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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하지만 눈을 감고 아무리 기다려봐도 생각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몇 초 뒤 임유진이 슬며시 눈을 떠보니 강지혁이 그녀의 손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손 안 아파?”

순간 임유진은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코끝이 시큰해졌다.

강지혁은 항상 이렇게 그녀를 누구보다 더 소중히 대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막상 그녀가 그 다정함에 푹 빠졌을 때는 그 누구보다 매정하게 버려버렸다.

“날 사랑하는 게 아니면 나한테 키스하지도 말고 널 때린 손이 아픈지 안 아픈지도 물어보지 마! 네가 이럴수록 나는 네가 더 싫어지니까!”

임유진은 그를 힘껏 노려보고는 그의 손에 잡힌 손을 거칠게 빼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희고 붉은 얼굴에 몇 가닥 붙어있고 그 사이로 빨간 입술을 꽉 깨문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명백한 거부였다.

강지혁은 순간 얼굴에 핏기가 가시고 몸도 비틀거리다가 속에서 뭔가가 올라올 것 같아 입을 꽉 틀어막은 채 허겁지겁 침대에서 내려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이 닫힌 순간 겨워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셨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임유진은 침대에서 내려와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뺨을 내리친 그 감촉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맞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때린 사람이 이렇게 아픈 걸까.

화장실에서 들리던 토하는 소리가 점점 멎어갔다. 하지만 강지혁은 어쩐 일인지 한참이 지나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임유진은 혹시 그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건 아닌가 싶어 그쪽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너... 너 괜찮아?”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임유진은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강지혁, 내 말 들려? 혹시 잠든 거야? 셋 세고 문 열게.”

그녀는 손가락으로 셋을 센 다음 혹시 몰라 한 번 더 노크했다.

똑똑.

“나 들어간다?”

임유진은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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