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32화

작가: 박혜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01 19:00:00
신유리는 갑자기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댄 이신의 행동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새해네.”

이신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얼른 손을 떼 닦아낸 먼지를 보여주며 멋쩍은 듯 말을 했다.

“아까 너도 모르는 새에 묻었나봐.”

“괜찮아.”

신유리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이신의 스킨십에 딱히 거부감이 들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임아중이 매일같이 귓가에 대고 남자얘기만 해대는 바람에 그래서 그런지 신유리는 지금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아까 목숨을 내던지며 아무 망설임 없이 자신을 지킨 이신의 행동에 전혀 감동받지 않고 아무 생각이 없다고 해도 거짓말이 뻔했다.

그녀는 의사가 가져다준 약을 건네받고 이신에게 발라주려는 참에 이신은 입구앞에 서있는 서준혁을 발견했다.

“서 대표님?”

그를 발견한 이신은 미간을 조금 찌푸리고 있었다.

서준혁은 한쪽 손을 주머니에 꽂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고 서준혁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지만 그들은 서준혁과 친구이자 아는 사이기에 신유리는 서준혁도 그들과 같은 사람으로 취급을 했다.

신유리는 섬세하고 자상하게 이신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고 이신은 그런 그녀를 슥 쳐다보고는 고개를 들어 서준혁을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서 대표님께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서준혁은 이신의 말에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이신 씨가 치료하는 도중 쓰게 될 모든 치료비는 리승윤 씨가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의 영양제품도 사드시리고 돈도 드릴 겁니다. 앞으로 모든 비용은 걱정하지 마시고 다 알려주면 되니까... 이렇게 해도 괜찮으십니까?”

신유리는 이 일을 빠르게 해결하려는 서준혁의 태도가 화가 나 고개를 들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사과는요? 이신이가 이렇게까지 크게 다쳤는지 사과 한 마디도 없으세요?”

재벌들은 늘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습성이 있는 것을 신유리는 잘 알기에 그가 미웠고 서준혁은 신유리를 슥 쳐다보더니 말했다.

“리승윤 씨는 이미 떠나고 이곳에 없습니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나 말고 다   제433화

    우서진을 일부로 신유리를 들으라는 듯 높은 소리로 말을 했는데 그는 신유리가 뭐라고 자신의 좋은 친구인 서준혁이 이렇게까지 자존심까지 버리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기가 싫었다.신유리와 서준혁이 다친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려고 입을 더 떼려는 순간, 신유리가 먼저 말을 했다.“죄송하다는 말 하나 없는데 이게 어떻게 사과예요?”그녀의 물음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던 우서진이 신유리에게 시선을 돌렸고 그러자 신유리가 다시 또박또박 말했다.“만약 당신들이 계속 이런 태도로 나오신다면 저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우서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가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리승윤은 남주시에서 이름 난 날라리였고 어렸을 적부터 해외에서 지내 더 무서운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최근 국내로 돌아와서 차로 사람을 치는 큰 교통사고를 냈지만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의 다리를 절단해버린 사이코같은 사람이었다.우서진은 곧 입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신유리에게 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신유리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세게 닫아버린 상태였다.그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돼서까지 처음으로 누군가의 앞에서 이리도 민망하게 서있었기에 안색은 어둡다 못해 새까매지고 있었다.신유리가 거실로 돌아왔고 임아중은 얼른 다가와 누가 찾아왔냐고 물었다.그러자 신유리는 아주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우서진 씨가 사과를 하겠다고 찾아왔더라고.”“그 인간이 사과를 할 줄도 알아?”임아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믿기지 않아하는 표정을 지었고 신유리는 아무렇지 않아하며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내가 못 들어오게 돌려보냈어.”갑자기 벌어진 큰 일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계속 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신이 자신은 괜찮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지만 이미 사람들은 다 놀 흥미를 잃어버렸다.그리고 신유리도 언제까지고 이 산에 있기가 싫었는데 서준혁과 가까워지면 질수록 자두에 대한 걱정이 눈덩이처럼 쌓아지기 때문이었다.그들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저녁시간이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8-01
  • 나 말고 다   제434화

    신유리는 보내온 돈들을 보고 핸드폰만 쳐다볼 뿐 받지는 않고 있었다.돈은 그다지 많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십 만원이나 됐고 상대방이 잘 못 보냈다 기에는 꽤나 많았다.2라는 이름을 가진 상대방은 또 다시 신유리에게 문자를 보냈다.[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신유리는 복잡한 마음으로 문자를 보며 이 사람을 차단할지 말지를 고민했고 임아중은 가만히 앉아 핸드폰을 보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다가와 물었다.“뭐 보고 있어?”신유리는 임아중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주었다.2라는 사람과 나눈 문자는 많지 않았기에 단번에 보내온 돈이 눈에 확 띠었고 임아중은 신유리의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다시 말했다.“이 사람 너를 너무 어린 애로 보는거 아니야? 이것만으로 너를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그녀는 말을 하며 신유리의 폰을 건네받고는 문자를 입력하더니 바로 보내버렸고 신유리는 임아중이 뭐라고 보냈는지를 확인했다.[제 남자친구가 이거 보면 질투할 것 같아서요, 받지 않겠습니다.]어차피 별로 중요한 사람도 아니니 신유리는 임아중이 대신 보낸 문자를 끝으로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과 게임을 놀 준비를 했다.이 문자를 끝으로 상대방 또한 더는 답장을 하지 않았고 둘의 대화는 그대로 끝이 나버렸다.설 연휴는 눈 깜빡할 사이에 끝이 나버렸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리는 서준혁이 화인그룹 본부에 의해 거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신유리는 이신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택시 안에서 소식을 들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서준혁을 따라다니는 그 시간동안 정말 악몽 같은 시간을 잘 견뎌냈다고 생각했다.그 시간들은 마치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과도 같이 잡을 래야 잡을 수 없는 것 들이었다.신유리와 이신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둘 중 누구 한명이 먼저 끝나면 상대방에게로 향해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게 두 사람의 출근하는 곳은 꽤나 가까웠고 신유리가 도착했을 때,

    최신 업데이트 : 2024-08-02
  • 나 말고 다   제435화

    신유리는 일명 “주최자 그룹”이랑 겨우겨우 힘든 대화를 나누고 빠져나오자 어느새 무도회는 시작되었다.그녀는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이신과 함께 입장을 했고 안에는 서준혁, 그리고 그의 옆에 서있는 예쁘장하고 청순한 여자가 보였다.서준혁의 이상형은 아직 바뀌지 않았는지 여전하게도 딱 보면 순수하고 귀여워 보이는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아마 그런 여자들을 쉽게 다룰 수 있는 이유가 제일 큰 것 같았다.서준혁 또한 무도회장으로 입장을 한 신유리를 발견했는데 아까와는 달리 외투를 벗어던진 신유리의 모습은 섹시하고 매혹적이었다.그녀는 아름다운 몸매로 무도회장 중간에 서서 이신과 천천히 춤을 추고 있었지만 서준혁의 시선은 신유리가 아닌 그녀의 허리를 감싼 손에 고정되어 있었다.춤에 별 흥취가 없는 신유리지만 사이가 좋고 잘 알고 지냈던 어느 부인의 재촉 하에 어쩔 수없이 이신과 한번 춰야했었다.다시 어깨에 외투를 걸친 신유리는 나가서 임아중에게 전화를 걸어 자두를 일찍 재우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어느 한 직원이 각종 먹을거리들을 들고 걸어오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지며 주스를 그만 신유리에게 다 쏟아버렸다.다행히도 신유리는 이신의 외투를 걸치고 있었기에 입고 있는 드레스는 무사했지만 투명하고 얇은 천의 드레스에 주스가 묻는다면 아주 민망했을 것이다.직원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하며 신유리에게 사과를 했고 잔뜩 쏟아진 주스가 묻은 외투를 계속 입을 수 없기에 신유리는 먼저 벗으려고 생각했다.외투에 묻은 주스와 안절부절 해하는 직원을 번갈아보던 신유리는 무도회장에 인파가 많이 몰려 작은 실수라고 인정해주고는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유일하게 조금 번거로운 일은 이신의 옷이 더럽혀졌지만 이신은 방금 아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러 떠났다는 점이었다.신유리는 직원에게 옷을 넣을 주머니 하나만 가져다달라는 부탁을 했다.직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무렵, 신유리에게 한 여자가 다가왔고 그 여자를 힐끔 쳐다본 그녀는 다가온 여자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저기... 혹시 잠

    최신 업데이트 : 2024-08-02
  • 나 말고 다   제436화

    이신이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에는 여전히 신유리와 연락하며 어머니의 상황을 전했지만 점점 바빠지다 보니 연락이 뜸해졌다. 작업실 쪽 일은 모두 허경천에게 맡겼다.임아중은 이나에게 물었더니 어머니가 정신 이상으로 의사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옥상에서 뛰어내려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신유리는 마음속으로 걱정되었지만 이신에게 묻지 못했다. 그를 방해할까 봐 두려웠다.다만 지금 침착해진 그녀는 장식된 방과 벽에 그려진 큰 하트를 보고 난감해졌다. 생각지도 않고 어린 애들을 따라 했는지 그녀는 급히 청소 회사를 불러 방 안을 청소하도록 했다.삼월, 신유리는 잠시 성남시로 돌아가기로 했다.이신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최근 신유리와 다시 연락했다. 다만 통화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는 많이 지쳐 보였다.신유리는 성남시로 가려면 자두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자두는 이제 거의 한 살이 되어 신유리에게 '엄마'라고 부를 수 있었다.신유리는 그 모습을 녹화해 자신의 클라우드에 저장해 두었다.임아중은 그들을 데리러 공항까지 마중 나왔고 자두를 보자마자 안으려고 달려갔다.“자두야, 언니 좀 안아줘. 사는 게 너무 고달프다.”자두는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거부했다.마침 주말이어서 신유리는 임아중에게 자두를 맡기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러 갔다.그러나 갑자기 일이 터질 줄은 몰랐다.임아중은 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빨리 병원으로 와. 자두가 다쳤어!”임아중도 급하고 화가 난 상황이었다. 원래는 자두를 바로 집으로 데려가려 했는데 술집 주인이 와서 물건을 가져가라고 했다.전에 술집에 두고 가서 잠깐이면 된다고 생각해 자두를 데리고 술집으로 들어갔다.그러나 뜻밖에 누군가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상황이 벌어졌다.술 취한 사람 두 명이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자두의 이마가 부딪히고 팔에도 상처가 났다.임아중은 몹시 자책하며 신유리를 보자마자 달려가 사과했다.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자두를 그런 곳에 데려가는

    최신 업데이트 : 2024-08-03
  • 나 말고 다   제437화

    서준혁은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신유리가 아이를 안고 돌아설 때까지 그는 멍하니 있었다. 자두는 더 이상 울지 않고 신유리의 품에 안긴 채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작은 소리로 흐느꼈다. 서준혁은 아이를 지긋이 보고 있었다. 하얗고 통통한 얼굴 그리고 신유리와 꼭 닮은 눈을 갖고 있었다.그는 한참 후에야 쉬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신유리, 그러니까 지금 네 아이라는 거야?”신유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자두를 달래느라 아예 서준혁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녀는 자두를 안고 있던 손을 잠시 멈칫하더니 침착하게 말했다. “응.”“너...”서준혁은 하려던 말을 삼켜버리고 눈을 감은 채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전에 유산했다는 건 거짓말이었어?”신유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실망했어? 서준혁,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너랑 상관없다고. 만약 너랑 네 집안에서 또 한 번 내 아이를 다치게 하면 난 목숨까지 걸고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신유리는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자두는 그녀의 전부였다. 누군가 자두를 다치게 한다면 그녀는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서준혁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다만 냉담한 무관심이 아닌 어쩔 줄 몰라 하는 당황함이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고 그저 신유리와 그녀의 품에 안긴 자두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서준혁은 이상하게도 자두를 보는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자두가 울면 가슴이 답답해 났다.그는 가까이 다가가 자두를 보고 싶었지만 순간 누군가 그를 막아섰다.임아중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긴 너희들 환영하지 않으니까 그만 나가줘.”그녀는 말을 마치고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신유리는 자두를 안고 병실로 들어갔고 그 의미는 분명했다.임아중은 문을 닫고 그들이 떠난 후에야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신유리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

    최신 업데이트 : 2024-08-03
  • 나 말고 다   제438화

    여자는 상황을 살피더니 핑계를 대고 자리를 비켰다.서준혁은 마음속의 감정을 억누르며 천천히 시선을 자두에게 돌렸다. 지난 3일 동안 그는 매일 병원에서의 장면을 수없이 떠올렸다. 그는 자두의 "엄마"라는 소리에 신유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그 장면은 매일 밤 그의 꿈에 나타났다. 눈을 감기만 하면 신유리와 자두가 나타났다. 심지어 자두가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꿈까지 꿨다.서준혁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술에 취한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했다. 하지만 그 "아빠"라는 소리를 꿈속에서라도 더 듣기 위해 그는 3일 동안 연속 술에 취해 있었다. 잠들기만 하면 다시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그 꿈을 바라게 되었다.서준혁은 자신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터무니없는 가능성 때문에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넣은 것이었다.그는 신유리를 바라보며 눈빛에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기대감을 담았다. 하지만 신유리는 가벼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두 걸음 물러서더니 차갑게 뱉었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해.”서준혁은 말했다. “일단 호텔로 데려다줄게.”“그럴 필요 없어.”신유리는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며 하늘을 쳐다보자 금방이라도 비 올 것 같아 짜증 내며 말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말해. 비 올 것 같아.”서준혁은 고집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데려다줄게.”“필요 없다고 했잖아. 못 알아듣겠어?”신유리의 품에 안겨 있던 자두는 그들의 대화에 깼는지 몇 번 뒤척이는 바람에 신유리는 끝내 인내심을 잃었다. 그녀는 서준혁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네가 무슨 물음을 물어보든 난 전혀 관심 없고 그 물음에 대답할 의무도 없어. 우린 이제 아무런 사이도 아니니까 다시는 날 방해하지 마. 정말 짜증 나.”신유리는 이렇게까지 말하면 서준혁처럼 자존심 강한 사람은 당연히 자리를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서준혁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그녀를

    최신 업데이트 : 2024-08-04
  • 나 말고 다   제439화

    신유리는 이승윤의 시선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등을 곧게 폈다. 이승윤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부터 신유리는 최대한 그를 피하려고 노력했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알아보지 못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자두도 함께 있으니 말이다.다행히도 이승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았다. 여전히 친구들과 무심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신유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놀이기구가 멈추자 신유리는 자두를 안고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일어나자마자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잡더니 이승윤의 음침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꼬맹이만 성가신 줄 알았더니 엄마가 성가시네.”이승윤은 신유리의 어깨를 세게 짓눌렀다. 신유리는 자두를 안고 있어서 반쯤 쪼그린 상태로 일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자두를 품에 끌어안고 침착하게 말했다. “승윤 씨가 어쩐 일이세요?”“승윤 씨?”이승윤은 악랄하게 웃으며 신유리의 어깨를 누르던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그는 단발인 그녀의 머리카락을 힘쎄게 잡아당기자 그녀는 고개가 들렸다. 이승윤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악의를 숨기지 않았고 그녀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렸다.그는 그녀의 두려움을 즐기며 비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반쯤 쪼그리더니 그녀를 땅에 밀어버렸다. “겁먹기는? 그날은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만.”이승윤과 함께 있던 다른 몇 명의 재벌 2세들 사이에 신유리가 아는 얼굴은 없었다. 아마 서준혁과 같은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마침 이승윤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핸드폰을 흘겨보더니 더 짜증이 난 듯했지만 전화를 받았다.이승윤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신유리는 자두를 안고 곧바로 호텔로 돌아갔다.그녀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승윤의 눈빛에 담긴 광기는 소름 끼쳤다.신유리는 곧바로 임아중에게 전화를 걸어 자두를 데리고 성남시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임아중은 그녀가 이승윤을 만났다는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성남시에 왜 계속 있지?”“나도 모르겠어.”“하지만 지금 떠나긴 어려

    최신 업데이트 : 2024-08-04
  • 나 말고 다   제440화

    신유리가 임아중을 찾았을 때 그녀는 이미 얼굴이 창백했고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으며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자두는 어디 있어?”임아중은 땅에 주저앉으며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이승윤, 이승윤이 자두를 데려갔어!”신유리와 서준혁의 얼굴은 동시에 굳어졌다. 신유리는 머리가 어지러워졌고 거의 쓰러질 뻔했다. 그녀는 휘청이더니 서준혁에게 기댔다.서준혁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는 침착하게 물었다. “이승윤이 왜 자두를 데려갔지?”“모르겠어. 유리가 어딨냐고 묻더니 자두를 데려가 놀겠다고는 그냥 내 품에서 뺏어갔어.”임아중은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이승윤이 자두를 보는 눈빛은 마치 애완동물을 보는 것 같았다.신유리 눈을 감은 채 온몸이 떨렸다. 그녀는 서준혁을 밀어내더니 말했다. “내가 찾아야겠어. 이승윤의 연락처 알아? 분명 나에게 복수하려는 거야.”하지만 그녀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서준혁에게 단단히 붙잡았다. 서준혁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말했다. “어디 있는지 알고 가려는 거야?”신유리는 그를 바라보며 전혀 침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서준혁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서준혁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목이 쉬어가며 소리쳤다. “비켜, 자두 찾으러 가야 돼. 이승윤이 나한테 복수하려는 거야, 자두는 상관없어!”“이승윤이 어디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어?”서준혁은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은 채 핸드폰을 꺼내 우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신유리는 서준혁한테서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그의 말에 점차 차분해졌다. 다만 두려움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자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서준혁은 혼란스러워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새까만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렸다.우서진은 금방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이승윤은 지금 추명산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추명산은 그들이 마음대로 부르는 이름으로 산길이 구불구불하고 가파르기 때문에 자극을 추구하는 재벌 2세들이 그곳에서 자동차 경

    최신 업데이트 : 2024-08-05

최신 챕터

  • 나 말고 다   제637화

    태송백은 신연을 향해 내리치려 했다.태지연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신연을 밀어내며 그의 앞을 막아섰다.태송백은 태지연을 보더니 급하게 행동을 멈췄다.그러나 이미 큰 힘을 실은 탓에 갑자기 멈추려 해도 늦었다. 그는 급히 방향을 틀었지만 결국 태지연의 어깨에 맞았다.뼈가 부딪히는 고통에 태지연은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었다. 팔을 타고 내려오는 통증에 그녀는 눈앞이 어지러워지더니 옆으로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혔다. 곧이어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바닥에는 유리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신연이 반응했을 때 태지연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쥐 죽은 듯 고요한 방 안에는 태지연의 신음소리만 울려 퍼졌다.“아파...”신연의 눈에는 깊고 검은 파도가 일었다. 그는 태지연의 곁에 무릎을 꿇은 채 다급하게 소리쳤다.“성한빈, 당장 구급차 불러! 지금 당장!”그는 태지연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다칠까 봐 두려웠다.신연은 이내 고개를 들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태송백을 노려보며 당장이라도 그를 죽일 것 같은 기세였다.태송백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다가왔다.“태지연... 지연아...”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아까의 광기 어린 얼굴은 온데간데없어진 채 공포에 질려 있었다.태지연은 그를 바라보더니 손을 들어 태송백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오빠... 내 말부터 들어줄래?”태송백은 숨을 죽이며 말했다.“그래, 네 말 들을게. 오빠가 나빴어. 오빠가 미안해... 지연아, 나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알아. 오빠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오빠는 항상 나를 제일 아껴줬잖아.”태지연은 여전히 고통에 시달린 채 서서히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 갔지만 그녀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낮게 말했다.“오빠, 난 신연 편을 들고 싶은 게 아니었어. 그저 엄마 아빠가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야. 우리 가족이 다시

  • 나 말고 다   제636화

    태송백은 한층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연을 노려봤다. 한참 후에야 이를 악문 채 말을 내뱉었다.“뒤에서 숨고만 있다가 부하들만 짖게 놔두더니 이제야 직접 나선 거냐? 나한테 기회를 준다고? 신연, 너 진짜 죽을 때까지 정신 못 차리는구나?”태송백은 태지연을 흘겨보며 비웃음을 흘렸다.“너 내 동생을 완전히 속였잖아. 지금도 태지연이 여기까지 와서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고.”태송백의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게 태지연의 가슴에 박혔다. 그녀는 주먹을 움켜쥐며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오빠, 제발 진정 좀 해요.”“태지연, 넌 입 다물어. 계속해서 그 새끼 편을 들면 넌 더 이상 내 여동생도 태씨 가문의 딸도 아니야!”태송백은 격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우리 태씨 가문이 이 꼴이 된 건 전부 그 새끼 때문이야! 아버지께서 지금 병원에 누워 있는 데다 나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숨어 다녀야 하지. 내가 밖에서 무슨 꼴을 당하는지 알기나 해? 모든 게 다 저 새끼 때문이라고.”“엄마는 창녀에 아빠는 손님이고. 참, 너도 신유리 알지? 걘 얼마나 똑똑한지 저 새끼랑 상종도 안 해. 너 혼자 보물인 양 여기고 있는 거야.”태송백은 쌓여 있던 울분을 쏟아냈다. 둘 사이의 갈등은 이미 단순히 말로 풀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자존심 문제였다.그는 반드시 신연에게 자신이 당한 굴욕을 몇 배로 돌려주겠다고 결심했다.태송백은 한 마디 한 마디에 독설을 내뱉었다.“태지연, 넌 더럽지 않냐?”그녀는 마치 얼어붙은 듯 제자리 굳어버린 채 태송백을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오빠, 그만해요... 제발 그만 말하세요.”그녀는 차마 신연을 돌아볼 용기도 없었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목이 바싹 말라오더니 눈앞이 흐려졌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신연 앞을 막아서며 무시해 버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마치 나무 말뚝에 묶인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태송백의 독설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악의 어린 말들이 허공에 울려 퍼지

  • 나 말고 다   제635화

    성한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도련님께서 문이 열릴 때마다... 전에 우리 쪽 사람들이 다친 적도 있었습니다.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신연은 바닥에 부서진 유리 조각들을 흘겨보더니 무표정으로 말했다.“아직도 부술 게 남아있어?”성한빈은 순간 안색이 굳어졌다.태지연은 그들의 대화를 신경 쓰지도 못한 채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잠시 자리 좀 비켜줄 수 있어? 오빠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신연은 눈을 내리깔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약속하듯 말했다.“아무것도 안 할게. 믿어줘, 응?”“아직 불안정할 텐데. 너희 둘만 남겨둘 수 없어.”“걱정 마.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그래도 내 오빠잖아. 어렸을 때부터 나를 가장 아껴주던 사람이야.”태지연은 신연을 바라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물건을 너한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잖아. 나야말로 누구보다도 이 일이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어.”“우리도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자. 아무리 예전처럼 되지 못하더라도 이 일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태지연의 목소리는 다소 지친 듯했다.“연아, 나 정말 너무 힘들어.”신연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한참 지나서야 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한번 얘기해 봐.”태지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신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근데 나가진 않을 거야. 보다시피 최근 태송백 상태가 불안정해. 단둘이 두는 건 불안해서 안 되겠어. 여기서 기다릴게.”현관에서는 안쪽 상황을 볼 수 없었다.그녀는 신연이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걸 알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바닥의 유리 조각들을 피하며 안으로 들어갔다.안쪽은 더 엉망이었다. 바닥에는 온갖 유리 파편들과 장식품들이 흩어져 있었다.태송백은 원래 성격이 좋지 않은 편인데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녀는 바닥의 유리 조각들을 피해 가며 간신히 거실까지 다가갔다. 순간 태송백의 격앙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나가라고

  • 나 말고 다   제634화

    다음 날 아침, 신연은 평소처럼 아침을 준비해 두었다.테이블 위에는 더 이상 초콜릿케이크가 보이지 않았고 신연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그는 우유 한 잔을 따라 식탁 위에 놓더니 입을 열었다.“얼른 씻고 아침 먹어. 나 오늘은 일이 있어서 점심에 못 올 거야. 점심은 호텔에서 보내줄 거야.”태지연은 순간 마음이 움찔하며 신연에게 물었다.“회사? 아니면 어디?”신연은 동작을 멈추더니 속눈썹을 내리깐 채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응, 회사.”“연아.”태지연은 의자 등받이를 꽉 잡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어젯밤 한 말은 전부 진심이야. 만약 네가 오빠를 건드리면 절대 용서 못 해.”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라앉았고 손가락이 하얘질 정도로 의자 등받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신연은 그제야 동작을 멈추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태지연은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했다.“만약 네가 오빠를 건드리면 나중에 내가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조금 이기적일 수도 있는 말이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었다. 어젯밤에 들은 말로만 신연이 정확히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태도를 봐서는 만약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태송백을 순순히 놓아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태지연은 손에 힘을 풀더니 힘겹게 신연 곁으로 다가갔다.“연아, 원하는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대신 찾아줄게.”순간 신연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목젖을 울렁이며 태지연을 내려다보았다.“내가 물건을 찾고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태지연은 잠시 멈췄다가 대답했다.“오빠가 말했어. 자기 손에 너한테 아주 중요한 게 있다고. 연아... 내가 찾아줄게. 내 오빠잖아, 내가 말해볼게.”어젯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그녀의 안색은 좋지 않았고 목소리도 다소 잠겨 있었다.순간 머릿속이 약간 혼란스러워졌다.신연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음이 급해진 그녀는

  • 나 말고 다   제633화

    태지연은 말을 마치고 신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신연은 눈을 내리깐 채 무심한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일으켜 세웠다.“네가 좋아하는 케이크 사 왔어. 얼른 먹어봐.”태지연은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신연을 쳐다보며 손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되레 단단히 잡혔다.신연은 식탁 앞으로 가서 조심스레 케이크 상자를 열고는 라즈베리 초콜릿케이크를 꺼냈다.태지연이 가장 좋아하는 가게의 케이크였다. 평소에도 그녀는 신연한테 퇴근길에 케이크를 사 오라고 조르기도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가장 즐겨 먹던 케이크를 보면서도 전혀 입맛이 돌지 않았다.그녀는 태송백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오빠가...”그러나 신연이 바로 말을 끊어버렸다. “케이크 가게 주인이 또 둘째를 낳았대. 너도 기억하더라. 시간 되면 한번 들르라고 하길래 내가 대신 대답했어.”“신연...”“맛 좀 봐.”신연은 케이크를 그녀 앞에 건네며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봤다.태지연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지금 먹고 싶지 않아. 연아, 다시는 나한테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솔직하게 대답해 줘. 네가 오빠를 데려갔어?”태지연의 말이 끝나자 거실에는 침묵만이 흘렀다.신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이것뿐이야?”태지연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뱉어냈다. “대답해.”신연은 말했다. “일단 케이크부터 먹어봐.”태지연은 움직이지 않고 애써 차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녀는 이 상황에 점점 지쳐갔다.순간 가족과 신연 사이에서 고민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자신이 우스꽝스러웠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연과 가족이 서로 평화롭게 지내길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이제야 그토록 바라던 작은 소망이 애초에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음을 깨달았다.신연과 태씨 가문은 이미 끊어진 실처럼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사이였다.모두가 이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직 그녀만이 되돌릴 수 있다는

  • 나 말고 다   제632화

    태은정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눈 밑에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일들이 그녀를 지치게 했다. 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연아, 신연이 송백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고 있어?”태지연은 잠시 멍해 있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언니, 왜 항상 무슨 일만 생기면 내가 무조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마치 사람들이 모든 걸 나에게 털어놓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태지연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사실 진실을 모르는 사람은 유일하게 그녀뿐이었는데 말이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태은정은 멈칫하더니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태지연을 한참 바라보더니 갑자기 반응하며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피곤한 듯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말했다.“그래.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미안해. 지연아, 내가 너무 급했나 봐.”태은정은 미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썹을 만지작거렸는데 이는 태은정이 곤란할 때 나오는 작은 습관이었다.태지연은 고개를 저었다.“방금 신연이 오빠를 데려갔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태은정은 지금도 상황이 엉망진창이라고 느꼈다. 태송백은 이미 이틀째 연락 두절인 상태였고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닿지 않았다.전혜린과 태성민은 신연의 짓이라고 확신했다. 게다가 태지연과도 연락이 닿지 않다 보니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달래야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태송백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연락을 돌려야 했다.게다가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했다. 그녀는 외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도 이렇게 바쁜 적이 없었다.태은정은 한숨을 내쉬며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그럼 신연이 요즘 뭐 하고 있는지는 알아?”태지연은 대답했다.“대부분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회사에 있을 거야.”그녀는 잠시 멈춘 후 덧붙였다.“근데 나도 확신할 수 없어. 보통 자세한 건 나한테 말하지 않

  • 나 말고 다   제631화

    태지연은 마땅한 핑계조차 찾을 수 없었다. 신연은 그녀에 대해 잘 알다 못해 속마음까지 꿰뚫고 있을 정도였다.태지연은 눈물을 흘리며 처량한 모습으로 바라봤다.“왜겠어? 연아, 네가 생각해 봐.”“우리 아빠는 지금 병원에 있고 엄마랑 오빠는 널 원수처럼 대하는데 도대체 내가 어떡해야 하는 건데?”“누굴 탓해야 할까? 내 의사를 물어본 사람은 있어? 나도 모르겠어.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되어버렸는지...”다들 그녀가 당연히 자신의 편에 서야 할 뿐만아니라 자신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의 의사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었다.태지연은 바닥에 다리를 웅크리고 앉은 채 서로 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그녀의 가족을 해치려는 사람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때 그녀를 아껴주던 부모와 오빠조차 이제는 그녀를 이용하려고만 했다.모두 그녀를 속이면서 정작 그녀한테는 진심을 다하라고 요구했다.태지연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쉬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왜 내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일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거야?”“날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면서 날 속이는데 왜 난 그걸 받아들여야만 하는 거야? 난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진실만을 원할 뿐이야. 그게 다야.”“이렇게 간단한 일조차 해줄 수 없는 거야?”“왜? 내가 바보 같아? 난 그냥 진실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왜 너희는 날 바보 취급하는 거야?”그녀의 눈물은 순식간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머리를 무릎에 묻은 채 어깨가 떨릴 정도로 흐느꼈다.진실이 그녀 앞에 명백히 놓여 있었지만 누구도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그들은 태지연이 절망에 빠진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도 계속해서 속이려고만 했다.무언의 눈물에서 작게 흐느끼다 마지막에는 이를 악문 채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태지연은 자신이 고집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입술이 터져 피비린내가 느껴질 때까지 입술을 깨물었다.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신연은 그녀의

  • 나 말고 다   제630화

    신연은 언제나 태지연에게 다정하게 대했다.그의 눈빛은 차분했고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하지만 태지연은 마치 약점을 찔린 듯 몸이 굳어버린 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신연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지나치게 평온한 시선이 되레 태지연의 마음을 한껏 졸여왔다.“왜?”신연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지연아, 너도 그 계약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거지?”“착하지, 그만 돌려줘.”신연은 아이를 타이르듯 다정하게 말했다. “너한테 있는 거 알아.”“...없어.”태지연은 점점 눈빛이 흐려지더니 힘겹게 입을 뗐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계약서라니, 난 모르는 일이야.”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그제야 의지와는 다르게 부들부들 떨려오는 손을 진정시켰다.그녀는 오빠가 신연을 해치지 않기를 바랐고 마찬가지로 신연이 오빠에게 어떤 해를 끼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태지연은 누구에게도 그 계약서를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내리며 모든 생각을 숨기려 했다.신연은 한참 그녀를 바라보더니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연아, 나 거짓말하는 거 제일 싫어해.”태지연은 순간 몸이 굳었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말했다. “나 아니야...”“정말이야?”신연이 다시 물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응.””그럼 이게 뭔지 설명해 줄 수 있겠어?”신연은 말을 마치고 서랍에서 약병과 약을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전에 침대 옆 서랍에 숨겨둔 비타민 약병과 피임약이었다.최근에 산 피임약을 아직 비타민 약병에 넣을 시간이 없었다. 태송백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깜빡 잊고 있었다.신연은 순간적으로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연아, 말해 봐. 집에 왜 이런 약이 있는 거야?”그녀는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신연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잠긴 목소리로 변명했

  • 나 말고 다   제629화

    태지연은 눈앞이 흐려진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 계속 걸어갔다.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오직 신연만이 떠올랐다.그렇게 자존심 강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가정에서 자랐을까? 신연이 그렇게 말하기를 꺼렸던 그의 가정은 도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 더군다나 신기철이 진정 신연에게 미안하다면 왜 그에게 한 번도 어떤 보상을 하지 않았을까?모두가 신연이 차갑다고 말했지만 태지연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신연은 단지 그녀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자신을 지켜준 소년만이 아니었다. 사실 그 역시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그녀는 고등학교 뒤편 작은 정원에 항상 떠돌이 고양이들이 많았던 게 기억났다. 그리고 신연이 작은 난간에 기댄 채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나누어주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새끼 고양이들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항상 신연 주위에 모여서는 그의 다리를 비볐다.그는 분명 귀찮아하는 표정이 있었지만 고양이들을 밀어내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새끼 고양이가 그의 발치에서 잠드는 것도 허락했다. 동물들의 감각은 예리한 법이다. 그들은 항상 신연을 잘 따랐다.그런 신연의 모습이 계속해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며 애써 억눌렀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그녀가 사랑했던 신연은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었다....갑자기 손목이 세차게 잡히며 태지연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제야 눈앞의 상황이 서서히 선명해지며 뒤에서 태은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뛰어가는 거야?”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까지 와 있었다. 방금 태은정이 그녀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환자를 밀고 지나가던 간호사랑 부딪힐 뻔했다.그녀는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태은정은 그녀를 흘겨보더니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데려갔다.차에 타고 나서야 태지연은 정신을 차리고 나지막이 속삭였다.“고마워.”“고맙긴. 내가 네 언니인데.”태은정은 물었다.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