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그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신 얼굴은...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외부인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거요. 그러니 우리가 당신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소..”그러자 시후는 옆에 있는 군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내가 이 사람의 옷으로 갈아입으면, 데리고 갈 수 있나?”남성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면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지하실로 내려간다면, 안에 있는 경비원들이 당신의 신원과 목적에 대해 분명 물어볼 텐데.... 지휘관이 이 8명을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분명히 요청했기 때문에... 그러니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노출되는 건 불가피할 텐데..." 그는 말하면서 황급히 덧붙였다. "게다가 그들을 공격하면, 밖에 있는 경비병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소. 지하실 안에는 좁은 계단만 있기 때문에, 일단 밖에서 발견되면 탈출할 수 없을 거요. 밖에서 들키면, 내부로 수류탄을 던지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안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게 될 거야.”시후는 침착하게 말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나만 데려가면 된다.”그러자 사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초조하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데려갈 수는 있지만... 하지만... 당신이 조심하지 않으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하시오.”시후는 살짝 웃었다. "만약 나에게 잘 협조하지 않으면 당신도 함께 죽을 수 있다.”남자는 재빠르게 답했다. "협력하겠소... 반드시 협력하겠소..!""오케이~" 시후는 만족스러운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상대방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옷을 다 벗어.”남자는 황급히 말했다. "아니.. 이렇게 잡고 있는데 옷을 벗을 수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냥 놔주지.”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손을 놓았다.남자는 너무 기뻐서 셔츠를 벗는 척했지만,
시후의 말을 들은 남자는 서둘러 소리쳤다. "아니!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오! 그냥 겁이 나서 그런 것뿐인데! 그러니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오!”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기회는 한 번 뿐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당신을 친구로 대하는 사람들을 배신하지 않도록 해!”남자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고, 제발 다시 한 번 더 마지막 기회를 달라며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그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는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개입하면 자신이 살아남지는 못하더라도, 눈앞에 있는 이 동양인에게 위협이라도 가할 수는 있겠지..! 침입한 것이 다른 동료들에게 밝혀지면, 그는 살아서 이곳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즉시 큰 목소리로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도움을 청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이상한 힘에 의해 제한되는 것 같았고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겁을 먹었다..! 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당신은 인간인가, 아니면 유령인가..!?"시후는 침착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에게 이 질문의 답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군. 왜냐하면 당신은 곧 외로운 영혼이 될 테니까!" 이렇게 말한 후 시후는 서둘러 말을 바꾸며 말했다. "아, 쏘리~ 말실수를 했네.. 나는 당신을 외로운 영혼으로는 만들지 않을 거야. 그냥 살아 있는 시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낫겠어!" 그렇게 말한 뒤 시후는 손가락을 뻗어 상대의 이마를 툭 쳤고, 사내는 갑자기 정신을 잃었지만 눈을 크게 뜨고 바닥에 쓰러졌다.방금 시후가 이마를 두드린 순간, 소량의 영기가 그의 뇌를 완전히 파괴해버렸고 그 사내는 순식간에 뇌사 상태에 빠진 것이다.이때 시후에게 목이 졸린 다른 사내는 겁에 질
그제서야 시후는 안도감을 느끼며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내의 옷을 벗기고 안 보이도록 잘 숨겨 둬. 오늘 하루는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도록.”"네!" 상대방은 즉각 나서서 바닥에 누워있는 사내의 옷을 벗긴 뒤 그를 인근에 있는 낡은 집에 숨겨 두었다.시후는 사내의 옷을 입었고, 그 사이 최면에 걸린 사내가 달려와 정중하게 말했다. "지시에 따라 준비했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름이 뭐지?"라고 물었다.그 남자는 서둘러 말했다. "제 이름은 파이살입니다."시후가 그에게 물었다. "파이살, 얼굴을 가릴 안면 마스크 같은 것이 있나?”파이살은 서둘러 주머니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검은색 안면 마스크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이틀 전에 받은 거라 아직 사용하지 않았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을 받아 들었다. 사내가 넘겨준 것은 바로 얼굴 전체를 덮는 두건이었으며, 얼굴 대부분을 덮고 눈 부분만 남겨둘 수 있는 제품이었다. 시후는 파이살에게 물었다. "내가 이걸 쓰면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고 생각하나?”"못 알아볼 겁니다!" 파이살은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서는 두건을 착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외부인들이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또 바람과 모래를 막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사령관이 상대방이 참수 작전을 할 것을 두려워하여 사람들에게 외출할 때마다 두건을 착용하도록 요구하고, 자신도 마찬가지로 두건을 쓰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모두가 비슷하게 생겨서 쉽게 자신을 찾을 수 없을 테니까요.”시후는 파이살의 말에 안도감을 느꼈고, 두건을 머리에 쓴 후 말했다. "오케이. 그럼 지금 당장 나를 그쪽으로 데려다 주도록 해.”파이살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굽혀 AK47 두 자루를 집어 들고 한 발은 시후에게 건넸다. "총은 등에 메십시오.”시후는 총을 보고도 겁을 먹지 않고, AK47을 몸에 걸고 파이살과 함께 마을 중앙을 향해
시후와 파이살은 함께 중앙 광장을 걸었고, 그들의 귓가에 들리는 디젤 발전기의 웅웅대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렇게 시끄러운 기계 소음이 들린다면, 옆 사람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주변의 많은 소리들이 묻히게 된다. 하지만 이건 시후에게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생길 구조 및 추적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예기치 않게 외부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것이 기계 소음으로 묻힐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시후는 옆에 있던 파이살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디젤 발전기는 보통 얼마나 오래 작동하지?”파이살은 서둘러 정중하게 말했다. "정부군이 이곳의 전력 공급을 차단했기 때문에, 우리 쪽의 전력은 전적으로 50kW 디젤 발전기로 공급됩니다. 그리고 전기 축적 시스템도 있긴 하고요. 낮 동안에는 전체 전력 소비량이 적기 때문에, 발전기를 가동하지는 않고요, 축적 전지 장치를 사용해서 필요한 장비의 정상적인 작동을 시키죠. 그리고 주로 어두워진 후에만 발전기를 돌립니다. 더불어 추가적으로 축전 장비를 충전하죠. 오늘은 흐리고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이기 때문에 일찍 발전기를 돌리는 겁니다.”시후는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 "그런데, 밤에 이곳을 밝게 두면 정부군이 비행기를 보내 폭격할 까 두렵지 않나?""시리아에서는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전쟁의 90%가 지상전이고 정부군에 있는 항공기는 산산조각이 난지 오래입니다." 파이살이 설명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낡은 전투기 몇 대가 다마스쿠스와 남부 다라 지방을 지키고 있는데, 그들은 감히 파견할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게다가 민간인도 많으니 무차별 공격을 하기 위해 전투기를 보낸다면 분명 대중의 분노를 자극할 겁니다. 그때는 우리 반군에게 더 유리하겠죠."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가 지금 알고 있는 전쟁은 바로 걸프전을 기반으로 한 현대 전쟁이었다. 현대전의 핵심은 주로 전투기를 보유한 공군이고, 해군과 육군은 보충 인력이었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처럼, 두 군대는 근접전을 하지 않
시후는 파이살에게 물었다. "여기에는 통일된 언어가 없나?”파이살은 고개를 저었다. "통일 언어는 아랍어이지만, 우리 반군 구성이 상대적으로 복잡해서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아랍어를 할 수 없습니다. 이들 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나라에서 살았던 사람들도 있고, 이전 식민지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영어나 프랑스어만 사용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 사이의 언어가 완전히 원활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사실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갔다가 영주권도 받고 미군에서 3년 동안 복무했어요. 몇 년 전 시리아로 다시 돌아왔죠. 그래서 내 아랍어가 굉장히 수준이 낮으므로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때 영어로만 말합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다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마치 인도와 같았다. 상당수의 인도인은 힌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데, 인도의 각 주에도 고유의 공용어가 있지만 한때 영국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어도 공용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언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은 시후에게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공용어가 다양할수록 자신이 섞여 들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파이살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나중에 인질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갈 때 누구에게도 내가 외부인이라는 단서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도록 해.”파이살은 서둘러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시후는 짧게 답한 뒤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들어가!”"네 알겠습니다!" 파이살은 앞으로 나서서 문을 밀어 열었다.이때 마당에는 AK47을 든 군인 십여 명이 모닥불에 둘러서 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모닥불 위에는 양고기 두 다리가 막대에 꿰여 지글지글 기름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시후는 파이살을 따라 들어왔고, 한 군인이 파이살을 알아보고는 말했다. "파이살 대장님, 바비큐 좀 드실래요? 안살라의 어머니께서 피타 빵을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는데, 곧 준비될 겁니다."파이살은 손을 저었다. "나
시후와 파이살은 그 사내를 따라 지하실로 들어갔는데, 지하실이 굉장히 깊이 파여져 있었다. 계단만 해도 깊이가 최소 5~6미터에 달하는 것 같으니 거의 건물 2층 높이에 이를 것이었다.시리아의 겨울은 장마철이고,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계단은 어둡고 습했으며 양쪽 벽에서는 흙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아래로 내려가고 있을 때 선두의 사내가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파이살 대장님, 혹시 부탁 하나만 좀 해도 됩니까?”파이살은 차갑게 물었다. "뭔가?”그 사내는 서둘러 말했다. "파이살 대장님, 제가.. 대장님이 이끄는 기갑 부대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기관총은 제가 조종할 수 있어서요..!”파이살은 비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내 생각엔 네가 죽기 싫어서 기갑 부대에 들어가고 싶은 것 같은데..?”"어휴~ 아닙니다~ 아니에요!" 사내는 서둘러 말했다. "그냥 기갑 부대와 함께 훈련하고 싶을 뿐입니다~”파이살은 "생각해보고 때가 되면 알려주지."라고 웃었다.그 사내는 흥분해서 말했다. "파이살 대장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뒤 세 사람은 이미 지하실 바닥까지 내려왔다. 지하실 바닥에는 철문이 있고, 철문 위에는 작은 창문이 있어 내부의 빛을 볼 수 있었다.이때 앞장서던 사내가 철문을 세게 두드리며 말했다. "문을 열어줘~ 파이살 대장이 왔어!"그러자 누군가 즉시 문 걸쇠를 잡아당겼고, 곱슬머리의 사내가 고개를 내밀고 파이살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파이살 대장님, 왜 여기에 계십니까?"파이살은 차갑게 말했다. "사령관이 나에게 와서 살펴보고 인질들과도 소통하라고 했다."그러자 안에 있던 사내는 서둘러 통로에서 나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파이살 대장님, 들어오십시오!"파이살은 다시 선두에 있던 사내에게 말했다. "자, 그럼 돌아가도록 해. 조금 전에 말한 건 내가 최대한 빨리 답변해주도록 하겠네.”"정말 감사합니다, 파이살 대장님! 그럼 어서 들어 가세요. 저는 올라가겠습니다! 나중에 대장
시후가 말하는 동안 시후에게서 나온 영기는 상대의 뇌로 곧바로 전달되었다. 그러자 이 사내 역시도 파이살과 마찬가지로 시후에게 최면을 당했고, 이 말을 들은 그는 서둘러 말했다. “그래, 맞는 말이야!"시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방을 가리켰다. "거기 형씨도 불만이 많지?”그러자 다른 사내는 서둘러 말했다. "감히 그런 소리 하지 마! 지휘관님이 나에게 지시하는 거라면 난 무엇이든 생각하지 않고 할 거니까!”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굉장히 콧대가 높군?! 앞으로 사령관에게 많은 사랑을 받겠어?!" 그렇게 말한 후, 시후는 또 다시 영기를 내뿜었고, 마찬가지로 이 사내의 의식도 통제되기 시작했다.이 때, 불길한 얼굴을 한 사내가 욕설을 퍼부었다. “지휘관님이 시간이 되면 처형을 시작하라고 했어! 시간이 거의 다 된 것 같아! 내가 시간이 되면 직접 처형하도록 하지!”시후는 이 사내를 바라보며 비웃었다. "사람 죽이는 걸 좋아하나 보지?”그러자 사내는 시후를 바라보며 경멸적인 태도로 말했다. "그렇지 뭐. 그냥 재밌어. 그런데 왜? 불만 있나? 아니면 이 미국인들을 대변하기라도 하고 싶은 거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그들을 대변해?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인질을 죽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정말 능력이 있다면 정부군이 왔을 때 그 놈들을 몇 명 더 잡아 죽이는 게 더 나을 걸?”그러자 사내는 시후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시후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었다. "나를 조롱하는 거야?!"시후는 "하핫! 생각보다 멍청한 놈은 아닌 것 같군."이라며 웃었다.그러자 사내는 너무 화가 나서 손을 들고 시후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치려 했다. 그런데 시후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 개자식아, 감히 아버지를 때릴 생각이냐? 무릎을 꿇고 인정해! 네 실수라고 말이야!!" 시후의 목소리는 상대방을 마비시킬 정도로 겁을 주었다. 사내는 시후가 자신의
시후의 명령을 들은 누군가가 즉시 열쇠를 꺼내 안에 있는 철문을 열 준비를 했다. 시후는 사람들을 보며 지시했다. "그럼 여러분들은 잠시 동안 문 밖에서 보초를 서게 될 것이다. 누구든 오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 그러며 시후는 시간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지휘관이 곧 올 것 같은데.. 들어오고 싶으면 들여보내도록. 다만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단서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알겠습니다!" 다섯 사람이 일제히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즉시 문이 열렸다. 문을 열자마자 안에서는 흙냄새가 났고,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천정에 홀로 걸려 있는 등불만이 있었다. 전구의 와트는 매우 낮았고 빛도 매우 어두웠다. 방 윗부분에는 인공적으로 보강한 흔적이 조금 남아있지만, 주변 벽은 여전히 진흙으로 되어있었다. 이런 방에서는 사람들이 자살할 가능성도 없고, 벽에 부딪혀도 죽지 않을 것이다.구석에는 검은 후드를 쓴 여덟 명이 손이 뒤로 묶인 채 벽에 기대어 나란히 앉아 있었다.시후는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옷과 체형을 통해 8명 중 3명이 여자이며 나머지는 남자일 것임을 알아차렸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여덟 사람은 모두 긴장했고, 어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웅크리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시후는 집에 들어가 철문을 닫은 뒤 8명에게 다가가 머리에 쓴 검은 두건을 하나씩 벗겼다. 시후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7명의 모자를 벗겼는데 시후가 찾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두건을 벗겼을 때, 시후는 귀까지 내려오는 짧은 머리에 오밀조밀하게 아름다운 외모의 동양인 여성을 찾아냈다.이 여덟 사람은 어두운 방에 갇혀 있어서 시야가 어두웠는데 갑자기 빛을 보는 바람에 눈부신 느낌이 들어서 다들 무의식적으로 눈을 가려 빛을 차단했다. 잠시 후, 모두의 시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들을 두렵게 한 것은 그들 앞에 검은 마스크를 쓰고 일반 테러리스트 복장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는 것이다. 사내는 손에 AK47을 들고 있었는데,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