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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4장

생각해보니 일본은 음력 설을 쇠기도 했지만, 메이지 유신 후 탈 아시아 정책을 실시하면서 음력에서 양력으로 변경한 것이 떠올랐다. 따라서 일본은 오쇼가쓰(お正月) 라는 양력 설을 보낸다는 걸 잠시 잊었던 것이다.

이제 도쿄대학교는 겨울방학을 앞둔 듯했고, 이에 따라 학생들은 학기의 마지막 기말고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도쿄대 캠퍼스를 거닐자, 시후의 머릿속에는 이토 나나코가 이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접 그녀를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 연약해 보이는 여학생이 도쿄대의 수재일 뿐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킥복싱 선수라는 걸 이렇게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말 그녀는 말도 안 되는 존재였다.

도서관 근처까지 갔을 때, 시후는 가로등에서 이토 나나코의 응원 포스터를 보기도 했다. 포스터에는 킥복싱 복장을 입고 있는 이토 나나코의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그녀는 꽃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포스터는 도쿄대 학생들을 향해 국제대학생 킥복싱대회에 출전하는 이토 나나코 선수를 응원해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이토 나나코의 포스터에 '일본 최고', '일본의 자랑', '올림픽 금메달 따자', ‘도쿄대 여신’이라는 낙서를 해두었다.

시후는 이 글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마도 이 꼬리표들은 이토 나나코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던 동창들이 붙여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런 꼬리표들은 이토 나나코에게 일종의 가스라이팅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건 마치 이토 나나코에게 계속 <넌 반드시 이겨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너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실망시킬 거야..!>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열심히만 하면 돼, 실패해도 똑같이 응원할 테니까.>라는 한마디를 건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한 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 휴대전화를 꺼내 이 포스터를 기념으로 사진에 담았다. 날이 저물고,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시후는 그제서야 도쿄대를 나섰다.

도쿄대 정문을 나오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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