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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언제 한번 호기심으로 여러 알 먹은 적이 있었고 그때 3일 내리 잠만 자고 결국 병원으로 실려 가 위세척도 했어. 그리고 그날 그 도우미가 여태 약을 바꿨다는 사실을 듣게 됐지.”

강지혁은 임유진을 바라보며 쓸쓸하게 웃었다.

“그거 알아? 그 여자는 내가 그 집에 들어갔을 당시 나한테 제일 잘해줬던 사람이었어. 매일 나한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고 나를 보살펴줬어. 그리고 그렇게 다정하게 웃으면서 매일 나한테 수면제를 건넸던 거야.”

임유진은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제 한 몸 편해지겠다고, 어떻게 고작 데이트 때문에 애한테 그런 짓을 해? 수면제를 많이 먹이면 너한테 어떤 영향이 가는지 생각 안 했대?”

만약 강지혁이 계속해서 수면제를 받아먹었다면 아마 어릴 때부터 질병을 달고 살았을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자기 이익을 위해 쉽게 남한테 해를 끼치는 사람은 많아.”

“그 도우미는 나중에 어떻게 됐는데?”

임유진이 물었다.

“바로 잘렸어.”

강지혁은 그저 잘렸다고만 했지만 강문철이라면 아마 더 한 벌을 내렸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넌 그때부터 약 먹는 걸 싫어했던 거야?”

“응.”

강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을 먹으려고 할 때면 그날 위세척했던 고통과 아무런 힘도 없이 병상에 며칠을 누워있어야만 했던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게 된다.

심지어 그때 강문철은 그의 병실로 와서는 병상에 누워있는 손자에게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저 약이 바뀌었다는 사실만 알려주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또다시 누군가를 그렇게 쉽게 믿었다가는 그때는 병원에 누워있는 것이 아닌 차가운 바닥에 묻히게 될 거다. 네가 아무리 내 손자라고 해도 나는 멍청한 놈을 도와주지 않아. 이런 기본적인 경계심도 없는 인간은 우리 집에 있을 자격 없다.”

강지혁은 그날 확실히 깨달았다. 강문철이 얼마나 매정한 사람인지.

어쩌면 강문철은 처음부터 도우미가 약을 바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남들의 눈에 그는 강씨 가문의 사랑받는 도련님으로 보였겠지만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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