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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임유진... 유진아...

이렇게 아픈데 왜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의 이름과 그녀의 웃는 얼굴만 떠오르는 것일까.

왜 그녀의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 한마디에,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그 한마디에 이토록 절망스러운 것일까.

커다란 물웅덩이에 온몸이 빠진 기분이다. 어떻게든 발버둥 쳐보려고 해도 점점 더 깊게 가라앉아 기어코 질식해버릴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때 문이 열리고 이쪽으로 오는 발걸음 소리와 물건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돌아온 걸까?

늦은 밤에 그를 위해 약을 사러 갔다가 돌아왔던 그때처럼?

그날 힘겹게 눈을 뜨고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그는 처음으로 심장이 거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임유진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약 먹어. 약 먹고 나면 괜찮아 질 거야.”

임유진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지고 이내 가녀린 손이 몸을 부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지혁은 코끝에서 스치는 익숙한 그녀의 향기에 천천히 두 눈을 떴다.

두 눈에 그녀가 가득 담긴 순간 공허했던 마음이 단숨에 뭔가로 꽉 찬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이 여자를 갖고 싶다고, 이 여자를 곁에 두고 싶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임유진은 약을 강지혁의 앞에 내려놓고 말했다.

“이건 한 알만 먹으면 되고 이건 두 알 먹어야 해.”

그녀가 약을 손에 올려놓고 건네주자 강지혁은 약을 보지도 않고 받지도 않으며 오로지 그녀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임유진은 그 눈빛이 어쩐지 가슴을 꾹 짓누르는 것 같았다.

“왜? 혹시 약 먹기 싫어서 그래?”

전에 그가 약 먹는 걸 싫어한다는 말을 그녀는 기억하고 있다.

“만약 내가 앞으로 평생 누나가 원하던 동생이 된다고 하면? 그래도 날 버릴 거야?”

강지혁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임유진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손에든 약을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응.”이라고 답했다. 그러고는 어딘가 초연한 웃음을 지었다.

“나한테 너는 동생이 될 수 없어.”

임유진은 강지혁과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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