서 자신의 의도를 들킬까 봐 겁이 났다. 크리스는 몸을 한껏 움츠린 채로 제이크 한 앞에 다가가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경.. 경.. 경감님... 안녕하십니까..." 제이크 한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냉랭하게 몰아붙였다. "크리스! 하나 묻지, 왜 일본인 닌자들과 결탁해서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을 납치했지?" 제이크 한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크리스는 크게 놀라며 황급히 변명했다. "저... 저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제이크 한은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 일본인 닌자들은 당신이 데려왔잖아! 당신이 그저 그들을 고용하기만 한 것이라면 실수라고 믿어주겠지만, 그들을 사건 현장에 배치한 것은 명백한 계획적 행동이야! 그러니 당신은 그들의 내부 협력자라고!" 크리스는 계속해서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일본 닌자 같은 건 전혀 모릅니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와 뺨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크리스.. 당신이 나에게 변명하는 건 상관없지만, 경고하나 할 까? 당신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정보를 배한빈에게 전달할 거야.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