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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강지혁이 서 있는 자세가 아까 커튼을 닫았을 때 마지막으로 봤던 자세와 똑같았다.

그는 2시간이 넘도록 그 자리에 가만히 선 채 계속 그녀가 있는 쪽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임유진은 순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쳐 빠르게 방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우산이 어디 있는지 몰라 헤매다 눈에 보이는 담요를 들고 머리에 쓴 채 비를 뚫고 연못으로 향했다.

담요를 썼다고는 하지만 머리 부분만 가려질 뿐 팔과 다리는 여전히 비를 맞고 있었다.

차가운 물방울들이 피부를 때렸다.

임유진은 서둘러 강지혁 앞까지 다가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말을 내뱉었다.

“비 오는데 여기 왜 서 있어. 빨리 집으로 들어가자.”

하지만 강지혁은 망부석처럼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왜 나왔어?”

그의 목소리가 비를 뚫고 들려왔다.

강지혁의 몸은 비로 다 젖어있었고 머리는 물론이고 얼굴까지 물방울들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오로지 임유진만 보고 있었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해.”

임유진은 그를 집 안으로 데려가기 위해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그의 발은 여전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나왔냐고 묻잖아.”

강지혁은 방금 했던 질문을 다시 건넸다.

임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그럼 네가 이렇게 계속 비 맞고 있는 거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내가 비 맞고 있어서 속상해?”

“...”

임유진은 그를 노려보았다.

비는 점점 더 거세졌고 강지혁은 언제 온 건지도 모를 비를 이미 잔뜩 맞았으니 이대로 가다가 정말 감기에 걸릴지도 몰랐다.

주변에는 온통 빗소리뿐이었다.

임유진은 몇 분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속상했다고 쳐. 이제 들어갈 거야?”

강지혁이 정말 아프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특히 이 저택에는 단둘밖에 없으니 만약 강지혁이 아프면 병간호는 오로지 그녀의 몫이 된다. 그러면 곤란하다. 그러니 속상한 게 아니라 곤란할까 봐 이러는 것이다.

임유진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이런 생각들을 되뇌었다.

하지만 정말 속상하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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