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고 이곳에 강지혁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강지혁은 임유진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서서히 시선을 내려 자신의 텅 빈 두 손을 바라보았다.강제로 이 집에 가둬 놓아도 임유진은 여전히 그의 곁에 있어 주지 않았다.떠나지 말라고, 옆에 있어 달라고 그렇게 외쳐도 결국 그들만의 방식으로 곁을 떠나버린 그의 엄마와 아빠처럼 임유진도 떠나버렸다.결국 돌고 돌아 그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언제부터 혼자인 걸 신경 썼다고...임유진을 만나기 전 그는 늘 혼자였다. 이 세상에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스스로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다시 혼자가 됐다고 마음이 허전할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분명 그러한데 자꾸 고통이 마음의 틈을 비집고 나와 온몸에 뿌리를 내린다.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걸어들어왔다.강지혁은 자신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을 보며 눈동자가 점점 흔들렸다.“벌써 일어난 거야? 죽 끓여왔어.”임유진은 손에 든 죽을 침대 협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졌다.아직도 조금 뜨겁기는 했지만 전보다는 많이 나았다.“열은 조금 내린 것 같은데... 체온은 이따 다시 재줄게.”“방금... 죽 끓이러 갔었던 거야?”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응, 너 깨고 나면 배고플까 봐. 반 시간쯤 뒤에나 깰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깼네?”임유진은 그의 얼굴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죽은 아직 뜨거우니까 조금 식히고 먹어.”“알았어.”강지혁은 죽을 한번 보고는 다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럼 그 전까지는... 계속 이 방에 있었던 거야?”“아니면?”임유진은 줄곧 그의 옆에 있었다.강지혁이 악몽 때문에 몸을 뒤척이며 힘없이 중얼거릴 때면 그녀는 옆에서 다정하게 그의 말에 일일이 대답해주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면 강지혁은 그제야 다시 편안한 얼굴을 했다.그렇게 그가 완전히 편히 잠든 후에야 임유진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했다.강지혁은 눈앞에 있는 여
“손에... 힘이 안 드네.”강지혁은 말을 하고는 다시 한번 그릇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그릇을 자기 쪽으로 가져가며 말했다.“됐어. 너 그러다 죽을 침대에 엎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내가 먹여줄게.”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죽을 한 숟가락 뜨고는 후후 불어 강지혁의 입가에 가져갔다.강지혁은 순순히 입을 열어 그녀가 먹여주는 대로 가만히 받아먹었다.지금 그는 마치 주인 앞의 온순한 강아지처럼 죽을 먹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전혀 온순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임유진을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이글거렸다.그 시선을 그대로 받은 임유진은 어쩐지 이 상황이 무척이나 불편하게 느껴졌다.“저번에 말했던 그 여자 말이야. 진짜 그 방에서 남자를 죽였어?”임유진은 아무 화제나 꺼내 이 불편한 침묵을 깼다.“응, 진짜야.”“하지만 그 여자가 죽인 건 강씨 가문 사람이잖아. 가문 사람들이 그 여자를 가만히 내버려 뒀어?”70년 전이라고 해도 강씨 가문은 큰 가문이었을 테니까.“그 남자가 유서를 남겼거든. 자기가 죽어도 그 여자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임유진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그러면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죽일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건가?그런데도 그런 편지를 남긴 건가?70년 전이면 지금처럼 법망이 촘촘하지 않던 시대라 강씨 가문에서 그 일을 함구하면 그 여자는 무사히 도망갈 수 있었을 것이다.“그래서 그 여자는 그 후에 어떻게 됐어?”임유진은 이상하게 자꾸 그 여자의 마지막이 궁금했다.“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어. 네가 지금 있는 방, 그게 그 여자가 그때 머물렀던 방이었거든. 그 여자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그대로 여기서 생을 마감했어.”“생을 마감했다고? 혼자?”“둘이라고 해야겠지. 임신한 채로 이 집에 돌아왔으니까. 여기서 그 여자는 남자애를 낳았고 그 남자애는 커서 강씨 가문을 이어받았어.”임유진은 이 이야기의 결말이 이렇게 될 줄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지혁은 임유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챈 듯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 노인네가 너한테 해를 끼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야.”임유진은 시선을 내리고 어느새 비어버린 그릇을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이만 쉬어. 나는 이제 내 방으로 돌아갈게.”하지만 임유진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강지혁이 더 빠르게 그녀의 옷을 잡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촉촉한 두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 뭐 하는 거야?”“너 아직 나 완전히 잊은 거 아니지? 그게 아니면 내 옆에서 밤새 병간호를 해주지도 않았을 거고 약도 주지 않았을 거며 죽도 끓여주지 않았을 거야. 그치?”잔뜩 잠긴 목소리가 강지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의 두 눈은 애원과 갈망을 담아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진아, 다시 날 사랑해주면 안 돼? 나는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어. 이렇게까지 깊게 사랑하게 될 줄 정말 몰랐어...!”사람들 꼭대기에만 있던 강지혁이 지금은 자존심이고 뭐고 싹 다 내려놓고 오직 임유진의 사랑 하나만을 바라고 있다.임유진은 그의 말에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한편, 강현수는 지금 자신의 모든 인맥을 이용해 임유진의 행방을 찾고 있다.하지만 그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인맥을 쓸 수 있는 만큼 강지혁 또한 임유진을 찾지 못하게 인맥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게다가 임유진이 사라진 뒤로 강지혁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 더더욱 찾기 어려웠다.아주 작은 단서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마저 없었다.강현수는 이제껏 이렇게까지 불안하고 답답하고 신경이 곤두선 적이 없다. 심지어 바로 눈앞에서 배여진이 뭐라고 얘기하는 데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임유진의 행방에 관한 생각뿐이었다.강현수가 부모님 앞에서 임유진에 대한 마음을 고백했을 때 그의 부모님은 처음에는 놀랐다가 바로 반대했고 심지어는 임유진에게 집착하지 말라며 화를 내고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강현수는 이미 그녀에게 푹
강현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다 얘기를 전해 듣고는 갑자기 얼굴이 심각해졌다.“네? 선생님이 사라져요?”“그래, 너도 알다시피 그 양반이 환자를 오게 했으면 했지 절대 치료하러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아니었잖아. 그런데 오늘 갑자기 나한테 전화가 와서 환자 치료해주러 가야 한다면서 어쩌면 오래 걸릴지도 몰라 전화하는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런데 몇 시간 뒤에 다시 연락해보니까 전화를 안 받는 거야!”강현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소영훈의 아내인 김영애였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지금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하고 있다.강현수는 소영훈과 친했기에 자연스럽게 그의 아내와도 친분을 쌓게 되었다.“환자 보러 나가신다고 했다고요?”강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 현수야, 이 양반 설마 누구한테 원한산 거 아닐까? 그래서 무서운 사람들한테 납치된 걸까?”김영애는 지금 별의별 나쁜 생각이 다 들었다.하지만 강현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만약 임유진이 강지혁에게 데려가 지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녀가 손가락을 치료하게 될 두 번째 날이다.강지혁의 짓일까?임유진의 치료 때문에 강지혁이 소영훈을 데려간 걸까?강현수는 김영애를 안심시키고 전화를 끊은 다음 곧바로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누가 선생님을 데려갔는지 알아봐.”“네, 알겠습니다.”강현수는 전화를 끊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네? 하지만 우리 이제 온 지 10분도 안 됐는데...!”배여진은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 그와 오랜만에 식사하러 나왔는데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강현수가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서니 그녀로서는 황당할 따름이었다.“미안, 밥은 너 혼자 먹어.”강현수는 그녀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소영훈이 사라진 게 정말 강지혁과 관련이 있는 걸까?임유진은 대체 강지혁에게 어디로 데려가진 거지?!강현수는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이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만약 하루빨리 임유진
“죄송해요. 설마 선생님을 이곳으로 데려올 줄은 몰랐어요...”임유진은 민망해하며 고개를 숙였다.소영훈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살다 보면 뭘 봐도 보지 않은 척해야 하는 때가 있고 뭘 들어도 듣지 않은 척해야 할 때가 있다.그는 손에 든 치료 도구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는 임유진에게 오른손을 내밀라고 얘기했다.임유진은 다양한 사이즈의 침들을 보며 순간 지난번 치료했을 때의 고통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소영훈은 침을 들어 임유진의 손등으로 가져갔다. 그때 강지혁이 갑자기 소영훈의 손목을 잡으며 물었다.“지금 뭐 하는 겁니까?”“뭐하긴요. 치료하는 중이죠.”소영훈은 치료 중에 방해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기에 바로 눈썹을 찌푸렸다.“치료하는데 마취는 왜 안 합니까?”강지혁이 미간을 치켜세우며 물었다.“마취하면 손가락 반응을 제대로 알 수 없어요. 반응을 제대로 알아야 치료가 제대로 됩니다!”소영훈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설명했다.하지만 강지혁은 그의 설명에도 크고 두꺼운 침 때문에 망설여졌다.“하지만...”“괜찮아. 전에도 이렇게 치료했어.”임유진을 고개를 들어 강지혁에게 말했다.“그리고 이 정도 고통은 잠깐 참으면 금방 지나니까 괜찮아.”감옥에 있었을 때처럼 잠깐만 참으면 금방 지나간다.다만 감옥에 있었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절망 속에서 고통을 참았다면 지금은 희망 속에서 고통을 참고 있다.손가락이 아무 일도 없었던 때처럼 멀쩡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 정도만 돼도 충분히 기쁠 테니까.강지혁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뭔가 떠오른 듯했다.강지혁은 소영훈을 잡던 손을 풀고 이번에는 임유진의 왼손을 잡았다. 깍지를 낀 채 아주 꽉 잡았다.“뭐 하는 거야?”임유진이 놀라며 물었다.“아프면 내 손 꽉 잡아. 내가 옆에서 네가 받는 고통을 덜어줄게.”“됐어. 나 혼자 참을 수 있어.”임유진은 손을 움직이며 그의 손
그리고 전에도 이런 식으로 꽉 잡은 바람에 강현수의 손목에 피가 난 적이 있다.“너... 너 손 놔.”임유진은 소영훈이 침을 다른 것으로 바꿀 틈을 이용해 강지혁에게 말했다.“나 좀 있으면 지금보다 더 세게 잡을지도 몰라.”“그게 왜?”강지혁은 왼손을 들어 임유진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강현수 손은 잡았으면서 내 손은 못 잡아?”임유진은 그 말에 흠칫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뭐라 대꾸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때 소영훈이 예고도 없이 또다시 침을 놓았다.“윽!”아프다. 정말 아프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이를 꽉 깨물고 고통을 참을 수밖에 없다.보송해진 이마에 또다시 땀이 맺혔다. 그리고 한 방울 한 방울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강지혁은 옆에서 임유진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임유진이 고통 때문에 손등에 손톱을 세게 찔러넣어도, 슬슬 피가 고여도 그는 마치 고통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어쩌면 강지혁의 머릿속이 지금 온통 임유진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그는 임유진의 얼굴에 인 고통과 열심히 그 고통을 참는 모습, 그리고 이를 꽉 깨문 탓에 이마와 손등에 힘줄이 생긴 것까지 하나하나 다 눈에 담았다.잠시 후, 길고도 짧았던 치료가 드디어 끝이 났다.임유진은 지금 온몸에 힘이 다 빠진 것 같았다.“오늘 치료는 여기까지고 일주일 뒤에 세 번째 치료를 진행할 겁니다.”소영훈은 치료 도구를 정리하며 말했다.“그리고 24시간 동안 손에 물 묻히지 마세요.”“네... 감사합니다...”임유진은 창백해진 얼굴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힘들게 인사를 건넸다.그리고 그제야 강지혁과 맞잡고 있는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강지혁의 손등은 그녀가 남긴 손톱자국으로 가득했다.잡는 사람도 아픈데 잡히는 사람은 얼마나 더 아플까.두 사람의 손은 치료가 끝났는데도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임유진은 서둘러 손을 빼려고 해봤지만 진이 다 빠진 것인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강지
강지혁은 임유진이 감옥에 있을 때 수많은 괴롭힘 속에 힘들게 지냈다는 걸 그간 그저 자료로만 알고 있었다. 그때도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지만 오늘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니 마음이 한층 더 괴로웠다.강지혁은 지금 심장이 아려와 호흡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그간 임유진이 감옥에 가게 되는 걸 그저 지켜만 봤던 자신과 타인이 그녀를 괴롭히는 걸 방관한 자신을 무수히도 많이 후회했지만 오늘은 유독 더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과거의 자신이 미치도록 원망스럽고 후회스러웠다.강지혁은 몸을 낮추고 임유진의 손을 잡은 다음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입을 맞췄다.“왜 나는 네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너를 만나지 못했을까...”잔뜩 잠긴 목소리가 후회를 싣고 강지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강지혁은 할 수만 있다면 임유진이 감옥 가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애초에 그런 고통을 받지 않게 무죄를, 그리고 결백을 주고 싶었다.하지만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그녀는 고통을 받을 대로 다 받았다.임유진은 자신의 손가락에 입을 맞추고 있는 남자를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았다.그의 입술이 닿은 곳이 점점 뜨거워 났다. 아니, 손가락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뜨거워 나기 시작했다.“너...!”“내가 잘못했어.”강지혁은 그녀의 말을 끊고 진지한 얼굴로 사과했다.여태껏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해본 적 없던 그가 지금 임유진의 앞에서 잘못을 빌었다.“유진아, 내가 잘못했어. 그때 너랑 헤어지는 게 아니었어...”그리고 그녀가 누명을 썼을 당시 못 본 척 지나치는 게 아니었다.당시 강지혁의 눈에 임유진은 그저 버려진 패에 불과했고 그녀가 그저 재수 없게 걸려들었을 뿐이라고만 생각했다.그때 당시의 행동이 결국 돌고 돌아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임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강지혁이 지금 잘못했다고 한 건가...?!“너를 믿었어야 했어. 네가 나를 언젠가는 배신할 거라는 생각에 상처
이번에는 평생 잘할 자신이 있다....소영훈은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강현수는 그 소식을 듣고는 서둘러 소영훈의 집으로 찾아왔다.“선생님, 오늘 누구한테 끌려간 겁니까? 어디로 끌려간 겁니까?”강현수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소영훈은 그런 그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강현수가 이토록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그리고 그를 이렇게 만든 건 아마...“임유진 씨 때문이지?”강현수의 동공이 흔들렸다.“그래서 오늘 정말 유진 씨 손 치료해주러 간 겁니까?”“그래. 눈이 가려진 채 누군가에게 그렇게 데려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소영훈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그 아가씨 옆에 남자가 한 명 있더구나. 그 남자, 강지혁 맞아?”강현수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 대답했다.“네, 맞아요.”“하필이면 그런 놈을 라이벌로 뒀으니, 쯧쯧.”소영훈은 혀를 차며 강현수를 바라보았다.임유진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는 건지는 몰라도 어쩐지 강현수는 꽤 힘든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았다.“선생님, 그곳이 어딘지 혹시 아시겠어요?”“아까도 말했다시피 가는 길 내내 시야를 차단당했어. 하지만 시간을 대충 계산해봤을 때 의원으로부터 2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확보됐을 때는 오래된 한옥에 도착해 있었고. 나도 그 저택을 자세히 둘러본 건 아니지만 일단 큰 규모의 집이었어.”소영훈은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보았다.강현수는 그의 말을 토대로 생각에 잠겼다. 오래된 한옥에 의원으로부터 20분 정도의 거리...범위가 좁혀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너무 넓다.그리고 강지혁의 사람들이 그 20분간 일부러 소영훈을 데리고 주위를 뺑뺑 돌았을 수도 있다.“그래서 유진 씨는 거기서 어때 보였어요?”한참 뒤 강현수가 물었다. 하지만 호기롭게 물어본 것 치고는 표정이 어쩐지 조금 어두웠다. 꼭 듣기 싫은 걸 듣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말이다.“뭐 특별할 건 없었어. 그 강지혁이라는 놈이 끔찍이 챙겨주고 있더구나.”소영훈은 말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