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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작가: 유진
고작 7만 원으로 강지혁과 강현우 이 두 남자의 밥을 샀다는 걸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임유진은 자기가 생각해도 웃긴 지 웃음을 터트리고는 월세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피곤이 몰려와 화장실에서 빠르게 씻더니 곧바로 침대 위에 누웠다.

지금 그녀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몸이 힘든 것이 아닌 정신이 힘들었다.

임유진은 어제오늘 두 날 연속으로 강현수의 열렬한 사랑 고백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을 받아줄 수가 없었다.

강현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했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어쩌면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은 짧게는 몇 개월일 수도 있고 길어봤자 1년 또 혹은 2년 정도밖에 안 될지도 모른다.

임유진은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고 버림받는 그 아픔이 너무 고통스러워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한번은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다. 두 번도 힘들지만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은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잡념을 집어 던지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슬슬 잠에 들려는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노크 소리는 꽤 다급했다.

임유진는 눈가를 비비고 문 쪽으로 다가가 물었다.

“누구시죠?”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10시가 넘었다.

“유진 씨, 저 고이준입니다.”

고이준의 목소리에 그녀가 멈칫하며 잠깐 망설이더니 결국 문을 열어주었다.

의외였던 건 문을 열고 보니 거기에는 고이준 뿐만이 아니라 강지혁도 함께 있었다. 그는 지금 술에 취해 상체를 고이준에게 기대고 있었다. 게다가 얼굴에는 짙은 취기가 어려있었다.

생각해 보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신 강지혁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기로 오는 것이 아닌 강씨 저택으로 가셔야죠.”

임유진이 말했다.

고이준은 난감한 듯 웃었다.

그가 왜 그걸 모를까.

문제는 강지혁이 기어이 이곳으로 오겠다고 고집을 피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임유진의 월세방이 아니면 비서직에서 잘라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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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진은 고이준에게 빨리 강지혁을 부축하라는 시선을 건넸다.하지만 고이준은 어색하게 웃더니 그녀에게 말했다.“그럼... 대표님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내일 아침 데리러 올 테니 혹시 밤사이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고이준은 자신의 명함을 신발장 위에 올려놓더니 친절하게 문까지 대신 닫아주고 그렇게 자리를 떠나버렸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튀어나왔다.고이준은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강지혁을 이곳에서 재우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다.강지혁과 이곳에서 하룻밤을?임유진은 이를 꽉 깨물더니 일단 그를 부축해 침대 쪽으로 향했다.고이준은 차에 올라타고 임유진의 집을 바라보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생각해보면 그 역시 강지혁이 취한 모습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는 언제나 냉철하고 이성적인 그런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었기에 강문철의 엄격한 교육도 버텨내고 결국에는 강씨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그런 강지혁이 오늘은 강현수와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셨다. 두 사람 모두 지기 싫어하는 어린애 같았다.만약 그 모습이 매스컴을 타게 되면 사람들은 아마 경악을 할 것이다.강현수도 술자리에서 일어날 때 보니 강지혁과 다를 것 없었다.고이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강현수가 임유진을 사랑하게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게다가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은 바로 강지혁이었다. 이미 헤어진 사람을 대체 왜 놓지 못하는 걸까.대체 임유진은 무슨 매력이 있어 두 남자를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을 마시게 만드는 걸까!고이준은 이제 언젠가 임유진이라는 여자 때문에 S 시가 발칵 뒤집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다만 임유진은 강현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만약 그녀가 강현수를 사랑하게 되면...고이준은 가설만 제기했을 뿐인데 온몸에 소름이 돋아버렸다.이러한 가능성은 차라리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은은한 불빛 아래 임유진은 지금 침대 위에 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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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그쪽 같은 사람이 함부로 들어올 만한 곳이 아니에요.”소민아가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한지영은 그런 그녀가 우습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위로 올렸다.“지금 함부로라고 했어요? 지금 그쪽이 누리고 있는 건 모두 딸이 강씨 가문의 양녀가 된 덕에 얻을 수 있었던 거 아닌가? 그전에는 학력도 나보다 낮고 커리어도 별 볼 일 없던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자격 운운하는 건지 모르겠네?”소민아는 인플루언서였다고는 하나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지영보다 훨씬 낮았고 다른 조건을 비교해봐도 어디 하나 당당하게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소민아는 한지영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아까 직원이 건넨 물컵을 한지영 쪽으로 확 기울였다.한지영은 소민아를 도발하며 줄곧 경계하고 있었기에 소민아가 손목을 꺾는 순간 바로 다시 반대로 꺾어 컵 안의 물이 전부 다 소민아에게로 쏟아지게 했다.“아악! 이게 뭐 하는 짓이야!”소민아의 날 선 외침에 가게 안 손님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두 사람 쪽으로 집중됐다.사장은 깜짝 놀라 다가오더니 소민아의 옷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며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그러자 소민아가 손가락을 길게 뻗으며 한지영을 가리켰다.“저 여자가 나한테 물을 끼얹었어요!”한지영은 이에 담담하게 대꾸했다.“입은 삐뚤어도 말은 바로 해야죠. 먼저 나한테 물을 끼얹으려고 했던 게 누군데.”사장은 두 사람을 한번씩 훑어보더니 곧바로 한지영을 향해 말했다.“손님, 소민아 씨에게 당장 사과해주세요. 뭐가 됐든 손님이 물을 끼얹었잖아요.”한지영은 우습다는 듯 사장을 바라보았다.“원인은 다 제쳐주고 결과만 보겠다는 건가요?”“소민아 씨는 고객님 때문에 옷을 버렸어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져봤자 무슨 소용이 있죠? 만약 사과 못 하시겠다면 저희는 강제로 손님을 내보낼 수밖에 없어요. 물론 소민아 씨가 손님께 어떤 책임을 묻든 저희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거고요.”사장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소민아에게 아부하던 직원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73화

    직원과 달리 사장의 태도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이분은 저희한테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다른 직원으로 바꿔주세요.”임유진이 차분하게 말했다.“불쾌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사장은 간단하게 사과를 전한 후 곧바로 해당 가게에서 제일 젊은 직원을 불렀다.임유진은 직원의 명패에 달린 이름과 조금 긴장한 듯 얼굴이 빨개져 있는 신입 직원을 보고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요구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얘기해주었다.신입 직원은 그녀의 요구에 따라 열심히 드레스를 검색했다.“이대로 끝이라고? 아까 너도 봤잖아. 서비스업 종사자로서의 소양 같은 게 하나도 없는 거.”“사장을 불렀는데도 대수롭지 않은 태도였는데 거기서 뭐라고 더 하겠어. 입만 아프지. 걱정하지 마. 이따 반드시 후회할 거니까.”한지영은 그 말에 다시 얌전히 드레스를 구경했다.그때 신입 직원이 다가와 임유진에게 드레스 몇 벌을 소개해 주었다. 대여섯 벌 되는 드레스 중에 한정판인 드레스가 한 벌 있었는데 신입인 그녀로서는 임유진에게 바로 시착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만약 임유진이 만약 마음에 든다고 하면 사장에게 권한을 신청해야만 했다.임유진은 직원이 한정판이라고 소개한 드레스를 바라보았다. 다이아몬드가 군데군데 박혀있는 해당 블랙 드레스는 신비로운 느낌을 주며 은은하게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5년 만에 돌아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얼굴을 내비치는 만큼 드레스도 예쁜 것이어야 했기에 임유진은 곧바로 눈을 반짝였다.“와! 유진아, 이거 아까 네가 골랐던 드레스보다 더 예쁜데?”한지영이 감탄하며 말했다.“이거로 할게요. 시착 가능하죠?”임유진이 묻자 직원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잠시 후, 직원은 블랙 드레스를 들고 오며 임유진을 탈의실로 안내했다.그리고 한지영은 임유진이 시착을 마칠 동안 소파에 앉아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아까 그들에게 불친절했던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누군가를 향해 살갑게 웃어 보이는 것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72화

    “뭐야, 티 났어? 잘 감췄다고 생각했는데...”한지영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너랑 친구 한 세월이 얼만데 내가 그것도 눈치 못 채겠어?”며칠 전에 한지영의 전화를 받았을 때 임유진은 단번에 그녀가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눈치챘다. 한지영이 너무나도 하이 텐션이었기 때문이다.한지영은 아예 대놓고 고민 있는 얼굴을 할 때도 있지만 이렇듯 과한 텐션으로 자기감정을 감출 때도 있었다.“그래서 무슨 일인 건데?”임유진이 걱정된다는 얼굴로 물었다.한지영은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되자 한숨을 내쉬며 곧바로 그녀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백연신을 만났어.”“혹시 찾아간 거야?”임유진도 얼마 전 백연신이 이곳으로 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아니. 백연신이 내 앞에 나타났어. 단순히 우연인 건지 아니면 일부러 찾아온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그때는 취하기도 했고 또 머리가 엉망이라 모든 게 혼란스러웠어.”“너 설마...”“걱정하지 마. 다시 이어지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 뛰어들지는 않을 테니까.”한지영은 애써 미소를 짓더니 이내 화제를 돌렸다.“그보다 이틀 뒤에 강지혁이랑 파티에 참석하게 됐다며. 너 아직 드레스 못 고른 거 아니야? 마침 근처에 유명한 드레스 샵 있으니까 거기로 가자.”두 사람은 카페에서 나와 드레스 샵으로 들어갔다.유명한 샵이라 그런지 안으로 들어가 보니 드레스들이 하나같이 비쌌다.잠깐 놀라기는 했지만 5년 만에 돌아와 처음으로 참석하는 파티인 만큼 저렴한 드레스를 입을 수는 없었기에 임유진은 그냥 이곳에서 고르려고 했다.임유진과 한지영은 가게 안을 둘러보며 드레스를 골랐다. 두 사람 모두 오늘은 캐주얼한 차림으로 입었던 터라 임유진이 실버 드레스를 골랐을 때 따라다니던 직원이 곧바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죄송하지만 해당 드레스는 전시용으로만 사용되는 드레스라 시착이 불가능하세요.”임유진은 그 말에 이상함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때 다른 고객을 상대하고 있던 직원 한 명이 아무 말도 없이 다가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71화

    백연신의 차량이 천천히 단지 앞에 미끄러졌다.한지영은 집 앞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더니 곧바로 벨트를 풀고 고맙다고 한 다음 차 문에 손을 올렸다.그런데 문을 열고 나가려던 그때 백연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남자와는 사귀기라도 할 생각이야?”한지영은 그 말에 두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 3초 정도 지난 후에야 ‘그 남자’가 누군지 알아챘다.“우진 씨 괜찮은 사람이에요. 연봉도 높고 직장도 안정적이고 나랑 대화도 잘 통하고요. 그리고 얼굴도 준수하죠. 만약 우진 씨만 괜찮다면 나는 사귀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한지영이 말했다.“고작 그런 조건 때문에 사귄다고? 그 남자가 꽤 마음에 들었나 보지?”백연신이 한지영을 노려보며 말했다.한지영은 순간 그의 태도가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마음에 들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우진 씨 정도면 1등 신랑감이에요.”“한지영!”백연신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지고 이제는 분노까지 서렸다.한지영은 그의 이런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대체 뭐에 화를 내는 거지? 다른 남자를 만난 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자기는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거지?“백연신 씨, 아까 레스토랑 앞에 나타난 거 정말 우연 맞아요? 혹시 나 보러 일부러 온 거예요? 날 왜 찾아온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는 연신 씨랑 더 이상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난 연신 씨와 고은채 씨 사이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도 없고 방해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한지영은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난 우리가 헤어졌어도 연신 씨가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요.”백연신은 그녀가 마음을 다해 사랑한 유일한 남자였다. 사랑이 식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라 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서 헤어진 것이기에 헤어졌어도 그에게는 이런 식의 축복을 얼마든지 빌어줄 수 있었다.한지영은 백연신과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려는 듯 먼저 악수를 청했다.“잘 가요.”하지만 백연신은 그녀의 손을 잡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70화

    연우진은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레스토랑 앞까지 왔다가 한지영의 옆에 서 있는 백연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마침 얼마 전 회사에서 백선 그룹과 계약을 하나 맺었던 터라 그는 보고를 통해 백선 그룹의 회장 얼굴을 보았었다.한지영은 연우진의 차를 발견하고는 백연신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나 이만 가볼 테니까... 끅, 연신 씨도 이만 가봐요. 그럼...”그녀는 말을 마친 후 곧바로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그런데 한지영이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백연신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확 잡아끌며 연우진의 차에 멀어졌다. 그러고는 운전석에 있는 연우진을 향해 말했다.“한지영은 내가 알아서 집까지 데려다줄 테니까 그쪽은 이만 가봐요.”이에 연우진이 차창을 내리며 뭐라 하려는데 백연신은 그의 대답 따위 들을 생각도 없었다는 듯 근처에 주차된 자기 차로 걸어갔다.“백연신 씨, 이거... 놔요...!”한지영이 힘없이 끌려가며 큰소리로 외쳤다.그녀의 외침에 연우진은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남자가 정말 백선 그룹의 회장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다.그런데 백연신 회장이 왜 여기 있는 거지?아까 그를 대하는 말하는 말투 하며 표정 하며 꼭 그를 질투하고 있는 것 같았다.질투라고? 그 백연신이?그때 연우진의 머릿속으로 생각 하나가 스쳐 갔다.“혹시 한지영 씨가 아까 얘기했던 전 남자친구가 백연신 씨인 건가...?”만약 정말 그러하다면 백연신은 매스컴이 보도한 것처럼 고씨 가문의 딸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전 여자친구인 한지영을 두고 있다는 말이 된다.백연신은 한지영을 차 옆까지 끌고 와서야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냉랭한 얼굴로 그녀가 중심을 채 잡기도 전에 바로 조수석에 태워버렸다.한지영은 어찌할 새도 없이 그가 움직이는 대로 이끌려가다 차량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고서야 고개를 돌려 운전석을 바라보았다.차량은 한지영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벨트 매.”백연신이 말했다.한지영은 아직 정신이 몽롱한 상태라 그런지 그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69화

    “네.”한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우진을 보냈다.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자니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그녀는 근처 쓰레기통 앞으로 가 음식물을 게워냈다.그렇게 한참을 토하던 그녀는 오늘 먹었던 것을 다 비우고서야 주섬주섬 가방을 더듬으며 티슈를 찾았다.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티슈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그때 웬 손수건 하나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고마워요.”한지영은 눈을 게슴츠레 뜬 채 그것이 손수건인지 티슈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입가를 쓱 닦았다.야무지게 다 닦고서야 그녀는 손에 든 것이 티슈가 아닌 손수건이었다는 것을 알아챘다.“어... 이거는 내가 내일 세탁해서 다시 줄게요.”한지영은 말을 하면서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당연히 연우진이 건넨 손수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너무나도 익숙한, 5년간 틈틈이 그녀의 꿈에 나타나던 남자의 얼굴이었다.슈트 차림의 남자는 머리를 완전히 빗어 올린 채 훤한 이마를 드러내고 있었다. 환한 달빛 때문인지 원래부터 예뻤던 얼굴이 오늘따라 더더욱 예뻐 보였다.세월의 흔적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 남자의 얼굴을 한지영은 말없이 가만히 바라보았다.“끅...”술 냄새를 가득 담은 딸꾹질과 함께 조용했던 침묵이 깨졌다.“오랜... 만이에요.”한지영의 입에서 먼저 말이 흘러나왔다. 술을 마셨던 터라 말이 느려지고 또 버벅거렸다.“너 취했어.”백연신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술을 좀 마셨어요.”한지영은 눈앞의 남자를 두 눈에 똑바로 담으려는 듯 눈을 크게 뜨기 위해 노력했다.“아까 그 남자는... 남자친구야?”백연신이 물었다.“남자친구?”한지영은 눈을 깜빡이다 갑자기 피식 웃었다. 술에 취해있어 그런지 그 웃음이 어쩐지 바보 같아 보였다.“아... 우진 씨는 오늘 소개팅한 남자예요. 괜찮은 사람이었어요. 첫 만남인데도 대화도 잘 통하고...”한지영은 말을 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술기운 때문인지 두 눈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그간 백연신을 향한 마음을 접으려고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68화

    “그건 아니고 이제껏 설렌다는 느낌이 들었던 여성분이 없었어요.”설레는 느낌이라는 걸 누군가는 부질없는 감정이라고 할지 몰라도 적어도 한지영은 그 말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이제껏 많은 아이돌과 배우들을 좋아해 왔지만 진정으로 마음이 설레었던 사람은 백연신 한 사람뿐이었으니까.아무리 소개팅을 해봐도 같이 있으면 가슴이 뛴다고 느껴지는 남자는 없었다.“설렌다는 느낌... 중요하죠. 쉽게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잖아요. 그리고 그런 느낌이 들었던 상대를 놓치고 다시 찾으려고 하면 더 힘들고요.”한지영의 말에 연우진이 조금 흠칫했다.“지영 씨는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나 봐요?”“네, 딱 한 번 있었어요.”한지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연우진은 분명히 소개팅 상대였지만 그녀는 얘기를 나누면서 그가 남자로 보이는 것이 아닌 묘하게 친구 같이 느껴졌다.“어떤 사람이었어요?”연우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그 사람은 일단 너무 예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내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는 그런 착한 사람이었죠.”백연신 얘기에 한지영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위로 말려 올라갔다.이미 헤어졌음에도 백연신과 함께 했던 나날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에 제일 소중했던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연우진이 생각보다 편한 말 상대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오늘 우연히 백연신의 소식을 들어서인지 한지영은 평소보다 훨씬 더 감정적이고 말이 많았다.그녀는 술을 연거푸 마시며 얘기를 이어갔고 연우진은 그런 그녀의 얘기를 그저 가만히 들어주고만 있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한지영이 앉아있는데도 휘청거리자 연우진은 그제야 술잔을 들어 올리려는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이제 그만 마셔요. 이러다 취하겠어요.”“취하는 게 뭐가 나빠요?”한지영이 웅얼거렸다.“지영 씨랑 나 오늘 첫 만남 아닌가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이렇게 무방비한 모습을 막 보여줘도 돼요? 내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으면 어쩌려고?”연우진의 말에 한지영이 피식 웃었다.“정말 그럴 생각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67화

    한지영은 손가락을 억지로 움직이며 소개팅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녀가 지금 신경 써야 할 사람은 백연신이 아니라 소개팅 상대였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진정으로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도 좋아하는 남자가 나올지도 모른다.저녁.한지영은 약속 시간에 맞춰 번화가의 한 카페로 들어섰다.창가 쪽으로 향하니 소개팅 상대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남자의 이름은 연우진이었고 현재 대기업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는 유능한 사람이었다.한지영은 남자의 겉모습을 확인하고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했다. 스펙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프로필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외모까지 훌륭할 줄은 몰랐다.연우진은 깔끔한 정장 차림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지적인 분위기에 앉아있는 자세까지 바른 것이 상당히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게다가 35살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보니 이제 막 30대가 된 듯한 얼굴이었다.“안녕하세요. 한지영 씨 맞으시죠? 만나서 반가워요.”한지영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남자가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네, 안녕하세요.”한지영은 서둘러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은 첫 만남에 할법한 얘기를 서로 두어 마디 주고받은 후 곧바로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사실 한지영은 그저 아무런 고깃집이나 들어가 대충 식사를 하고 만남을 끝내려고 했는데 연우진은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아니면 소개팅하는 여자들과는 항상 레스토랑을 가는 건지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를 데리고 비싼 레스토랑으로 왔다.메뉴판을 들어 가격을 보니 헙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드시고 싶은 거 마음껏 주문하세요.”연우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지영은 잠깐 고민하더니 결국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들을 주문했다.이에 연우진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별다른 말 없이 다른 음식도 주문한 다음 웨이터에게 메뉴판을 건넸다.“실례가 안 된다면 지영 씨가 소개팅에 나온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혹시 나이 압박 때문에 결혼을 서두르고 싶은 건가요?”음식을 먹던 중에 연우진이 먼저 질문을 건네왔다.“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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