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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얼마나 지났을까, 가시지 않을 것 같던 통증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강지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 후 침대에서 내려와 임유진의 곁으로 다가왔다.

숨소리가 고른 것을 보니 이미 잠이 든 것 같아 보였다.

그는 허리를 숙이고 부드럽게 그녀를 끌어안아 침대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그녀가 춥지 않게 옆에 있던 이불도 덮어주었다.

강지혁의 시선은 임유진의 얼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아까 그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만약 그녀와 모든 게 끝이 나면, 그러면 그는...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까 살 이유가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강지혁은 과거의 자신을 비웃듯 실소를 터트렸다.

그의 생사는 여전히 그녀의 손에 달려있었다.

헤어지기만 하면 인생의 주도권을 다시 돌려받고 그녀의 영향에서 벗어나 한낱 여자의 배신 때문에 목숨까지 포기해 버리는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오만한 생각이었다.

그는 줄곧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고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그저 정신승리일 뿐이었다.

...

다음 날, 고이준은 아침 댓바람부터 강지혁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임유진의 집 앞으로 왔다. 그러자 거기에는 벌써 강지혁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강지혁의 뺨에 빨간 자국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고이준은 그걸 보더니 숨을 헙하고 들이켜고는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 빨간 자국은 누가 봐도 누군가의 손바닥 자국이었다.

강지혁이 임유진에게 뺨을 맞았다는 사실에 고이준은 지금 상당히 놀라버렸다.

S 시에서 강지혁의 얼굴에 손을 올리고 자국까지 남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임유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번 임유진의 친구 한지영도 강지혁의 뺨을 때리고서 별 탈 없었으니 임유진이 때린 건 아마 벌써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을 수도 있다.

잔인하고 매정한 강지혁이 임유진 앞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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