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이라는 숫자를 들은 손기정은 바로 기영숙의 생각에 동의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돌아서서 아들에게 말했다. "흥진아.. 네가 데리고 온 신부보다 얼마나 더 괜찮냐? 그리고 이건 하늘에서 돈까지 떨어지는 거야! 거의 꽁돈이라고! 이런 돈을 감히 누가 쉽게 줄 수 있겠니? 이건 진짜 하늘에서 준 선물이다!”흥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하면 손자도 바로 생기겠어요. 그것도 피부가 까만 흑인 아이로요.”손기정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했다. "에이~ 20억이면 흑인 손자라도 난 오케이다! 귀엽지 뭐!”흥진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은 말할 필요도 없어요. 난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요.”손기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이런 철 없는 것.. 우리가 너를 너~무 부족함 없이 키워서 네 놈이 철이 없는 것 같아! 네가 어릴 때부터 돈을 벌어 봤냐? 힘들여서 뭘 해본 적이라도 있냐는 말이야?! 네가 어렸을 때 조금이라도 고생을 하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네가 돈이라는 걸 버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텐데 말이야..”"맞아요!" 기영숙 역시도 옆에서 맞장구를 처댔다. “이 녀석아! 오늘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평생 20억은 쉽게 벌 수 없을 거다!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내 탓은 하지도 마라?!”그러자 흥진은 "아무리 부모님 두 분이 저에게 뭐라고 하셔도 저는 긍정적인 답변을 드릴 수가 없어요.”라고 고집을 부렸다."뭐?? 그럼 이 결혼을 못하겠다는 거야?!" 기영숙은 다급 해져서, "그래, 만약 네가 수락하지 않는다면, 오늘 나는 박나래 저 기집애가 며느리가 되는 건 절대 못 받아들인다! 그리고 너는 우리 그룹과 그냥 끝이야! 나가!”라고 소리쳤다.하지만 흥진은 강건했다. "그래요, 어머니께서 나가라고 하시면 나가겠습니다.”"너…?!!” 기영숙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만약 네가 밖에서 산다고 하면 은행 카드 전부 정지시켜버릴 거야! 앞으로 우리 그룹에서 한 푼도 받을 생각을 하
부모와 연을 끊는 것이라고, 그리고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고 협박을 해서라도 반드시 아들을 자신의 말을 따르도록 만들어야 한다!하지만 흥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부모님께서 저를 이렇게 존중하지 않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연을 끊으시려거든 끊으시죠.”기영숙은 분노했다. "이 양심 없는 놈아!! 내가 개보다 못한 놈을 아들이라고 키웠어!! 개는 그래도 내가 주인이라고 꼬리라도 흔들지, 너는 지금 이렇게 상스러운 년 때문에 나랑 관계를 끊으려 하는 거야? 널 키운 게 정말.. 헛수고다 헛수고!!”"어머니께는 저도 죄송하지만, 앞으로 제 인생을 어머님께 조종당하고 싶지 않아요.”그러자 손기정도 소리쳤다. "이 새끼가?! 네가 오늘 이렇게 떠난다면 앞으로 우리 그룹의 재산은 한 푼도 없을 거다! 그러니 지금 잘 생각해라?”"괜찮아요. 아버지 돈.. 저는 필요 없으니까요.” 흥진은 말을 마치고 나래를 끌고 나가려고 했다.기영숙은 이 장면을 보자 분노하며 욕을 해대며 친척들과 친구들을 불렀다. "저 양심 없는 아들놈 좀 빨리 막아줘!! 오늘 절대! 저 둘을 같이 내보내면 안 돼!!” 그러자 친척들과 친구들은 흥진과 나래 그리고 시후 부부를 둘러쌌다.기영숙은 나래의 앞에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들어 뺨을 한 대 때린 뒤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 여우 같은 년아!!!!! 대체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이렇게 들러붙어서 안 떨어지냐고!!”나래는 흥진의 어머니가 갑자기 자신에게 손을 들어 뺨을 때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너무나도 억울해하며 얼굴을 감싸쥔 채 울먹였다. "어..어.. 어머니.. 흑흑..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흥진 씨와 함께한 지 오래되었으니까.. 그리고 저희 둘은 진심으로 사랑해요.. 그러니 제발 저희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그냥 뒤져!! 뒤지라고!!" 기영숙은 나래가 자신의 아들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듣자 더욱 분노하여 뺨을 한 대 더 때리려고 했다!
시후는 손기정의 말을 듣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뭐라고? 날 어떻게 만들겠다고? 이 손기정이란 인간은 정말 사람을 볼 줄 모르는 군. 시후는 LCS 그룹의 도련님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은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런 수준 낮은 인간들과 상대하느니 차라리 이화룡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을 데려와 처리해버릴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롤스로이스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잠시 동안 아무 말없던 장미화는 당황하며 "어머 어머! 설 대표님 오셨나 보다!"라고 호들갑을 떨었다.손기정과 기영숙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설 대표가 오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지금 박나래와 그 집안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도 못했는데, 만약 정 안 되면 돈이라도 좀 쥐어 주고 둘을 헤어지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일이 처리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설 대표가 오다니.. 길가에 둘러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롤스로이스는 사람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멈추었다.차가 막 멈추자 기사가 먼저 내려 문을 열었다. 곧이어 뒷좌석에서 세 식구가 차에서 내렸다. 중년 남성은 양복을 차려 입었는데, 얼굴에 오만함이 가득했다. 중년 여성은 고운 분홍 빛깔의 한복을 차려 입었고, 통통한 얼굴이었다. 두 중년 사이에 있는 소녀는 외모는 그럭저럭 보통이었지만 옷차림이 아주 눈에 띄었다. 그녀가 입은 샤넬 롱 스커트는 최소 1800만 원 정도 되어 보였고, 들고 있는 에르메스 악어가죽 한정판 백은 최소 3700만 원은 되는 금액이었다. 세 사람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설 대표의 이름은 설종훈이었고, 경기도에서 수십 개의 중소형 마트를 오픈하여 꽤 돈을 많이 긁어모으고 있었다. 그의 딸은 설윤정으로 올해 27살이었다. 설윤정은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왔는데, 해외 유학을 떠나는 아이들은 극과 극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아이는 국내에서도 매우 뛰어난 성적을 받으며 세계 최고 대학의 장학금을 받고 심
그녀가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의사는 그녀에게 잦은 낙태로 인해 그녀의 자궁과 생식기의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고, 만약 이 아이마저 낙태해버리면 그녀는 앞으로 임신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진료를 받은 설윤정은 자신이 뭔가 복잡한 문제에 얽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그녀는 최종적으로 누군가의 엄마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아직 아이를 낳을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건 그녀에게 정말 큰 타격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 사실을 자신의 부모님께 알렸다. 설종훈은 이 사실을 알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딸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식이라고는 딸 하나뿐인데 아들은 아니지만, 딸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핏줄을 이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딸이 이 뱃속의 아이를 지우면 앞으로 다시는 아이를 낳지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의 핏줄이 끊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딸 아이의 신랑감을 찾아서 딸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해줄 사람을 찾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백당 그룹의 아들 손흥진이 자신의 딸과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굉장히 기뻤다. 그래서 그는 부랴부랴 아내와 윤정을 데리고 달려왔다. 심지어 웨딩 드레스도 챙겨주지 못할 만큼 급하게.. 하지만 그도 지금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단 먼저 손흥진과 결혼식을 한 다음, 개인 적으로 돈을 더 써서 딸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한 번 더 해주기로 결정했다! 설 대표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딸이 불임이 될 것을 장미화에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장미화는 그의 딸이 이미 출산 능력이 없다는 것을 몰랐다..! 그녀는 그저 딸 설윤정이 흑인 남친과 사귀었던 시간이 아까워서 그저 이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다고 말한 걸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설종훈은 사람들을 속이고 그저 자신의 이익을 거머쥐기 위해 달려온 것이었다. 그는 딸 아이의 배가 나온 뒤에는
기영숙은 이렇게 말하고 얼른 군중 속으로 들어가 흥진의 팔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흥진이 너! 빨리 나와!! 네 미래의 장인 어른을 만나야 해! 이걸 망치면, 우리는 널 평생 용서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흥진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전 이미 부모님과 연을 끊겠다고 했는데, 무슨 미래의 장인 어른이에요?!!!”그러자 나래는 속으로 의아해하며 흥진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흥진은 화가 나서 아예 대중 앞에서 부모의 행동을 고발했다. "제 부모님이 돈에 미쳐서 어떤 대표님의 딸과 결혼 하라고 하시네요! 그런데 그 여자가 이미 배에 전 남친의 아이도 임신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전 남친이 흑인이었다고 하네요? 인종 차별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그런 여자와 결혼을 지금 해야 할까요?”이 말을 들은 나래, 유나, 시후를 비롯한 다른 가족, 친구들 모두 당황했다..!시후는 그제서야 흥진의 부모가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돈을 밝히는 행태를 보였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흥진은 그들의 결정에 대해 대담하게 반대하는 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기영숙은 이때 급하게 소리쳤다. "손흥진!! 내가 멍청한 짓 하지 말라고 했지!! 혼수만 해도 20억을 준다고 했다고!!”친지들은 모두 기영숙이 소리치는 걸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 혼수로 20억..? 20억을 준다고?? 이런 좋은 일이 또 있겠어? 그러자 흥진의 사촌 손흥빈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기영숙에게 물었다. "작은 엄마, 그럼.. 흥진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저에게 그 숙녀분을 소개해 주시면 어떨까요?? 전 사실 20억이라고 하면 흑인 아이든 외계인이든 별로 상관없거든요!”기영숙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꿈도 크다~ 그쪽에서 마음에 든다고 한 건 우리 집 흥진이야!” 그리고 그녀는 또 다시 흥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들었니 아들?! 이건 누가 들어도 덤벼들 만한 그런 조건이라고?! 그런데 너만 이렇게 말이 안 통하니?!! 나 정말 어이가 없어서 도망가고
그 말이 끝나자 흥진은 "설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이미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대표님의 따님과 결혼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뭐야?" 설종훈은 얼굴을 찡그리며 기영숙을 바라보았다. "내 딸까지 데려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죠? 날 놀리는 거예요? 아니면 일단 돈부터 받자 이런 마인드였나?”"아니에요! 아닙니다!!" 기영숙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화들짝 놀랐다! "설 대표님! 제가 어떻게 대표님을 놀리겠어요? 제 아들이 그냥 정신 머리가 없어서,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요! 그러니 지금 제가 잘 달래 보겠..”"아니요?! 잘 달래실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이제 갈 거라서요!” 손흥진은 어머니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기영숙은 "이 자식아! 네가 여기를 떠나면 내가 네 다리를 분질러 버릴 거야! 이 놈아! 저것도 아들이라고! 으이구!!”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한참 동안 말이 없던 시후는 더 이상 기영숙의 행동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저기 아줌마! 왜 이렇게 무리하게 일을 밀어붙이시는 겁니까?? 이미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기영숙은 즉시 시후에게 삿대질을 하며 설종훈에게 말했다. "설 대표님, 저 놈이 계속 제 아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 아들은 이미 결혼을 승낙했을 거예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시간을 좀 더 주세요!"설종훈은 지금 이미 초조해졌다. 그는 자신의 딸과 손흥진이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영숙이 일부러 시후에게 잘못을 떠넘기고 있다는 걸 모르고 시후를 노려보았다. "이 자식아! 네가 오늘 우리 딸의 결혼식을 망친다면 넌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 나대지 마!!”시후는 그를 훑어보며 냉소했다. "큭큭큭.. 당신 딸이 대체 무슨 난처한 일이 있길래 그렇게도 빨리 팔아 치우고 싶어하는 거야?”설종훈은 이를 악물며 "어이, 젊은이! 말조심해?! 날 건드리면 그냥 죽는 거라고?!”손기정도 이 때 달려왔다. 그리고 시
50대에 가정도 있고 아들도 있는 손기정이 설 대표의 딸과 결혼을 하라고..?시후의 이 말은 현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설종훈은 분노하며 "저 자식이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 아니야? 나는 내 딸을 손 대표의 아들 손흥진 군에게 시집보내려고 온 것이지, 손 대표에게 시집보내려고 온 게 아니야!”"하하하! 정말 눈치가 없으시네요. 지금 손흥진 씨는 당신 딸과 결혼하기 싫어하잖아요? 그러니 흥진 씨는 결혼을 원하지 않고, 그의 부모님은 당신의 딸이 집안에 들어오는 걸 원하니까, 가장 좋은 해결책은 그의 아버지인 손기정 씨가 당신의 딸과 결혼하게 하는 것이죠. 그러면 모두가 행복하지 않겠어요?”"이 개 같은 자식이 무슨 헛소리야??!" 기영숙은 "설 대표의 딸과 내 남편이 결혼을 하라고? 그럼 난 어떡하라는 말이야?”시후는 허허 웃었다. "아줌마요?? 하하.. 설 대표의 딸을 그렇게 데리고 오고 싶어 했으면서.. 그래야 지금 당신 뜻대로 되는 것 아니겠어요? 좋은 해결책을 마련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해야죠?” 그렇게 말하고 나서 시후는 손기정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손기정 씨, 당신은 이렇게 오랫동안 이런 아내와 함께 살아오느라 힘들었을 테니 마침 이번에 제가 젊은 색시로 아내를 바꿔 드리겠습니다! 혼수 20억까지 줄 뿐만 아니라, 아들까지 데려 왔으니.. 이게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너 지금 무슨 헛짓거리야?!!" 기영숙은 화가 나서 시후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내가 보기에 이 개자식이 싸우러 온 거지?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려 버릴 거야!!!" 말을 마친 기영숙은 설종훈을 바라보며 감정이 격해져서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설 대표님!! 이 나쁜 놈이 난동 부리는 걸 좀 보세요!! 제 남편은 나이가 많으니 체면이 깎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대표님 따님은 아직 시집도 가지 않았고, 귀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 놈이 이렇게 헛소리를 하니.. 참..!”설종훈도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 “어이
"너…너…?!!” 기영숙은 숨을 헐떡이며 손흥빈에게 말했다. "훙빈아! 날 도와서 저 자식을 죽여 버려!!”그러자 손흥빈은 한 발짝 물러서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작은 엄마, 조금 전에 저에게 뭐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무시를 하시더니 갑자기 필요하니까 손을 벌리는 거예요?”기영숙은 황급히 웃으며 말했다. "홍빈아, 작은 엄마한테 너무 화내지 마. 조금 전에 내가 한 말은 모두 화가 나서 그런 것일 뿐이니까.. 우리 집안이 다 같이 좋아져야지 그치?”"죄송합니다~ 제가 조금 전에 겪은 바로는 저희 집은 저희 집이고, 우리 집은 우리 집이라서요. 그리고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한 가족이 아니니까, 싸움은 직접 하세요~ 왜 저를 끌어 들이세요?” 그러면서 손흥빈은 다른 가족들에게도 말했다. "자, 그럼 우리 다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맙시다! 이 일은 우리 일이 아니에요~ 작은 엄마와 우리는 한 가족이 아니니, 우리는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 돼요~ 괜히 이용당하다가 잘못되면 괜히 화를 입게 된다니까요?” 그러자 다른 가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시후와 싸울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기영숙은 분노했다. 하지만, 손흥빈이 이렇게 자신에게 반기를 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자신은 그의 작은 엄마인데, 어떻게 이렇게 건방지게 말할 수 있는가? 하지만 기영숙도 지금은 손흥빈 같은 멍청이와 싸울 때가 아닌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급히 설종훈에게 "설 대표님, 저 개자식이 당신을 모욕하고, 당신 딸을 모욕하고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해서도 그냥 놓아줄 수 없지 않을까요? 그러니 어서 사람을 불러서 반쯤 죽여 버립시다! 이런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대표님과 따님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을까요?”설종훈도 사실 화가 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기영숙이 이렇게 부추기니까 더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시후를 가리키며 "개자식.. 기다려라..! 내가 곧 전화를 걸어 널 처리할
시후는 더욱 신중해졌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지 않는 한, 불필요한 경우 절대 이 문 밖을 나서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한편, 옆방의 박스 안...안산과 시후의 외할머니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안충주와 그의 아내가 두 노인 옆에 앉아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안태풍 부부와 안재남 부부, 그리고 시후의 이모 안유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이크 한은 바 테이블로 가서 위스키 한 잔을 따라 바 스툴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Samson 그룹 사남매와 시후의 세 외숙모 외에도, 안태풍의 두 아들, 안재남의 큰딸, 그리고 안유진의 12살 된 외동딸이 있었다. 이들 모두 시후의 사촌 형제자매이며, 동시에 혜리의 팬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이곳까지 따라온 것이었다.안충주의 두 딸도 혜리를 좋아했지만, 큰 딸은 스탠퍼드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고, 둘째 딸은 영국에서 유학 중이었다. 두 사람은 학업으로 바쁜 탓에 오늘 아침 일찍 학교로 돌아갔다. 두 딸은 이전에 할아버지가 위중했을 때 휴학계를 내고 함께 지냈던 만큼, 더 이상 학업을 미룰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안충주의 두 딸은 Samson 그룹의 가족 채팅방에서 다른 형제자매들에게 공연 영상을 많이 찍어 업로드 해 달라고 부탁했다.시후는 영기를 통해 그들의 신분을 직접적으로 감지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나눈 대화를 듣고 각자의 신분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중 둘째 외삼촌 안태풍의 큰아들은 어릴 적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아직 갓난아기였다. 반면, 셋째 외삼촌 안재남의 큰 딸과 이모 안유진의 외동딸은 시후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이때 안충주는 제이크 한이 혼자 술을 마시며 우울해 보이는 것을 눈치채고, 바 테이블로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왜 그래?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은 거야?”제이크 한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풀릴 게 뭐 있나... 우리 이렇게 오랜 세월 친구였으니 알잖아. 내
이 시각 시후의 모든 신경은 단 한 벽 너머에 있는 외조부모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김지우가 자신의 외할머니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모님, 너무 겸손하게 말씀하지 마세요. 사모님께서는 은서의 외할머니나 마찬가지이시고, 회장님께서도 은서의 공연을 보러 오셨으니 저희야 말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외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은서는 지금 전 세계 한국인 스타 중 가장 유명하죠. 은서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건 우리가 더 영광이지요.”옆에 있던 안산도 감탄하며 말했다. “미국에서 공연을 열 수 있고, 또 이렇게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니, 은서 양은 정말 한국인들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겠군.”시후의 외할머니가 말했다. “무슨 은서 양이라니, 그녀는 미래 손자 며느리잖아요.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말고, 은서라고 불러요.”안산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당신 말이 맞아. 앞으로 은서라고 부르겠네.”김지우는 감탄하며 말했다. “두 분 정말 사이가 좋으시네요.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는 맨날 티격태격하시고, 한 치도 양보를 안 하세요.”안산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할아버지가 문제야. 남자가 편하게 살고 싶다면, 항상 아내에게 져줘야 하거든.”“그렇죠?!” 김지우는 웃으며 말했다. “돌아가면 할아버지께 이 비법을 꼭 전수해 드려야겠네요.” 웃음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김지우는 Samson 그룹 가족들을 박스 내부로 안내했다. 그녀는 박스의 기본적인 시설과 기능을 설명한 후 말했다. “공연까지 아직 40분 정도 남았으니 여기서 편히 쉬고 계세요. 지금 관객들이 입장하기 시작할 겁니다. 저는 나가서 확인 좀 해보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호출 벨을 누르시거나 저에게 연락 주시면 됩니다.”외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고생이 많아요, 매니저. 바쁜 일이 있으면 가서 해요, 우리야 괜찮아요.” 그러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 “참, 매니저. 공연 끝나고 은서가 시간이 괜찮을까요? 만약 괜찮다면 잠시 얼굴
시후는 김지우가 유나에게 은근히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암시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시후 자신도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야 외조부모와 마주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유나는 김지우의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거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 “매니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어디도 안 갈 거예요.”김지우는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오늘 공연은 옆방에도 몇몇 귀빈들이 계실 예정입니다. 그분들은 10분 후에 도착하실 거라 제가 나가서 그분들을 맞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더 이상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매니저님, 바쁘신데 일 보세요. 저희는 괜찮습니다.”“알겠습니다.” 김지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시후에게도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김지우가 나간 후, 시후는 약간 멍한 상태로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외조부모가 이제 10분 후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긴장과 불안감이 다시 밀려왔다.유나는 시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몸이 안 좋아요?”시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며칠 동안 이곳저곳을 오가느라 좀 피곤한 것 같아요.”유나는 자책하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우리 차를 끌고 오지 말 걸 그랬어요.. 운전하느라 고생했을 텐데다가, 나랑 여기저기 다니느라 더 피곤했겠죠..” 그러더니 곧 덧붙였다. “내일은 아무 데도 가지 말고 호텔에서 푹 쉬어요. 돌아갈 때는 내가 운전할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잠깐 쉬면 나아질 거야. 걱정하지 마요.”유나는 시후가 억지로 괜찮은 척한다고 생각하고 그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여보, 앞으로 피곤하면 미리 말해줘요. 우리의 모든 계획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건강이 제일 우선이잖아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
“별 말씀을요.” 김지우는 진지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이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오히려 저희가 은 선생님께 폐를 끼친 거죠.” 그러면서 일부러 덧붙였다. “사모님, 저희가 최근 풍수 문제로 인해 은 선생님을 뉴욕으로 자주 오가게 하여 사모님과 보낼 단둘만의 시간을 방해했을 텐데, 부디 너그럽게 봐주세요.”유나는 그녀가 일부러 한 말인지 모르고 급히 말했다. “매니저님, 과찬이세요. 이건 제 남편의 본업이니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김지우는 미소를 띠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유나에게 더 많은 암시적인 말을 하고 싶었지만, 시후 앞에서 선을 넘을 수는 없음을 알고 적당히 멈추었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은 선생님, 사모님, 제가 두 분을 VIP 박스 좌석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시후는 김지우가 적절히 멈추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매니저님.”“별 말씀을요.” 김지우는 환하게 웃으며 시후와 유나를 VIP 통로로 안내했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공연장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VIP 박스는 7~8층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이 고층 구역은 공연장의 VIP 구역으로, 입구와 각종 시설, 통로가 아래 관중석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VIP의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호되고 있었다.오늘 밤의 공연은 시후와 유나, 그리고 외조부모 일가에게만 두 개의 VIP 박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다른 박스는 모두 개방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층에 있는 직원의 수는 매우 적었고, 출입구에만 보안 요원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안쪽은 텅 비어 있었다. 이는 고은서가 일부러 준비한 것이었다. 시후도 원래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Samson 그룹은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의 보호가 필요했다. 직원이 적을수록 노출될 가능성도 적을 것이었다.김지우는 시후와 유나를 중앙 위치의 박스로 안내했다. 문을 열자 내부는 거의 호텔의 럭셔리 스위트룸처럼
오후. 외가와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후는 유나를 데리고 공연장에 미리 도착했다.이 시각 공연장 안팎에는 이미 많은 팬들이 초조하게 콘서트홀 내부로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입장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은 공연장을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었다.다행히 공연장에는 별도의 VIP 통로가 있었고, 통로 외부에는 보안 요원이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은 팬들의 간섭이 없었다. 공연장에 도착하기 전, 시후는 고은서의 매니저 김지우에게 미리 연락을 해두었다. 그래서 그의 차가 VIP 통로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보안 요원은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고 아무런 질문 없이 차단기를 열어주었다.이 VIP 통로는 전체적으로 지하 터널처럼 설계되어 있었다. 차량이 들어가면 경기장 지하로 곧바로 진입하게 되며, 통로는 완전히 직선으로 뻗어 있어 입구에서 들어서면 멀리에서 밝은 출구가 보였다. 그리고 VIP 리셉션 데스크는 이 통로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다.VIP 통로가 이와 같이 설계된 것은 귀빈들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통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매우 안전한 것이다. 주변은 매끄러운 콘크리트 벽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누구도 이 통로로 숨어들 수 없다.통로 중앙에 위치한 VIP 리셉션 데스크는 움푹 들어간 주차장으로, 일반적으로 귀빈들의 차량은 이곳에 주차 후 바로 공연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퇴장할 때도 매우 편리했다.김지우는 바로 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가 차를 몰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손을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시후는 헤드라이트를 깜빡이며 응답한 후 김지우의 안내에 따라 차를 주차장에 세웠다.주차장에는 이미 몇 대의 비즈니스 차량이 세워져 있었고, 시후는 한눈에 그것들이 고은서의 차량이라는 것을 알아챘다.유나는 약간 놀란 듯 물었다. “여보, 여긴 어디예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VIP 통로요. 오늘 저녁 공연을 VIP 박스석에서 관람할 거예요
창재가 놀라며 물었다. “사장님... 왜... 어떻게 홍콩으로 가시려고요? 그 사람이 분명히 사장님의 목숨을 노릴 텐데요...”이중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미국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건 결국 그런 사람으로 취급되니, 경찰이 나를 찾아왔다는 건 곧 강제 송환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일 거야.. 그렇다면 내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게 되겠지..”창재는 다급히 말했다. “사장님, 그렇다고 이렇게 송환될 날만 기다리시면 안 되죠! 차라리 뉴욕을 떠나 숨어보는 게 어때요?”“아니.” 이중열은 손을 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20년 넘게 숨어 지냈더니 이제 이런 생활에 너무 지쳤어. 더 이상 도망 다니면 내 자신이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그는 창재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나는 늘 이곳을 떠나고 싶었지만, 늘 용기가 나지 않았어..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결정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창재는 긴장하며 말했다. “사장님, 도망 다니는 게 그래도 사장님이 살아남을 방법이잖아요! 만약 그 홍콩 부자가 사장님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면, 돌아가자마자 목숨을 잃으실 거라고요!”이중열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내 목숨을 노린다 해도, 시기가 적절해야 할 거야. 설마 내가 막 송환되어서 홍콩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세관에서 날 해치려 들겠어? 게다가 난 미국에서 강제 송환되는 것이고, 세관 직원들이 반드시 나를 데리고 가서 절차를 밟을 거야. 유씨가 아무리 대단해도 세관에서까지 나를 건드릴 수는 없겠지. 그러면 나는 지인들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 세관에서 가족들이나 지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거야. 그들과 만날 수만 있다면, 외출할 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 그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창재야, 이 일은 더 이상 걱정하지 마. 날 설득할 수도 없고. 난 이미 결정을 했어. 넌 여기에서 이 식당을 잘 운영하도록 해. 나머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창재는 눈물이 그
그 시각 뉴욕 한인 타운.점심시간이라 이중열의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이었다. 그는 직원과 단둘이 정신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하지만 이중열은 손님을 대접하면서도 몰래 가게 밖을 계속 살피고 있었다. 아침부터 그의 가게 맞은편 도로에 한 대의 차가 계속해서 주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상대는 네 대의 차를 번갈아 가며 사용했고, 위치도 바꿨지만, 이중열은 그 네 대의 차가 모두 그의 가게 정문을 볼 수 있는 위치를 택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이 때문에 그의 마음속에 묘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이중열은 뉴욕 경찰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를 긴장하게 했다. 이중열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챈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 “사장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아니야....” 이중열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일해.”직원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장님, 힘드시면 조금 쉬고 오세요. 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이중열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가게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그때 맞은편 도로에 있던 차가 갑자기 시동을 걸고 한인 타운을 떠났다.이중열은 상대가 곧 다른 차로 교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차가 떠난 후 더 이상 의심스러운 차량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 하지만 곧 다시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곧바로 소매 덮개와 앞치마를 벗고 직원에게 말했다. “창재야, 영업 중지 팻말을 걸고, 손님들이 다 나가시면 바로 문을 닫아. 그리고 아래층에 와라.”직원은 왜 그가 갑자기 서두르는지 몰랐지만,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이중열은 말이 끝나자마자 혼자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두 개의 방이 있었는데, 그와 직원 창재의 침실이 각각 있었다. 이중열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의미
유가휘는 그동안 홍콩에서 여러 연애 관련 스캔들로 이름을 날렸고, 그와 사귀었던 모든 여성들은 마지막에 헤어지더라도 여전히 그를 보기 드문 신사라고 칭찬하곤 했다. 로맨틱한 재벌들은 많지만, 유가휘처럼 행동하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이때, 홍콩은 이미 깊은 밤이었다. 유가휘는 비단으로 만든 잠옷을 입고 서재에 앉아 집사가 건넨 자료를 읽고 있었다. 자료를 몇 번이나 훑어본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식을 이렇게 오래 찾아다녔지만 못 찾았는데, 뉴욕의 한인 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숨어 있었다니! 보아하니 꼴이 완전히 초라해졌겠군! 만약 그를 본다고 해도 아마 못 알아볼 정도일 거야!”집사는 급히 말했다. “대표님, 이중열이라는 자는 정말로 완벽하게 숨어 있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20년 넘게 거의 면도를 하지 않고, 머리도 길게 기르며 분위기를 상당히 바꿨다고 하더군요. 이번에 미국 경찰이 그의 자료를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의 행방을 찾기도 어려웠을 겁니다.”유가휘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데 미국 경찰이 왜 그를 조사했지? 미국에서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나?”집사가 대답했다. “제 정보통에 따르면, 며칠 전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그를 의심한 것 같더군요. 게다가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경찰이 그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홍콩에서의 과거 자료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유가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멍청한 자식! 난 늘 그 놈의 뛰어난 두뇌로 분명 새로운 신분을 얻어 금융이나 주식 같은 본업으로 돌아가 재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초라한 식당이나 운영하며 살고 있다니, 정말 한심한 놈이군!” 사실, 유가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신사적인 모습과 달리 소심하고 앙심을 품는 성격이었다. 따라서 이중열에 대한 원한을 그는 지금까지 잊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중열이 너무 철저히 숨어 있는 바람에 오랜 세월 동안 그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유가휘가 사랑했던 여인은
이중열의 신분은 확인되었지만, 이는 오히려 제이크 한에게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좀 더 특이하고, 뭔가 음모가 숨겨져 있을 법한 정보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 받은 내용은 그의 이중열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내용이었다. 베테랑 경찰관으로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현재를 위장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과거를 완벽히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많은 범죄자들은 과거를 지우고 모두가 존경하는 성공한 인물이 되었음에도, 결국 과거의 죄로 인해 감옥에 가게 되는 것이다.20~30년 전의 이중열에게 일어난 일들까지 밝혀졌으니 그와 혜리의 관계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혜리가 그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혜리가 식당에서 식사 중 우연히 안충주가 아버지의 건강이 위독한 상황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먼 길을 달려 약을 전달하러 온 것이라면, 이 역시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일이었다.이중열이 왜 CCTV의 하드웨어를 고의로 파손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이크 한은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었다. 혜리는 유명한 스타이고, 이중열 역시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가진 인물인 만큼, 그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혜리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CCTV를 파손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모든 일들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었으므로, 이 노선은 더 이상 추적할 필요가 없어졌다.결국 제이크 한은 경찰이 블랙 드래곤의 단서를 통해 사건을 더 깊이 파헤쳐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로선 블랙 드래곤이 가장 분명한 수사 방향이었다.그러나 부하의 목소리는 약간 무기력했다. “형님, 오늘 후임자인 브루노가 우리와 회의를 했습니다. 이 사건은 조사 방향을 피해자들의 신원 확인과 피해자 납치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조사로 완전히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페이셔스 그룹 쪽도 윗선과 이미 이야기를 끝났습니다. 그래서 블랙 드래곤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중단될 겁니다.”제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