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일본은 음력 설을 쇠기도 했지만, 메이지 유신 후 탈 아시아 정책을 실시하면서 음력에서 양력으로 변경한 것이 떠올랐다. 따라서 일본은 오쇼가쓰(お正月) 라는 양력 설을 보낸다는 걸 잠시 잊었던 것이다.이제 도쿄대학교는 겨울방학을 앞둔 듯했고, 이에 따라 학생들은 학기의 마지막 기말고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도쿄대 캠퍼스를 거닐자, 시후의 머릿속에는 이토 나나코가 이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그녀를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 연약해 보이는 여학생이 도쿄대의 수재일 뿐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킥복싱 선수라는 걸 이렇게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말 그녀는 말도 안 되는 존재였다.도서관 근처까지 갔을 때, 시후는 가로등에서 이토 나나코의 응원 포스터를 보기도 했다. 포스터에는 킥복싱 복장을 입고 있는 이토 나나코의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그녀는 꽃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포스터는 도쿄대 학생들을 향해 국제대학생 킥복싱대회에 출전하는 이토 나나코 선수를 응원해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이토 나나코의 포스터에 '일본 최고', '일본의 자랑', '올림픽 금메달 따자', ‘도쿄대 여신’이라는 낙서를 해두었다.시후는 이 글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마도 이 꼬리표들은 이토 나나코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던 동창들이 붙여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런 꼬리표들은 이토 나나코에게 일종의 가스라이팅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마치 이토 나나코에게 계속 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라는 한마디를 건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생각한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 휴대전화를 꺼내 이 포스터를 기념으로 사진에 담았다. 날이 저물고,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시후는 그제서야 도쿄대를 나섰다.도쿄대 정문을 나오자, 정
일본은 야쿠자가 합법인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는 다양한 갱단이 존재한다. 마동석은 얼마 전 개봉한 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영화에서 마동석의 주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일본에서 건너온 야쿠자 최종 보스이다.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가 이 최종 보스를 맡아 많은 인기를 얻었다.일본에서는 야마구치구미, 이나가와회, 스미요시파 등이 야쿠자 최상위에 위치한 거물급 갱단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조폭들이 야마구치구미와 이나가와회 사람들은 아닌데, 사실 모든 도시와 지역에는 소규모 조직들이 있다. 이 단체들은 자신들을 “보소조쿠(폭주족, ぼうそうぞく)”이라고 부르는 것을 즐기며,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를 타고, 온갖 색깔의 옷을 입고서 사람들과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물론, 그들은 약해 빠져서, 오히려 강약약강으로 행동하며 약자를 괴롭히며 시장을 장악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노래를 부르던 한국 여학생은 폭주족 몇 명이 자신에게 시비를 걸자, 놀라서 급히 애원하기 시작했다. "어머!! 죄송합니다.. 여기가 당신들 영역인지 몰랐어요.. 다음에 다신 오지 않을게요..! 그러니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안 온다고?" 소녀의 기타를 빼앗은 폭주족은 소리를 질렀다. "다음에 안 온다고 한마디만 하면, 다 빠져나갈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럼 우리 분쿄 폭주단이 쪽팔려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한국 여학생이 긴장하며 물었다. "그럼.. 그럼 어떻게 해야 날 놓아줄 생각이세요?”폭주족은 그녀 앞에 있는 기타 박스에 든 현금을 한 번 둘러보았고, 여기에 적어도 10만 엔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른 폭주족들에게는 이 돈은 하루 이틀을 흥청망청 쓸 수 있을 만큼 적지 않은 돈이었다. 그래서 그는 비웃으며 소리쳤다. "기타랑 돈을 우리에게 넘겨! 그럼 우리가 놔 줄게! 크핫핫핫!!”한국 여학생은 입술을 깨물며 잠시 망설이다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흑.. 흐윽.. 알겠어요.. 다 드릴게요..
"분쿄 폭주단을 몰라?!! 임마, 너 오늘 죽었어!" 오니츠카 류지는 호쾌하게 웃음 지으며 이를 악물고 분노했다.그러자 여학생은 놀라서 "선생님, 어서 가세요!! 여기 이 남자들은 모두 폭주단 조폭들이에요! 분쿄 폭주단은 분쿄 지구 전체에서 가장 큰 폭력 서클이에요!! 아무도 저 사람들을 쉽게 건드릴 수 없어요..!”시후는 코를 쓱 닦더니 오니츠카를 보고 웃으며 물었다. "그래요? 크흠.. 도쿄에 23개의 구역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너희 분쿄 폭주단 같은 것들이 도쿄 전체에 적어도 23개는 있다는 말인 건가..?”"그렇다, 뭐 어쩌라고?! 우리 분쿄 폭주단은 도쿄에서 상위 5위 안에 들어! 그러니, 감히 네가 건드릴 수 있겠어?”"큭큭.. 건드릴 수 있지 없는 지는.. 겪어봐야 하지 않을까?”"이 개자식이..?!" 또 다른 폭주족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이 자식이 굉장히 건방지군!!"그러자 오니츠카 류지는 동료들을 향해 눈짓을 하며 "얘들아! 죽여버려!!"라고 명령했다.그러자 동료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허리춤에서 팔뚝 두께의 쇠몽둥이를 빼내서는 벌떼처럼 시후를 향해 돌진했다!사실 이들은 시후의 눈에 모두 평범한 양아치들일 뿐이고, 힘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시후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어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이때, 오니츠카 류지에게 붙잡힌 여학생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선생님, 조심하세요! 도망가셔요!!”"도망가라고요? 하하.. 당당한 한국인이 어떻게 이런 곳에서 도망치겠습니까?” 말을 끝낸 시후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곧이어, 시후를 향해 돌진하던 네 사람은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고, 시후의 오른쪽 다리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시후의 다리는 순식간에 수 차례 발차기를 했다.그들이 시후의 움직임을 분명하게 알아차리기도 전에, 시후에게 달려들던 네 사람은 모두 복부를 걷어차였고 그들의 복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네 명의 사
오니츠카는 시후의 목소리에서 뼈에 사무치는 한기를 느끼며, 놀라 그 자리에서 껑충 뛰었다. 그는 시후처럼 독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저 자식은 변태 같은 힘을 가지고 있지 않던가?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심지어 폭주족보다 더 무자비한 것 같다는 것이다.폭주족이 다른 사람을 협박할 때 하는 말이라고는 ‘내가 널 죽여 버릴 거야!!’ 같은 영양가 없는 말뿐이다. 결국 목소리는 쉬었지만, 상대방을 죽을 때까지 때린 적은 없었던 것이다. 사실 사내들끼리 시비를 붙어서 싸움을 하면 3할은 기세, 3할은 체면, 나머지는 그저 힘겨루기를 하기 위한 것 아닌가? 그런데 눈 앞에 있는 이 자식은 입을 열자 오른팔을 내 놓으라고 말해? 사람의 팔이 무슨 오토바이 타이어인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뜯을 수 있는?!시후는 상대방이 여전히 완고한 것을 보고 인내심을 잃고 차갑게 말했다. "원래 내가 너에게 팔 하나를 남겨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버티는 이상.. 내 잘못이라고 탓하지 말도록 해.”오니츠카 류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나쁜 새끼! 조센징이 어디 일본에서 난리를 피우는 거야?! 넌 이제 좀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걸?! 여기는 일본! 도쿄라고! 내 형제들이 널 죽여버릴 것이 두렵지 않아?!"시후는 귀를 판 뒤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제들? 저기 화단에 뻗어 있는 애들 말하는 건가..?”"우리 분쿄 폭주단은 오백 명이야! 한 사람당 한 주먹만 쳐도 너를 아작 낼 수 있어?! 감히 또 다시 내 일에 참견하면 우리 분쿄 폭주단에게 살해당하게 될 걸?”"것 참 시끄럽구만! 분쿄 폭주단인가 붕꾜 폭주단인가 뭔가 너희들의 대가리도, 야마구치구미가 온다 해도 전혀 신경 안 쓰니까 조용히 해.”오니츠카 류지는 시후의 말에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야마구치구미를 감히 입에 담아?! 설마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가..?! 그는 거의 쓰러질 것 같았고 지금 이 장소만 빨
시후는 오니츠카 류지가 도망치려는 것을 보고 즉시 그를 뒤쫓았다.그러자 여학생은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 선생님..!! 저 남자를 쫓아 가지 마세요, 위험해요!""난 저 자식의 두 팔을 거두겠다고 말했고, 우리 한국인의 말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여줘야겠어요. 그러니 내가 한 말은 지켜야죠!” 시후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오니츠카 류지는 두려움이 폭발해, 더욱 빠르게 달려 나갔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속도를 높였다. 그가 큰길 한가운데로 돌진했을 때..!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그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의 다리를 들이받았고, 오니츠카 류지는 완전히 균형을 잃고 옆 차선으로 곤두박질쳤다.그 때, 옆 차선에서는 롤스로이스로 구성된 행렬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는데, 오니츠카 류지는 차선으로 떨어지다가 달려가던 롤스로이스 한 대를 덮치고 말았다. 롤스로이스는 피할 겨를 없이 그의 양팔을 치고 말았다! ‘뚜둑!!’하는 소리가 두 어 번 들렸고, 롤스로이스는 오니츠카 류지의 팔을 산산조각 내버렸다..!롤스로이스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급제동 했고, 호송대 역시 함께 도로에 멈춰 섰다.오니츠카 류지의 팔을 부러뜨린 롤스로이스 차 안에서 분노한 표정의 젊은이가 내렸다. 그는 26~27살쯤 되어 보였는데,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오니츠카 류지의 갈비뼈를 걷어차며 욕지거리를 해댔다. "이 병신아! 내 차에 VIP들이 타고 있는 걸 알기나 해?! 너는 뒤져도 괜찮지만, 내 차의 VIP들을 놀라게 한다면, 내가 네 뼈를 부러뜨려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거야..!!!”오니츠카 류지는 두 팔이 으스러졌기에 그 고통만으로도 충분히 죽고 싶었지만, 차에서 내린 청년이 발로 갈비뼈를 걷어차자 심하게 기침을 해댔다. 그러나 그는 힘없이 고개를 들더니 자신을 걷어찬 그 남자를 보고 갑자기 혼비백산하여 울음을 터뜨렸다. "다카... 다카하시 씨!! 제가 일부러 부딪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저.. 뒤에 있는 남자에게
다카하시 히데요시는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다카하시 그룹의 맏아들로, 라이징 스타인 그는 도쿄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도 잘 알려진 유명인사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그의 위상은 마치 잘나가던 국민 남편 배용준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다카하시 히데요시의 성격은 늘 오만불손했고, 그의 사전에는 관용과 양보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런데 눈앞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이 젊은이가 자신의 신분을 무시하고, 개 같이 생겼다느니 난청을 앓았다니 하면서 비아냥대는 것을 들으니 죽을 맛이었다. 그는 곧바로 앞 뒤 차량에 손짓을 했고, 그러자 롤스로이스 몇 대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들 십여 명이 내렸다.사내들은 예외 없이 모두 다카하시 그룹의 경호원이며, 최의 무술 대가들이었다. 그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후를 에워쌌고, 모두 시후를 주시하면서 다카하시 히데요시의 명령을 기다렸다. 다카하시 히데요시가 한마디만 하면 그들은 시후를 향해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이때, 차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던 소지빈은 소민지와 눈빛을 교환했고, 소지빈은 "이거 몰카 아니지..?”라고 물었다.소민지는 고개를 저었다. "설마~ 만약 계획하고 이런 일을 벌인 거라면, 이렇게 번화가에서 하지는 않았겠지.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에 고가 도로나, 인적이 드문 곳이 더 적합하지 않겠어?”소지빈은 동생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에 다카하시 히데요시 표정이 장난 아니던데.. 크큭큭.. 신호 위반을 하는 보행자가 없다고 말하자마자 바로 사고가 났으니.. 아참!! 그리고 다카하시 히데요시가 너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냐? 사실 참 잘 생겼잖아..?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너도 이제 점점 나이 들어갈 텐데 잘난 척 그만하고 한 번 생각해보지 그래?”"나는 일본 남자랑 사귀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왜? 어차피 한국 남자와 비슷하고, 아시아 국가 사람이잖아? 오히려 다른 나라 국가 사람들보다 나을 걸?”"아니, 나는 딱히 연애하는
“내가 이러는 거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뭘 그래?”......그 때, 다카하시 히데요시는 차가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청년을 반쯤 때려죽여 버리라고 명령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은 도쿄 대학 근처이고 번화가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니 만약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손을 쓴다면, 앞으로는 대놓고 사람들 앞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차 안에는 VIP들이 두 명이나 있었고 그 중에서도 소민지는 자신의 취향이었기에, 그녀의 앞에서라면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만약 오늘 폭력적인 면을 드러낸다면, 소민지가 가질 자신의 첫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시후를 보고 콧방귀를 뀌며 거들먹거렸다. "야 임마, 오늘 운이 좋구나? 나는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그냥 여기서 무릎 꿇고 머리 몇 번 박으면, 없던 일로 해 줄게!!”그러자 시후는 마치 헛소리를 들은 것 마냥 폭소하며 답했다. "핫하하하하!! 너.. 지금 상황 판단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지금 문제의 핵심은 네가 팔 두개를 빚졌다는 거야!”"너..?" 다카하시 히데요시는 확신에 차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저 자식이.. 내가 좋은 마음으로 살려 주려고 했는데, 그걸 발로 냅다 차버리네..? 그럼 이 자식이 순전히 복을 걷어 차 버렸으니, 내가 반격하더라도 그 누구도 나를 탓할 수 없겠지?’ 그러자 그는 이를 악물고 시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 자식아! 끝까지 건방지게 나온다 이거지? 나도 안 봐준다!!” 그러자 다카하시 히데요시는 경호원들에게 "저 자식을 죽여 버려요!"라고 소리쳤다.히데요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군중 속에서 갑자기 마른 체격의 여학생이 뛰어들어왔다! 그녀는 바로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도쿄대학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어 시후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
시후가 이렇게 많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걸 보고 소민지는 아무래도 시후가 오늘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시후에게 동정심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 사건의 전말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저 시후가 길에서 한 사람을 필사적으로 쫓다가 남자가 차에 치였고, 차에 치여 두 팔이 부러지는 것만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피비린내 나고 잔인함을.. 저 한국인 청년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줄이야..? 게다가 다카하시 가문의 큰 도련님과 저렇게 대치하다니.. 아무래도 정말 머리가 이상한 게 분명하다.이때, 다카하시 히데요시는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인내력도 바닥난 터라, 즉시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 "뭐해! 어서 내 발 밑에 있는 이 자식과 함께 쓰레기장으로 갖다 버려!”명령이 떨어지자, 10여 명의 경호원들은 시후를 향해 재빨리 돌진했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질까 봐 최선을 다했다. 어쨌든 눈 앞에 상대방은 한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최고의 무술 고수이기 때문에 만약 누군가 조금만 더 느렸다면, 눈 앞에 있는 이 자식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금만 늦게 온다면 히데요시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낼 기회가 없게 된다!다카하시 히데요시는 이렇게 많은 경호원들이 시후를 에워싸고 순식간에 포위망을 좁히자, 입가에 비꼬는 듯한 냉소를 흘렸다. "자.. 일본 번화가에서 감히 다카하시 히데요시와 맞서다니, 이건 죽고 싶은 거라고 할 수밖에 없어! 다카하시 그룹의 2세로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직접 나서기는 좀 곤란하잖아? 사실 그렇지만 않았으면, 정말 내 손으로 널 죽여 버렸을 텐데 말이야..!" 다카하시 히데요시는 시후가 곧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10여 명의 고수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 포위망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로 겁에 질린 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올 줄은 몰랐다..!곧이어 포위망에 서 있던 몇 명의 사람들이 줄줄이 날아갔다..!"아악!!!"
김지우는 계속해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비록 그녀의 평소 성격이 다소 괄괄하고 거친 면이 있었지만, 오늘과 같은 일은 그녀가 평생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녀는 두 눈으로 제이크 한의 시체를 목격했고, 시후의 외숙모가 독살당한 장면을 보았으며, 자신의 팀원들이 끔찍하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멘탈이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왜냐하면 고은서는 여전히 공연을 하고 있었고, 자신은 팀의 책임자였기 때문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고은서를 만나는 순간, 그녀는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 버렸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고은서는 김지우의 모습에 놀라며 급히 물었다. "VIP 구역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시후 오빠가 있는데, 무슨 큰일이 일어날 수 있겠어? 내가 듣기로 '호랑이 매니저'라는 별명이 붙은 언니가 이렇게 울고 있다니?!"김지우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넌 몰라... 공연 중에 괴한들이 들이닥쳐서 많은 사람들을 죽였어... 심지어 제이크 한 경감도 죽었다고...""뭐?!" 고은서는 눈이 커지며 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시후 오빠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괜찮으셔?!"김지우는 급히 답했다. "그들은 괜찮아, 다만 Samson 그룹에서 한 여자가 독살 당했어..." 그 후, 김지우는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상황을 고은서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은서는 이를 듣고 놀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기의 공연 중에 이런 심각하고 끔찍한 공격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와 Samson 그룹 가족들이 대부분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은 고은서는 안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살당한 여자가 시후의 외숙모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 그 다음, 그녀에게 든 첫 번째 생각은 바로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묻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김지우가 알고 있는 것은 정말 일부
사실 김지우는 지금까지 피해를 입은 스태프들의 뒤처리를 계속하고 있었고, 기분이 매우 우울했다. 하지만 시후와 유나가 VIP 이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그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작별을 하러 온 것이었으며, 임무를 마친 후에도 그녀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무대 뒤로 가서 고은서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한편, 공연장 밖에서는 창재가 보안 직원에게 간절히 부탁을 하고 있었다. "저는 혜리 씨를 정말로 알고 있어요!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서, 급한 일입니다! 제발 혜리 씨에게 제 이름을 전해주세요. 저는 창재라고, 한인 타운의 삼겹살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혜리 씨가 분명히 저를 알 거예요!"보안 직원은 그의 말을 비웃으며 불쾌하게 말했다. "됐어, 오늘 밤 얼마나 많은 팬들이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당신 이야기가 제일 별로야! 혜리가 어떻게 당신 같은 식당 직원이랑 알게 되겠어?"창재는 급하게 말했다. "저는 정말로 진실만 말하고 있는 겁니다! 만약 제가 하나라도 거짓말했다면 하늘이 제게 벌을 내릴 겁니다! 그러니 제발 전해주세요, 그냥 이름만 전해주시면 되는 겁니다!"보안 직원은 그를 밀쳐내며 짜증을 내며 말했다. "됐어, 더 이상 헛소리하지 마. 당신 말도 안 믿어. 설사 믿는다 해도, 나 역시도 혜리와 말을 할 자격도 없어. 당신 정말 날 너무 높게 보는 거라고!"창재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는 이제 깨달았다. 이렇게 해서 혜리를 만날 방법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갑자기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녀가 이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지만, 여기에서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그녀는 분명히 자신의 팀과 함께 차를 타고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래서 그의 최선의 선택은 그녀의 차가 나오기를 기다려서, 그 차를 막아 세우는 것이었다. 차가 멈추면, 그는 그녀의 주의를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삼촌은 구출될 것이다! 생각이 떠오른 그는 곧바로 공연장 VIP 통로의 출구로
공연 현장에는 수만 명의 팬들이 모여 혜리의 글로벌 투어의 첫 번째 공연을 열광적으로 지켜보았다. 공연은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행되었고, 팬들은 완전히 몰입하며 그녀의 무대를 즐겼다.유나는 시작한 지 수십 분 정도의 공연을 놓쳤지만, 이후 1시간 넘게 이어진 흠잡을 데 없는 공연 덕분에 이전의 아쉬움을 완전히 잊었다. 공연은 예정된 종료 시간보다 30분 늦게 끝났다.그 이유는 현장에 있는 팬들이 끊임없이 ‘앵콜’을 외치며 추가 공연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혜리는 다섯 번이나 무대에 다시 올라와 다섯 곡을 더 불렀지만, 팬들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앵콜을 외쳤다.하지만 공연이 팬들의 열정에 따라 계속해서 끝없이 이어질 수는 없었다. 다섯 번째 앵콜 무대 후, 혜리는 무대 아래로 깊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고, 이내 공연장의 조명이 모두 켜졌다. 스태프들은 음향 시스템을 통해 오늘 밤 공연이 종료되었으니 질서 있게 퇴장해달라고 공지했다.팬들은 조명이 모두 켜지고 종료 안내가 나오면 공연이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팬들은 매우 질서 있게 퇴장을 시작했다.이때 시후는 유나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도 가요. 지금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나오기 전에 차를 뺄 수 있어서 편할 거예요. 조금만 더 있으면 수만 명이 다 밖으로 나올 텐데, 그럼 분명히 교통 체증으로 엉망일 될 거예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여보, 꼭 기억해요. 다음 공연도 나랑 같이 가줘야 해요....""알겠어요!"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 공연은 모레 보스턴에서 열리죠? 꼭 같이 가줄게요!"유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시후의 팔을 잡으며 웃었다. "그럼 우리 먼저 가요."두 사람이 VIP 룸을 나섰을 때, VIP 구역에서는 이미 피의 흔적이나 냄새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유나의 눈에는, 이곳은 처음 왔을 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엘리베이터 홀에 도착했을 때, 마침 김지우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늘이 혜리의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라는 것을 떠올린 창재는 서둘러 앞치마를 벗고 가게에 있는 손님들에게 말했다. "제가 급히 볼 일이 생겼습니다. 여러분, 자유롭게 식사를 하시고 마지막에 나가시는 분이 문 좀 닫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급히 가게 문을 나서 택시를 잡아타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는 공연장에 간다고 해서 반드시 혜리를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이었다.....그 시각.Samson 그룹은 경호원들과 배유현, 원서훈의 호위를 받으며 무사히 AB 빌딩에 도착했다. 배유현은 Samson 그룹 사람들을 빌딩 안으로 안내한 후 안산에게 말했다. "회장님, 여기까지 모셔드렸습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 주세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배유현 양, 고맙소!"배유현은 서둘러 말했다. "별말씀을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안산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참, 배유현 양. 조금 전 차 안에서 내 개인 비서와 연락을 했어요. 그와 그의 팀이 지금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으로 오고 있어요. 수고스럽겠지만, 그 시신과 유품들을 잘 보관해주세요. 내 사람이 도착하면 당신과 연락할 겁니다.""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배유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뉴욕에 도착하면 바로 저에게 연락을 달라고 해주십시오.""그래요!" 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이제 올라가겠습니다."그 때, 엘리베이터 홀 입구에는 이미 보안 검색 장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안태풍은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말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우리 모두 철저한 보안 검색을 마친 뒤에 위층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방금 엘리베이터 점검도 완료했고,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신중을 기해서 보안 검색 후 두 명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눠서 올라가시죠."안태풍의 신중함에 대해서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모두들 지금은 안전이
이중열의 말은 창재에게 마치 이별의 말처럼 들렸다. 그에게 있어 지난 10여 년간 이중열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고, 마음속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래서 이중열이 체포되는 모습을 보자 창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겼다.하지만 이중열은 창재가 슬픔에 잠기지 않기를 바랐다. 경찰 류수오는 원래 그들에게 이별의 시간을 조금 더 주려고 했지만, 이중열은 스스로 짐을 들며 말했다. "경찰관님, 이제 가시죠."류수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가자고."이중열은 물었다. "수갑을 차야 합니까?""아니, 그럴 필요 없어." 류수오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당신은 불법 체류 혐의일 뿐이고, 중범죄는 아니니까. 우리가 당신을 데려가면 우선 간단히 조사를 진행하고, 진술서를 작성할 거야. 그 후에 이민청 담당자가 와서 공동 조사를 할 거고, 불법 체류가 사실로 확인되면 추방 절차를 시작하게 돼. 그때는 담당자가 비행기까지 동행할 거야."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공손하게 살짝 허리를 숙였다. "귀찮게 만들어 죄송합니다."류수오는 그의 말에 약간 머쓱해졌고, 기침을 두어 번 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크흠.. 그런데 하나 말씀드리자면.. 이건 우리 경찰이 주도한 일이 아닙니다. 이민청에서 주도한 거예요. 아마도 이민청 쪽에 누군가가 당신의 불법 체류 사실을 신고했기 때문에 우리가 협조 요청을 받은 거죠." 이어 류수오는 일부러 불평 섞인 투로 말했다. "에휴, 누군지 참 한심하지. 사실 한인 타운이 아니라 차이나 타운이야 말로 불법 체류하거나 불법으로 미국에 숨어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 다 놔두고 하필 당신을 신고하다니.."류수오의 말은 이중열과 창재에게 누군가 고의로 이 일을 꾸민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중열도 이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이 일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국 제가 먼저 법을 어겼으니, 누군가가 신고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 않겠습니까."류수오는 이중열의
이 차량들에는 페이셔스 그룹의 차량 행렬과 Samson 그룹의 차량 행렬이 섞여 있었으며, Samson 그룹 사람들은 각자 여덟 대의 차량으로 나뉘어 타고 빠르게 현장을 떠나 AB 빌딩으로 향했다.뉴욕 한인 타운.여러 대의 경찰차가 빠르게 한인 타운으로 들어와 이중열의 식당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열 명이 넘는 뉴욕 경찰들은 성큼성큼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선두에는 제이크 한의 심복인 수오가 있었다. 그의 성은 류씨로, 류수오라고 불렸다.이때, 식당에는 여전히 많은 손님들이 식사 중이었다. 경찰인 류수오가 들어서자 손님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류수오는 한 손으로 허리에 있는 권총을 쥐고, 다른 손으로 경찰 배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여러분, 경찰이 사건을 처리 중입니다. 자리에 앉아 모두들 움직이지 마십시오."종업원인 창재는 경찰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긴장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한 접시를 손님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려 했으나, 손이 떨리며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미친 듯이 주방 쪽을 향해 소리쳤다. "삼촌! 경찰들이 왔어요! 빨리 도망쳐요! 어서요!"류수오는 그 말을 듣자마자 창재를 바닥에 눌러놓고 차갑게 경고했다. “어이, 너와 이중열의 신상은 내가 다 알고 있어. 추방당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있어. 그렇지 않으면 나도 널 도와줄 수 없다!"창재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외쳤다. "그럼 저를 추방시켜요! 저는 삼촌과 함께 갈래요!"류수오는 엄하게 말했다. "이 자식, 너 정말로 무식하구나. 네가 조금 어리다는 이유로 너를 봐주는 건데, 내 호의를 무시하지 말라고!"이때 이중열은 급히 주방에서 나와 앞치마도 벗지 못한 채 말했다. "경찰관님, 제가 이중열입니다. 여러분의 집행에 전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창재는 아직 어리고 철이 없으니 그와는 언쟁하지 마십시오!"이중열이 나타나자 류수오의 태도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는 창재를 놓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안충주와 안태풍은 앞장서서 Samson 그룹 가족들을 데리고 VIP 실을 떠났다. 멀어져 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시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다. 그는 외가 식구들과 상봉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이것은 조부모님들께 심리적으로 위로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은 부모의 죽음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고, 적이 자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자, 지금껏 자신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해 온 것이 다행이라고 느꼈다. 결국, 어둠 속에 있어야만 조용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가 자신을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적에게 일찍 노출시킨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네 대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VIP 구역에는 시후와 그의 어깨에 기대 잠든 유나만 남았다. 시후는 아내의 뇌에 남겨 둔 한 가닥의 영기를 조용히 회수한 후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그러자 잠시 후, 유나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며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곧, 관람석의 큰 창 너머로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혜리를 보자, 그녀는 번개에 맞은 듯 놀라며 외쳤다. “어?! 콘서트가 이미 시작된 거야?! 내가... 내가 왜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잠들었지...” 그녀는 급히 옆에 있는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의 어깨를 흔들며 다급히 말했다. “여보... 여보, 얼른 일어나요!”시후는 졸린 척 눈을 뜨며 멍한 얼굴로 물었다. “왜 그래요, 여보... 나 꿈꾸고 있었는데...”유나는 무대를 가리키며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봐요, 콘서트가 이미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리 둘 다 잠들었다니...”시후는 놀란 척하며 말했다. “아이고, 그렇네... 나도 어떻게 하다 잠들었는지 모르겠네.. 오늘 낮에 너무 놀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안충주는 심지어 아버지의 손바닥에서 계속 찔린 부위가 이미 깊게 움푹 들어간 것을 발견했다. 안산의 손바닥은 끊임없이 찔려서 손상되었고, 볼펜 잉크가 피부에 스며들어 마치 오래된 문신 같은 자국을 형성하고 있었다.비록 손바닥에 적힌 내용을 명확히 읽을 수는 없었지만, 안충주는 그것이 분명 아버지가 직접 적은 글로 아버지 자신을 계속 상기시키기 위한 문구일 것이라 추측했다.안충주는 마음이 아파왔고, 조용히 아버지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 아버지가 다음 번에 볼펜으로 손바닥을 찌르고 적힌 글씨들을 몰래 살펴볼 때, 비로소 손바닥 안에 적혀 있는 세 줄의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예선이와 은 서방이 떠난 지 어느덧 20년이다. 둘째, 시후의 약혼녀에게 목숨을 구하는 은혜를 입었다. 셋째, 시후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이 세 줄을 읽은 안충주는 코끝이 찡해졌고, 눈시울도 뜨거워졌다. 그는 아버지가 이 세 줄의 글을 적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아버지가 이 세 줄을 손바닥에 적은 이유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잊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한 것임을 알았다.부모로서 딸과 사위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지났고, 외손자를 여전히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렇게 어렵게 기억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안충주에게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위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가 스스로 이겨 내기를 바랄 뿐이었다.곧 안태풍이 뉴욕에 있는 Samson 그룹의 보디가드들을 모두 공연장 근처로 소집했다. 인원이 모두 모이자, 안태풍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람들이 모였으니 이제 출발하시면 됩니다.”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배유현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배유현 씨, 그럼 우리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이번에 도움을 줘 정말 고맙습니다! 나중에 우리 충주나 태풍이에게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Samson 그룹이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절대 힘을
안예선의 선견지명은 Samson 그룹 전체에서도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녀는 AB 빌딩을 건축할 당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AB 빌딩의 꼭대기 층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었다.AB 빌딩의 꼭대기 층은 최고 수준의 방탄유리로 제작되었으며, 꼭대기 층으로 연결되는 옥상과 아래층 통로, 엘리베이터 샤프트 등은 은행 금고에 버금가는 강력한 물리적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물리적 차단 장치가 완전히 닫히게 될 때, 꼭대기 층은 마치 철옹성과 같아져 단일 무기나 공격으로는 옥상, 아래층, 창문 등 어느 방향에서도 침투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만약 적이 뉴욕 도심에서 무장 헬리콥터를 동원해 강제로 공격을 시작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이곳에 침입할 수 없을 것이었다. 게다가 AB 빌딩은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이는 뉴욕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서도 가장 번화한 지역이었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뉴욕 초고층 빌딩의 안전은 미국 경찰과 국가안보기관에서 매우 중시하는 분야가 되었다. 따라서 이런 곳에서 AB 빌딩을 대놓고 공격하려는 자는 없을 것이며, 무장 헬리콥터 같은 대규모 무기를 맨해튼 상공으로 가져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 할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안예선은 오래전부터 결론을 내렸다. Samson 그룹이 큰 위기에 직면했을 때, AB 빌딩에 숨는 것이 다른 어떤 장소보다도 안전할 것이라고 말이다. AB 빌딩에 숨는 것은 뉴욕의 천만 명 가까운 시민들 머리 위에 숨는 것과 같았다. 뉴욕 시민이라면 누구나 어디에서든 고개를 들어 화려한 맨해튼의 먼 곳을 바라보면 AB 빌딩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모든 이의 눈이 닿는 곳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Samson 그룹에 해를 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안예선은 AB 빌딩을 Samson 그룹의 최후의 요새라고 불렀다. 이 요새의 비밀은 오직 안산과 장남 안충주만 알고 있었는데, 평소 대부분의 시간을 AB 빌딩에서 일하고 있는 안태풍조차 이 층의 비밀을 몰랐다.안태풍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