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 역시 속으로 이토 나나코의 완벽한 대응에 감탄했다. 역시.. 경험은 강한 힘 만으로는 메울 수 없다. 설아는 지금 마치 슈퍼카를 가진 운전자와 같았다. 그녀의 슈퍼카는 매우 힘이 세고 속도도 빠르지만, 그녀는 현재 도로 상황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 어디에 코너가 있는지, 어디에 울퉁불퉁한 곳이 있는지, 혹은 어디에 지름길이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반면, 이토 나나코의 차는 파워와 스피드가 설아의 슈퍼카에 못 미치지만 주행 상황에 익숙하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두 운전자가 함께 경기를 하면 슈퍼카를 운전하는 사람이 결국 이겨도 만족스럽게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나나코는 설아의 공격을 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설아를 얕잡아 보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왜냐하면 조금 전 자신이 막아선 설아의 끔찍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손바닥으로 방어를 잘해서 다행이지,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면 몸 어느 곳이라도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설아도 자신의 강점은 바로 속도와 힘이며 약점은 경험과 노하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토 나나코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2차 공격을 감행했다..! 설아는 아주 단순히 생각했다. 만약 상대방이 자신의 공격을 잘 분석하고, 그 후에 맞춤형으로 방어를 한다면 집중적으로 공격하여 그녀의 뇌가 자신을 분석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이토 나나코는 설아가 자신을 향해 연거푸 공격을 하는 것을 보고, 조금 전 기술을 다시 시전하려 했지만, 설아가 곧이어 좌우 다리를 번갈아 가며 자신을 향해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자 이번에 나나코는 공격을 당했다. 그녀는 매번 손바닥으로 방어를 해야 하는데, 사실 매번 설아의 힘을 완전히 당해낼 수는 없었다. 따라서 설아의 공격이 빠르고 무자비해졌을 때 나나코는 조금 압도당하고 말았다.설아가 그녀를 다리로 공격할 때, 나나코는 이미 몸을 추스르며 대응할 겨를이 없었고 빠른 공격에서
지금 이 순간, 설아는 자신이 방심했다는 이유로 살짝 짜증이 났다.. 이토 나나코에게 끊임없는 공격을 퍼붓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나나코가 실력자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전에 만났던 상대들과는 급이 달랐다. 그래서 이런 압박적인 공격은 이토 나나코에게는 확실히 위협적이지만, 오히려 설아가 상대에게 허점을 드러내는 일이 되었다.그 순간, 나나코는 빠른 속도로 왼쪽 주먹을 날려 설아의 무릎 쪽을 내리쳤다! 그런데, “딱!!”하는 소리와 함께, 이토 나나코는 마치 철판에 주먹이 박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충격으로 손목이 온통 저려왔다!설아는 나나코에게 공격을 당해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릎에 살짝 통증만이 느껴졌다. 이 정도 통증이라면 자신에게 전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았다. 설아는 속으로 ‘은 선생님이 그 신약을 흡수해 주신 후, 내 힘뿐만 아니라 신체의 방어력도 크게 향상되었나 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토 나나코의 실력과 강함은 알고 있어.. 만약 이전에 이렇게 한 대를 맞았으면 아마 무릎이 다 조각 나 버렸을 거야..! 그런데 이제 이토 나나코의 펀치는 나에게 4살 정도 꼬마의 주먹처럼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실질적으로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거야!!’이토 나나코 역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설아의 현재 실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 특히 신체의 방어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설아의 저항력이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강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자신은 이 한방에 이미 많은 힘을 썼지만, 설아를 보면 전혀 타격 받지 않은 듯했다. 심지어 설아의 표정은 고통스러움이 전혀 없었고, 살짝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인 것 같았다..!이토 나나코는 순간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나코의 타격 역량은 현재 진설아 보다 좋지 않았지만 어쨌든 기술과 경험이 있으니 이 경기를 비벼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설아의 신체 방어력 역시도 이미 자
설아는 연속으로 두 번의 펀치를 날렸지만, 모두 나나코가 피해버렸다.나나코는 오히려 절호의 찬스를 얻기 위해 즉시 몸을 웅크리고 옆구리를 스치며 돌파하는 동시에 왼손은 앞에 두고 부상당한 오른손은 뒤에 두고는 두 손의 함을 합쳐 설아의 아래쪽 허리를 공격했다!관중들은 설아가 다시 상대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게 된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설아는 왼손은 쫙 펴고 오른손은 주먹을 쥐고서 왼쪽 손바닥으로 갑자기 오른손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힘을 가했다. 곧이어 설아는 오른손 팔꿈치에 엄청난 힘을 실어 빠른 속도로 이토 나나코의 가슴을 공격했다! 설아의 이 공격은 엄청난 힘과 속도가 실려 있었다! 그녀는 오른팔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공격에는 오른팔의 모든 힘뿐만 아니라 심지어 왼팔의 힘까지 함께 실었던 것이다!나나코는 설아가 일부러 드러낸 허점이 사실은 적을 깊이 유인하는 미끼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나코의 손바닥이 설아의 옆구리를 치기도 전에, 설아의 오른손 팔꿈치는 이미 순식간에 그녀의 가슴을 내리쳤다!팔꿈치의 힘은 일반인이 낼 수 있는 정도의 힘이 아니었다.양팔의 모든 힘을 가한 상태에서 나나코는 순식간에 가슴에 포탄을 맞은 것 같았고, 엄청난 힘으로 인해 갈비뼈 여러 개가 부러진 것 같았다.. 더불어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나나코의 몸은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솟아 올랐고 조금 뒤 쿵 하고 링의 끝 쪽으로 떨어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이토 나나코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그녀는 입에서 바로 피를 토해내며,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시후는 설아가 이번 공격에 이렇게 많은 힘을 사용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의 지금 실력으로는 이토 나나코는 물론 수 백 Kg이 나가는 남자 선수가 경기에 올라와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이렇게 강한 힘이, 나나코의 몸을 강타하다니.. 아마 그녀의 갈비뼈는 부러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녀
하지만, 이토 나나코는 지금 컨디션으로는 다시 일어서기 어려웠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열심히 노력했고, 한쪽에서는 심판이 계속해서 초를 세고 있었다. 이토 나나코는 몇 번이나 버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심판이 마지막 1초를 외치고 정식으로 호루라기를 불며 경기 종료를 선언하는 순간, 온몸의 힘이 마치 이 순간 완전히 빠져나갔고 쿵 소리를 내며 링 위에 쓰러졌다.군중 속에서 귀청이 터질 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설아가 결승에서 승리해 이번 국제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심판은 설아의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이제 이번 국제 대학생 킥복싱 대회 우승자는 한국의 진설아 선수!!”라며 소리쳤다.환호성은 순식간에 절정에 달했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사람들과 소리치는 사람들이 뒤섞여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시후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지만 마음속으로는 이토 나나코를 걱정하고 있었다.이토 그룹의 의료진들은 들것을 들고 링으로 돌진했고, 중년의 여의사는 이토 나나코를 간단히 검사한 뒤 곧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아가씨가 많이 다쳤으니 당장 공항으로 이송 준비하셔야 합니다!”라고 소리쳤다.이토 나나코는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없어요?"라며 허약하고 힘겹게 말했다.의사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극도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 지금 부상이 매우 심각합니다.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졌을 뿐만 아니라 내장에도 큰 상처를 입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당장 응급처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미 많은 구급 장비들을 비행기에 실어 두었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중적으로 치료를 할 예정입니다. 일본에 도착한 후 바로 최고의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할 겁니다. 자! 다들 출발하시죠!”이토 나나코는 이렇게 바로 떠나게 되는 것이 싫었지만, 지금 상황은 이미 그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그룹 주치의였고, 모두 아버지의 명령에 따랐다. 그래서 나나코는 곧바로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시후는 이토 나나코가 실려
......그 시각.. 고바야시 지로는 구현제약의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이 출시되자마자 열광적인 관심과 사재기 때문에 이학수 대표의 생산 압력은 굉장히 커졌기 때문이다! 어젯밤부터 의 엄청난 효능이 맘카페 뿐만 아니라 SNS에서 입소문을 탔고, 혜리의 후광으로 인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었다. 이 제품의 인기가 너무 높아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바로 생산성의 부족이었다. 그래서 이학수 대표는 직원들에게 두 배의 임금을 지급하고, 모두가 야근을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의 생산량을 증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그는 오늘 아침 일찍 직접 작업장에 가서 생산을 지도하고, 작업장에서 직원들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그는 고바야시 지로를 맞이할 시간이 없었기에 비서에게 고바야시 지로를 접대하고 응접실에서 기다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바야시 지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짜증이 났다. 원래 오늘은 경기장에 가서 이토 나나코를 응원할 생각이었데.. 하지만 이치로 제약의 미래를 위해 이 생각을 버리고 구현 제약으로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가 잘 풀리면 경기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학수 대표가 자신을 응접실에 두 시간 가까이 방치해 둘 줄이야!!그 때 갑자기 지로의 휴대폰에 이라는 뉴스의 알림이 떴다. 그는 급히 푸시를 눌러 진설아의 우승 기사가 아니라 이토 나나코에 대한 기사를 찾았다. 그는 이토 나나코가 중상을 입고 현장에서 일본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고 있다는 기사를 읽자 "젠장!! 지금 내가 이토 나나코를 따라갈 수 있다면, 분명 이 기회를 틈타 그녀의 호감을 살 수 있을 텐데!!” 고바야시 지로는 결국 여자란 실패와 부상의 이중고를 겪으면 마음이 약해지고 다른 사람의 관심과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딨어..?! 하아.. 아깝군..”이학수 대표는 10시가 넘어서야 작업장에서 나와 응접실로
고바야시 지로는 이학수 대표가 이렇게 깔끔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다. 고민이라도 하던가 생각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비즈니스 예절 아니던가..? 비록 화가 났지만, 고바야시 지로는 마음속의 분노를 참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학수 대표에게 "이학수 대표님 제가 좀 직설적으로 말했던 것을 용서하시죠. 구현제약은 한국 본토에서 최고의 제약회사가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러니 전 세계 제약 시장에서는 더더욱 인지도가 낮아지죠. 그러니 해외로 진출하여 아시아 시장, 나아가 글로벌 시장까지 접수하려면 지금 수준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치로 제약은 다릅니다. 우리는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국제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전반적으로 구현제약보다 훨씬 뛰어나고, 생산라인도 훨씬 앞서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현 제약이 이치로 제약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좋은 기회가 대표님 앞에 있는데 왜 이치로 제약과 협력을 하지 않으신다는 겁니까?”이학수 대표는 냉소하며 답했다. "대표님, 구현 제약의 현재 규모는 이치로 제약만큼 크지 않지만, 우리 제품은 뛰어난 약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입소문만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 힘겹게 해외로 진출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외국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우리 제품을 찾을 것이라고 믿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좋은 제품의 매력 아니겠습니까?”고바야시 지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얼마나 좋은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어제 저녁, 한번 시험해 보자는 마음으로 한 봉지를 먹었는데, 그 결과 위의 불쾌감이 아직도 재발하지 않는다. 약효나 약효 지속시간 모두 자기 고바야시 S보다 굉장히 강하다. 따라서 이 추세로 볼 때, 이 이 시장에 출시되면 고바야시 S는 시장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
구현제약은 이전의 화신 제약이고, 화신 제약의 규모는 이치로 제약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화신 제약의 이전 자산은 모두 합쳐도 수십 억 정도라고 추정 되지만, 이치로 제약은 시후에게 빼앗긴 현금만 무려 100억 정도가 되기에 이치로 제약의 시가총액은 적어도 화신 제약의 수십, 수백 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구현제약이 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가능한 초과근무를 하도록 하는 것 외에 생산라인을 확장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고바야시 지로의 말처럼 생산라인을 확장하려면 많은 인력과 물자, 재력,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가장 큰 것은 시간이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구현제약이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한다고 해서 당장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 구현 제약은 세계 시장의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 능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하니 이학수 대표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고바야시 지로에게 말했다. "대표님, 이 일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는 구현제약의 책임자일 뿐이거든요. 당신과 협력할 수 있는지 여부는 우리 회장님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이학수 대표의 말투가 처음 보다는 살짝 부드러워진 것을 느낀 고바야시 지로는 자신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웃음지었다. "아~ 그래요? 그렇다면 어서 회장님께 전화를 걸어 협력할 의향이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만약 그가 협력할 의향이 있다면, 우리는 가능한 빨리 이 일을 결정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우리가 합작을 한다면, 나는 즉시 이치로 제약의 모든 생산 라인을 , 즉 미래의 생산으로 전환할 겁니다.”"좋아요." 이학수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전화를 꺼내 응접실을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가서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시후는 설아가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이토 나나코가 떠난 것
시후는 이 말을 듣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핫!! 이치로 제약 놈들.. 그 놈들은 믿을 수가 없어요. 내 신약을 훔친 선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고바야시 지로가 친형을 죽이기 위해 돈을 쓴 사례도 있으니, 이런 놈들과 협력하면 분명 속아 넘어가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치로 그룹은 결국 일본의 그룹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들과 협력한다면 분명 그들과 우리의 제조법을 공유해야겠죠. 일단 그들이 우리의 제조법을 알고 나면 토사구팽 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절대 협력은 안됩니다.”이학수 대표는 이 말을 듣고 즉시 입을 열었다. "은 선생님, 제가 신중하게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럼 고바야시 지로의 협력 제안을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시후는 웃음 지었다. "내가 이치로 제약에 대해 아는 바로는, 그들이 이렇게 쉽게 이 일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거죠. 잘못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요 며칠은 조심해야 합니다. 안세진 부장과 이화룡 씨에게도 주의를 기울이도록 당부하죠. 하하하..”이학수 대표는 "은 선생님,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참, 지금 시장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생산 라인을 확장해야 할까요? 원하시면 빨리 공업용지를 알아보겠습니다.”라며 시후에게 질문했다."직접 생산라인을 짓는 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죠. 눈앞에 이미 만들어진 큰 생산라인이 여러 개 있지 않아요?”이학수 대표는 "은 선생님.. 설마.. 이치로 제약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라고 물었다."맞아요."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고바야시 지로의 형, 고바야시 이치로가 아직 내 손에 있으니.. 이번에는 고바야시 지로를 한국에 남게 하고 이치로가 돌아가서 다시 이치로 제약을 이끌도록 하는 겁니다. 고바야시 이치로가 일본으로 돌아가면, 이치로 제약 지분 80%를 내 명의로 넘겨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화룡 씨의 개농장에서 계속해서 개똥이나 치우며 살게 만드는 거죠.”라고 말했다.이학수 대표는 문득 깨닫고 소리쳤다. "와아.. 은 선생
시후는 연애 감정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유나와 결혼한 지 4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시후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 유나와 심각한 갈등을 겪어본 적도 없었고, 크게 다퉈본 적도 없었다. 그들의 감정은 잔잔한 물결처럼 천천히 깊어 졌을 뿐, 격정적인 기복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시후는 뜨겁고 격렬한 사랑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연애 고수들은 대부분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사랑과 관련된 감정에 단련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단 한 번 보더라도 상대방이 이미 자신에게 빠져들었는지 아닌지를 알아차린다. 그러나 시후처럼 연애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은, 상대가 바로 눈앞에서 눈물을 쏟으며 울고 있어도,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유미경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시후는 단순히 이렇게 말했다. “아니, 겨우 휴대폰이 깨졌다고 이렇게 우는 거예요? 괜찮아요, 내가 새로 하나 사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눈물 흘릴 필요까지는 없어요...”유미경은 감정을 억누를 수 없어 울먹이며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새로 사줘도 이 휴대폰이 아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건 이 폰이라고요!”시후는 다급히 말했다. “당신이 이 휴대폰에 애착을 갖고 있는 거군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휴대폰이 깨져도 수리가 가능하니까. 뒷면 커버만 갈면 되겠네요.” 이렇게 말한 뒤 시후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덧붙였다. “지금은 좀 늦었으니까, 내일 아침에 바로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하면 돼요. 부품이 있으면 오전 중에 고칠 수 있을 것 같네요. 만약 부품이 없으면, 똑같은 기종을 하나 사서 부품을 빼서라도 고쳐줄게요. 이러면 괜찮죠?”유미경은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차마 자신의 마음을 밝힐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억울한 듯이 더욱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 “나는... 나는 그냥 이 폰이 좋아요... 완전히 똑같은 이 휴대폰이요... 뒷면을
유미경은 매우 놀라고 말았다. 시후가 올해 29살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아직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설명했다. “그리고 20대 초반에 내가 일하고 있던 공사팀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현장에서 우연히 대표님의 눈에 들었는데, 그분이 내가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셨고, 나중에는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손녀딸과 결혼까지 시키고 싶어하셨어요...”유미경은 깜짝 놀라며 크게 눈을 뜨고는 시후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에게 농담하는 거 아니죠? 그 대표님이 왜 그렇게 잘해주신 거예요? 게다가 자기 손녀까지 당신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니?”시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연이었어요. 그분의 집안이 우리 LCS 그룹에서 일했던 겁니다. 그래서 내 정체를 알아보고는,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셨던 거고요.”유미경은 시후의 흐뭇한 미소를 보며, 심장이 갑자기 쿵쿵 뛰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설마... 정말 그 결혼을 받아들인 건 아니죠?”“맞아요. 승낙했어요.” 시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어요. 그리고 끝없는 떠돌이 생활이 지겨웠고, 나도 가정을 갖고 싶었거든요.”순간, 유미경은 마치 천둥을 맞은 것처럼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미 결혼한 거네요?”“그렇죠.” 시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표님이 내가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해주신 것도 사실 아내와 함께 졸업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아내가 졸업한 후, 결혼식을 올렸죠.”유미경은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시야가 갑자기 흐려졌다. 그녀는 시후가 이미 결혼했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렇게까지 가슴이
유미경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시후를 보는 순간 자신의 가슴속에 쌓여 있던 모든 원망과 불만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후가 자신에게 사과하는 순간, 그녀는 오히려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기까지 했다. 부끄러움을 느낀 이유는, 시후는 바로 이중열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만, 반면에 자신의 아버지는 그의 체면 때문에 이중열이라는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는 너무도 명확했다.시후 역시도 늘 누구에게 빚을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으로, 서로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으니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유미경에게 말했다. “미경, 이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니 여기서 그냥 다 잊는 걸로 하죠.”“좋아요.” 유미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오후에 시후가 자신의 아버지와 이야기하던 중 먹자골목 이야기를 꺼낸 것이 떠올라 궁금한 듯 물었다. “은시후 씨, 그런데 오후에 왜 갑자기 우리 아버지에게 먹자골목 이야기를 하신 거예요? 혹시 다른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요?”“맞아요.” 시후가 대답했다. “유 회장님이 이곳을 재개발해 상업 중심지로 만들려고 했거든요.”유미경은 놀라며 물었다. “그걸 직접 당신에게 말했어요?”“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부분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흥분하시던데요. 보아하니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가 이 먹자골목을 당신에게 모두 양도하게 만들었죠. 이후에 이곳을 떠날지 머물지는 당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요.”유미경은 따뜻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왜 이렇게 배려해주신 거죠?”시후는 무심한 듯 말했다. “이 먹자골목은 당신에게 중요한 곳이잖아요. 그러니 이곳을 보존하는 건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죠.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는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기에 이곳의 땅값이 올랐다고 해도, 굳이 허물고 재개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시후는 탄식하며 말했다. “하지만 부자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배유현과 시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한편으로는 시후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더 알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힐 기회를 얻고 싶었다. 그리고 나서 마음이 차분해지면 시후를 찾아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시후를 마주치게 되자, 그녀는 한순간 긴장하며 시후와의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역시나 영리한 배유현이었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각자 상대가 왜 여기에 있는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미경 씨와 은 선생님은 정말 텔레파시가 잘 통하시는 것 같아요. 두 분 다 이곳을 선택하다니, 혹시 사전에 상의하신 건 아니죠?” 배유현은 이 한마디로, 두 사람을 따로 불러낸 자신의 의도를 단숨에 감추었을 뿐만 아니라, 어색한 분위기까지도 부드럽게 풀어버렸기 때문이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원래 유미경 씨와 오늘 저녁 이곳에서 식사하기로 약속하기는 했어요.”유미경은 시후 맞은편에 앉으며 그를 바라보고 나지막이 물었다. “이젠 ‘미경’이 아니라 ‘유미경 씨’라고 부르시는 건가요?”시후는 순간 당황하며 웃었다. “아, 잘못 말한 거예요. 미경.”유미경의 눈빛에는 조금 여유가 생긴 듯했다. 그녀는 가방을 옆에 두고 시후를 보며 다시 물었다. “이미 약속했는데, 왜 약속을 어기신 거죠?”시후는 급히 말했다. “이렇게 함께 앉아 있잖아요.”유미경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저와의 식사 약속을 지키러 온 게 아니라, 배유현 회장님과의 약속을 지키러 온 거잖아요.”배유현은 시후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는 걸 보곤 갑자기 말했다. “아, 참! 저는 짧은 화상 회의가 있어서요. 그럼 두 분 먼저 이야기 나누고 계시고, 음식도 좀 시키세요. 저는 조용한 곳에서 화상 통화를 좀 하고 올게요.” 그렇게 말한 뒤 배유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떠나버렸다.
멀리서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의 유미경을 본 시후의 첫 반응은 놀라움이었다. 곧바로 그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배유현 씨, 이게 무슨 상황이죠?" 유미경이 아직 가까이 오지 않은 틈을 타, 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미경 씨를 초대했어요. 미리 은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못한 건 정말 죄송해요." 그러면서 그녀는 덧붙였다. "저는 은 선생님과 미경 씨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한 번 자리를 만들어 대화를 나눌 기회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내일이나 모레 홍콩을 떠나게 되었을 때, 은 선생님께서 나중에 유미경 씨와 오해를 풀 기회가 없을 수도 있잖아요."시후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동시에 배유현의 세심한 배려에 조금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배려는 정말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시후는 놀라기는 했지만, 배유현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사실 그 역시 홍콩을 떠나기 전에 유미경과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직접 사과할 기회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시후는 유미경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오후 공항에서 보았던 유미경의 실망스러운 표정이 떠오르자, 그는 그녀에게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리고 유미경이 자신의 설명을 듣고 싶어 할지도 아직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시후는 곧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시후는 그냥 이미 엎어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식으로 체념하려 했다. 이미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그냥 넘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이 유미경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사실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유미경 때문에 유가휘에게 관용을 베푼 것이기도 했다.그러나 다시 이 먹자골목에 오니, 시후는 자꾸만 유미경이 떠올랐다. 그녀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텅 빈 듯한 기분이 들었
시후는 순간 약간 난처해졌다. 원래 시후는 유미경과 저녁에 먹자골목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었다. 비록 시후가 말로 약속하기는 했지만, 본래 시후의 의도는 유가휘의 일을 해결한 후 더 이상 유미경을 만나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다시 유미경을 만났을 때 괜한 어색함을 느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시후가 원래 세웠던 계획은 유가휘를 처벌한 뒤, 유가휘가 직접 유미경에게 자신의 정체를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유미경이 갑자기 공항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시후는 자신이 유미경을 속였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까지 혼쭐을 냈으니, 그녀가 분명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조금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배유현이 홍콩의 길거리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이것은 다시금 시후가 유미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배유현은 시후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궁금한 듯 물었다. "은 선생님, 듣고 계신 거죠?"시후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대답했다. "아, 듣고 있어요. 홍콩의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맛있는 음식이 많은 먹자골목으로 안내하죠.""좋아요!" 배유현이 기쁜 듯 웃으며 말했다. "위치만 알려주시면 돼요. 저 혼자 갈게요." 그러면서 그녀는 덧붙였다. "아, 그리고 은 선생님, 저녁에 친구 한 명을 데려가도 괜찮을까요?"시후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홍콩에 친구가 있는 건가요?""그럼요!" 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제 친구는 전국 방방곡곡에 다 있어요."시후는 별다른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럼 같이 가죠.""네!" 배유현은 밝게 말했다. "그럼 그렇게 정한 겁니다. 위치 알려주세요."시후는 전화를 끊고 유미경과 가기로 했던 길거리 거리의 위치를 배유현에게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보고 택시를 잡아타고 길거리로 향했다.시후가 먹자골목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손님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시간이었고, 시후가 막 먹자골목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어디선가
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표정이 갑자기 어색해졌고, 우물쭈물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내가 왜 그 사람 정보를 알아봐야 해요..."유가휘는 유미경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미경아, 기억해라. 남녀 사이에 관계가 잘 발전하려면 절대 자존심 싸움을 하거나 삐지면 안 돼. 상대가 너에게 관심을 보이면, 너는 두 배로 반응해 줘야 하는 거야. 상대방이 너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너는 뻔뻔하게 주도권을 잡아야 해. 절대 네 마음 속의 사소한 감정 때문에 쿨한 척 거리를 두면 안 된다고. 괜히 속으로 불평만 하면 안 된다 이 말이다!” 그리고 유가휘가 이어 말했다. “너를 찾지도 않는다고 너도 그를 찾지 않고, 심지어 널 찾으러 왔을 때도 네가 여전히 허세를 부리면 인연이 있다고 해도 다 사라지지 않겠어?!”그 말을 들은 유미경은 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녀의 강한 자존심 때문에 그녀는 겉으로 부정하며 말했다. "아빠, 난 은시후 씨한테 별 감정이 없어요. 게다가 나랑 그 사람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요. 제가 어떻게 아버지를 무릎 꿇게 한 남자랑 사귈 수 있겠어요?"유가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고! 네가 정말 은시후 씨와 사귈 수만 있다면, 이 아빠는 무릎 꿇는 게 대수겠어? 절이라도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다시 덧붙였다. "더군다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야 할 것 아니냐. 내가 은시후 씨에게 무릎을 꿇게 된 것은 내가 그를 화나게 만들었고 그에 따라 용서를 빌어야 했기 때문이야.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내가 잘못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만약 네가 그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아무런 이유 없이 날 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하겠어?"유미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빠가 그렇게 말하는 건 오로지 은시후 씨의 능력을 보고 그러는 거잖아요.""그래 맞다!" 유가휘는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 "미경아, 넌 맏이야. 처음으로 나에게 아버지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아이지. 그건 네 동생들이 절대 따라할 수 없
과거의 그는 모든 여성들을 대할 때 항상 거만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여성들이 자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사랑을 받는 건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초월적인 자부심 덕분에, 그는 수십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여색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물론, 방가흔은 그가 만난 모든 여성들 중 가장 사랑한 상대였다. 그러나 그는 속으로 방가흔을 늘 존중한 적이 없었다. 과거에 방가흔이 이중열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을 때, 유가휘의 입장에서 이 일은 마치 가장 아끼던 장난감을 빼앗긴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그녀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을 때도, 그는 단순히 잃어버린 장난감을 되찾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어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에게 방가흔을 정말 사랑했냐고 묻는다면, 그의 대답은 분명 ‘아니오’였을 것이다. 물론, 젊은 시절 그는 방가흔을 매우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번 자신을 떠난 후, 그는 자신을 통제하고 다시는 그녀에게 너무 많은 투자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방가흔은 비록 유가휘의 아내이자 ‘사모님’이라는 공식적인 위치를 얻었지만, 그녀는 유가휘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거나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결혼 후에도 화려한 새장 속의 카나리아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방가흔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던 그 한마디가, 유가휘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조용히 흔들어 놓았다. 그는 평생 자랑스럽게 수많은 여성들을 품어왔다. 그러나 오늘, 시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때, 그의 자존심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금 그는 마치 전쟁에서 패배한 자존심을 버린 장군 같았다. 이제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오만함도, 자부심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곁에 남은 여인이 끝까지 자신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인해 그는 마음 속에 부드러운 감정을 느꼈다. 그러자 유가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정말 그를 완전히 놓아주었다
그 시각.유가휘의 가족들도 이미 차를 타고 시훈도에 있는 저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돌아오는 길에 유가휘는 방가흔과 함께 차를 탔고, 유미경은 자신의 테슬라를 직접 몰고 집으로 향했다. 유가휘는 딸이 뭔가 멍하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는 함께 차를 타고 가자고 했지만, 유미경은 이를 거절했다. 유미경은 지금 온갖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차를 몰고 돌아가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시후만이 떠올랐다. 그와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바람에, 유미경은 그가 이미 자신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를 더욱 괴롭게 만드는 것은 시후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유미경은 시후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많은 걱정들을 안고 운전을 했지만, 다행히 그녀는 오는 길에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집에 돌아왔다.집 앞에 차를 세운 뒤 차에서 내린 유가휘는 마치 영혼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큰 병을 앓고 난 사람처럼 기운이 빠져 있었고, 걸음걸이조차 힘겨워 보였다.남편의 이런 모습을 본 방가흔은 급히 그의 팔을 붙잡으며 다급히 물었다. "여보, 괜찮아요?"유가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무력하게 손을 저었다. "집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유미경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반대편에서 그를 부축했다.세 사람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유가휘는 두 사람에게 자신을 소파까지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소파에 앉는 순간, 그는 마치 큰 짐을 내려놓은 듯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50년 넘게 살아오면서, 오늘이 가장 두려운 날이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방가흔은 눈물을 훔치며 흐느꼈다. "미안해요, 여보... 다 내 잘못이에요..."하지만 유가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냐, 당신 잘못이 아니야." 그는 씁쓸한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